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0
제430장 야만족 섬멸 작전
공화련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천제현을 찾아가 자료들을 탁자에 놓았다.
“공간 실험실의 진행 상황은 이제 거의 핵심 단계에 다다랐어. 도와주지 않는 건 그렇다 쳐. 그런데 도대체 지금 무슨 해괴한 걸 만들고 있는 거야? 내게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천제현은 태연자약하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혼돈의 숲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갑작스런 질문에 공화련은 당황했다. 지금 상회에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였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뭘까. 어느 것을 꼽아야 할지 그녀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공화련이 오히려 되물었다.
“네 생각은…….”
“우린 자체적으로 강력한 기량을 갖춘 부대가 없어요! 사실 기적상회의 과학기술은 지금 시대보다 훨씬 앞서 있고요.”
천제현이 여기까지 말하고는 뜸을 들였다.
“하지만 현재 기적상회에는 이에 합당한 병력이 없어요. 과거의 남하국에서는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 혼돈의 숲과 같은 곳에 가면 이 문제가 우리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거에요.”
공화련이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한테는 마력무기가 있잖아?”
“마력무기 역시 사람이 다루는 거죠.”
천제현이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 병력을 구축하려고요! 기적상회 산하 황천용병단 규모는 3만에 달해요. 사실 황천용병단을 만든 취지는 오로지 각지에 분포된 기적상회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죠. 기적상회의 매장이 워낙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으니, 각각 일정한 규모의 병력이 필요할 테고요. 용병단 일부를 분산하면 남은 병사는 얼마 되지 않을 거예요. 상어해적단이 비록 10만 명이나 되지만 정예부대는 1~2만에 불과해 기적상회를 충분히 보호하지는 못할 거예요.”
“그럼 우리에게 있는 남하기병 20만 명은? 남하국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군대이니 역량은 충분하고. 우리 기적상회 소속이잖아!”
“쯧쯧. 뭘 모르는 소리를 하시는군요. 기병은 혼돈의 숲에서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어요. 차라리 다른 곳에서 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에요.”
혼돈의 숲은 남하국과는 다르게 체계나 법이 잡혀 있지 않는 무법지대이다. 그러니 충분한 병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화물을 가득 싣고 혼돈의 숲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상회가 운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물건을 다 빼앗기고 말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
이때 천제현의 통신기가 울렸다. 공화련은 깜짝 놀랐다. 천제현의 통신기 번호는 핵심 구성원만 알고 있다. 큰일이 아니면 그에게 전화할 리가 없다. 게다가 천제현이 게으르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보통 공화련을 찾았다.
남궁혜의 다급한 목소리가 통신기 너머로 들렸다.
“천제현! 큰일났어! 강도의 습격을 받았어! 놈들이 물건을 다 훔쳐갔어!”
어떤 강도이기에 감히 기적상회의 물건을 훔친 것일까.
현재로서는 남하왕조차 기적상회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게다가 현재 천제현은 막강한 군대도 거느리고 있어 남하국 최고의 권력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기적상회를 건드리면 자멸의 길로 가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천제현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공화련이 다급하게 물었다.
“남궁 언니, 뭐라고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나도 잘 모르겠어. 어쨌든 산에서 야만인들이 우르르 뛰어나오더니 우리 기술자 부대를 습격했지 뭐야!”
남궁혜의 말이 더 빨라졌다.
“야만인 전체를 통솔하는 사람 몇몇이 엄청난 고수야. 지금 운요 언니랑 채향 언니 모두 납치됐어. 채향 언니가 납치되기 전에 통신기로 나한테 연락했고. 피해가 큰 가봐. 빨리 구하러 가야 해!”
남주는 여덟 개 주 가운데 가장 원시적이고 개척되지 않는 지역에 속했다. 야만족 대부분은 남쪽에서 이주해 왔으며, 광폭하고 사나워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게다가 교화되기를 거부하며 하루가 멀다고 도시와 부대를 노략질했다.
사방후는 남주를 관리할 때 야만족에 대하여 흡수와 대항 전략을 썼다. 즉, 야만족을 군대에 입대시켜 자신의 병력을 강화시키는 한편, 남주부대를 동원하여 야만인을 토벌했다.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나름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기적상회가 남주에 들어온 직후, 공화련은 이미 현지에 대한 조사를 끝냈다. 야만족은 위험하긴 하지만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놈들이 이토록 무모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야만족과 같은 악당들은 뿌리째 뽑지 않으면 남주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거야.”
공화련이 일어났다.
“혼돈의 숲에서 써먹지 못한다면 이럴 때라도 써야지! 질풍기병 20만을 동원해서 이번 기회에 야만족을 일망타진하자!”
20만 질풍기병은 견융족과 교전을 벌인 막강한 군대로, 남하국이 엄청난 자원을 투입하고 심혈을 기울여 육성한 군대였다.
이에 비하면 야만인은 하위계층의 토착민에다, 각 부족 인구는 몇 천에 불과해 질풍기병을 결코 당해낼 수가 없을 것이다.
“젠장, 날 무시해도 유분수지!”
천제현이 분개하며 탁자를 내리쳤다.
“남궁 아가씨, 먼저 그리핀 기사단 500명을 데리고 가세요. 집집마다 조사해 주시고요. 우리 기적상회의 물건에 손댄 간 큰 야만족을 알아내야겠어요. 저도 군대를 동원해서 바로 출발할게요. 이 야만족들을 혼내주지 않으면 이곳의 주인이 누군지 모를 거예요!”
“알았어!”
남궁혜가 신속하게 통신을 끊었다.
천제현이 분을 삭이면서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이때 두 아가씨가 이상야릇한 눈빛으로 천제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천제현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두 아가씨의 눈빛을 보나 뜨끔했다.
“뭐예요, 그 눈빛은? 왜 그런 눈으로 절 보는 거죠? 누가 우리 물건에 손댔다는데, 걱정되지 않으세요?”
두 아가씨가 냉소를 날렸다.
“정말인 줄 알았네. 하마터면 진짜 속을 뻔 했다니까!”
천제현은 놀라는 척하며 물었다.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누가 감히 기적상회의 물건을 건드리겠어. 모두 네가 꾸민 일이지?”
“증거 있어요? 제가 얼마나 착하고 정직한 사람인데요. 뭐가 제가 꾸민 일이라는 거죠?”
공화련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기적상회가 정말 도둑맞았다면, 네가 펄쩍펄쩍 뛸 텐데, 이번에는 되게 침착하네. 심지어 여기서 나랑 한담이나 하고 있고. 그리고 남궁 언니더러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찾으라고? 찾긴 뭘 찾아? 누군가 진짜 잡혀 있다면, 남궁 언니가 찾았을 때 죄다 저승길에 올랐을걸. 그리고 새끼 여우의 신비한 눈은 장식품이니? 그것도 간파하지 못하게?”
과연 공화련의 눈은 속일 수가 없었다.
천제현의 새끼 여우는 장식품이 아니었다. 여우의 신비한 눈은 정찰무기라고 할 만큼 신통했다. 대략적인 범위만 알려주면 새끼 여우는 이 간덩이가 부은 강도 녀석쯤은 손쉽게 찾아낼 것이다.
남궁혜가 그리핀 기사단을 끌고 사람들을 구출하러 간다는 것도 그렇다. 뭐 하러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하겠는가.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 밖에 없다.
모두 천제현이 꾸민 짓이다.
천제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역시 아가씨들은 아름다운 데다 지혜롭기까지 하네요. 속이지를 못하겠네요!”
“우릴 속일 수 없는 게 아니라 네가 연기를 너무 못하는 거야!”
“음, 이번 기회에 남주 전체에 실력을 보여주려구요. 야만족과 남주 귀족들이 똑똑히 볼 수 있게 말이에요. 이 구역의 진정한 우두머리가 누군지!”
기적상회는 이 소식을 일부러 각지에 뿌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야만족이 기적상회를 약탈하고 핵심 인원 2명까지 납치했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성 전체로 퍼질 것이다.
이런 사건은 떠들썩해야 모두가 알 게 되는 법이다.
3시간쯤 지난 후 20만 대군이 대열을 갖추고 섰다. 부대마다 1만 명으로 총 20개 대오를 갖췄다. 천제현은 직접 이 대군을 거느리고 야만족이 밀집한 지역으로 쳐들어갔다.
공화련은 남주 제후의 신분으로 남주군 10만 명을 집결시켰고, 곧바로 질풍기병 부대가 출발했다. 야만족 강도의 습격을 받았다는 이유로 기적상회가 수십 만 명 규모의 정예부대를 동원한 것이다.
남주에서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남주 귀족들은 무슨 재미있는 일이 터졌나 하고 구경하러 왔다가, 기적상회의 가공할 힘을 보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앞으로 기적상회와 다툼이라도 있는 날에는 바로 가루가 될 게 분명해 보였다.
수십 만 대군이 위풍당당한 기세로 쳐들어갔고, 이제 야만족들도 모를 수 없었다.
모든 야만족이 들고 일어섰고, 각 부족의 지도자도 아연실색한 채 군사들을 모았다.
‘대체 어떤 빌어먹을 녀석이 기적상회 같은 거물을 건드린 거야!’
야만족들은 기적상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현재 야만족들은 기적상회에서 나온 전등을 사용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할 정도로 기적상회의 영향력은 컸다. 기적상회의 힘을 잘 아는 그들이 아무 이유 없이 이런 막강한 세력을 건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남하국 최고의 부대인 질풍기병 아닌가!”
“어서 족장님께 보고하라! 수십만에 달하는 인간족 기병군단이 쳐들어온다, 어서 도망가자!”
“빌어먹을! 대체 어떤 부족이 이런 거야?! 개념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놈들을 빨리 색출해서 저놈들한테 넘겨주자고!”
“늦었어요! 인간족 군대가 이미 우리를 포위했어요. 이걸 구실로 우리 야만족을 일망타진하려는 게 아닐까요?”
야만족은 하나같이 다 혼비백산하며 허둥댔다.
이는 야만족들에게 엄청난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천제현의 군대가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내자 야만족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들은 기껏해야 사방후에게만 까불어 댔을 뿐, 이처럼 엄청난 군대를 가진 진국군을 건드릴 용기는 없었다.
북방의 견융족 인구는 대략 수천 만 명, 많을 때는 1억 명에 가까웠지만, 남주의 야만족은 백만 명도 채 되지 않았다. 거기다 크고 작은 부족이 수십 개로 나뉘었으니, 견융족을 물리친 진국군에게 야만족 따위가 무슨 위협이 되겠는가.
야만족 전사가 아무리 힘이 세고 피부가 두껍고 단단하다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60만 규모의 견융족 주력군도 천제현 앞에서 전부 목이 날아간 판국에.
사실 야만족은 진국군의 화를 돋워 부족이 멸망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천제현이 남주로 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후,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남주에서 철수하기 위한 식량 준비에도 박차를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