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1
제441장 암살
거미족은 반은 인간, 반은 거미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반신이 인간과 동일하지는 않다. 단순히 상반신만 놓고 비교해도 인간과 완전히 다른 종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입이 없고 절지동물의 구기(口器) 같은 것만 있는데, 그 속에서 두 개의 독 이빨 같은 것이 튀어나와 아주 흉측했다. 게다가 눈도 곤충처럼 4개의 겹눈을 갖고 있었고, 회백색의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 있었다.
여기까지만 묘사해도 얼마나 흉측한 생물인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물론, 흉측하다는 것도 상대적인 개념이다. 인간의 심미적 기준으로 모든 아름다움과 추함을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편협한 생각이다. 곤충령의 눈에 인간은 또 얼마나 흉악해 보이겠는가?
거미족의 8개 다리 중 6개는 쇠칼처럼 가는 편인 반면, 앞에 나온 두 다리는 땅을 파낼 수 있을 정도로 굵고 컸다.
사실 거미족은 곤충령 중에서도 흔한 종족으로 교활하고 민감한 데다 매우 잔인했다. 함정을 파는데 능하고, 맹독을 잘 쓰는 등 대부분 경험 많은 사냥꾼들이었다.
창고 속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가 경비들의 주의를 끌었다.
몇몇 거미족이 문을 열고 들어와 사방을 살폈다. 금속재료로 가득한 곳을 쇠칼다리로 밟자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실 거미족의 다리 구조는 매우 특이했다. 딱딱한 땅도 가볍게 파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마력으로 흡착기능을 발휘해 벽은 물론 천장에서도 똑바로 서서 다닐 수 있었다.
거미족을 가로막을 수 있는 지형은 없었다.
또한 거미족 다리에 가득 나 있는 가는 털도 그냥 있는 게 아니었다. 그 표면에는 거미족 특유의 마력이 붙어 있었다. 순식간에 주변 몇십 장까지 감각을 전달할 수 있는 마력으로, 어떤 미세한 진동도 거미족의 민감한 감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거미족들이 주변을 한번 돌아보았지만,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거미족이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들의 민감한 몸이 아주 미세한 진동을 느꼈다. 마치 어떤 목소리가 발아래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거미족들이 고개를 숙였을 때는 발아래 금속 덩어리들이 모두 푸르고 흰 찬 서리로 얼어 버린 상태였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 차가운 기운이 급속도로 솟구쳐 올라왔다. 순간 거미족들은 반응할 시간도 없이 바로 얼음장으로 덮인 얼음조각이 되었다.
천제현이 그것들을 검으로 치자 얼어 버린 그들의 몸이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졌다.
“서둘러!”
새끼 여우는 달갑지 않아하면서 눈동자를 꺼내 들었다. 신식이 신의 눈동자를 통과해 커지자 올드만 광산의 모든 것들, 심지어 눈길을 끌지 않는 아주 세세한 부분들 까지 다 훤히 보였다.
2층의 화려한 궁전 가까이에 도착하자 유독 장대한 체격의 거미족이 보였다. 드워프들의 소중한 소장품 무더기 속에서 잠을 자고 있어, 몸은 반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거미족은 다른 거미족과 비슷하게 반은 인간, 반은 거미였지만 체형이 일반 거미족의 갑절은 되었다.
상반신 피부는 검푸른 색이었고, 몸 전체에 기괴한 주문이 가득했다. 화려한 갑옷 위에 순수한 장식용 망토를 걸치고 있었고, 1장 가까이 되는 굵고 긴 창 하나가 곁에 놓여 있었다.
틀림없다.
‘분명 거미백작 카노인이다!’
카노인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궁전의 주변 기둥에 모두 거미줄이 가득 쳐져 있어, 새끼 여우의 신식이 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거미줄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진동은 기둥과 땅을 따라 마지막에는 카노인의 다리에 있는 감지 구조에 포착됐다.
“후!”
카노인이 진귀한 보물 무더기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흉악한 곤충령의 커다란 얼굴에 경계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신식? 누군가가 신식으로 이곳을 정탐하고 있군. 쥐새끼가 들어왔어!”
우두머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순식간에 거미족 정예 용사 몇 백 명이 카노인 근처로 모였다.
“찾아!”
분노한 카노인이 소리쳤다.
“아직 근처에 있을 거다. 모두 모여서 그 쥐새끼를 잡아 내!”
눈 깜짝할 사이에 거미족 수천 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민감한 감각과 빠른 속도로, 침입자를 찾기 위해 궁전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새끼 여우가 눈동자를 얼른 거두고 황급히 천제현에게 손짓을 했다.
비비안이 물었다.
“찾았어?”
“찾기는 찾았는데, 상황이 좀 안 좋아요. 우리가 발각됐어요.”
“뭐? 우리를 어떻게 찾았지!”
천제현도 거미족이 이런 특수능력을 갖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들의 거미줄은 일반 진동과 마력 변화만이 아니라 신식의 탐지 기운까지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보기 드문 능력이다.
“카노인이 군대를 소집하고 있어서 기습은 어려울 것 같아요. 거미족들이 광산 전체를 수색하고 있으니, 일단 발각되면 우리 임무도 완수할 수 없어요.”
모두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다섯 명 모두 매우 강한 실력자이지만, 수천수만 명의 포위 공격을 당해낼 수는 없다.
게다가 드워프들의 설명에 따르면 카노인은 진령 강자였다.
‘비비안의 공간 능력으로 이번에 쉽게 암살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이야.’
아무래도 이 곤충들을 너무 얕잡아 본 듯했다.
공서련이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쩌면 좋지?”
“성가신 상황이 됐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천제현은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다. 사실 무서워 할 것은 없었다.
“새끼 여우는 신의 눈동자로 신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모든 공간의 위치를 바로 탐색할 수 있었어요. 이건 인체 신식과는 달라요. 카노인은 주변을 중점적으로 살필 거라 분명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그 수하들은 우리를 찾기 위해 점점 흩어질 테니, 부대 인원이 줄어들었을 때, 우리가 움직이면 돼요!”
“좋아!”
천제현의 추측이 딱 들어맞았다.
카노인은 침입자가 근처, 심지어 이 궁전 안에 있을 거라 생각해서 군사 몇 천 명을 풀어 샅샅이 뒤지게 했다.
거미족은 지각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이렇게 많은 수가 집중적으로 찾다 보면 상대가 아무리 숨는 데 능하다 해도 발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미족들이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카노인은 불안해졌다.
‘설마 내가 발견한 그 순간 벌써 이곳을 떠났단 말인가?’
안팎으로 경계가 이렇게 삼엄한데, 이런 방어 체계를 벗어날 수 있는 자라면 절대 만만히 볼 인물이 아니었다.
“흥, 교활한 쥐새끼 같으니!”
카노인은 조바심이 났다.
“찾아, 땅을 깊이 파내서라도 찾아내!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사라졌을 리 없다!”
카노인은 거미부대에게 흩어져 놈을 찾으라고 명령했다. 궁전과 모든 출입구에는 거미줄을 가득 쳐 놔서 적을 방어함과 동시에 공격도 가능했다. 제아무리 잠행에 능하다고 해도 설마 벽을 뚫고 나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 벽을 뚫고 나갔다 해도 그 미세한 마력 변화는 충분히 거미줄로 포착할 수 있다.
카노인은 아주 신중한 자였다. 수색할 군사들을 보내는 한편, 주변에는 백 명의 정예 군사들을 남겨 놓고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카노인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그가 당혹스러움에 빠져 있을 때, 주변 거미줄이 또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신식 때문이 아니었다.
격렬한 마력이 발산되면서, 예리하기 이를 데 없는 한줄기 힘이 공간 안의 다른 힘을 뜯어냈다. 그리고 공간이 찢어지고 있었다.
“큰일이다! 공간 능력이야!”
카노인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조심해라, 자객이다!”
비비안이 공간의 길을 내자, 무리가 이를 통해 안으로 뛰어들었다. 백 명의 거미 친위대가 카노인 주변을 둘러쌌지만, 비비안이 휘두르는 공간참 공격에 친위대 중 열 명이 넘는 병사의 허리가 잘려나가 두 동강이 났다.
갑작스러운 공간 공격은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공간을 비틀어 베는 공격, 즉 공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공격이기 때문에 아무리 긴밀하고 견고한 물질이라고 해도 이렇게 가르고 나서면 막을 방도가 없다.
카노인은 서둘러 마력을 펼쳤다. 힘으로 주변 공간을 교란시켜 공간 공격의 성공률을 낮추려는 속셈이었다. 카노인이 소리쳤다.
“저놈들을 죽여라!”
거미 친위대는 용맹스럽게 무기를 들고 맞섰다.
심빙우, 동방호연이 좌우로 나서며 거미 친위병 열 몇 명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카노인은 일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여기 모인 친위병들로는 이 강한 실력자들을 당할 수 없다.
‘어서 빨리 더 많은 부대를 불러와야 한다!’
그는 거미줄로 마력을 보냈다. 마력은 거미줄을 통해 곳곳에 전달되어 모든 거미족에게 긴급신호로 전달되었다. 모든 거미족들이 바로 대전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거미족 군단이 빠르게 모여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지나면, 이곳은 포위되고 말 것이다.
공서련이 소리쳤다.
“비비안 공주님, 어서 없애 버려요!”
비비안이 공간참을 발동시켰을 때는 이미 카노인의 마력이 주변에 가득했다. 그러나 그의 마력 정도로는 공간 공격의 형성을 막을 수 없었다. 그나마 공간참의 형성 속도를 늦출 수는 있었다. 카노인은 즉시 몸을 빼내 급소를 피했지만, 다리 하나가 잘려나가고 말았다.
“운이 좋은 편이군!”
비비안이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마력을 더 모으기 시작했다.
카노인은 진령 경지의 강자이나 겨우 진령 1성 정도였다. 하지만 비비안은 최소한 진령 3성 이상의 실력자로, 상대가 될 수 없다.
‘서둘러 도망쳐야 한다!’
후욱!
카노인은 거대한 독안개를 뿜어내 도망치려 했다.
“염마변!”
그때 천제현이 두 번째 염마 상태로 변신했다. 그러고는 유성처럼 재빠르게 정면에서 카노인을 따라잡아 불타는 화염의 검으로 찍어 내렸다.
“죽어라!”
카노인은 천제현의 기운을 알아차렸다.
‘혼성 8성 정도군. 감히 진령급 술사에게 덤벼들다니, 참으로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군!’
카노인은 천제현을 향해 한 방 날렸다.
그런데 천제현이 전력을 다해 검을 내리찍자, 생각지 못하게 신마검 정령이 나타났다. 그 신급 강도의 정령은 바로 검의 위력을 수배로 증폭시켰다.
탕!
천제현의 성광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몸도 저 멀리로 날아갔다. 카노인은 겨우 몇 걸음 물러났을 뿐이었지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카노인이 우세인 것은 사실이었으나, 겨우 혼성 실력자가 진령 술사를 뒤로 물러서게 하다니,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천제현의 마력이 크게 증가한 후 날린 첫 공격이었다. 천제현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카노인의 마력은 마림보다는 조금 약한 편이었으나 이런 상대와 맞서고도 부상을 입지 않았으니, 혼성 8성의 천제현으로서는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천제현에게 승산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사실 주 정령의 힘을 발동시키지 않은 상태에서는 천제현은 열 번 정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다 중요하지 않았다. 천제현은 직접 이 녀석과 승부를 겨룰 필요는 없었다. 그저 카노인의 행동을 저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천제현이 시간을 끄는 사이, 비비안이 분출한 힘이 10여 개의 공간참으로 변해 카노인의 위로 동시에 떨어져 내렸다.
“안 돼!”
카노인이 비명을 지르며 수십 조각으로 잘려 나갔다. 호신마력도, 방어무공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카노인의 몸은 두부가 잘려 나가듯 산산조각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