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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422화 (418/729)

# 422

제422장 무차별 폭격

날쌔고 용감한 상어해적단 3천 명의 정예병들이 팔을 걷어붙인 채 섬 위에 서 있었다. 그들의 등에는 커다란 가방이 하나씩 매여 있었는데, 가방 바깥쪽으로 세숫대야 크기의 둥글둥글한 윤곽이 드러나 보였다. 기적상회가 심혈을 기울여 연구 개발한 수중폭탄이었다.

오방주는 심각한 얼굴로 앞쪽에서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중앙에서 물고기뼈 지팡이를 짚고 서 있던 대방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수하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우리 상어해적단은 기적상회와 손을 잡은 이래 두 달 만에 놀라운 발전을 거뒀다. 대량의 자원을 공급받아 해적단 전체의 실력이 급속도로 성장했고, 이제 남하국 제일 방파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 남하국이 풍전등화의 상황에 처해 있다. 기적상회도 그에 연루되어 궁지에 몰렸으니, 이제 우리가 힘을 실어줄 때다!”

그 말에 수하들은 이구동성으로 함성을 질렀다.

“이 한 목숨, 언제든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들 모두가 기적상회와의 협력으로 인한 수혜자였다. 그들은 기적상회의 놀라운 잠재력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계속 기적상회와 함께 갈 수만 있다면 그들의 앞날은 눈부시리라.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는다.’

현재 남하국은 존망의 위기에 놓여 있다. 남하국이 무너진다면 기적상회가 어떻게 혼자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기적상회가 무너진다면 상어해적단은 또 어떻게 살아남겠는가. 그러므로 대융국은 그들 모두의 적이었다.

상어해적단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싸움은 피할 수 없다.

“방주님, 대융국 군대가 2백 리 안쪽으로 접근했습니다!”

“알았다, 행동을 개시해라!”

오대 방주는 직접 3천 정예병을 이끌고 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민첩하기 그지없는 물고기처럼 백여 장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상어해적단은 사주호의 수중환경에 대해 제 손금 보듯 훤하게 꿰뚫고 있었다. 이 주변 수역은 적과의 전투를 위해 그들이 특별히 엄선한 곳이었다.

이 근방은 수심이 몇백 장이나 될 정도로 아주 깊었고, 수중 환경도 매우 복잡해서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지라 방어에 매우 유리했다. 대융국 고수들이 아무리 심안을 사용한다 해도 물속에 잠수해 있는 상어해적단 병사들은 발견하진 못하리라.

상어해적단의 해적들은 특수한 혈통을 지닌 술사들이었다. 일반 술사였다면 제 아무리 진령급의 고수라 해도 몇 시간 동안 물속에서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어해적단의 모든 행동이 깊은 물속에서 이뤄지므로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길 일은 없었다.

천천히 어스름이 드리웠다.

사주호의 물결은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했다.

3천 명의 상어해적단 정예병들은 깊은 호수 바닥을 걸어 대융국의 함대까지 이동했다. 항로의 절반도 오지 않은 대융국 군사들은 아직 흩어지지 않고 한 덩어리로 전진 중이었다.

남하국은 대융국의 상황을 알고, 대융국도 남하국의 상황을 안다. 남하국 함대가 이제 막 출발했다고 하니 한동안은 부딪힐 일이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너무 일찍 병력을 분산시켜 봤자 자신들의 속내와 항로만 드러낼 뿐이었다.

호수 바닥에 잠수해 있던 대장로는 수면으로 올라와 고요하고 어두운 호수 저 멀리 수많은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레 겁을 집어먹을 정도로 엄청난 숫자였다.

“가자!”

하나 둘씩 수면 위로 올라온 해적들은 뿔뿔이 흩어져 적군의 함선 바닥 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등에 맨 가방에서 원반 형태의 거대한 폭탄을 꺼냈다. 그 폭탄의 끄트머리에는 못이 하나씩 달려 있어 배 바닥에 구멍을 낸 후 갈고리로 고정시킬 수 있었다.

그들은 최장 30여장에 달하는 대형함선 하나당 최소 4개씩 폭탄을 설치했고, 그보다 조금 작은 함선에는 2개, 중형 함선에는 중앙에 한 개씩을 설치했다. 소형 함선에는 남는 폭탄들을 달아 놓았다.

해적들은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임무를 완수하고 시한폭탄 기능을 작동시켰다. 그러고는 잽싸게 해당 수역을 벗어났다. 그 모든 과정이 귀신도 모르게 이뤄졌다.

대융국 군대는 기세등등하게 전진하고 있었으나 그들의 발 아래 파괴의 씨앗이 심어진 건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여명이 내릴 때쯤 대융군의 거대 군함들은 비단처럼 호수 표면에 내려앉은 안개를 뚫고 위풍당당하게 중주를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송곳니 왕의 무시무시한 깃발이 함선 위에서 펄럭거렸다. 셀 수 없이 많은 선박들은 언뜻 보기에 한 마리의 거대하고 흉포한 괴물 같았다.

그들의 숫자는 천제현이 이끄는 병력의 3배 이상, 군함의 숫자는 4배 이상이었다. 창주와 왕역의 선박들은 대부분 무안군이 불태웠기 때문에 대다수의 함선들은 노주에서 조달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배들은 당연히 약탈한 것이었다. 그로 인해 대융국 함대는 매우 난잡했다. 함대를 구성하는 배들 중 상당수가 상선이나 용병선이었고, 심지어 대형어선도 있었다. 때문에 선박 수가 많다고는 하나 그 많은 군사들을 다 태우기는 어려운 실정이었고, 그래서 대부분의 배에는 시장통처럼 많은 인원이 타 있었다. 그건 흘수선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왕천룡과 남궁령은 무장을 하고 갑판 위에 서 있었다.

그 옆에는 등에 쌍도를 매고 온몸에 검은 붕대를 감은 견융족 족장이 싸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는 음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대략 반 정도 온 것 같소. 남하국 군대도 이미 출항하여 이곳을 향해 오고 있다 하니 송곳니 왕의 명령대로 병력을 분산시키는 게 좋겠소.”

그 견융족 족장은 이 함대의 유일한 진령급 고수였다.

왕천룡과 남궁령은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군 통수권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전부 송곳니 왕의 지시대로 움직일 뿐이었고 이 진령 경지의 견융족 족장은 둘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 둘이 수상한 행동을 할 경우 즉결 처분할 권한까지 지닌 자였다.

그걸 알고 있는 왕천룡과 남궁령은 매우 불쾌했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남하의 사람인 그들로서는 견융족에게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즉시 명을 전하라!”

왕천룡은 각 함대에 명령했다.

“5대 군단은 각기 다른 항로로 갈라져 전속력으로 중주성에 오른다!”

그러나 그의 명령이 채 전달되기도 전에 폭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콰과광!

대융군 왼쪽에 있단 함선 하나가 폭발하며 불길이 하늘을 뚫고 치솟아 올랐다.

이를 기점으로 같은 함선에 연달아 몇 번의 폭발이 일어났다. 화력이 어찌나 강한지 화산이라도 폭발한 것 같았다.

무시무시한 불기둥이 함선 바닥을 관통하여 군함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었고, 얼마 안 가 군함은 둘로 갈라졌다. 불기둥의 높이는 멀리서 봐도 10장은 족히 넘는 것 같았다.

배 안에 타고 있던 마수령들은 달궈진 솥뚜껑에 뿌려진 콩처럼 배 밖으로 튕겨져 나갔고 배가 부서지면서 수많은 파편들이 주위로 흩어져 거대한 파도를 만들었다. 그 통에 소형상선들이 뒤집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왕천룡 일행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습이다, 기습이야!”

적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기습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대체 언제 왔다 갔단 말인가.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콰과과광!

사주호의 수면에 믿기 힘든 대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불기둥이 밤하늘을 꿰뚫고 솟아오르자 대융군 함대는 삽시간에 사분오열되었고, 대부분의 군함은 심각하게 파괴되었다.

그 난리통에 십만 명도 넘는 병사들이 물속으로 떨어졌다. 폭발 때문에 호수의 물이 증발하면서 고온의 안개가 상공을 뒤덮었다.

이와 더불어 근방 수역 전체에 폭발과 함선 침몰로 인한 거센 파도가 일었고, 호수 표면은 끓어오를 지경이 되었다.

이윽고 방금 전까지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하던 호수 표면에 인위적인 해일이 일기 시작했다.

폭발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총 1~2천 번의 맹렬한 폭발이 함대를 휩쓸었다. 그 폭탄 하나하나는 전부 기적상회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것으로, 수정의 눈물을 대량 사용해 순간적인 폭발 효과를 내는 것들이었다.

그로 인해 어마어마한 고온과 충격파를 발생시켰다. 아무 대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엄청난 공격을 당한 견융족 마수령들의 사상자 수는 확인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림잡아도 최소 10만 명의 마수령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눈 깜짝할 새에 함대가 토붕와해된 셈이다.

난리통에 물속으로 떨어진 왕천룡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은 호수의 물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다는 것이었다.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마력이 폭발하면서 수역 전체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 열기로 인해 수증기가 하늘까지 치솟으며 반경 수십 리를 뒤덮은 상태였다.

끓는 물속으로 떨어진 마수령들은 버둥거리며 비명을 질렀고, 시체들이 끓는 물에 익고 훼손되면서 역겨운 살 냄새가 주변을 뒤덮었다.

제대로 앞을 분간하기도 힘든 실정이었다. 함대가 이미 무너진 상황에서 어떤 명령을 내려 봤자 공허한 외침일 뿐이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어째서 함선이 갑자기 폭발한 거야!”

왕천룡은 눈앞에서 벌어진 참상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천하를 휩쓸 수 있을 것처럼 위풍당당하던 대군의 함대가 순식간에 끓는 물에 빠진 병아리 신세로 전락하다니.

게다가 아군의 군함은 멀쩡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괴되었는데 남하국 군대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왕천룡은 분노로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

대융군은 기적상회의 습격이 이렇게 빨리 이뤄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들이 주의를 기울인 건 중주항의 상황뿐이었으니까. 이 점을 이용한 천제현은 상어해적단 정예병들을 먼저 움직인 것이다.

상어해적단 본부는 사주호의 한가운데 있어 한발 빨리 행동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생각지도 못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견융족 함대가 지옥이 되어 버린 호수 수면에서 울부짖고 있을 때.

멀리서 불길을 바라보던 천제현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함대를 연환진으로 배치하라!”

그의 지시가 떨어지자 2백 척의 함선이 2열로 늘어섰다. 1열의 함선들은 가로로 뱃머리를 돌린 채 넓게 늘어섰으며, 갑판 위에는 손에 활 또는 총을 든 사수들이 빽빽하게 배치되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전방을 조준하고 있었다. 일부의 함선 위에는 노포와 발사기가 실려 있었다.

2열의 함선들은 돌격 진형으로 뱃머리를 전방으로 향한 채 1열의 함선들 사이사이에 배치되었다. 명령만 떨어지면 바로 돌격할 태세를 갖춘 채.

철컹철컹!

이윽고 거대한 강철 쇠사슬이 선박들을 하나로 연결했다. 모든 선박들이 한 덩어리가 되자 태산처럼 거대한 위용을 자랑했다. 천제현은 기함에 앉아 여유롭게 때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신풍후가 그의 눈앞에 착지했다.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어째서 전진하지 않는 것입니까? 게다가 이 연환진은 또 무엇이고요? 함대의 안정성은 커지겠지만, 활동력이 현저히 제한 받지 않겠습니까? 상대가 기습이라도 하면 대처하기 힘들 것입니다!”

“조급해하실 것 없습니다!”

천제현은 손으로 연기가 자욱한 호수 저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세요!”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본 신풍후는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

“저게 대체 무엇입니까?”

잔잔하던 호수 표면에 푸른 언덕이 나타나 있었다. 언뜻 보기엔 끝없이 이어진 산맥 같았다.

‘하지만 호수 한가운데 산맥이라니, 말도 되지 않는 소리 아닌가!’

신풍후가 말문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축축하고 더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그와 함께 가랑비가 스쳐 지나갔는데 빗물이 따뜻했다.

“이건 대체…….”

그 푸른 산맥의 윤곽이 점점 가까워졌다.

신풍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산맥이라니! 저건 해일이다! 그것도 높이가 30장도 넘을 것 같은 거대한 해일!’

“조심하세요!”

파도가 경천동지할 기세로 덮쳐왔다.

해일의 기세가 엄청나긴 했지만, 다행히 천제현이 미리 군함들을 하나로 연결해 단단히 고정한 덕에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갑판에 있던 공화련과 심빙우는 물을 흠뻑 뒤집어쓰고 말았다.

그 바람에 기적상회에서 최고의 몸매를 지닌 두 미녀의 굴곡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그들 바로 뒤에 서 있던 천제현은 제대로 눈호강을 할 수 있었다.

공화련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믿겨지지 않아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런 일이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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