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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442화 (442/729)

# 442

제442장 올드만 마을

카노인은 문성군, 염양군과 비견할 만한 왕국 최고 수준의 강자다. 하지만 혼돈의 숲과 같은 곳에서는 그저 삼류 고수에 불과했다.

진령 3성이던 대융국 송곳니 왕의 마력도 비비안의 상대가 안 되지 않았던가.

사실 이번 전투는 처음부터 그리 걱정되지 않았다. 천제현은 비비안만 보내도 됐다. 허공둔의 독특한 성질을 생각할 때, 공격 강도가 일정 범위만 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공격을 퍼부어도 비비안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었기 때문이다. 새끼 여우가 카노인의 위치만 파악하면 비비안 혼자서도 없앨 수 있었다.

특별히 어렵거나 위험한 임무는 아니었다.

하지만 카노인이 특이한 수단을 사용하여 도주할 수도 있었기에 다 같이 나선 것이다.

게다가 드워프들을 위해 천제현 일행이 몸을 사리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적을 없애 더 큰 혼란을 야기한다면 이 역시 나쁜 일이라 할 수 없었다.

천제현 일행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한다면 드워프들은 크게 감동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그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그들을 도운 것처럼 가장한다면 드워프들은 분명 크게 감동받을 것이다.

비비안의 공간 공격은 많은 마력이 소모된다. 대규모 전투에 능한 자가 아니기 때문에 적의 목을 베거나 중요한 목표만 공격할 수 있을 뿐이었다. 만약 공격할 수 있는 적의 숫자로만 따지면 심빙우와 비교가 되지 못했다.

“백작이 죽었다!”

“백작이 죽었다!”

검이 카노인을 여러 조각으로 만들어놓자 거미 군단은 패닉에 빠졌다. 거미줄을 통해 기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아주 유용한 능력이지만, 때로는 성가시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돌발사태가 벌어졌을 때, 오히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거미군단은 보통 연체 9성 이상의 실력으로, 전체 군단 전투력은 남하국 질풍기병단 보다 3할은 강했다.

광산 안에는 거미족들이 파 놓은 함정이 가득했고, 드워프들이 남겨둔 방어 참호들이 있었다. 만약 이들이 냉정을 찾고 지금 가진 우세로 차근차근 전투하면 지킬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개인의 실력 차이가 큰 이 세계에서 최강 실력자는 단순히 군대의 우두머리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정신적인 지주라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우두머리급 인물의 죽음으로 군대의 사기가 심각하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죽입시다, 저들을 교란시켜요!”

천제현이 명령할 필요도 없었다. 심빙우와 동방호연은 마치 두 개의 유성이라도 된 것처럼 튀어나갔다.

혼성 9성 정점의 두 강자,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며 강한 방어능력까지 갖춘 인물들이었다. 상대가 진령 강자가 아닌 한, 마력이 소진되기 전까지는 절대 쓰러지지 않을 두 사람이다.

곤충령은 마수령처럼 죽음을 불사하는 용맹스러운 성격이 아니었다.

거미군단 사오백 명 정도를 미친 듯이 해치운 후.

천제현 일행의 마력이 절반정도 소모되어 공세가 조금 약해지고 나서야 몇몇 거미 군단의 장군이 반격과 포위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저항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가증스러운 벌레들 같으니! 드워프들의 분노를 받아라!”

때마침 분노에 찬 드워프들이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왔다. 삶의 터전을 되찾으려는 신념으로, 드워프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거미 군단을 향해 맹공을 퍼부으며 용맹스럽게 싸웠다.

거미 군단이 천제현 일행에게 집중하던 사이에 갑자기 뒤에서 대규모의 드워프들이 돌격해 들어온 것이다. 거미 군단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또다시 혼란이 밀려들었다.

완전히 무너져 버린 거미 군단의 사기는 다시는 회복되지 못했다.

고수 몇 명 정도라면, 마력이 다 소모되길 기다렸다가 덤비면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수천 명에 달하는 드워프들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사실 거미 군단의 실력은 여전히 우위에 있었으나, 투지는 완전히 달랐다. 광산은 드워프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요, 조상이 남긴 유산이자 몸을 의탁할 근원지였다. 충분히 목숨을 내놓고 차지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거미군단에게는 그저 남의 근거지를 뺏은 것일 뿐, 우두머리도 죽은 마당에 큰 의미도 없는 곳이었다. 굳이 이곳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필요는 없었다.

결국 대규모 전투가 끝이 났다.

도망친 거미 군단은 삼분의 일도 안 되었고, 나머지는 모두 광산에서 드워프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드워프족은 십분의 일도 안 되는 사상자 수를 기록하며 빛나는 전과를 거두었다. 이 모든 것이 외부에서 온 다섯 명의 도움 덕분이었다.

정직한 성품의 드워프족은 당연히 결정을 번복하는 일은 없었다.

드워프 족장은 종족 가운데 최고 연장자들을 데려와 직접 천제현에게 진심이 담긴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말했다.

“창고를 점검한 결과, 이 죽일 놈들이 드워프족의 무기와 장비들을 모조리 훔쳐갔다오.”

그렇게 말하는 드워프 족장의 마음은 너무나 비통했다. 그것은 드워프족이 몇 세대에 걸쳐 만들어온 명품들이었다. 그런 물건을 모두 도둑맞았으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

“각종 주조 재료는 대부분 남아 있소. 약속대로 그중 절반을 지불하겠소, 응당 받아야 할 몫이오!”

드워프들의 말 속에서 새로운 정보가 드러났다.

“카노인이 드워프들이 만들어 놓은 장비를 모두 가져갔다고요?”

천제현이 특별히 이 말을 강조하며 물었다. 물론 천제현은 남을 속일 줄 모르는 드워프들을 믿고 있었다.

“그렇다면 카노인의 배후에 더 큰 세력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군요. 이제 올드만 광산을 되찾았으니, 앞으로 여러분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배후에 누가 있든지 간에, 드워프는 두려울 게 없소!”

드워프 족장은 어떤 신성한 맹세를 선포하듯이 결연한 모습이었다.

“우리 드워프의 뜻은 확고하오, 고향을 위해 마지막까지 피 흘리며 싸울 것이오!”

‘정말이지 고집쟁이에 구제불능인 무리들이군!’

천제현은 떠 보며 물었다.

“사실 제게 생각이 있는데, 만약 드워프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고향을 지키는 것은 물론 올드만 광산을 과거보다 더 번영하게 만들 수 있어요.”

드워프들은 믿을 수 없었다.

“난 남을 속여본 적이 없어요. 게다가 우호적이고 열정적인 드워프들을 속일 이유는 전혀 없지요.”

천제현은 미소를 내보이며 호수보다 맑은 눈빛으로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제 생각에 드워프 광산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어요, 족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족장은 묵묵부답이었다.

지금 적어도 7~8개의 세력이 이 광산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

천제현의 말이 이어졌다.

“어둠의 숲 법칙을 생각하면, 올드만 광산은 어둠의 숲에 불을 붙인 셈이에요. 이제 수많은 사냥꾼들의 화살이 날아올 겁니다. 적은 어둠 속에 있고 드워프들은 밝은 빛 속에 있으니 그저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적이 누군지 알 수 없으니 먼저 공격에 나설 수도 없지요. 족장님의 생각도 저랑 같지요?”

족장은 여전히 묵묵히 있었다.

“드워프들이 이곳을 포기하지도 않으면서 종족도 멸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어쨌든 고향을 지키고 싶다면 용기와 결심만으로는 부족해요.”

천제현은 드워프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후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각을 꺼냈다.

“어쨌든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겁니다. 광산 정보를 모두 개방해서 우호 세력들을 찾아 나선 후, 그들과 손을 잡고 올드만 마을을 만드는 거예요. 올드만 광산은 이미 약탈당한 적이 있어요. 아예 위치를 공개해 버리면 오히려 마을을 보호하는 데 유리할 거예요. 어둠의 숲 규칙을 따르는 건 당신들만이 아니니까요.”

올드만 광산은 이미 완전히 노출됐다.

어둠의 숲 규칙에 따르면 약한 세력들은 모두 전력을 다해 자신을 숨기지만, 일단 노출되면 더 이상 요행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다. 장소를 옮기거나, 죽기를 기다려야 한다. 만약 드워프가 굳이 필사적으로 이곳을 지키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남은 인원도 언젠가는 적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천제현의 말이 드워프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올드만 광산의 위치가 이미 노출되었으니, 아예 자포자기해서 철저히 다 드러내고 근처에 있는 숲의 크고 작은 세력에게 모두 알리라는 것인가?

천제현은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올드만 부족은 혼돈의 숲 주변에서도 작은 세력에 불과해요. 혼돈의 숲 깊은 곳과 주변에 있는 거대 세력에게는 그리 매력 없는 존재이지요. 즉, 지금 광산을 노리는 건 고작 외부에 있는 작은 세력 정도예요. 일단 철저하게 다 노출해서 모두에게 이곳의 존재를 알리면, 그 작은 세력들은 오히려 주저할 거예요. 이곳을 점령한다 해도 그저 관리하기 어려운 곳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 테니 말이요. 한번 약탈당한 적이 있는 곳이니 대부분 굳이 모험을 하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천제현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천제현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드워프들이 잘 생각할 수 있도록 더 말하지 않았다.

“자, 일하러 갑시다!”

천제현은 비비안과 공서련을 불러 진법을 그리기 시작했다. 드워프는 인간, 엘프의 동작을 보고 아주 이상하고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먼저 5~6개의 기괴한 마력 기둥을 고정시키더니 아주 이상한 마력 법진을 그렸다.

“공간창고, 가동!”

비비안과 공서련이 두세 시간을 들여서 그린 진법은 당연히 실험실의 것과 비교가 안 되었다. 비비안은 직접 마력을 써서 마력 기둥과 마력진을 활성화시켰다.

공간이 한바탕 비틀렸다.

마지막으로 블랙홀 같은 공간 구조가 열렸다.

천제현이 바로 소리쳤다.

“동방호연, 심빙우 누님, 재료를 집어넣으세요!”

공간창고도 한계가 있고, 천제현도 많은 마력 기둥을 가져온 게 아니라서, 드워프가 천제현에게 준 보수를 다 가져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최소한 중요한 것들을 우선 옮길 수는 있었다. 이 재료들은 모두 마력대포와 폭풍소총을 제작하는 데 사용된다.

천제현 일행이 재료 상자들을 공간창고에 집어넣고 있을 때였다.

드워프족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지금까지 이런 기이한 일을 본 적이 없었다. 마력 기둥의 마력 소모가 심해지자 천제현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음을 알았다.

“거의 다 됐어요, 닫아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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