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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433화 (429/729)

# 433

제433장 광전사

머리가 썩 좋지 않은 야만족은 이번 일이 왜 생겼는지 사건의 전말을 궁금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천제현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어쨌든 천제현이 자신들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잘 먹고 잘 살도록 해주지 않았는가.

야만족 개개인의 식사량은 실로 엄청났다. 이런 자들이 수만 명에 달하니 매일 대량의 음식을 들여와도 금방 동이 났다. 이에 기적상회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에서 음식을 공수하여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야만족이 생활하는 지역은 일찍이 마수 재해로 인해 버려진 곳이었다.

기적상회 직원은 이곳에 가로수를 설치하고 집을 수리하였으며, 천제현은 야만족을 위해 법을 제정하고 질서를 정비했다.

그는 야만족 자치구 내에서 자치권에 대한 인간의 간섭은 없을 것이라 약속했다. 야만족의 마을 족장 수십 명이 한데 모여 관리단을 꾸렸다.

야만족들은 원시 사회의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현대화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공장과 광산이 개발되지 않았기에 야만족은 일을 할 필요 없이 매일 먹고 마시며, 생활은 더없이 윤택해졌다. 천제현은 광전결(狂战诀)이라는 무공을 발표했고, 군서를 통해 야만족에게 전달되었다. 광전결을 수련하면 포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기적상회에 있는 거라곤 돈밖에 없지!’

야만족들은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소란 피우지 말고, 성안에서 얌전히 수련하라는 것이다. 게다가 수련에 성과가 있으면 포상금도 주고.

야만족은 기적상회가 자신들을 보살피고 윤택한 생활환경을 제공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거기다 자신들이 수련할 수 있도록 무공까지 주다니.

다만 이 무공이 야만족이 수련하기에 적합할지 의문이 들었다.

야만족 문명 중에는 무공이 없다. 이는 야만족의 문명 수준이 낮고 더욱이 정령을 소환할 재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무공을 비롯하여 대륙의 주요 무공은 모두 야만족이 수련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에 대다수 야만족들은 아예 마력 수련을 하지 않았고, 단순히 체력 보강을 위한 단련만 해왔다.

야만족은 모두 엄청난 근육을 자랑했다. 연체술사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근육량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가 배출되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야만족은 예부터 산에 올라가서 도적질과 함께 살인, 약탈을 직업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여태껏 왕국 혹은 문명을 건설한 적이 없기에 대륙에서 야만족의 지위는 굉장히 낮았다.

야만족 족장들이 무공을 연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이 광전결이 야만족을 위해 맞춰진 무공이었다.

이것은 대륙에 있는 다른 수련 무공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대륙의 주류 무공은 모두 정령을 단련시켜 마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 광전결은 낡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고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시킨 것이다. 체력과 정신을 단련시키고 생명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에 집중하여 마력에 대한 의존도는 높지 않았다.

이 무공은 야만족의 운명을 완전히 뒤바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야만족들의 사기는 한껏 고무되었고, 그들은 진국군을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다. 각 족장은 매일 야만족들을 조직해 훈련시켰다. 그들은 진국군이 왜 이렇게 하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발로 차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이 세상에 완전한 바보는 없다는 게 사실로 증명됐다. 정확한 교육과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뿐, 야만족처럼 아둔한 하급 종족들도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아내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불과 며칠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야만족 중 광전결을 습득한 이들이 생겨났다.

천제현은 이 사실을 보고 받자마자 즉각 야만성으로 향했다.

“진국군 납시오!”

“빨리 나와 맞이합시다!”

야만족들은 천제현이 이렇게 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천제현이 가진 힘으로 보잘 것 없는 야만족을 궤멸시키는 건 그리 힘든 일도 아닌데, 굳이 이런 수고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

게다가 야만족을 위해 도시를 정비하고 식량을 제공하는 데 들어간 돈만 해도 상당할 것이다.

게다가 현재 그가 준 무공은 야만족의 운명을 바꿀 기회나 다름이 없었다.

천제현은 심빙우, 동방호연 등의 호위무사와 소규모 병사만 대동한 채 야만성에 도착했다. 현재 야만성은 복잡하고 번화했다. 키가 7척 안팎인 야만족은 온몸에 갖가지 도료를 발랐고, 닭털, 새털 등을 끼운 채 해골로 장식된 기괴한 것들을 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매우 장관이었다.

“진국군!”

“진국군!”

야만족이 천둥이 치는 것처럼 우렁찬 환호성을 내질렀다.

야만족의 눈에 천제현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다. 야만족 족장들이 황급히 뛰어나와 그를 맞이했다.

야만족 모두는 이 평범하게 생긴 인간 남자가 야만족 전체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걸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의 한마디면 남주의 야만족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대륙에서 아무리 문명화된 종족이라고 해도 고수를 숭배했다. 하물며 야만족과 같은 미개하고 원시적인 종족이라면 어떻겠는가. 그들은 천제현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천제현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누가 광전결을 익혔지?!”

족장들이 100명 정도 되는 야만족 청년을 데리고 나왔다. 이 야만족은 대부분 각 부락에서 가장 젊고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정예병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빨리 광전결을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야만족 친위대를 만들고자 하오.”

천제현이 말을 꺼냈다.

“자네들은 모두 우수한 야만족 전사로, 오늘부터 나와 함께한다. 기적상회는 앞으로 너희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고, 너희가 목숨 바쳐 충성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해주마!”

족장들이 거절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명성이 자자한 진국군이 아닌가.

야만족이 진국군의 친위대가 될 수 있다면, 그들의 지위도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게다가 진국군이 직접 저들을 훈련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진국군은 남하국에서 지위가 가장 높으며, 기적상회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한마디로 유명한 데다 돈까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등용되면 하늘 높이 올라가 봉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천제현은 즉각 이 야만족들을 데리고 남주 실험실로 향했다.

***

고천추는 백발이 성성한 연구원을 데리고 실험실 안을 분주히 오가면서 기괴하게 생긴 폐쇄실을 조작하고 있었다. 그 폐쇄실은 금속으로 되어 있었고, 문은 견고한 금강석으로 만들어졌다. 대략 10척의 높이에 야만족 전사 1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모습에 야만족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천제현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천제현은 그들에게 설명했다.

“긴장하지 말거라. 이건 너희에게 해가 되는 물건이 아니니. 오히려 너희를 환골탈태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고천추가 작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상자를 가져왔다. 그 안에는 수백 개의 검붉은 물약이 빽빽하게 들어 있었다. 그는 안에서 아무거나 하나를 꺼냈다.

“우리 이제 시작할까?”

이것은 연구소가 최근 개발한 광혈약이었다.

광혈약을 조제하는 데 사용된 재료는 각종 흉수의 피, 악령의 물품 등 전부 희귀한 재료였다. 그러나 사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아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다는 것이지, 지금 이 작은 상자 안에 있는 물약만 해도 그 가치가 최소 수억 냥에 달했다.

“먼저 야만족의 힘을 시험해 봅시다!”

연구자가 야만족을 옆방으로 데려갔다. 신체 능력을 시험하는 각종 기기를 사용하여 완력, 순발력 등 신체 능력을 측정했다.

야만족이 주먹으로 강철을 세게 내리쳤다..

쾅!

강철이 전체적으로 움푹 들어갔고, 연구자들은 즉각 옆에서 기록했다.

“주먹 강도 11”

이것은 놀라운 숫자였다. 동급 마력을 가진 사람과 비교하면, 이 야만족의 신체 능력은 인간의 13배에 달했다. 그 야만족은 연체 5성에 불과했으나 연체 9성의 인간 술사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어쩌면 그조차도 야만족의 철권을 막아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고천추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신체 능력입니다!”

악력, 각력, 배근력 등 각 부위의 데이터 결과가 모두 나왔다.

야만족의 체력과 힘은 모두 인간의 10배나 되었다.

야만족은 어떤 무공도 수련하지 않은 채 그저 만력(蠻力)만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이것은 야만족이 입신양명하기 위한 근간이 될 것이다.

“광화(狂化) 실험을 시작하세요!”

한 야만족이 폐쇄실로 보내졌다.

연구자가 약제를 주입구에 끼우자 검붉은 색 액체가 진공 압력에 의해 빠져나왔다. 이후 폐쇄실 내부가 순식간에 붉은 연무로 가득 채워졌다.

영문도 모른 채 폐쇄실에 갇히게 된 야만족은 불안감에 안절부절 못하였다.

잠시 후 엄청나게 매운 느낌이 들더니 그 기운이 순식간에 온몸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피부가 뜨거워지면서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모든 세포 안에서 방출되는 것 같았다. 머리는 순간 새하얘졌고 엄청난 고통, 분노, 흥분이 신식을 가려 버렸다.

“아아!”

야만족이 폐쇄실에서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질러댔다.

대량의 붉은 연무가 피부와 신체의 각 구멍을 통해 흡수된 후, 그의 눈에서 핏발이 서고 본래 거무스름한 피부색이 붉은 색을 띠기 시작했다. 핏줄마다 지네가 꿈틀대는 것처럼 돌출되었고, 근육에서 경렬이 일어나 비틀렸다. 이 장면은 보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쾅쾅쾅!

야만족에게서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다. 야만족이 마치 분노한 코뿔소마냥 폐쇄실 벽을 내리치자 실험실 전체가 흔들렸다. 하지만 폐쇄실은 특수 금강석으로 만든 터라 상급 마수를 안에 가두더라도 절대 나올 수 없었다.

몇 분이 지난 후 흑색 피부는 암홍색으로 변해 있었고, 야만족의 근육은 더욱 크고 단단해졌다.

쾅!

이때 금강석으로 만든 폐쇄실 문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놀랍게도 금강석 문짝에 몇 줄기 균열이 생겼다.

그 야만족은 이미 이성을 잃었고, 분노만 남은 그의 모습은 살상 무기와 다를 게 없었다. 온몸에서는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고 계속 포효와 괴성을 질러댔다. 그들은 보이는 물건 모두를 가루로 만들겠다는 듯 계속 폐쇄실 문을 치고 부딪쳤다.

야만족 전사들은 놀라움과 두려움을 감출 수 없었다.

‘기적상회 사람들이 대체 무엇을 하려고 한단 말인가?’

이런 폭발 상태는 오래 가지 않았고, 야만족은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이것은 전에 수련한 광전결 덕분이며, 이것이 그들의 광기와 살육에 대한 욕망을 억제시킨 것이다. 야만족의 호흡과 심장박동이 점차 안정을 찾아갔지만 온몸은 여전히 위험한 기운들로 가득했다. 마치 무서운 흉수처럼.

붉은 연무가 점차 사라지면서 모두 흡수되었다.

천제현이 고천추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열어주세요!”

“위험한 건 아니겠죠?!”

“걱정하지 마세요. 별일 없을 겁니다.”

고천추는 그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비록 광화되어 실력이 10배 이상 폭발했지만 혼성 9성 정점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야만족 전사들이 폐쇄실에서 걸어 나왔다.

천제현이 물었다.

“느낌이 어떤가?”

“ 잘 모르겠습니다…….”

야만족 전사 하나가 넋이 나간 듯 말했다.

“저는, 제 힘이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천제현이 바로 손짓했다.

“완력 실험!”

연구자는 주먹 과녁을 밀고 나와 야만족의 힘을 측정했다.

쾅!

야만족의 주먹이 금속 과녁에 묵직하게 내리꽂혔다. 엄청난 굉음이 귓가에 울렸고, 금속 과녁은 바로 깨져 버렸다.

“주먹 강도 100 돌파!”

좌중은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그 주먹을 혼성 1성 술사가 맞으면 바로 아스러질 것이다.

천제현은 나머지 전사에게도 다양한 실험을 했다. 신체 역량, 체질 강인성, 인내력, 순발력, 전부 최정점까지 상승했다.

야만족은 고통에 대한 민감도가 크게 줄었고, 의지력은 크게 향상되었으며, 신체 회복력도 몇 배는 더 높아졌다.

‘이것이 광화를 겪은 후의 효과란 말인가.’

기적상회 연구자들은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천제현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제가 원하는 광전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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