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439화 (435/729)

# 439

제439장 올드만 광산

드워프는 인간을 자연스럽게 경계해 왔다.

엘프가 인간을 기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간은 대륙에서도 가장 복잡한 종족 중 하나였다. 아주 고결하다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사악한 존재도 아니다. 하지만 혼돈의 숲에 있는 인신매매범, 사냥꾼들 대부분이 인간을 위해 일하면서, 인간은 점점 대륙에서 가장 부유하고 기술이 발달한 종족이 되었다.

비록 인간의 체력은 마수령이나 엘프에 비해 떨어지지만, 무궁무진한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을 경계한다고 해도 천제현 일행을 속일 수도 없는 상황이라, 드워프는 말할 수 있는 건 다 털어놨다.

이 드워프의 이름은 티노 올드만, 500리 떨어진 올드만 광산에서 살고 있다. 올드만 광산은 전성시기에 드워프 5만 명 정도가 살던 곳으로, 100년 동안 개발한 끝에 대형 지하 궁전을 만들었다.

드워프는 용족과 비슷하게 수집벽이 아주 강해서 진귀한 물건 모으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용족과 달리 탐욕스럽지 않고, 그저 수집하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예를 들어 진기한 금속이라든가, 희귀한 수정 광산, 또는 신급 무기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지난 100년 동안 운영된 노광산은 마치 보물창고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는 모든 화의 근원이었다.

드워프는 어둠의 숲 규칙에 따라 발각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숨었다. 그러나 다른 종족은 숨었다가 일단 발각되면 바로 떠났지만, 드워프 종족은 자신의 광산을 포기하지 못했다.

올드만 광산은 결국 노출되고 말았고, 눈독 들이는 자들이 무수히 몰려들었다.

하지만 드워프들은 전사로 이루어진 종족이다. 우수한 방어구와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용맹스럽고 싸움을 아주 잘했다.

게다가 100년 동안 이어온 방어 체계까지 더해지면서 외부 적이 침입하는 것은 아주 어려웠다. 최근 10년 간 자주 공격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드워프족은 승리했다.

그러나 전쟁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드워프 인구가 전성기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어 버렸다.

이렇게 드워프들이 전쟁으로 지쳐 있을 때 강력한 상대가 나타났다.

바로 거미백작이라 불리는 카노인이었다.

카노인은 숲의 비적들을 끌어 모아 외부에서 맹공을 퍼붓고, 거미군단을 일으켜 땅굴 내부를 습격했다. 처참한 전투 끝에 드워프들은 죽거나 생포되면서 올드만 광산 전체가 함락되었다. 요행히 탈출에 성공한 자들이 있어도 상황을 돌이킬 수 없었다.

드워프가 백 년 동안 모아온 재산은 모조리 카노인의 손에 넘어갔다. 수천 명의 드워프는 노예로 인간 국가에 팔려갔고, 올드만의 드워프 공동체는 완전히 끝장났다.

술잔을 비워가는 티노의 얼굴은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했다.

비비안은 분해서 견딜 수 없었다.

“나도 들어본 적 없는 무명의 졸개 주제에, 감히 이렇게 방자하게 굴다니! 드워프 형제, 괜찮아. 우리가 그 광산을 도로 뺏어 줄게!”

공서련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마수령과 엘프는 알겠는데, 곤충령은 또 뭐죠?”

거미 백작이라는 이름이나 드워프들의 설명으로 미루어 볼 때, 곤충령을 말하는 게 틀림없다.

혼돈의 숲은 겉으로 보면 강한 몇 개의 세력으로 나뉘는 것 같지만, 사실 알려지지 않은 많은 세력들이 존재했다. 곤충령 세력이 바로 그에 속했다.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는 엘프족도 저마다 의견이 달라 오랫동안 결론이 나지 않았다.

곤충령은 아주 특수한 종족이다. 보통 지하 세계에 살고 있는데, 지하 도시 대부분은 각종 곤충령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다. 절대 엘프족이나 마수령에 뒤지지 않는 세력이다.

하지만 곤충령은 땅 위로 올라와 생활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엘프나 마수령과 충돌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그래서 상대의 실력이 어떤 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엘프족 일부 장로들은 관련된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여러 현상으로 미루어 볼 때 이들은 혼돈의 숲 지하 세계에 숨어 있는 곤충령이며, 상상한 것보다 더 강력할 수 있는 혼돈의 숲에서 가장 신비한 세력 중 하나로, 엘프도 방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의견을 내놓는 엘프 장로도 있었다. 곤충령은 마수령처럼 그 종족이 아주 다양하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곤충령 종족 간에 대규모 전투가 자주 일어나는데, 지상 전투와 다를 바 없이 아주 격렬하기 때문에 그 수는 많을지 몰라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누구의 말이 더 정확하든지 간에 혼돈의 숲에서 곤충령의 수가 엄청나다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티노의 설명을 들어보니 거미 백작 카노인은 아주 강한 실력자고, 최소 2~3만 명 정도 되는 강력한 군사를 이끌고 있다.

천제현 무리의 실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수적으로 밀리게 되면 생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다.

일단 마력이 다 소진되면, 아무리 마력이 강해도 소용없다.

“우리 쪽은 사람이 부족합니다. 남은 드워프 전사들 수는 얼마나 되나요?”

드워프가 그리 똑똑하지 못하다고는 해도, 동료들의 행적에 대해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있는 이자가 남은 드워프들을 없애기 위해 카노인이 파놓은 함정이라면?’

“인간, 내가 당신들을 어떻게 믿고 그러한 정보를 알려주겠소?”

티노의 말투는 냉랭했다.

“우리 드워프들을 위해 기꺼이 싸워주겠다고?”

“이봐, 드워프!”

비비안이 일어나 강력한 마력을 펼치자 공간 기운을 뿜어내는 단검이 공중에 떠올랐다.

“만약 지금도 내가 카노인의 수하라고 생각한다면, 나도 할 말 없어!”

‘마력의 강도가…… 진령급이다! 게다가 공간 속성의 정령!’

아주 희귀한 진령 강자에다가 공간 재능을 가진 진령 강자라니, 카노인이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지녔다 해도 이런 사람을 수하로 부릴 수는 없다. 게다가 비비안은 엘프다. 엘프족은 그래도 믿을 만한 종족이었다.

“드워프 전사 오천 명이 새로운 광산으로 철수해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소!”

티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바로 일어서서 말했다.

“우리 드워프들이 올드만 광산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만 준다면, 원하는 것은 뭐든지 허락하겠소!”

‘오천 명?’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충분한 수였다.

이곳에서 남하국까지는 너무 멀기 때문에 천제현이 군대를 동원하기는 힘들다. 아쉬운 대로 맞춰서 싸워야 했다. 드워프족은 용맹스럽고 전투에 능하니 오천 명이라면 절대 약한 전력은 아니었다.

***

드워프들은 개발된 지 2년도 안 된 신규 광산에 모여 있었다.

겉에서 보면 산굴같이 생겼으나 안에는 길고 긴 여러 개의 철로가 깔려 있고, 거대한 철수레들이 철로 위에 놓여 있었다. 주조 시설도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전체적으로 매우 초라했다.

드워프 오천 명이 그곳에 숨어 원래 그들의 소유였던 올드만 광산을 어떻게 되찾을지 계획을 짜고 있었다.

사실 오천 명의 힘으로 싸우러 나서겠다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하지만 고집스럽기로 유명한 드워프 종족은 어떻게 해서든 시도할 것이다.

이러한 때에 티노가 새로운 지원군을 데리고 오자 다른 드워프들은 모두 놀랐고, 나이가 지긋한 드워프 족장은 이들의 실력을 의심했다. 인간이든 엘프든 다들 너무 어려 보였기 때문이다.

천제현은 이들과 담판을 짓기 위해 우선 충분한 실력을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련 아가씨, 나오세요.”

천제현은 바로 드워프 족장에게 말했다.

“우리 중 가장 마력이 약한 자요. 족장이 이 사람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릴 수 있다면,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드워프를 도울 것이오.”

“건방진 인간!”

노족장은 업신여기며 말했다.

“나는 혼성 8성이고, 드워프의 무공은 아주 강력하다. 혼성 9성 술사라고 해도 상처입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런데 그토록 자신하다니?”

“내기나 합시다!”

천제현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만약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하면, 우리가 카노인을 물리친 후에 드워프 광산의 재산 중 절반을 우리에게 주시오!”

‘절반?’

드워프들이 모두 노발대발하며 나섰다.

“이 탐욕스러운 인간, 감히 절반을 요구해!”

올드만 광산에 있는 것들은 드워프들이 백 년 동안 모아온 보물들이다.

카노인이 올드만 광산을 반년 동안 차지하면서도 물건 대부분을 옮기지 못했으니, 그 절반이 얼마나 대단한 규모인가 말이다.

‘아주 돈 독이 오른 놈일세!’

“이건 공평한 일이오.”

천제현은 조금도 가격을 높이 부른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만약 우리 다섯 명이 돕지 않으면, 당신들 오천 명은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할 거요!”

드워프는 쇠고집으로 유명하다.

이런 오만함을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한 드워프가 소리쳤다.

“겨우 다섯 명이 가담하는 거면서, 너무 탐욕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수가 아니라 실력이 문제요. 이익은 위험에 비례하는 거고.”

천제현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카노인의 배후에 더 강한 세력이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번에 드워프를 돕는 건 우리로서도 모험이요!”

“좋아, 그렇게 하지!”

드워프가 전투용 망치를 들었다. 용암의 불빛이 흐르는 검은색의 망치로부터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불멸 혼기가 분명했다.

“그럼 어디 내 망치를 막을 수 있는지 보고 싶군!”

불멸 혼기의 위력은 놀라웠다.

드워프 족장은 혼성 8성의 마력 보유자였다.

드워프 종족의 무공은 아주 강력하고 거칠기로 유명하다. 혼성 9성의 술사가 이렇게 가까이서 망치를 휘두르면 죽지는 않아도 최소한 중상을 입을 터였다.

하지만 공서련은 코웃음을 쳤다. 그녀의 몸에서 별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올 테면 와 보라구, 내가 물러서기라도 하면 당신이 이긴 걸로 해주지!”

족장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두 발로 선 바닥이 묵직한 기운에 진동하며 갈라졌다.

거대한 망치가 강력한 불빛을 뿜어내자 광산 내부의 공기가 불에 타듯 뜨겁게 달아올랐다.

망치를 무겁게 들어 올리자 주위에서 파팍하며 소리가 났다. 마치 화룡이 손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공서련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드워프의 힘은 과연 대단했다. 바로 무시하던 태도를 버리고 정령을 불러냈다.

매끄럽고 아름다운 거울이 나타나더니, 그 속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공서련의 몸을 감쌌다.

공서련의 거울 정령은 두 가지 능력이 있다.

하나는 모방 능력이다. 실력만 충분하면 공서련은 어떤 무공이나 정령도 복제할 수 있다. 비록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잠깐 동안은 여러 능력을 보유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반사 능력으로 방어 효과를 가진다. 공서련이 공격을 받을 때, 이 정령이 상대의 힘을 반사해 일부 능력을 튕겨낸다.

불멸체와 거울 정령이 동시에 발동되면, 공서련의 방어력은 배로 증가한다.

드워프 족장이 맹렬한 기세로 공서련의 몸을 향해 망치를 휘두르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 땅이 모두 갈라졌다. 그러나 공서련은 두 팔로 드워프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냈다. 그녀의 몸은 털끝 하나도 상하지 않았다.

“뭐?!”

드워프 족장이 아연실색하는 와중에 천지를 뒤흔들만한 힘이 산처럼 그에게로 되돌아 왔다.

곧 드워프 족장은 피를 토하며 벽 쪽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 바람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족장님!”

드워프들은 모두 놀라 하얗게 질렸다.

공서련은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온몸의 성광이 모두 갈라지긴 했지만 완전히 망가지진 않았다.

드워프 족장의 실력은 과연 보통이 아니었다. 온 힘을 다해 거울 정령을 발동시킨 공서련의 마력이 일순간에 절반이나 소진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그를 날려 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드워프 종족은 더 이상 천제현 일행을 만만하게 보지 않았다.

‘가장 약한 사람이 이 정도 실력자라니, 그럼 가장 강한 자는 얼마나 대단할까?’

확실히 이 다섯 사람은 드워프의 승리를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드워프 족장이 부족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왔다.

“드워프들은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오. 카노인을 죽이고 광산을 되찾을 수 있다면, 우리 보물의 절반을 당신에게 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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