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447화 (447/729)

# 447

제447장 동맹 모집

오드만 마을에서는 중요한 회의가 열렸다. 거대한 원탁이 사람들로 가득 찼는데 그중 절반은 인간, 절반은 드워프였으며, 엘프도 한 명 있었다. 그들은 의제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드워프 족장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우리 드워프 장로들은 상의 끝에 광전사 부대를 전부 우리 마을에 주둔시켜 마을의 수호자로 삼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들의 전투력은 마을 전체의 전투력 중 75% 이상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러니 천제현 선생께서는 이 마을의 소유권을 최소 75% 보유하신 셈입니다!”

다른 드워프들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할 만한 결론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야만족 광전사 군단은 이 마을의 전투력 75%가 아니라 90% 이상을 차지할 게 분명했지만, 천제현과 그의 동료들이 드워프들의 체면을 세워주고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분배해 주기 위해 그렇게 주장한 것이었다.

“천제현 선생의 부대는 마을 최강의 수호자입니다. 또한, 선생은 이 마을의 최대 소유권을 갖게 되었으며, 드워프족 장로들의 인정까지 받았습니다. 이제 선생은 마을의 새로운 관리 방침에 따라 자동으로 올드만 마을의 촌장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마을을 잘 지켜 주시고 마을이 더 번영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들은 공서련과 비비안 등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올드만 마을이 작다고는 하나 그래도 혼돈의 숲 안에 있는 땅이었다. 이 혼란스러운 지역에서 첫 번째 기반을 마련하게 된 셈 아닌가. 마을의 촌장이라니, 괜찮은 시작이었다.

천제현 또한 이러한 결과에 만족했다.

“드워프족의 신뢰에 감사드립니다. 올드만 마을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사실 천제현은 드워프족이 광산을 되찾는 걸 돕기 전부터 이곳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드워프들이 백 년 넘게 손봐온 올드만 광산은 기초시설이 거의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으며 견고하기 이를 데 없었다. 주변 지형 또한 방어에 유리한 데다 혼돈의 숲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어 대형 세력의 눈길을 받을 일도 적었다. 주변에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적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여러모로 그의 요구에 부합하는 장소였던 것이다.

그러나 드워프족에게 대놓고 그런 요구를 할 정도로 멍청한 천제현이 아니었다.

드워프족은 땅에 대한 소유욕이 무척 강한 종족이므로 그들 스스로가 먼저 말하기 전까진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랬다간 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반감만 샀을 테니까.

그래서 천제현은 자신의 목적은 숨겨둔 채로 먼저 그들의 신뢰와 감사를 받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런 후에 드워프들을 부추겨 개혁을 진행하게 한 것이다. 개혁을 마친 올드만 마을은 광산과 마을 두 개로 분리되었다.

드워프족들의 광산은 여전히 존재했으나 그것은 마을의 40% 지역에 불과했다. 그 지역은 드워프들의 영구적인 생활의 터전이었다. 나머지 60% 땅은 마을로 개조되어 완벽하게 개방된 개혁지역으로 탈바꿈했다.

마지막 전략으로 천제현은 자신의 병력을 마을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그의 힘은 드워프들을 훨씬 뛰어넘었으므로 드워프들도 기꺼이 촌장 자리를 천제현에게 위임할 수 있었다.

사실 이건 드워프족으로서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그들은 여전히 광산을 소유하고 있었고 사용하지 않는 일부의 거주지와 노는 땅을 하청 맡겨 개발한 것에 불과했으니까.

천제현이 촌장 자리에 올랐다고는 하나 그 지역의 관리권만을 갖고 있을 뿐, 드워프들의 광산과 생활구역에는 참견할 수 없었다. 즉, 이건 천제현과 드워프족, 둘 모두 원하는 바를 얻은 거래였다.

올드만 마을은 동업자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나 다름이 없었다. 드워프족이 이 회사의 발기인이자 최대 주주였고 천제현은 마을에 자본을 투입한 투자자였지만, 그의 지분이 70~80%에 달하게 되면서 최대 주주 자리가 바뀌었으므로 그가 촌장 위치에 오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드워프족들도 내놓은 게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무엇보다 큰 건 안전 보장 문제였다. 그건 그들에게 시급을 다투는 중요한 일이었다.

다음으로는 향후 소득과 잠재력 개발이다. 드워프족은 올드만 마을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수익 배분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올드만 마을이 번영할수록 광산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마을의 40% 땅은 고정적으로 그들 손에 있으므로 그 땅을 이용해 대량의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한편, 촌장이라는 감투를 쓴 천제현은 그에 상응하는 일을 할 생각이었다.

그는 즉시 드워프들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는 믿을 만한 동업자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우리와 손을 잡은 동업자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올드만 마을은 더 빨리 발전할 것이고 더 안전해질 테니까요!”

천제현은 혼돈의 숲에서 기적상회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기적상회가 더 빨리 실력을 키우고 세력을 확장하려면 반드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분배해 줘야 한다. 충분히 많은 동업자들을 끌어 모아야만 기적상회가 나아갈 길을 닦을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전투로 인해 혼돈의 숲에는 큰 파장이 일었다.

이제 올드만 마을은 숲 외곽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이 되었고, 사람들은 올드만 마을이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굴 만한 뭔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둠의 숲의 암묵적 규칙을 그렇게 공개적으로 위배할 정도로 말이다. 이번에 올드만 마을이 보여준 힘은 혼돈의 숲 가장자리 지역의 대형세력들과 맞먹을 정도였다.

그 정도 세력을 갖췄으면 주변에서 우두머리 노릇을 할 수도 있었다. 숲 안쪽에 있는 더 큰 인물들을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테니까.

이제 올드만 마을은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문을 활짝 열 수 있었다. 주변 세력 그 누구도 위협이 될 순 없었고, 설령 위협이 된다 할지라도 양측 모두 큰 손해를 입는 무의미한 전투가 벌어지긴 힘들었다.

그리고 바로 이때, 올드만 마을은 자금 모집 공고를 냈다. 마을에 대한 소유권 약 30%를 걸고 실력 있는 동업자들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올드만 마을의 촌장이 두둑한 배포와 배짱으로 주변 세력에게 함께 마을을 관리하자고 손을 내밀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행동은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자충수나 다름이 없었다.

혼돈의 숲에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동업자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누군가가 등에 칼을 꽂을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올드만 마을은 거미족과의 두 번의 전투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만천하에 공개했고, 이제 드워프족은 강력한 동업자를 찾을 테니까.

더 이상 누구도 감히 올드만 마을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올드만 마을의 실력은 이미 그 자체의 가치를 뛰어넘었다. 그 누가 이 딱딱하고 영양가 없는 돌멩이를 탐내겠는가.

그로 인해 올드만 마을의 계획에 대해 흥미를 보이는 세력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드만 마을의 관리체제는 혁신이었고, 모두가 드워프족의 배후에 어떤 세력이 있는지 궁금해 했기 때문이다.

올드만 마을은 공개적으로 동업자를 모집하는 한편, 반경 수천 리 범위 내의 임시마을에 병사 모집 공고를 냈다. 동업자 모집이 세력 동맹을 위한 것이라면, 좋은 대우로 병사들을 모집하는 건 떠돌이 인력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혼돈의 숲에 은거하고 있는 고수들은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그중에는 각국에서 정쟁에 휘말려, 또는 원한 관계를 맺어 혼돈의 숲으로 도망친 유명 인사들도 있었고, 종족이 멸망하고 마을이 파괴되면서 혼자 살아남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유랑 고수들도 있었다.

그들은 마땅한 거처 없이 각 임시마을을 떠돌아다니며 일반인들은 감히 머물지 못하는 곳에 머물곤 했다. 어쨌든 홀몸 아닌가. 임시마을에서도 살았는데 올드만 마을이라고 들어가지 못할 리 없다. 게다가 올드만 마을에서는 높은 지위와 대우를 제공해 주겠다지 않는가.

그런 이유로 올드만 마을의 문턱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찾았다.

동맹자 모집에도 많은 주변 세력들이 흥미를 보였다. 새로운 관리 체계에 호기심이 동한 일부 부족은 한번 구경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찾아온 부족에는 오크 부족, 식인마 부족, 늑대족, 곰족 등이 있었다.

이 사대 부족은 반경 천 리 안에서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어둠의 숲의 법칙을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중소형 세력들처럼 툭하면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혼돈의 숲 깊은 곳의 고수들에게 찍히지만 않는다면 생활 구역이 좀 드러나도 큰 문제는 없었으니까.

네 부족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올드만 마을로 전령을 보냈다. 올드만 마을을 둘러보는 한편, 그곳의 제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는 심산이었다.

올드만 마을은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만약 그들이 자급자족을 포기하고 기적상회로부터 식품과 생활 물자를 공급받는다면 수용 인원은 3배 이상 늘어날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은 숲 안에 있는 다른 부족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다.

부족의 힘이 아무리 세도 활동 반경은 기껏해야 300리 정도였기 때문이다. 모든 음식과 가죽, 재료, 물자들도 그 활동 반경 안에서 얻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부족도 어느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는 게 불가능했다. 인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 활동 반경 안의 자원으로 모두를 먹여 살리는 게 힘들어지고, 그럼 어쩔 수 없이 생존의 위기에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첫째, 부족 이동이다. 자원이 풍부한 다른 정착지를 찾아 옮기는 것이다. 둘째, 부족민 분리이다. 부족을 둘로 나눠 인구밀도를 분산시킴으로써 생존 압박을 해소하는 것이다. 셋째, 전쟁이다. 전쟁이 벌어지면 인구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다른 부족의 자원을 약탈할 수도 있으니까.

혼돈의 숲에 사는 부족이며 마을들은 모두 다 이런 문제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올드만 마을은 그런 문제가 없었다. 올드만 마을은 자급자족을 포기함으로써 거래를 할 여유 공간이 생겼고, 거기에 남하국이 배후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수백만 명이라도 먹여 살릴 수 있었다.

4개 부족에서 온 전령들은 올드만 마을의 규모와 환경을 보고 매우 만족했다. 마을 안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현대화된 과학기술 또한 그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협곡 안에 있는 올드만 마을은 지하도시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종족들에게 그런 지형은 매우 견고한 철옹성으로 인식된다. 또한, 올드만 마을에는 5천 명의 뛰어난 드워프 대장장이들이 있어 고품질의 장비와 무기들을 공급하는 게 가능했다. 이 마을과 동맹을 맺는다면 드워프들의 장비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건 각 부족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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