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448화 (448/729)

# 448

제448장 형태를 드러낸 연맹군

전령들이 마을을 구경하고 돌아간 후 며칠이 지났을 때 올드만 마을의 촌장이 회의를 개최했다.

녹색 피부에 큰 송곳니를 지닌 오크, 인간보다 키는 두 배, 몸집은 네 배 가까이 큰 식인마, 남하국 인간들이 철천지원수로 여기는 늑대족 마수령, 그리고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마수령 중에서 손에 꼽히는 세력을 자랑하는 곰족이 한데 모였다.

동시에 한 탁자 앞에 앉은 이 특이한 종족들은 왠지 모르게 심사가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당연히 드워프족일 거라 생각했던 올드만 마을의 촌장이 드워프도, 야만족도 아닌 새파랗게 젊은 인간 청년 아닌가.

인간은 대륙에서 가장 눈부신 문명을 지닌 종족 중 하나로,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도 무척 빨랐다. 그러나 혼돈의 숲에 사는 인간은 거의 없기에 그들 역시 인간에 대해 이렇다 하게 갖고 있는 인상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인간이 올드만 마을의 촌장이 된 것일까?

드워프 족장이 소개했다.

“이 인간족은 기적상회의 창시자인 천제현이라고 하오. 그와 그의 수하들이 우리 마을 연합군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촌장이 된 것이오. 모두들 연합군에 들어올 생각이 있어서 오셨을 테니 먼저 우리 마을의 관리 조례부터 보시도록 하시오!”

천제현은 특별히 세 종류의 언어로 문서를 준비했다. 각각 오크, 식인마, 마수령들의 언어였다.

“이 문서에 명확하게 적혀 있듯, 올드만 마을은 30%의 지분으로 동업자를 모집할 예정입니다. 동업자들은 물자나 자금을 투자할 필요는 없고, 마을 연합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지분을 보유하게 됩니다. 첫 번째, 지분 분배에서는 최대 5%까지만 보유하실 수 있습니다.”

“…….”

“지금 저희에게 필요한 건 최정예 군사들입니다. 기존 부족들은 연맹을 철회하기 전까지 마을에 파견한 군사들에 대한 지휘권을 포기하셔야 합니다. 연합군에 들어온 군사들 역시 마을의 관리 원칙에 따라야 하고요. 그렇지 않은 경우 계약 위반으로 간주합니다.”

“잠깐만!”

오크 한 명이 불만에 가득한 어조로 외쳤다.

“당신이 뭔데 우리 전사들을 관리한다는 거요!”

“그렇소!”

늑대족도 불만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일족의 전사들은 우리가 직접 관리할 것이오!”

그러나 천제현은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그 요구는 좀 우습지 않습니까? 한 세력 범위 안에 있는 군사들은 같은 목표를 갖고 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혼란이 생기게 마련이지요. 지휘권을 내어주기 싫다면, 여러분들 손에 떨어지는 것은 그저 혼란스럽고 발전 가능성도 없는 마을이겠지요? 마을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 생각하십시오. 이것은 절대 바꿀 수 없는 기본 원칙입니다!”

당연한 일이었다.

각 부족이 올드만 마을에 주둔시킨 군대를 마음대로 움직인다면 마을은 어떻게 되겠는가? 그야말로 호랑이를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셈이었다. 천제현이 모험을 좋아한다고는 하나 그 정도의 대책도 세워두지 않을 정도로 무모한 작자는 아니었다.

그러므로 외부에서 데려온 군대는 반드시 모두 섞어서 재편성한 후 믿을 만한 야만족이나 드워프들 사이에 배치할 필요가 있었다. 제도를 확립하고 시간을 들여서 그들이 천천히 흡수하도록 해야 했다. 그래야 만에 하나 발생할 문제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으니까.

그 말을 들은 각 부족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곰족 대표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가 그 요구를 받아들인다 칩시다. 그래 봤자 최대 5%의 지분만 가질 수 있을 뿐 아니오! 너무 적소! 마을이 앞으로 발전한다 한들 얼마나 수익이 나겠소? 우리 곰족 전사들 중 무작위로 천 명만 데려와도 이곳 전투력의 5%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오!”

자신들의 실력에 매우 자신이 있는 듯한 말투였다.

그러나 곰족보다 더 자신만만한 건 식인마들이었다. 식인마 대표는 그 거대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우리 식인마들은 금강불괴의 몸에 태산 같은 힘을 지니고 있소. 식인마 전사 500명이라면 5% 비율은 훨씬 넘을 것이오!”

야만족과 드워프족 모두 뛰어난 전사들이기는 했지만, 육중한 몸에 위험하기 그지없는 존재인 식인마와 어떻게 비교를 하겠는가.

천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투력이라는 게 말로 알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전투력 비율이 몇 %나 될지는 평가를 진행해야겠죠. 안심하십시오. 우리의 평가는 아주 공정해서 그 누구한테도 불리한 일은 없을 테니까요! 올드만 마을과 연합군의 안전을 위해 1차 파견 군대의 전투력 비율이 5%를 넘길 수 없게 규정한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얻으실 이익은 마을의 수익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그의 말에 네 부족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것 말고 또 수익원이 있다는 거요?”

“첫째, 올드만 마을과 동맹을 맺으면 기적상회의 제휴사가 될 수 있습니다. 즉, 기적상회에서 필요한 물건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식품, 부적, 약재, 장비, 심지어 생각도 못한 물건들까지, 고품질의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같은 이치로 여러분의 부족에서 남는 자원이나 숲에서 구매한 자원을 전부 기적상회에 판매하시는 것도 가능합니다. 혼돈의 숲에서 거래되는 시가보다 더 좋은 가격에 사드릴 테니까요.”

“양이 얼마라도 상관없다는 거요?”

“얼마라도 상관없습니다!”

그의 대답에 네 부족 대표의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기쁨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점 하나만으로도 부족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올 수 있었다.

언제든 식품과 약재를 조달할 수 있다면 부족에 기근이 들거나 전염병이 돌 때 얼마나 쉽게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겠는가.

또한, 기적상회가 혼돈의 숲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각종 재료들을 구매해 준다는 건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들은 전부 대형 부족으로, 자원 확보 루트도 다양했다. 많은 마을, 심지어 도시에도 거래루트가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자원들을 저가에 구입하여 기적상회에 고가에 판매한다면 그 과정에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둘째, 연합군이 구성되면 우리는 동맹관계가 됩니다. 동맹 부족 상인들은 올드만 마을에서 특권을 누릴 수 있겠지요. 거기에 생활구역까지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이 밖에, 동맹 부족이 각종 위기에 놓일 경우 올드만 마을은 동맹 부족을 도울 의무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물론 물질적인 지원도 포함되겠지만, 심각한 경우에는 연합군을 파견할 수도 있습니다.”

혼돈의 숲에는 수많은 종족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것이 종족 간의 관계였다. 그러므로 부족의 병력 중 일부를 올드만 마을에 파견한다는 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부족이 위험에 처했을 때 올드만 마을이 힘을 보태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쁘지 않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조건이다!’

동맹에 대해 자세히 조사한 부족 대표들은 즉시 자신의 마을로 보고하러 돌아갔다. 사실 생각이고 뭐고 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즉시 올드만 마을의 연합군으로 보낼 전사들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네 개 부족은 올드만 마을에 부대를 파견하고 연합군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식은 숲의 각 거래장소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올드만 마을이 뜨고 있다!’

사실 이 지역의 세력구도에서 네 부족은 손에 꼽히는 세력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올드만 마을은 처음부터 눈길이 쏠리는 지역이었다. 강력한 거미군단 수만 명을 두 번이나 제압하지 않았던가.

자세한 실력은 알려진 바가 없으나 시원찮을 리가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대 동맹까지 손에 넣었으니 발전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리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모두들 올드만 마을이 이 숲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마을이 가장 안전한 곳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올드만 마을은 혼돈의 숲에서 처음 보는 혁신적인 관리 방법을 도입했다. 누구든지 그 마을의 주인, 또는 관리자가 될 수 있고, 수많은 세력들이 공동으로 마을을 관리한다니.

그야말로 획기적인 제도가 아닐 수 없었다.

***

저녁 무렵, 사대 부족의 군대가 도착했다.

천제현은 공서련, 남궁혜와 함께 그들을 맞이하러 나갔다.

빽빽하게 들어오는 군대를 본 남궁혜는 눈동자가 튀어나올 뻔했다.

“맙소사, 많기도 하네. 저들을 정말 우리 마을에 들어오게 할 거야?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

녹색 피부를 지닌 3천 명의 오크들은 하나같이 거대한 체구를 자랑했으며, 허리춤에는 도끼를 차고, 괴상하게 땋은 꽁지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3천 명의 늑대족 마수령들은 마을 안에 정렬해 있었는데, 전부 허리에 칼을 찬 채였다. 그 늑대족들은 전부 추적의 귀재들이었고, 그들의 날카로운 발톱은 예리한 무기와도 같이 적의 육신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수 있었다.

곰족 마수령 1천 명은 1천 개의 철탑처럼 보였다. 1장에 달하는 신장에 탄탄하고 육중한 체구는 보기만 해도 간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들의 거대한 곰 발바닥이 내리치면 강철이라도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그러나 그들 모두를 압도하는 것은 5백 명의 식인마들이었다. 식인마는 원래부터 혼돈의 숲에서 악명이 자자한 종족 중 하나로, 육식을 즐기는 데다 거대한 체구에 걸맞는 엄청난 식탐을 자랑했다.

그래서 그들의 수가 불어나면 기근이 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또한 식인마가 배가 고프다는 것은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고나 다름이 없다. 배고픔이 그들의 이성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굶주린 식인마들은 살과 피로 이뤄진 모든 생명체를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그게 동물이든, 다른 종족이든, 인간이든 가리지 않았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식인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사실 엄격하게 말하자면 식인마는 그다지 지혜로운 종족이라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마수와 지성을 지닌 생명체 사이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식인마들은 무공을 수련하는 것도, 정령을 소환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들의 체내에는 마수의 마수정 같은 것이 있어 그들에게 엄청난 힘을 주었다.

5백 명의 식인마들은 마치 5백 개의 작은 산 같았다.

허리에 낡은 천 하나만 치마처럼 두른 그들은 거의 알몸이나 다름이 없었고, 대부분이 몸에 이끼가 끼거나 기생충이 살고 있었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그들은 보통 매우 가난했다. 그러나 강철 같은 피부와 골격 덕분에 맨손으로도 마수를 상대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고대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맨몸으로 전쟁터를 휘젓고 다니며 온몸에 적군의 무기가 꽂혀도 죽지 않는다. 만약 그들에게 갑옷을 맞춰주고 손에 맞는 무기를 쥐어준다면 식인마 500명은 순식간에 500대의 강철 분쇄기로 바뀔 것이다.

그들을 본 공서련은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천제현, 좀 많은 거 아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식인마들이 미쳐 버리기라도 하면 어렵게 지은 마을이 다 파괴되지 않겠냐고?”

마수령이든 오크든 식인마든 할 것 없이 모두 고분고분한 종족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천제현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팔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 생각이 있으니까요!”

올드만 마을로 온 전사들은 전부 부족에서 엄선해서 보낸 자들로, 젊고 건장했으며 잠재력도 뛰어났다. 이 네 부족의 전사들만으로 연합군을 구성한다 해도 그전투력은 결코 얕잡아볼 수 없을 것이다.

‘훌륭하군! 강한 전력이 되겠어!’

물론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혼돈의 숲은 원래부터 원칙, 이치 등을 따지지 않는 곳이니 원한다면 언제든 배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제현은 네 부족을 확실히 휘어잡을 자신이 있었다.

사실 그들은 아직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미 천제현의 손바닥 위에 올라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앞으로 기적상회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될수록 몸을 빼는 건 더 힘들어지게 되리라.

올드만 마을에 군대를 파견할 때는 군대의 수와 질에 제한이 있었다. 또한, 어떤 부대든 마을에 들어오면 천제현이 직접 병력을 섞은 후 재배치했기 때문에 그 뒤로는 촌장의 명령만을 들어야 했다. 그러므로 특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광전사의 힘으로 난국을 수습하는 게 가능했다.

7~8천 명의 전사들이 올드만 마을의 중앙 건물로 들어왔다.

사실 이번에 파견된 군사들은 대부분이 각 부족의 젊은이들이었고, 거의 다 부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자들이었다. 그래서 올드만 마을에 도착한 그들은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번쩍!

큰 마력등에 불이 켜졌다.

마력등의 밝은 불이 건물을 밝히자 주위가 대낮처럼 환해졌다. 오크, 늑대족, 곰족, 식인마들은 경탄에 가득 찬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방에서 우렁찬 음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음악소리는 일렁이는 불꽃 같이, 출렁대는 강물 같이, 철썩거리는 바다 같이 듣는 이의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들어 주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네 종족 군사들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올드만 마을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저는 이 마을의 촌장인 천제현입니다.”

천제현은 돌로 된 누각 위에 서서 수천 명의 신병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올드만 마을의 일원입니다. 저희가 여러분의 생계를 책임질 것입니다. 또한, 보름마다 실력에 따라 단약을 하나씩 분배해 마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여러분은 아무 걱정 없이 마을을 지키는 데만 전념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 이름 없는 작은 마을이 어떻게 눈부시게 발전하는지 지켜봐 주십시오!”

“우와아아!”

그의 말에 격동한 군사들은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연합군 대우가 엄청나잖아!”

“매일 먹여주고 재워주는 걸로도 모자라 단약까지 제공한다고?”

거기에 양질의 생활환경과 거래시장이 주는 이점까지. 그들이 부족에서 받던 대우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양지차였다.

누가 이 편한 생활을 마다하겠는가.

올드만 마을에서 얼마간 생활하면 그 후에는 마을에서 쫓아내도 기를 쓰고 나가지 않을 것이다.

천제현은 올드만 마을을 북방 숲 외곽지역의 거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올드만 마을은 주변에서 가장 강력한 핵심세력이 되리라.

이곳을 이용해 더 많은 토착 세력들의 지지를 얻고,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렸다가 세력을 키우겠다는 생각이었다.

연설을 마친 천제현은 바로 군대를 분산시키고 연합군 형태에 맞춰 병력을 재편성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군영 단위로 드워프들이 그들을 생활구역으로 안내했다.

사실 이건 모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래였다.

잠재적인 강적 넷을 동맹으로 만든 것 아닌가. 이건 앞으로 올드만 마을이 더 발전해도 그들과 충돌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걸 의미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혼돈의 숲에서 오랜 시간 생활해온 이 토착세력들이 거래시장의 위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혼돈의 숲은 물자가 매우 풍부한 지역이므로 천제현은 그들의 힘을 빌려 많은 자원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마을의 입장에서 봐도 이제 강력한 대형 부족의 세력들이 올드만 마을에 주둔하게 되었으니, 그보다 든든할 수 없었다. 더 강력한 외부 침입자가 아니고서야 반경 천 리 안에서 감히 그들을 침략할 부족은 없었다.

전사들의 대우도 아주 좋았다. 특히 식인마들은 배불리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다.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나 식인마 부족에는 툭하면 기근이 들었고, 어쩔 수 없이 동족상잔을 벌이며 서로 잡아먹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므로 배불리 먹게 해주겠다는 천제현의 약속 하나만으로도 그들로서는 목숨을 걸 가치가 있었다.

사대 부족이 유일하게 불만을 갖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마을 지분 분배였다.

이번에 올드만 마을에 파견된 군사들은 전부 부족 최고의 정예병들이었다. 그러나 평가를 해보니 식인마 부족을 제외한 나머지 세 군대의 전투력은 연합군의 1할 수준도 되지 않았다. 3개 부족이 그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천제현은 그에 대해 쓸데없는 설명으로 말을 낭비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바로 광전사들을 데려와 그들과 대련하게 시켰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광화한 야만족들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식인마를 쓰러뜨릴 정도였으니 나머지 부족 군사들이야 어떠했겠는가.

토착부족들은 광전사 군단의 엄청난 전투력에 깜짝 놀랐다.

그들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적상회는 대체 어떤 세력인가? 무슨 방법을 사용했기에 저 어리숙한 야만인들을 저렇게 무시무시한 존재로 바꿔놓았단 말인가? 저런 광전사가 3~5만 명만 더 있으면 그들 부족의 족장들도 무릎을 꿇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두자, 관둬!’

‘작은 이익에 연연할 것 없다.’

‘인원 몇 명 더 추가하면 그만인 것을!’

사대 부족이 진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기적상회의 저력이었다. 모든 이가 비비안처럼 순식간에 수천 리를 이동하는 공간 재능을 지닌 것도 아니고, 모든 부대가 야만족 광전사들처럼 4, 5일 미친 듯이 싸워도 멀쩡한 것도 아니다.

혼돈의 숲에 사는 대다수의 종족들은 외부 세계와 접촉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규모의 상품경제를 이루지도 못했다.

그래서 토착 부족들은 무기가 몹시 부족한 상태였으며, 단약이나 부적, 약재 등 소비품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혼돈의 숲은 몹시 위험한 곳이라 대량의 상품을 갖고 들어오는 상단이 거의 없었다. 그로 인해 소비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곤 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원하는 걸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적상회는 마석뿐만 아니라 약초, 가죽, 금속 등 모든 것을 교환해 주었다. 가장 중요한 건 기적상회와 동맹을 맺었기 때문에 기적상회로부터 구매하는 상품 가격이 혼돈의 숲의 거래가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점이었다.

사대 부족의 족장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에게 기적상회는 마르지 않는 샘이자 노다지였다. 그들은 가죽, 금속, 약초 등을 단약, 부적 등으로 교환해 숲속 시장에서 비싸게 판 후 다시 가죽, 금속, 약초 등을 구매해 기적상회에 파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기적상회는 하늘이 혼돈의 숲에 내려준 기적과도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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