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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409화 (405/729)

# 409

제409장 복수 준비

다음 날 아침 전투가 차츰 잦아들었다. 송곳니 왕은 만신창이가 된 왕궁에 들어서서 주위를 훑어보았다. 이 땅은 이제 완전히 그의 통치 하에 놓이게 되었다.

“아뢰옵니다. 동방전과 상관장봉, 남궁염의 시신을 예를 갖춰 왕성에 안장했나이다.”

“잘했다!”

왕천룡이 다급히 뛰어들었다.

“천제현의 시신이 없습니다!”

“뭘 긴장하고 그러나?”

견융족 족장 하나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렇게 큰 전투에서 시신이 손상되는 것은 흔한 일이오.”

“절대 그렇지 않소!”

왕천룡은 뭔가를 느꼈다.

“천제현은 아마 살아 있을 거요!”

견융족 장수들은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살아 있다고 한들 어쩌겠는가. 남하 왕성은 함락되었고 정예 부대도 거의 전멸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어떻게 전세를 역전시킨단 말인가.

송곳니 왕이 고민하다가 말했다.

“독수리군단을 동원하여 놈들의 행적을 쫓아라!”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공화련이 남겨둔 퇴로가 이 순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순간 창주의 나루터에서 그녀가 미리 준비한 상어해적단 함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삼대 가문의 젊은 후예들과 왕성의 중요한 인재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에 올랐다.

공화련은 안개가 자욱한 하늘을 쳐다봤다. 이런 방식으로 왕성에서 퇴장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그녀의 마음은 몹시 무거웠다.

왕성이 함락된 당일 폭풍과 장대비가 몰아쳤다. 사나운 날씨로 인해 추격이 어려웠다. 이는 하늘이 남하국에 베푼 유일한 자비였다.

상어해적단의 전함은 창주 유역을 통과하여 순조롭게 사주호로 들어섰다. 사주호에 들어선 이상 대융국의 추격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콜록콜록…….”

천제현이 외투를 걸치고 요동치는 군함에 앉아있었다. 그는 마력등이 놓여있는 탁자 앞에서 설계도를 하나씩 그렸다. 그는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 얼굴에 핏기가 전혀 없고 몹시 허약한 상태였다.

천제현은 자신이 입은 부상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진령급 강자 마림을 처치하는데 너무 큰 대가를 지불했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지금 당장 죽지 않는다면 회복시킬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공서련이 뜨거운 통조림 두 개를 든 채 문을 열고 들어왔다.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으니 일찍 쉬는 게 좋겠어.”

“제가 이 정도 부상에 쓰러질 사람으로 보여요? 그럴 리 없죠!”

천제현이 가뿐해 보이는 모습으로 히죽거렸다. 그는 창 너머로 칠흑처럼 까만 사주호를 바라보며 껄렁껄렁하게 말했다.

“난 지금껏 누구에게 쫓겨나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저런 천한 마수령 놈들에게 쫓겨나다니! 송곳니 왕은 무슨 얼어 죽을! 두고 봐요. 내 이 빚은 반드시 갚을 테니까!”

이게 바로 공서련이 알고 있는 천제현이었다. 이런 모습 때문에 공서련은 조보와 고천추가 계속 환기시켜주지 않았다면 그가 다 나았다고 착각할 뻔했다.

‘이 녀석은 반죽음 상태인데도 복수할 생각을 하다니, 정말 못 말려.’

공서련이 통조림 하나를 건네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적당히 해! 제대로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해. 우선 목숨과 기적상회를 제대로 지킨 다음에 복수를 생각하자고!”

천제현은 기적상회를 철썩 같이 믿었다. 그러나 천재와 위대한 인물은 다 성장하기도 전에 요절하기 십상이었다. 게다가 대륙은 혼란하고 불안했다. 이런 난세에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이 이렇기 때문에 천제현은 기적상회를 설립했다.

기적상회는 천제현에게 대량의 자원을 공급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천제현이 강해지는 과정에서 기적상회는 그의 주변 사람들을 지켜주었다.

기적상회는 지금까지 순조롭게 성장했지만 왕성에서 북으로 진출하는데 유례없는 좌절을 겪었다.

이건 기적상회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반증이었다.

천제현은 다시는 이런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조용히 맹세했다.

남하국은 왕성의 패배로 절반가량 함락되고 영토도 1/4 줄어들었다. 군대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남부 여섯 주의 군대를 다 합쳐도 왕성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러니 대융국은 북방을 평정한 후 반드시 남쪽으로 내려올 것이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상황은 여전히 매우 심각했다.

그러나 공서련은 천제현을 믿었다.

사실 공서련은 일행 중에 천제현을 가장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이었다.

전선에서는 너무 갑작스럽게 기습을 당하는 바람에 대처할 수 없었다. 왕성이 공격을 받을 때 천제현은 혼절한 상태였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도망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중주는 기적상회의 근거지이며 천제현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이제 대융국의 상대는 남하국이 아니라 천제현이 이끄는 기적상회이다.

상어해적단의 함대가 중주항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속속들이 뭍에 올랐다. 고작 몇 달 만에 중주는 또 다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교외에는 여러 개의 산업단지가 들어섰다. 항구에는 천여 척이 넘는 대형 선박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다. 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대형 비행선이 날아다녔다. 중주는 왕성 못지않게 번화하였다.

살얼음판 같은 북방의 정세가 아직은 이곳에 영향을 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중주성은 여전히 부유하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공서련 자매와 남궁혜, 심빙우가 눈물을 글썽였다. 이렇게 빨리 중주에 돌아올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픔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었다. 대융국의 남침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공격 받을 곳은 분명 중주였다. 중주마저 함락되면 남하국은 모든 희망을 잃게 된다. 기적상회 역시 뿌리째 뽑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천제현이 이를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중주의 운문에 도착하자마자 모두를 소집했다.

“제 예상대로라면 짧으면 열흘, 길면 보름 안에 대융국이 수로를 통해 중주를 공격할 겁니다!”

왕성과 중주의 고위층들이 모두 모여 무거운 얼굴로 천제현의 이야기를 들었다.

중주의 북쪽은 험준한 산들이 수천 리 이어져있어서 대융국이 산을 넘어오기는 쉽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남하국의 전함을 가로채 수로를 통해 중주성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다.

“대융국의 전사들은 대대로 견융초원에서 살았습니다. 따라서 수상전은 그들의 장기가 아니지요. 우리는 충분히 유리합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해요. 대융국은 계속 장응국 공군의 지원을 받아 공중 부대를 이용하여 함대를 엄호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공군이 심각하게 부족한 우리는 매우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천제현이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모든 주는 군대가 관리합니다. 모든 물자는 우선적으로 전투 준비에 차출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전투에서 우리는 단순한 승리가 아닌 완벽한 승리를 거둬야합니다!”

모두 정말 승산이 있을지 매우 걱정스러워했다.

왕성에는 남하국 병력의 절반이나 되는 군사가 주둔해있었다. 전력으로 따지면 남하국 전체의 8할이나 되었다. 게다가 남하국은 몇 대에 걸쳐 전방의 방어선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렇게 강력한 방어선도 결국 일주일 만에 무너졌다.

대융국과 남하국의 전력 차가 너무 컸다. 남부의 여러 주에서 지리적 우세를 이용하여 방어한다고 해도 절대적인 힘의 차이 앞에서 얼마나 통하겠는가.

“걱정 마세요. 대융국에서 쳐들어온다면 내가 놈들을 박살내버릴 겁니다!”

천제현에게는 보름의 시간이 있었다. 매우 촉박해 보였지만 사실 충분한 시간이었다.

“운문 실험실의 모든 힘과 기적상회에서 반년 동안 중주에 쌓은 공업 기반을 총동원하여 새로운 무기를 만들 겁니다!”

학자들은 서로 귓속말을 하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운천학이 궁금해 하며 물었다.

“무슨 무기를 만들려는 것인가?”

천제현이 설계도 하나를 펼쳤다. 운문의 학자들에게 매우 낯익은 설계도였다. 이 설계도는 그들이 일전에 개발했던 마력폭탄의 설계도와 매우 유사했다. 천제현이 기존의 설계도를 대폭 수정한 까닭에 이 마력폭탄은 훨씬 더 완벽해 보였다.

“맞습니다. 이건 마력폭탄입니다. 운문에서 개발한 폭탄을 기반으로 손을 좀 봤어요. 통제력과 안정성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이밖에 수정의 눈물을 제련하는 기술을 몇 가지 연구했습니다. 이제 더욱 위력 있고 파괴력 넘치는 대형 폭약을 만들 수 있어요!”

모두 조금씩 힘이 나기 시작했다. 왕성의 전투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게다가 왕성에 입성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기적상회의 기반 시설과 공업 설비는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다. 공화련은 마력폭탄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를 제대로 제조할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제조한 마력폭탄의 위력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중주는 기적상회의 근거지이다. 기적상회는 중주에서 반년 동안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기초적인 공업 시설을 구축했다. 축적한 자원이며 생산력이며 모두 왕성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천제현이 설계도 여러 장을 펼쳤다. 모두 중주로 돌아오는 군함에서 고안한 것들이다.

“이건 개인용 마력폭탄이에요. 고농도의 수정의 눈물을 제련하고 압축하여 만든 소형 폭탄이죠. 개별적으로 휴대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죠. 살상 범위는 크지 않지만 파괴력은 엄청납니다. 제가 마력수뢰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마력수뢰는 제조하기 매우 간단했다. 마력수뢰는 넓은 범위의 살상력을 추구하지 않고 병사들이 전장에서 중거리에 있는 적을 폭격하는 고강도 무기였다. 마력수뢰 하나로 적을 맞추면 진혼급 강자라도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그리고 허술한 발사대로 폭탄을 발사하면 위험하고 효율과 정확도도 너무 낮아요.”

천제현이 또 다른 설계도를 펼쳤다.

“정확도가 더 높은 마력폭탄 발사대를 만들어야 해요. 발사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폭탄을 정확한 지점으로 보내야 해요. 다양한 발사대에서 여러 가지 폭탄을 발사하여 살상력을 더욱 높여야 합니다!”

“…….”

천제현이 다시 여러 방안을 읊었다.

마력폭탄과 활을 결합시키는 방안과 폭탄을 화살로 만들어 발사하는 방안, 물에 떠다니는 수뢰 등을 제시했다.

모두 감탄을 쏟아냈다.

‘천재야! 이런 게 바로 천재가 아니겠어?’

천제현이 제안한 방안들은 모두 운문 설계부서에 전달되었다. 방안들을 완성시키는 일은 운에 맡겨야 했다. 천제현은 폭탄 개조 방안만 책임지고 이를 구체적으로 활용하는 작업은 기적상회의 개발 능력에 달려있었다.

“마력폭탄에 대한 설명은 끝났습니다.”

천제현이 화제를 돌렸다.

“마력폭탄의 파괴력이 세긴 하지만 지금의 기술로는 혼성술사에게만 위협을 줄 수 있습니다. 진령 경지의 술사에게 부상을 입히기는 어렵지요. 그리고 사정거리가 짧아요. 그러니 진령술사를 상대할 더욱 위력 있는 무기를 만들어야 해요!”

사실 마력폭탄의 효과는 이미 대단했다.

현재 중주에 축적된 자원과 생산력으로 대융국 군대가 남하하기 전에 대량의 폭탄을 충분히 제조할 수 있었다. 이 폭탄을 이용하면 전세를 호전시킬 수 있다.

‘설마 천제현에게 더욱 강력한 무기가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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