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434화 (430/729)

# 434

제434장 선행자

천제현이 살았던 시대에 야만족은 멸족되어 존재하지 않았다.

천제현은 야만족을 연구한 적이 있다. 야만족은 고대 인류와 매우 유사하였으나 야수의 피가 섞여 매우 강인한 종족이었다. 다만 수만 년에 거쳐 번식하면서 야만족의 피에 흐르는 엄청난 힘이 점점 줄어들면서 조금씩 약해졌다.

야만족은 대륙에서 육체의 힘에 의존해 살아가는 매우 희귀한 종족으로, 정령을 깨우거나 속성이 있는 무공을 익힐 수는 없지만 잠재된 생명력은 매우 강했다.

속성이 없는 무공을 익혀 육체의 힘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면 야만족은 매우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광혈약은 광화(狂化) 반응을 일으키는 특수한 약이다.

어째서 광화라고 할까?

광화는 마화(魔化)와 유사하다.

예전에 지옥화염이 뇌주에 침입하여 심연의 기운으로 많은 사람을 마화시켰다. 이로 인해 힘이 전혀 없거나 실력이 약한 하급 술사들이 갑자기 무시무시한 심연의 마병이 되어 고급 술사들을 위협했다.

그것은 마화로 인한 결과였다.

광화와 마화는 비슷한 방식이나 원리가 좀 다르다. 암흑의 힘이 생명체에 스며들면 마화된다. 광화는 흉수의 힘이 몸에 들어와 잠재능력을 극대화시켜서 육체의 힘을 끌어내는 것이다.

마화 반응은 매우 급진적이어서 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광화는 마화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평범한 생명체가 광화되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잠재력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대신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피를 탐하며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광화되면 미친 것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도륙한다. 통각을 잃고 피로도 느끼지 못한 채 체력이 고갈되어 죽게 된다.

야만족은 광화를 견딜 수 있는 희귀한 체질과 혈통을 지녔다. 그리고 광전결은 광화된 전사를 위한 맞춤형 무공이다. 광전결은 광화된 전사의 잠재력을 끌어올려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실성하지 않고 전투에서 이성을 유지하게 만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광화가 진행되면서 이 무공을 빠르게 진화된다는 점이다.

가공할 위력을 지닌 병사들을 양성한 후 천제현은 이들을 데리고 남북을 누빌 것이다. 광전사들은 전투를 할수록 더욱 강해질 것임에 틀림없다.

광전사들은 모두 강력한 파괴력을 지녔다. 광화가 시작되면 고통과 피로, 공포를 느끼지 못하고 영원히 멈추지 않는 살인병기가 된다.

이들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병사들이다.

고천추는 나머지 야만족 백여 명을 광전사로 개조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은 야만족의 정예들로 전투에 임하게 되면 광화가 시작되면서 순식간에 혼성 2~3성의 술사는 가볍게 해치울 수 있다.

이런 전사들이 모여 대규모 부대를 이루면 기적상회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전투력으로 치면 전국급 왕국의 최정예에 맞먹는 군단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성장을 거듭하는 막강한 군단이다.

천제현은 한 달 내에 광전사 부대를 양성하고자 결심했다.

광전사 양성 초기에는 광혈약을 조제하느라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부대를 만들고 나서도 계속 광혈약으로 이들의 실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이 부대가 지닌 가치를 생각하면 이 정도쯤은 얼마든지 부담할 수 있었다.

강력한 부대에 강력한 장비가 빠질 수 없다.

천제현은 광전사 부대를 위해 특별한 장비를 제조했다.

먼저 방어구와 무기를 제조했다. 야만족 전사는 힘이 무척 세기 때문에 가벼운 갑옷과 무기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아주 무거운 현철로 갑옷과 수백 근이 족히 되는 거대한 도끼를 만들었다.

방어구는 원래 강화 주문이 각인된 3급 금속으로 만들어서 평범한 혼성술사는 손상을 입히기 어렵다. 평범한 사람이 착용하면 몇 걸음도 못 가서 쓰러지겠지만 광전사에게는 깃털처럼 가볍다.

현철로 만든 무거운 도끼를 광전사의 힘으로 휘두른다면 산을 쪼개는 듯한 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수천에서 수만 명으로 이루어진 광전사 군단이 전장에서 철벽같은 방어선을 구축한다면 남하국에서 그리핀기사단을 제외하고 어떤 부대로 이를 뚫을 수 없을 것이다.

일반적인 장비가 전부이겠는가.

이들은 기적상회의 직속 군단이다.

천제현이 운문 실험실 무기부서에 왔다.

“개인용 마력대포 연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운천학은 학자들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마침 실험실에서 일을 보던 공화련이 직접 천제현에게 설명했다.

“아직은 성과가 없어.”

개인용 마력대포는 천제현이 광전사를 위해 제조하는 무기 중 하나였다.

개인용 마력대포는 마력대포의 축소판으로 마력대포보다 파괴력은 덜하지만 야만족 전사의 힘으로 충분히 휴대할 수 있는 무기였다.

수십 명의 소대에 한 문씩 장착하면 전장에서 쉽사리 방어선을 뚫을 수 있기 때문에 공격력이 크게 증가한다.

축소판이기는 하나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 진전이 없는 것도 당연했다.

“마력검은요?”

“성과가 있긴 하지만 실전에 사용할 수는 없어!”

실험실 창문 너머로 한 연구원이 신기한 무기를 제조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무기는 자그마한 손잡이처럼 보였다. 그 병기에는 고강도 마력전지가 장착되어 있고 자루에는 이를 조절하는 마력진이 있다. 무기를 가동하면 고열량 마력 광선이 자루에서 뿜어져 나온다.

이 무기의 모양새는 손전등 같았다.

그러나 손잡이에서 나오는 광선은 고열량 마력이 응집된 것이라 거의 실물 같다는 점이 손전등과 달랐다. 이 광선은 무시무시한 고온이라 강철을 두부 자르듯 절단할 수 있다.

이것은 근거리 전투에서 사용하는 기본 무기였다.

천제현이 설계하고 실험실에서 제작했다. 현재 상황으로 보니 효과가 그다지 좋지 않고 마력이 안정적이지 못했다.

“주로 어디에 문제가 있나요?”

“재료와 마력이야!”

공화련이 대답했다.

“우리는 대부분 남하국에서 생산된 재료를 사용해. 최고의 재료를 사용한다 해도 마력검이 만들어질 때의 온도와 힘을 견딜 수가 없어. 이외에도 마력전지가 약한 탓에 검이 10초도 못 버티고 약해져서 마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어. 가지고 있던 고급 금속은 마력대포를 만드느라 거의 다 썼고.”

천제현이 한숨을 쉬었다.

‘모든 게 다 뜻대로 되지는 않는구나!’

원래는 수천 명의 광전사를 양성할 계획이었다. 모든 광전사를 무거운 현철 갑옷과 도끼로 무장시키고 소부대로 나눠 마력수류탄과 마력검, 개인용 대포, 폭풍소총을 장착하여 전천후로 적을 상대하게 하려 했다.

이런 부대를 가지게 된다면 천제현은 곧바로 혼돈의 숲으로 달려가 적들을 박살낼 것이다.

현지인들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이런 부대를 막아낼 수 있겠는가.

평범한 현지인들은 폭풍소총 백 대에 줄행랑을 칠 것이다.

“대량의 무기가 필요해.”

공화련은 기적상회의 상황을 꿰고 있었다.

“특히 마력대포와 폭풍소총 같은 강력한 무기가 필요해. 다만 이런 무기를 만들려면 최고의 재료가 필요한데 남하국에는 그 정도의 자원이 없어. 한동안 무기 제조가 중단될 것 같아.”

“시간은 금이니 미룰 수 없어요.”

천제현이 말했다.

“내일부터 각자 행동하죠!”

“설마 혼돈의 숲을 공격하려는 건 아니지?”

기적상회는 아직 준비를 마치지 못했다. 이렇게 성급히 혼돈의 숲에 들어가면 적의 경계심만 높이는 꼴이 아니겠는가.

장응국에서 언제라도 남하국을 공격할 수 있기에 천제현은 미리 이전할 준비를 마쳐야 했다.

“큰아가씨는 남주에 남아 혼돈의 숲 외부 시설 준비와 부대 양성을 맡아주세요. 저는 혼돈의 숲으로 가겠어요. 걱정 마세요. 자원을 찾고 상황을 알아볼 겸 가는 것이니 별일은 없을 거예요.”

공화련이 망설였다.

“너무 위험하잖아.”

“비비안과 함께 가면 문제없을 거예요.”

비비안은 마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고수인데다 공간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 상대하기 힘든 적을 만난다고 해도 따돌릴 수 있으니 비비안이 곁에 있으면 천제현은 매우 안전할 것이다.

“그럼 그렇게 하자!”

공화련은 모든 업무를 인계받고 광전사 군단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기적상회는 환골탈태한 야만족 병사 백여 명을 위풍당당한 갑옷과 무기로 무장시켰다. 공화련은 이들을 이끌고 야만족 성으로 갔다.

야만족 성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족장들은 이들이 떠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뀐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이들의 실력은 최소 대여섯 배 늘었다. 백여 명 모두 혼성 초중기의 술사로는 상대하기 힘든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공화련은 족장들의 질투를 더욱 부추겼다.

남주의 제후 공화련은 백여 명의 병사들이 기적상회의 일원이 되었으며 이들을 직속 부대로 양성하고 있음을 선언했다.

광전사가 된 야만족은 강력한 힘을 얻게 되고 가족들까지 기적상회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광전사는 기적상회와의 계약기간인 5년이 지나면 전역하여 야만족 자치구에서 살 수 있었다.

이러니 굳이 나서서 병사를 모집할 필요가 없었다.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수만 명의 건장한 야만족이 기적상회의 병사가 되게 해달라고 애걸복걸했다.

힘을 키워주고 자유를 보장해주는데다 가족들까지 보살펴주니 야만족에게 이건 출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기적상회에서는 물론 이들을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

공화련이 남주 제후의 신분으로 광전결을 익히기만 하면 기적상회의 예비 부대에 들어와 광전사로 개조될 수 있다고 선포했다.

이 소식이 퍼지자 이틀 만에 수천 명의 야만족이 광전사 예비 부대에 지원했다.

기적상회에서 대량의 광혈약을 조제하여 가까스로 수를 맞췄다. 그러나 예비 부대에 지원하는 야만족이 계속 느는 데다 약을 만드는 재료도 다 동이 나서 이 작업은 단시일 내에 끝내기 어렵게 되었다.

한동안 모든 일을 공화련이 직접 나서서 처리했다. 천제현은 며칠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는 조용히 남주를 떠나 남부에 위치한 미지의 지대로 향하고 있었다. 이 사실은 기적상회의 고위층만 알고 있었다.

천제현이 향한 곳은 바로 혼돈의 숲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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