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432화 (428/729)

# 432

제432장 야만족 자치구

공화련의 추측이 맞았다.

야만족이 맞닥뜨린 재앙은 바로 천제현이었다.

그것도 그가 직접 연출한 자작극.

사실 천제현은 남주에 온 후, 이 특별한 세력을 몰래 주시하고 있었다. 이는 야만족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만족은 체력이 약한 인간과는 다르게 태생적으로 기골이 장대하고 단단했지만 대부분이 무공 수련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체내에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평범한 성인 기준의 10배에 달했고, 표범족 및 늑대족 마수령의 5배, 호랑이족과 곰족 마수령의 2배 정도 더 강했다.

야만족은 만력(蠻力)이라는 가공할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별다른 수련을 하지 않고도 남하군 정예병과 필적할 정도의 수준을 가질 수 있었다.

바로 이 점이 야만족이 남주를 오랫동안 불법 점거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사방후는 저들을 완전히 몰아내기는커녕 오히려 여러 차례 야만족에게 당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수세적인 입장을 취해야 했다.

남주에서 생활하는 야만족 100만 명은 천제현에게 시한폭탄 또는 금광이 될 수 있었다.

천제현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자원, 재료? 재력, 명성? 아니다. 그에게 지금 가장 부족한 것은 바로 전사였다.

이 야만족은 전사의 기질을 타고 태어났으므로 약간의 교육과 교정만 거친다면 강력한 군대로 거듭할 수 있을 것이다.

천제현도 처음부터 이런 방법을 쓰고자 한 게 아니었다. 다만 천천히 그들을 끌어 모아 귀순하도록 설득고자 했다. 그런데 최근에 보고를 듣기론 야만족들이 식량을 비축하고 있다는 게 아닌가? 남주를 떠나려는 조짐을 보인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야만족은 일단 남주에서 철수하면 남쪽 주변 숲 속에 들어갈 게 분명했다. 이는 천제현이 영향을 발휘하기가 힘든 곳이라 향후 기적상회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공산이 컸다.

어쨌든 100만 명 규모의 야만족 세력이었다. 그들이 탁 트인 곳으로 도망간다면 서로 힘을 규합하지 않는 이상 천제현이 걱정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숲 속 깊은 곳에 숨어 재기의 기회를 노린다면, 천제현에게 미칠 피해는 남주에서 폭동을 일으킬 때보다 10배 이상일 것이다.

남부지역은 천제현이 반드시 거처야 할 관문이었다. 이 관문을 100만 명의 무뢰한이 무단으로 점거하고 폭동이라도 일으킨다면, 그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그런 일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돼!’

따라서 천제현은 저들의 터전을 파괴하고 어렵사리 비축한 물자도 가루로 만들어 도망갈 의지까지 꺾어 버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인질 구출을 빌미로 남궁혜를 파견하여 기적상회의 힘을 보여주게 한 것이다. 아울러 천제현은 이 야만족의 마음속에 자신과 기적상회에 대한 공포심만 심어주면 되었기에 야만족의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라고 명했다.

야만족은 감히 기적상회에 저항할 마음이 없었고, 물자까지 파괴된 마당에 도망갈 여지도 없어졌다. 게다가 자신들이 저지른 짓이 아닐 경우, 기적상회에 항복하면, 자비를 베풀어 살길을 터줄 지도 몰랐다.

천제현은 동방호연에게 말했다.

“투항하러 온 야만족들을 골짜기 안에 모아 주십시오. 10만 기병을 그 주위로 배치시키고요. 어느 누구도 달아날 수 없게 포위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동방호연이 즉각 말을 타고 사라졌다.

***

청장년층 야만족 20만 명은 골짜기 안으로 내몰렸다. 그들은 고지에 주둔한 남하국 10만 기병을 보자 두려움을 느꼈다. 막강한 실력을 갖춘 이 남하국 질풍기병은 야만족이 폭동을 일으키는 순간 바로 고지에서 돌격해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야만족으로서는 끝장난 거나 다름이 없다.

이곳에 있는 야만족들도 무서웠지만, 마을에 남은 야만족들은 더 겁이 났다.

청장년들은 모두 잡혀 갔고, 마을에 남이 있는 야만족이라고는 아예 저항 능력이 없는 노인과 약자, 아녀자와 어린아이뿐이었다. 거기다 마을도 모두 무너졌으니 폐허 속에 잔류한 그들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었다.

야만족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아우성을 쳤다.

“진국군을 뵙고 싶습니다!”

쾅!

마력대포가 발포를 시작했다.

야만족 눈앞에서 엄청난 마력이 작은 산 하나를 완전히 궤멸시켰다.

야만족들은 말문이 막힌 채 넋을 잃고 바라만 보았다.

‘기적상회에 더 무서운 무기가 있었다니!’

‘저것이 사람이 밀집한 지역에 떨어진다면 사상자는 수백 명에 달할 것이다!’

“모두 조용히 하시오!”

동방호연이 번쩍이는 갑옷을 입고 질풍청구를 탄 채 골짜기 밑으로 내달렸다. 대장군의 늠름한 자태와 호방한 얼굴에서는 아무런 표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진국군은 야만족 습격 사건을 조사하고 계신다. 이 일은 너희 모두에게 혐의가 있으니 얌전이 여기 있는 게 좋을 것이야! 사건이 마무리되는 대로 진국군이 너희를 처리할 것이다!”

“억울합니다! 억울해요!”

“이건 분명 검은 코뿔소 부조의 짓일 겁니다!”

“뭐라고! 우리 검은 코뿔소 부족은 지난 보름 동안 강도짓을 한 적이 없어!”

“이건 분명 강철 소 부족이 모의한 걸 거예요. 저들이 며칠 전 부대를 이끌고 가는 걸 봤습니다!”

“빌어먹을! 중상모략하지 마라! 우린 그저 사냥하러 나갔을 뿐이야!.

“…….”

야만족들은 너도 나도 서로를 헐뜯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게 천제현의 작품이란 걸 저들 머리로는 절대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니 오히려 피해자는 저들이었다.

야만족도 기적상회가 일부러 이런 일을 벌였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적상회의 능력으로 야만족을 무너뜨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 하러 이런 수고스러운 짓을 하겠는가.

야만족들은 서로 비난하고 으르렁대다가 급기야 일어나 싸우기 시작했다. 모두 골짜기 안에 둘러싸여 서로 엉겨 붙은 바람에 금방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르는 등 난장판이 되었다.

탕탕탕!

작은 산 몇 개가 또 무너졌다.

동방호연은 확성기를 들고 소리쳤다.

“누가 감히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주동자는 즉각 사살될 것이다!”

야만족들은 바로 고분고분해졌다.

“저희 모두 투항하겠습니다!”

“진국군 대인, 제발 살려주십시오!”

“…….”

천제현은 고지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기골이 장대한 야만족 한 명 한 명을 꼼꼼히 살펴보더니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만 훈련시키면, 훌륭한 전사가 되겠군. 정말 하늘이 날 돕는구나!’

“이렇게 보니까 불쌍해.”

공서련이 저 아래서 두려움과 배고픔에 떨며 계속 억울함을 호소하는 야만족을 보니 측음지심이 일었다.

“이제 목적을 이루었잖아. 저들이 순순히 투항한 이상 풀어주자!”

천제현이 고개를 흔들었다.

“야만족은 성질이 난폭하고 거친 데다 교양도 없어 전체적으로 믿을 만한 족속들이 못 돼요. 저런 놈들을 상대하려면 본때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 낫죠. 저들이 지칠 때까지 더 기다려야 해요. 저놈들 좀 보세요. 하나같이 힘이 넘치고 용맹하죠. 말로는 항복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풀어주기만 하면, 오늘 밤쯤이면 이미 저 멀리 도망가 있을 거예요.”

“그럼 어쩌지?”

“우선 1주일은 지나야 해요. 저들이 배고파서 손가락 들 힘도 없을 정도로요!”

공서련은 이런 방법이 다소 잔인하게 느껴졌다.

“저들이 배고파서 들고 일어나면 어쩌려고?”

천제현은 방실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놈들은 약자한테 강하고 강자한테 약한 부류에요. 저들한테 절대적인 힘을 보여주면, 절대 경거망동하진 못할 거예요. 게다가 저도 죽이라고 말하지 않았잖아요. 저들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만 보여주면, 분명 기다릴 거예요.”

공서련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바보 같은 야만족 같으니, 내가 너흴 도와주기 싫은 게 아니야. 그러게, 누가 천제현 눈에 띄래? 그냥 재수없다 쳐!’

그는 말하면 그대로 하는 성격이었다.

천제현은 정말 야만족들은 7일 동안 가둬두었다. 음식도 물도 주지 않았기에 저들은 그저 풀뿌리나 빗물, 이슬 정도만 먹고 마실 수 있었다.

지난 7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야만족은 온몸에 힘이 빠져 축 늘어져 있었고, 이 모습은 마치 피난민들을 모아둔 것 같았다.

야만족의 몸이 의식과 함께 무너지려는 순간 기병들이 하나둘 철수하기 시작했다.

동방호연은 커다란 말을 타고 큰소리로 선포했다.

“좋은 소식을 알려주겠다. 이번에 기적상회를 습격한 강도들을 모조리 잡아들였다!”

야만족들은 순간 정신이 번뜩 들었다.

드디어 잡은 거야?

“그 강도들은 남주 사람이 아닌 남부지역에 있는 숲에서 왔다고 한다. 인질도 무사히 구출했고, 이번 사건은 너희와 관련이 없다는 게 증명되어 진국군이 너희를 놓아주라 명하셨다!”

야만족들은 뛸 듯 기뻤다.

‘드디어 끝났구나!’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기병들이 전부 철수하고, 남하국 군대도 철수할 채비를 하는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건 한껏 의기소침해진 야만족뿐이다.

“잠깐!”

몇몇 족장이 황급히 쫓아왔다.

“무슨 일인가?”

“장군님, 저희 마을이 모두 무너지고 먹을 것도 없습니다.”

족장들은 모두 비통한 얼굴을 하고 말을 이어갔다.

“다들 배고파서 한 발 내딛을 힘조차 없어요.”

동방호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너희 오랑캐 놈들의 생사가 남하국과 무슨 상관이 있지? 너희가 평소 악행을 일삼았다는 건 내 익히 알고 있다. 진국군께서 이번에 너희를 살려준 것만 해도 큰 은혜를 베푼 것이다.”

야만족들이 너도나도 애원하기 시작했다.

“저희는 이미 진국군께 항복하였습니다. 제발 저희에게 살길을 좀 터주십시오!”

“그건 내 소관이 아니다!”

동방호연이 말했다.

“하지만 돌아가서 진국군께 말씀드려보지!”

“감사합니다! 장군님!”

동방호연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골짜기로 돌아왔다. 야만족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다들 움직일 힘이 없어서일 것이다.

“군서를 발표하겠다!”

동방호연이 두루마리 하나를 높이 들었다.

야만족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진국군의 군서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동방호연은 큰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이번 일로 야만족이 입은 손해가 극심하지만, 동정할 가치도 없는 무리들이다. 평소에 살인과 약탈을 일삼고 아무 거리낌 없이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느냐? 허나 하늘은 늘 자비를 베푸는 법! 그러니 나도 대의를 생각하여 너희에게 살길을 주겠노라. 남주의 치안과 남하국의 번영을 위해 기적상회는 자금을 투입해 50년 전에 인간이 버린 옛 성을 재건토록 하겠다. 이 도시를 중심으로 300리 안까지 야만족이 거주하고, 이곳을 야만족 자치구로 지정하겠다. 야만족이 다시 악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기적상회는 거액을 들여 구조 식량을 보급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충분한 식량을 보장해 더는 야만족에서 아사자가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자치구 범위 내 산업을 육성하고 대량의 공장을 지어 야만족에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일을 주도록 하겠다.

동방호연이 군서를 다 읽고 나자 야만족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진국군이 야만족을 위해 도시를 재건하겠다고?’

‘이 얼마나 대단히 기량과 기백인가!’

야만족과 인간은 서로 반목했기에 공동생활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따라서 진국군은 야만족 자치구 건설을 구상한 것이다. 먼저 식량을 보급하고 그 후에 야만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더는 강도짓을 벌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야만족은 이 같은 조치에 황송하기 이를 데 없었으나, 그들 스스로 이런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마을은 이미 없어졌고, 현재 상황으로도 남주에서 철수할 여건이 안 되었기 때문에 야만족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족장들은 부족민들을 데리고 야만족 자치구를 둘러보기로 했다.

천제현이 계획한 야만족 자치구에 당도하자, 입이 딱 벌어지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 옛 도시는 많이 낡긴 했지만, 규모가 매우 컸다. 성벽과 집들은 모두 깔끔히 수리되었고, 수많은 임시 천막들이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마수차들이 줄지어 옛 성으로 들어왔다.

마수차는 과일과 술, 고기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배고픔에 정신이 혼미해진 야만족들은 맛있는 고기와 향긋한 술 냄새를 맡자 염려하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들은 바로 진국군의 제의를 받아들였고, 진국군에게 충성을 다하기로 맹세했다. 그들은 곧바로 새로운 터전으로 들어갔다.

‘천제현은 통이 크고 대범한 인물이군!’

기적상회는 이미 이곳에 대규모 식량을 운반해 놓은 상태라 한동안 이 야만인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심리적 불안감과 동요, 의구심을 가진 야만인들도 있었으나 먼저 온 야만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참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자치구로 지정하여 야만족이 직접 관리토록 했기에 인간의 간섭을 받을 필요도 없고 배불리 먹을 수 있으며, 좋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누가 이를 마다하겠는가.

이 황량했던 도시가 번화하기 시작했다. 야만족 자치구의 인구는 계속 늘어났고, 야만족 대부분은 이곳을 선택했다.

이는 강압에 의해 항복하는 것과는 다르게 야만족의 자발적인 항복이 되었다.

천제현은 사태가 조금씩 진정되는 것을 본 후 야만족 자치구에 간단한 법령을 반포했다. 뒤이어 기병을 동원하여 야만족에 대하여 군사 관리를 실시해 완전히 그들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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