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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438화 (434/729)

# 438

제438장 거미백작

십여 종족으로 구성된 강도떼가 작은 여관을 에워쌌다, 모두들 손에 활을 쥐고 여관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이들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화살에는 강력한 마력이 실려 있었다. 날카로운 힘이 돌집을 가볍게 뚫었다.

“우리에게 잘못 보이면 이렇게 된다!”

강도떼 두목인 뱀족 사내가 불덩어리를 소환하여 여관으로 던졌다.

구멍이 숭숭 뚫린 여관이 완전히 무너졌다. 불길이 단숨에 여관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뜨거운 열기에 오크의 시체마저 숯덩이가 되었다.

“그만!”

뱀족 사내가 손을 저었다.

“놈들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시체를 찾아서 잘 보이는 곳에 놔. 이제 누가 감히 이 스카님의 부하를 건드리겠어?”

“예!”

수하 몇이 폐허가 된 여관으로 들어가 불을 끄고 시체를 찾기 시작했다.

“두목, 시체가 없는데요?”

“뭐라고?”

뱀족 두목 스카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말도 안 돼. 분명 안에 있었는데 설마 놈들이 증발이라도 한 거야?’

이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우리를 찾고 있나?”

스카가 몸을 돌렸다. 3장도 안 되는 곳에 천제현 일행 다섯이 서 있었다. 이들은 한참 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스카는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람 넷에 엘프 하나, 그의 부하들을 건드린 바로 그 일행 아닌가.

이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등 뒤에 나타났다.

공서련이 스카의 모습을 보며 비위가 상한 듯 말했다.

“이건 또 무슨 종족이야? 계속 흉측하게 생긴 놈들만 나타나네!”

뱀족은 마수령이 아닌 독립적인 종족이었다. 하반신은 뱀의 몸이고 상반신은 인간이다. 그러나 피부 표면은 미세한 비늘로 덮여 있고 눈동자가 가늘고 음산하며 쉬고 낮은 목소리에 혀도 갈라져 있다. 따라서 뱀족은 상당히 흉측했다.

그놈은 아마도 좀 전의 리저드와 한 패일 것이다. 여러 종족이 섞인 이 오합지졸은 이 마을을 주름 잡는 강도였다.

“감히 날 놀리다니!”

천제현이 비웃었다.

“놀려? 네가 그럴 가치나 있는 줄 알아?”

스카가 갈라진 혀를 말아 넣었다. 가느다란 눈동자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

“네가 누군지 알게 뭐야?”

천제현이 짜증을 내며 손을 저었다.

“정말 시끄럽군. 저놈 입 좀 막아줘요!”

심빙우와 동방호연이 앞으로 나왔다.

스카가 삼지창을 뽑았다.

“감히 이 스카님에게 건방지게 굴다니. 주제도 모르는 것들아, 죽어라!”

스카가 1장 길이의 거대한 꼬리를 휘둘러 공중으로 솟아오르더니 유성처럼 돌진했다. 암녹색 독사 정령이 나타나더니 주위가 녹색 독무로 자욱해졌다.

‘독 속성 정령인가? 저 속성은 상대하기가 꽤 힘든데!’

그러나 스카의 마력은 혼성 7성이었다. 혼성 7성은 진혼급 마력으로 삼대 가문의 선임 장로 정도의 수준이며 남하국에서 일류에 속한다. 그렇다고 해도 천제현 일행과 마주쳤으니 재수가 없는 셈이었다.

심빙우가 단숨에 스카의 삼지창을 움켜쥐었다.

스카가 음산하게 웃었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삼지창에서 대량의 암녹색 독이 흘러나와 순식간에 심빙우의 신식에 쏟아졌다. 그 독은 맹독인데다 부식성이 강하여 진혼술사의 호신마력을 쉽사리 부식시킬 수 있었다.

‘대담하게 손으로 이 공격을 받았으니 이 여자는 이제 죽은 목숨이다.’

그런데 심빙우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이 초강력 부식성을 지닌 독은 심빙우에게 부상을 입히기는커녕 성광불멸체도 부식시킬 수 없었다. 오히려 심빙우의 몸에서 방출된 엄청난 한기에 독이 얼면서 봉인되었다. 차가운 기운이 삼지창을 통해 스카의 온몸으로 퍼졌다.

스카는 상황이 심상치 않자 즉시 뒤로 피했다.

“으악!”

비명이 울려 퍼졌다.

스카는 뒤로 피했지만 댕강 소리와 함께 두 팔이 잘렸다. 고드름처럼 얼어붙은 팔이 삼지창과 함께 바닥에 뒹굴었다.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실력이 제법인 스카가 이렇게 쉽게 당하다니. 게다가 인간 여인은 전력을 다하지도 않았다. 저 인간의 실력은 모두의 생각보다 훨씬 강한 게 분명했다.

“날…… 날 죽이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스카가 공포에 질려 계속 뒷걸음질 쳤다. 동방호연의 정령이 불타는 거대한 검으로 변했다. 하늘로 솟아오른 검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순식간에 스카를 덮쳤다.

“잠깐! 난 위대한 거미백작 카노인의 부하라…….”

말을 다 마치기도 전이었다.

동방호연이 그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가공할 검광이 스카의 몸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바닥까지 깊게 파일 정도였다.

“두목이 죽었어!”

“어서 도망쳐!”

평소에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던 악당 패거리가 언제 이렇게 대단한 실력자를 만나봤겠는가.

모두 놀라서 줄행랑을 쳤다. 심빙우와 동방호연이 뒤를 바싹 추격했다. 비명과 목숨을 구걸하는 소리가 이어지다가 십여 초 만에 잠잠해졌다.

이들은 모두 얼음 파편에 피떡이 되었다. 서 있을 수 있는 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스카가 죽었어!”

“스카가 죽었다!”

이 강도떼는 마을을 주름잡는 악당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스카의 부하가 당했을 때 마을 사람들이 모두 경악했던 것이다.

“모두 침착하세요!”

천제현이 흡족해하며 곧바로 두 손을 치켜들었다.

“제게 감사해할 필요 없어요. 존경할 필요도 없고요.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 악당을 처치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비비안이 갸우뚱하며 말했다.

“회장, 저 사람들은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아.”

‘그럴 리가?’

천제현은 잠시 멈칫하다가 사람들을 쳐다봤다. 사람들은 감사해하기는커녕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스카가 죽었어!”

“이제 이 마을은 완전히 끝났어!”

“빌어먹을, 대체 어디서 굴러들어온 놈들이야? 얼마나 어렵게 마을을 세웠는데, 저놈들이 다 망쳤어!”

“어서 도망가자! 우리는 카노인의 분풀이를 당해낼 수 없어!”

사람들은 전혀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재앙이 곧 닥칠 것처럼 우왕좌왕했다. 이들은 감사해하기는커녕 오히려 분노와 증오에 찬 눈으로 천제현 일행을 바라봤다.

천제현 일행이 별로 강하지 않았다면 잡아서 카노인에게 용서를 구할 태세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공서련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악당을 처치한 게 잘못된 일인가? 이게 대체 무슨 경우야?”

분노와 공포, 원망으로 가득한 눈빛을 보자 공서련은 가치관이 무너지는 듯했다.

‘악당을 죽이는 게 언제 옳지 못한 일이 되었지?’

천제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뱀족 놈들이 심상치 않은 배경을 지닌 것 같군.’

혼돈의 숲의 세력은 층층이 지배구조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뱀족들은 아마 어떤 배후 세력이 있기 때문에 마을에서 횡포를 부리고 다녔을 것이다.

‘이 마을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건 분명 그 세력의 비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겠지!’

“저 사람들 잘못이 아니에요.”

천제현이 공서련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런 밑바닥 세력이 마을을 세우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많은 부족이 이 마을에 의존하여 살고 있죠. 그런 마을이 무너지게 생겼으니 우리에게 화를 낼만도 하지요.”

“그럼 어쩌지?”

“우리도 잘못한 거 없어요!”

천제현이 어깨를 들썩거렸다.

“시비를 거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요? 그건 우리답지 않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세상에는 옳고 그름을 가리기 어려운 일들이 많답니다. 일단 놈들의 본거지로 가서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봐요. 그 곤충 백작인가 뭔가 하는 놈의 배경을 알아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요. 영문도 모른 채 당하긴 싫거든요.”

‘거미백작 카노인은 누구일까?’

비비안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별로 대단한 인물은 아닌 것 같아!’

스카 패거리는 혼돈의 숲의 인신매매꾼에 불과했는데, 거미백작을 만난 후 그의 오른팔이 되었다. 이들은 이 마을에서 거미백작의 대리인으로 보호세와 거래세를 거뒀다. 물론 이 돈의 대부분얼 거미백작에게 상납했다.

혼돈의 숲 같은 곳에서 강력한 바람막이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거미백작 카노인은 이곳에서 꽤 유명했다. 그의 유명세가 이 마을을 외부인의 습격으로부터 지켜주고 있었다. 스카는 카노인의 대리인이니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스카는 제멋대로 횡포를 부리며 마을 사람들을 착취하고 자신의 인신매매 사업을 대대적으로 키울 수 있었다.

“이 가난뱅이는 별로 가진 것도 없네!”

천제현이 스카의 거처를 한바탕 뒤졌다.

스카의 거처에는 지하 감옥이 있었다. 감옥에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천제현은 이곳에서 하품 마석 몇 백 개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보통 사람에게는 적지 않은 재물일 수 있으나 이 정도가 천제현의 눈에 차겠는가.

“감옥을 열고 사람들을 풀어줘요.”

인신매매에 관심이 있을 리 만무한 천제현은 감옥을 열고 사람들을 풀어주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 매우 특별한 노예 하나가 천제현의 눈에 들어왔다. 키가 4척밖에 안 되는 사내였다. 사내는 비비안보다도 작지만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한데다 얼굴에는 붉은 수염이 덥수룩했지만 인간 나이로 치면 20~30세 정도였다.

‘드워프? 아직 드워프가 있다니!’

드워프는 모두 탁월한 제기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값비싼 노예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드워프가 일반적으로 광산에서 산다는 점이다. 드워프만 찾아낸다면 천제현이 찾고 있는 고급 광석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천제현이 바로 그를 붙잡았다.

동방호연이 한 손으로 드워프를 들어 천제현 앞에 던졌다.

드워프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가득 뱉으며 작은 눈을 부릅떴다. 매우 화가 나 있는 듯 보였다.

공서련은 드워프의 말을 몰랐다.

“뭐라고 하는 거예요?”

비비안이 해석해주었다.

“우리를 악당이라고 여기고 있어! 게다가 우리를 인신매매꾼인 줄 알고 있다고!”

천제현이 드워프 말로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곧바로 광석에 관한 일을 물었다. 이번에 혼돈의 숲에 오게 된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드워프가 광석에 대해 모를 리 없다.

광석은 그들의 밥줄이다.

드워프가 반신반의하며 천제현을 쳐다보다가 사투리가 심한 인간 언어로 물었다.

“정말 카노인 패거리가 아니란 말이냐?”

“인간 언어를 할 수 있었어!”

공서련이 눈을 흘겼다.

“우리는 카노인이 누군지조차 몰라. 팔 광석이 있는지나 말해 줘. 우리는 정말 광석이 필요하다고!”

드워프가 힘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드워프족 광산에 많이 있어. 다만…….”

“다만 뭐?”

드워프가 분통을 터트렸다.

“광산을 빼앗겼어!”

“빼앗겨? 누구한테?”

“거미백작 카노인!”

‘이런.’

천제현이 이마를 쳤다.

“이제 피해갈 수 없겠군! 그런데 그놈은 대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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