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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406화 (402/729)

# 406

제406장 왕성 전투(3)

왕성은 엄밀히 말해 요새라고 할 수는 없었다. 전선요새는 거의 완전히 폐쇄된 곳이었으나, 왕성은 폐쇄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공수부대는 방위선을 우회한 후 도시 중심 지역에 공중 강하를 시도했다. 그들은 도시를 공격하여 왕성의 방어력을 내부로부터 무너뜨리고자 한 것이다.

견융의 독응기사단은 최소 3~4만 명의 견융족 정예병들이 왕성 내부로 강하시켰다.

이 정예병 군단에 독응기병 2만 명까지 가세하여 내부 공격을 가하면 남하국에 엄청난 피해를 안길 것이다.

“광염부대는 공수부대를 막아라!”

염양군이 남궁 가문의 광염 중장갑 보병군을 출동시켜 왕성 내부에서 방어를 강화하라 명령했다.

“그리핀 기사단은 저 공군부대를 저지하도록 한다!”

대기 중이던 거대 그리핀 2천 마리는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자신보다 열 배 이상 많은 독응기병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리핀 기사단이 수적으로 열세이긴 했지만 기세 면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았다. 그리핀은 2급 마수와 비등한 기량을 갖추고 있었고, 왕궁기사들도 엄격한 시험을 거쳐 선발한 일류 정예병이었다. 상대가 열배나 더 많다고 해도 맞설 능력은 충분했다.

“저것은 남하국 최강의 왕궁부대 아닙니까?”

독응기병단 사령관이 차갑게 대답했다.

“참으로 어리석군. 가소롭기는!”

그리핀 기사단은 남하국과 왕성을 지키는 최정예부대였다. 남하국은 이 부대를 위해 매년 엄청난 돈을 들여 외국에서 그리핀을 사들이고 있으며 대량의 자원을 투자하여 그리핀 기병을 육성하고 있다. 그리핀 기병이 남하국의 권위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만약 이 부대를 격퇴할 수만 있다면 남하국의 사기는 완전히 꺾일 게 분명했다.

“저놈들이 죽음을 자초했으니 장응국 공군의 무서움을 보여줘야지!”

독응기병단 사령관이 큰 소리로 명령했다.

“죽여라!”

그리핀 기사단의 사령관은 하늘을 뒤덮은 독응기병을 보고는 장총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준비태세를 갖춰라!”

두 공중 부대가 서로를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격렬한 충돌이 예상되던 그때였다.

그리핀 기사단 사령관이 소리쳤다.

“풍인진(?刃?)!”

그리핀 2천 마리가 동시에 힘을 모아 청록색 바람의 칼날을 방출했다. 그리핀 자체로 보면 독응수보다 훨씬 강했다. 이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바람의 칼날은 맹렬한 기세로 뻗어나갔다. 만약 이것이 독수리 마수에 그대로 꽂힌다면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응기병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장응국의 정규군으로 혹독한 훈련을 물론이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 그리핀이 힘을 모으는 순간, 독응기병들은 곧바로 대응 태세를 갖추었고 거의 동시에 회피 동작이 이루어졌다. 바람의 칼날은 그들의 중앙을 스쳐지나???을 뿐, 목표를 적중시키지는 못했다.

지상에서 보면 일렬종대로 대열을 맞추고 있었던 독응기사단이 갑자기 폭발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독응기병 전원이 사방으로 흩어져 순식간에 반원을 형성했다. 마치 그리핀 기사단을 집어삼킬 듯한 기세였다.

“저들을 없애라!”

독응기병은 그리핀 기사들을 물 샐 틈 없이 완전히 포위했다. 수적으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독응기병이 봉쇄 전략을 편다면 그리핀 기병은 기동성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왕궁기사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나고 그리핀 역시 막강하지만, 대융국의 독응기병 역시 결코 뒤지지 않았다. 이런 독응기병에 완전히 포위된다면 단시간 내에 포위망을 뚫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그리핀 기사단 사령관의 얼굴빛이 바뀌었다.

“포위망을 뚫어라!”

“그게 말처럼 쉽나? 활을 쏴라!”

이번에 그리핀 기사들은 모두 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전투가 벌어지면 그리핀을 통해 적진으로 맹렬히 돌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그리핀이 직접 발사하는 바람의 칼날로 원거리 공격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 그리핀 기사들은 평소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독응기병의 경우는 달랐다. 독응수 가죽은 거칠고 단단한데다 우월한 속도를 자랑했다. 다만 원거리 공격력을 갖추지 못해 독응기병 선발 시 궁수를 우선적으로 선발하였다. 심지어 거대한 독응수에는 두 기병을 배치하여 각각 근거리와 원거리 전투를 맡게 하여 허점을 없애 버렸다.

그리핀 기사들이 제 1열 독응기사들과 근거리 전투를 벌이는 가운데 2~3열의 독응기병이 수많은 화살을 쏘아대고 있었다. 전방에서 견제하고 후방에서 화살을 발사하는 것이다. 이처럼 원거리 공격과 근거리 견제가 동시에 이루어지자 그리핀 기병은 그리핀의 바람 속성 방어막에도 불구하고 얼마 버티지 못할 듯 보였다. 포위망 돌파가 매우 힘들어 보인다.

‘역시 안 되는 것인가!’

남하국은 어쨌든 소국에 불과했다. 공중전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정예병으로 구성된 그리핀 기사단이라 할지라도 공중전에 필요한 전술과 전법을 충분히 습득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충분히 훈련을 받은 공군부대와 비교하면 개개인의 실력과는 상관없이 제압당할 수밖에 없었다.

둥둥둥!

대융국의 진격이 더욱 거세게 밀려들면서 양쪽의 사상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독응기병단이 남하국 내부에 공수부대를 강하시켜 성벽의 방어에 혼선이 생겼다. 이틈을 타 용맹하기 이를 데 없는 견융 전사들이 성벽을 타고 올라왔다.

“폭탄을 발사해라! 빨리!”

남하국 수비군은 맹렬하게 오르는 견융 병사들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마력폭탄을 투하하였고, 사태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길게 이어진 성벽 방어선에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면서 마력폭탄마다 무시무시한 빛과 열을 방출했다. 이 가공할 힘에 왕성 전체가 흔들렸다. 견융 병사들이 모여 있는 곳에 폭탄이 터지면서 수백 명의 견융 병사들이 단숨에 아스러졌다.

대융국 군대는 마력폭탄의 위력 앞에서 몸서리를 쳤다. 그 위력은 절대적으로 강했다.

“저들을 상관하지 마라! 모두 죽여라!”

“남하국 성벽이 곧 뚫린다!”

대융국 군대는 흉포하기 짝이 없었기에 그나마 파괴력이 강한 마력폭탄으로 그들의 공습 기세를 가까스로 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의 틈만 보여도 견융족의 기세가 금세 되살아나 개미떼처럼 성벽으로 몰려들었다.

남하 왕성은 방어력 면에서 전선요새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왕성은 규모가 크고 인구가 많아 성문만 해도 아홉 군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견융족 대군은 동시에 일곱 개 성문을 공격하여 기적상회가 제작한 마력폭탄도 이제 거의 한계에 다다랐고, 더는 견융 병사의 공세를 막을 방도가 없었다.

이런 위기의 순간에 남하국의 자랑인 그리핀 기사단은 독응기사단에 포위되어 지원군을 보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왕성 안에는 견융족 병사들 수가 점점 많아져 도시를 그야말로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거리낌 없이 불을 지르고 백성들을 습격하였다.

마침내 견융족 군대가 성벽에 오르자 후속 부대 역시 물밀 듯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죽음을 불사한 광기 어린 견융족 전사들 앞에서 남하국 군대는 한없이 초라했다.

공화련은 견융족 부대가 성벽 곳곳에서 침입하는 것을 보고 더는 왕성을 지키기 힘들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고는 염양군과 문성군에게 말했다.

“때가 된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염양군이 깃발을 높이 치켜드니 남하 왕성에서 날카로운 호각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송곳니 왕이 이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남하국에 또 다른 전략이 있었나?’

이때 독응기사단에 포위된 채 고전하던 그리핀 기사들이 갑자기 반격을 시작했다. 2천 명에 달하는 그리핀 기사들은 기병창을 들고 돌진했으며, 다른 한 손으로 마력 기관총을 꺼내들었다.

“저 무기는…….”

왕천룡이 그리핀 기사가 사용하는 무기를 보고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는 왕천룡도 천제현을 통해 본 적이 있었으므로 낯설지 않았다. 다만 진귀한 보물이라고 여겼는데, 그리핀 기사단 병사들 모두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 무기의 위력은 왕천룡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핀 기사들 모두 하나씩 가졌다면 그야말로 큰일이 아닌가.

그리핀 기사단의 사령관은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모조리 죽여라!”

대융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마력 기관총 총구에서 눈부신 백색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수천 개의 마력 탄창이 화살보다도 빠르게 뻗어나갔다. 속도, 위력 모두 압도적이었다. 그리핀 기사들이 쏜 총에 맞아 수만 마리의 독응수가 죽어 나갔고 진영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핀 기사단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성벽으로 급강하하여 성벽을 빽빽하게 메운 견융족 병사에게 기관총을 일제히 발사했다.

엄청난 불꽃이 하늘을 가득 수놓았다.

이것이 바로 마력 기관총 2천여 개를 동시에 발사한 위력이었다. 마력 탄창은 크기가 작고 속도도 화살보다 빠른 데다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하니 견융족 병사들은 피할 겨를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공격으로 성벽 방어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었다.

이때 성안에서도 남궁 가문의 광염 중장갑 부대가 출동했다. 이들은 왼손에 권총, 오른손에 대검을 들고 견융족 공수부대 병사들과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결과는 보나마나 광염부대의 대승이었다. 그들이 이 가공할 군대를 어떻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남궁 가문의 광염 중장갑 전사들은 근거리 전투에 능했다. 거기다 권총까지 있으니 먼 거리에서도 혼성 술사의 호신마력을 손쉽게 뚫을 수 있었다. 이 견융족 공수부대는 비록 정예병이기는 하지만 혼성 술사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일방적인 살육이 시작됐다.

공중에서도 다시 우위를 차지했고, 성벽에 대한 압박도 어느 정도 풀렸으며 성내에 침입한 적의 수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남하 왕성은 치면 칠수록 견고해지니 이 상태라면 대융국은 왕성을 함락하지 못할 것이다.

“역시 저놈들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군!”

송곳니 왕의 눈빛이 분노로 이글댔으나 당황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없이 침착한 모습으로 말했다.

“저쪽의 준비 상황은 어떤가?”

왕천룡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말했다.

“송곳니 왕이시여, 염려 마십시오.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저놈들이 날뛰는 것도 여기까지입니다.”

“좋다! 악마랑 기병부대에게 진격을 준비하라 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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