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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412화 (408/729)

# 412

제412장 비비안 공주(2)

이런 상황은 공주도 처음인지라 몹시 놀랐다. 그러나 공주는 이 물건은 마력 파동이 약하여 신물 같은 게 아님을 느끼고 손을 흔들었다.

“놀라지 마. 이건 위험한 물건이 아니야.”

엘프들은 미심쩍었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상영기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엘프들은 상영기에서 나오는 영화 화면을 보더니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모두 눈앞의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감탄과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와!”

“그림이 나왔어!”

“안에서 움직이고 있어!”

“다른 세계와 연결된 것 같아. 이게 대체 어떤 마법이지?”

엘프 몇몇은 참지 못하고 화면을 어루만졌다. 손에 만져진 것은 매끄럽고 차가운 거울이었다. 거울은 마치 투명한 유리처럼 세상을 둘로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안 보이잖아!”

비비안 공주는 이 모든 것이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큰소리로 외쳤다.

“떠들지 마. 안에서 소리가 나는데 떠드니까 안 들리잖아. 말 안 들으면 안 보여줄 거야!”

엘프들이 곧바로 얌전해졌다.

모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멍하니 눈앞의 새로운 세상을 쳐다봤다!

사실 엘프들은 어린아이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나이로 따지면 평균 40~50세 정도였다. 엘프는 지능이 비교적 늦게 발달하고 수련 속도와 효율이 인간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수명이 길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아무리 느려도 보기보다 매우 강했다.

이들 중 가장 허약한 엘프도 모두 혼성 경지의 마력을 가지고 있다. 혼성 후기인 진혼 강자만도 일고여덟은 되었고, 진령 경지의 강자는 비비안 공주 외에도 한 명 더 있었다.

아이들조차도 이렇게 가공할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엘프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하다고 해도 이들은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희귀한 물건에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화면에서 음성이 천천히 울렸다. 인간족의 언어는 엘프의 언어와 완전히 달랐지만 배우는데 전혀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인간족은 현재 대륙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종족이라 엘프는 어려서부터 인간족의 언어를 필수로 배워야 했다. 이런 까닭에 상영기에서 나오는 소리를 알아듣는 게 별로 어렵지 않았다.

환영석으로 제작한 영화는 사실을 그대로 녹화한 게 아니기 때문에 화면에 나오는 장면들은 대부분 매우 과장되었다. 영화에서 사람들이 결투를 벌이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졌다. 엘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멋지다! 정말 대단해!’

나무집에는 개미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전투 화면도 그렇지만 가장 엘프들의 마음을 끄는 건 줄거리였다. 엘프는 인간보다 감성이 열 배나 발달한 지혜로운 생명체였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도 인간보다 열 배나 더 감정을 이입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공주를 만나면서 무심한 듯한 사랑을 보인다. 인간 세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엘프들은 이 모습에 답답해했다. 엘프들은 멋지고 용감한 남자 주인공 천제현과 아름답고 선량한 공주 공서련의 순결한 영혼과 고귀한 성품을 보고 단숨에 반해 버렸다.

“열 받아!”

열한두 살쯤 되어 보이는 엘프 소녀가 툴툴거렸다.

“천제현은 왜 이렇게 용기가 없어. 좋아하면 적극적으로 쫓아다녀야지!”

“맞아!”

“공서련 공주가 자신을 좋아하는 걸 모르나?”

“저 바보! 멍청이!”

“너희들이 뭘 알아?”

공주가 손을 저으며 화를 냈다.

“인간족 나라에서는 신분이 중요하다고. 저 천제현이라는 자는 떠돌이 검객일 뿐이잖아. 공서련은 신분이 고귀한 공주고. 인간족 나라에서 평범한 사람이 마음대로 공주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엘프들이 모두 생각에 잠겼다.

‘뭐야! 인간족은 정말 마음에 안 들어. 허울뿐인 신분이 뭐가 그렇게 중요해?’

엘프들은 인간의 세속적인 관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평범한 엘프들은 공주와 스스럼없이 다투고 어울렸다. 엘프왕이 하층 엘프와 함께 식사한다고 해도 엘프들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공주님 말이 맞아!”

엘프 하나가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시작했다.

“생각해 봐. 식인마가 우리 공주님과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대장로님께서 허락하시겠어?”

“말도 안 돼!”

비비안 공주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천제현 같이 멋지고 정직하며 용감한 사람을 어떻게 식인마에 비유할 수가 있어. 이건 모욕이나 마찬가지야!”

“인간들 눈에는 다 똑같은 거 아니야?”

“인간들은 정말 어이없어!”

엘프들이 떠들썩하게 수다를 떠는 가운데 줄거리가 한층 더 흥미진진해졌다. 왕국의 장군이 사욕에 눈이 멀어 주인공들의 사랑을 밀고하고 사실을 왜곡시켰다. 국왕은 곧바로 진노하여 공주를 감금하고 천제현을 잡아 죽이려고 했다.

“말도 안 돼!’”

“인간족 국왕은 너무 사악하잖아!”

“천제현이 뭐가 부족하다고 공주와의 사랑을 방해하는 거야?”

엘프들은 모두 격앙되어 두 사람이 맞이할 운명을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그런데 바로 이때 공서련 공주가 소식을 듣고 밤을 새워 도망쳤다.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모두 진땀을 흘렸다.

“너무 짜릿해!”

두 사람이 약속한 마을에 도착하여 만나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 적혈교인이 나타나 착한 공주를 납치한 것이다.

적혈교 잔당들은 무고한 사람들을 미친 듯이 도살하고 사악한 마법으로 사람들의 피를 빨아들였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엘프들은 모두 진짜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것처럼 분노로 얼굴을 붉히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세상에 저렇게 사악한 놈이 있다니!”

“이걸 어쩌면 좋아?”

“천제현과 공서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야기가 반쯤 지나면서 전개가 점점 빨라지고 내용도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여러 갈등과 복선이 하나로 연결되어 마침내 결전의 시기가 왔다.

“아!”

“안 돼!”

“죽으면 안 돼!”

주인공 천제현이 공주를 구하기 위해 깊은 늪으로 뛰어들자 엘프들은 모두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두 주인공이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도 비극으로 끝나는 거야?”

엘프들이 몹시 슬퍼하고 있을 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모두가 용사와 공주가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둘은 신분을 감추고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는 곳에서 조용하고 평온하게 여생을 보냈다. 이게 최종 결말이었다.

“바로 이거지!”

엘프들은 아프도록 손뼉을 쳤다.

최종 결말은 엘프들의 마음에 쏙 들었다.

비비안 공주도 울음을 멈추고 웃었다.

“이래야 말이 돼지. 착한 사람은 복을 받아야 해. 이 선물은 정말 근사해!”

그녀는 영화의 내용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천제현이라는 인간이 실제로 존재할까?”

“정말로 존재한다면 꼭 만나봐야겠어!”

“맞아. 저 사람은 내 우상이야!”

엘프들이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인간족 나라에 정말 천제현이라는 자가 존재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나봐야겠어!”

“비비안 공주님, 내일은 제 백 살 생일이에요.”

공주보다 별로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는 엘프가 상영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게 정말 마음에 드는데 선물로 주면 안 돼요?”

다른 엘프가 소리쳤다.

“공주님은 제 마수를 가지고 싶어 했잖아요. 이 상영기와 바꾸는 게 어때요?”

“공주님…….”

“안 바꿔! 절대 안 바꿔!”

공주가 눈을 부릅뜨며 두 팔로 상영기를 감쌌다. 마치 신성불가침한 주권을 침범당한 것처럼 화를 내는 모습이었다.

“이 상영기는 오늘부터 내가 제일 아끼는 거야. 내 허락 없이 손대면 때려줄 거야.”

“쪼잔해요!”

“그래, 나 쪼잔하다!”

“공주님과 놀지 말고 아비숑 장로님께 달라고 하자.”

엘프들은 갈망과 부러움이 담긴 눈으로 상영기를 쳐다봤다. 상영기가 한 대 더 있다면 자신이 가진 모든 보물들과 맞바꿔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아비숑 장로는 상영기를 왜 여러 대 가져오지 않고 한 대만 가져왔을까?’

공주도 영화가 왜 여러 편이 아니라 한 편밖에 없는지 의아해했다.

어린 엘프들이 아비숑의 나무집을 점령할 기세로 몰려들었다.

쳐들어오는 어린 엘프들을 보고 놀란 아비숑이 몸을 부르르 떨며 얼른 해명했다.

“이 물건은 하나밖에 없어. 정말 없다고!”

아비숑이 아무리 해명해도 소용없자 아이들에게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인간족 나라는 여기서 멀지 않으니 다음에 사다 줄게.”

이 대답이 썩 흡족하지 않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비숑 장로가 없는 것을 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비비안 공주는 엘프 중에서 유일하게 상영기를 가지게 되었다.

이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어린 엘프들이 집으로 돌아가 어른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자 성인 엘프들도 상영기를 빌리러 비비안을 찾아왔다. 비비안은 몹시 화를 냈다. 상영기는 이제 그녀가 가장 아끼는 보물이 되었으니 어떻게 함부로 빌려준단 말인가.

“상영기를 주시면 오드만 부족은 한 달 동안의 월광정수(月光井水)를 드리겠습니다!”

“저희 나뭇잎 부족은 생명의 나뭇가지 하나를 드릴게요!”

“…….”

과거에 비비안 공주는 말괄량이이자 천방지축의 대명사였다. 아무도 먼저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며칠 비비안 공주는 완전히 인기인이 되었다. 동족들뿐만 아니라 주위의 부족들도 그녀 수중의 보물을 얻고자 찾아왔다.

“안 바꿔! 안 바꾼다고 했잖아! 용의 알을 가지고 와도 안 바꿔!”

비비안 공주는 화가 난 나머지 상영기를 얻으러 온 사람들을 때리고 쫓아냈다. 그리고 나무집에 숨어서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이 일로 숲은 한바탕 시끄러워졌다.

비비안 공주에게 맞고 쫓겨난 자가 돌아가서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 부족은 곧바로 엘프가 맹우를 도발하고 맹약을 깨뜨렸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제대로 된 해명이 없으면 이 부족은 엘프회의에 이 사건을 고발하려고 했다.

“피해를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가!”

“그야 물론 상영기를 내놓아야 한다. 좋은 물건은 숲의 동료들과 함께 나눠야지.”

이 일 때문에 대장로까지 나서게 됐다. 결국 비비안은 어쩔 수 없이 아끼는 상영기를 내놓게 되었다. 이 일로 비비안은 꼬박 하룻밤을 울었다.

밤이 점점 깊어졌다.

비비안 공주는 서러운 얼굴을 하고 나무집에 머물렀다. 요 며칠 동안 그녀는 세상의 어두움을 맛봤다. 상영기를 빌려주었으니 빌려간 자들이 언제 돌려줄지 알 수 없었다.

아비숑 장로는 상영기의 내력을 말해주지 않았다. 엘프는 원칙이 있고 평화를 사랑하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아비숑 장로는 사실을 공개하면 그곳이 소란스러워질 것을 염려했다.

그러나 이는 아비숑의 오판이었다.

그는 자신이 말하지 않으면 알아내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비비안 공주에게는 자음기가 있었다. 이외에도 남하국 인간에게 구입한 자음판도 수십 장 있었다. 그 자음판은 아비숑 장로가 남하국에서 비싼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음판 안에 담긴 내용이 뭔지 몰랐다.

상영기 일로 교훈을 얻은 비비안 공주는 자음기를 꽁꽁 숨겨두고 매일 밤 혼자 몰래 들었다.

이야기와 음악, 수학, 각종 수업 등 자음판 종류는 다양했다.

내용이 매우 풍부했다.

비비안 공주는 이 물건들이 모두 북방의 인간족 소국에서 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몹시 놀랐다. 게다가 비비안 공주는 영화 속의 천제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몹시 흥분했다.

사진기와 자음기, 상영기 등등은 모두 천제현이 발명한 것이었다.

천제현에게 호감을 느끼고 좋아하던 비비안 공주는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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