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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405화 (401/729)

# 405

제405장 왕선 전투(2)

사람들의 낯빛이 완전히 바뀌었다.

장응국은 여태껏 남하국과 접촉한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소수의 사람이 국호만 겨우 들어본 적이 있을 뿐이다. 장응국은 본래 왕국이었으나 지금은 이미 전국으로까지 발전했다. 왕국 중에서 안정적인 국력을 바탕으로 주변 지역을 압도하는 군사력을 갖추고 영토를 확장해 나가는 국가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을 전국이라 칭한다.

전국도 왕국에 속하기는 했으나, 국력 면에서 일반 왕국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일반 대국까지 능가하여 향후 제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천마교가 천마전국을 세우지 않았던가. 천마교가 흥성하던 시기에 그 세력이 얼마나 막강했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10대 분파는 최소 진령급 강자들이 다스렸으므로 남하국과 같은 소국은 전국과 대항하여 이길 방도가 거의 없었다.

대융국이 전국의 제후국이 되었다면 송곳니 왕은 견융초원 출생이 아니라 마수령 전국에서 보낸 제후일 것이다. 그는 결코 독립적인 국가의 왕이 아니다.

그러기에 송곳니 왕이 이토록 막강한 군대를 거느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정도의 규모를 갖춘 군대는 불과 몇십 년 전에 세워진 부족이 지닐 수 있는 군대가 아니다. 대융국 배후 세력인 마수령 전국에서 지원한 군대이기에 송곳니 왕이 하룻밤 새 남하국 전방의 방위선을 와해시킬 정도로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 알겠나?! 아예 승산이 없는 전투라고!”

왕천룡이 냉소하며 말했다.

“오늘 네놈들의 패배는 자명한 일이지만, 요행히 함락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무얼 할 수 있을까? 며칠 안에 전국에서 지금의 몇 배에 달하는 병력을 지원할 텐데. 이렇게 버티는 게 무슨 소용 있겠어?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 것 같으냐!”

“이 반역자! 닥쳐라!”

“때를 아는 자가 영웅이라는 말도 있지. 송곳니 왕께서는 초원을 다스린 후 뭇사람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계신다!”

왕천룡은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남하국의 멸망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대융국에 투항해야만 2억 명에 달하는 백성을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구할 수 있다! 남하국은 단지 대융국에 복속되고 장응국 세력의 일부가 되는 것뿐이다. 인간은 그냥 그대로 스스로의 삶을 살면 돼. 게다가 막강한 전국의 보호까지 받을 수 있는데, 기쁜 일이지 않은가? 그러니 고집은 그만 부리지. 투항 말고는 살 방법이 없으니!”

“남하국에게 마수령의 노예나 인형이 되라는 말이냐? 남하국이 견융족에게 공물을 바치고 신하가 되기를 자청하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남하국을 기어코 멸망의 길로 내몰 생각인가?”

왕천룡이 소리쳤다.

“수많은 무고한 백성의 목숨이 네놈의 결정에 달려 있다. 지금 견융 철기병에 대항한다면 성을 점령하고 난 후에 백성을 모조리 도륙할 것이다. 그러니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

수비군 전체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전국은 가공할 힘을 지니고 있다. 이에 반해 남하국은 견융족의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견융족은 대왕국이라 해도 기껏해야 불안정한 대국 정도에 불과한데, 어찌 전국에 비할 수 있겠는가. 현재 견융초원은 장응전국의 도움으로 대융국을 재건립했으니 앞으로 전국 세력이 영향을 미치는 한 견융족에게 내란이 발생할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대융국이 장응전국의 제후국이 되었으니 남하국에게 종속국을 거부할 자격과 힘이 어디에 있겠는가,

대륙 국가의 성질은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독립국으로 주권, 외교권, 자원독점권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 외부 세력의 지배를 받지 않고, 공물을 납세할 필요도 없는 독립된 국가를 가리킨다.

둘째는 제후국이다. 제후국은 왕국이 아닌 제후가 다스리는 국가이다. 이는 작위를 받은 귀족이 제후로 책봉되어 해당 영토를 지배하는 것이다. 현재 송곳니 왕은 장응국에서 왕의 작위를 하사 받아 대융국 왕으로 봉해진 것이다. 봉지 내에서 제후는 높은 자주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대융군 군대의 최고 지휘관은 결국 장응국 국왕이고, 매년 채굴 수입과 국고 자원 및 금화의 일정 비율을 맹주국에 조세로 납부해야 했다.

셋째는 종속국으로, 앞의 두 가지 경우와는 다르게 전쟁에서 패배하거나 국력이 현저하게 높은 국가에 투항하거나 귀순하는 국가를 일컫는다. 이러한 종속국은 존엄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주권을 가질 수 없다. 그저 공물을 바치고 피지배 상태에 놓여야 하며 병력 또한 갖출 수 없다. 종속국의 존재 의미는 종주국에게 바칠 식량을 재배하고 자원을 기르고 마수를 키우는 것 등에 한하며, 원칙적으로는 국고를 상실한 채 모두 종주국에 바쳐야 한다.

남하국이 대융국의 종속국으로 전락하면 사람부터 자원까지 아무 것도 소유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남하국이 현재의 국력으로 저항을 한다면 훨씬 막강한 힘을 가진 전국의 침입을 막아낼 방도가 없을 것이다.

“시끄럽다! 부귀영화를 위해 나라를 팔아먹는 놈이 무슨 자격으로 떠드는 것이냐?”

“대융국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얼마나 더 큰 소리 칠 수 있을지 지켜보지!”

왕천룡은 본래 이들을 살려둘 마음이 없었다. 송곳니 왕이 그에게 남하왕 자리를 약속했으니 남하국 삼대 가문은 존재의 의미가 없어졌다. 저들이 건사하면 왕천룡의 실력으로 어떻게 제압할 수 있겠는가.

염양군 등의 기질은 왕천룡도 잘 알고 있었다. 철저히 무너지지 않는 한 절대로 그만둘 위인들이 아니므로 투항을 권고해 봤자 먹힐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실력으로 맞붙는 수밖에!’

송곳니 왕 역시 시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무안군이 도착할 때까지 송곳니 왕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다.

이때 묵직한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대융군 군대는 진격을 준비했다.

선봉대는 거대한 체구를 자랑하는 거대마수와 건융족 정예병 5만 명이 이끌었고, 대부분 성벽을 타고 올라가기 위한 도구를 들고 있었다. 이것이 견융족의 첫 진영이었다.

고릴라처럼 생긴 거대마수는 4장도 넘는 키에 견고하고 육중한 갑옷을 두르고 있어 남하국 석궁부대의 공격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심지어 진혼 강자의 활로도 중상을 입히기 힘들어 보였다.

둥둥둥!

북소리가 격렬해지면서 군대의 돌격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염양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게 정말 효과가 있느냐?”

“걱정하지 마세요!”

공화련이 주먹을 꽉 쥐고 말을 이었다.

“한 번 지켜보세요!”

거대마수가 무언가를 밟자마자 발밑에서 대량의 빛과 열을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폭발적인 힘이 파도처럼 덮치자 거대마수의 발 한쪽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다. 뒤이어 강렬한 충격파가 수백 명의 견융병사를 쓰러뜨렸고, 날아가 버린 병사들도 수두룩했다. 대융국의 선봉대 진영이 일거에 무너졌다.

쾅쾅쾅!

폭발음이 잇따라 천지를 갈랐다.

땅속에 매설한 마력폭탄이 차례로 터지기 시작했다.

거대마수들은 아무런 낌새도 차리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터진 폭탄에 온몸이 터져 죽고 말았다. 폭발 위력이 워낙에 강하다보니 굉음이 날 때마다 땅에 커다랗고 새까만 구덩이를 남겼다.

진혼급 강자도 정통으로 맞았다면 중상 내지는 목숨이 위태로웠을 것이다.

“발사!”

공화련이 명령했다.

성벽에 있던 폭탄 발사기가 가동되자 단단히 싸맨 폭탄이 성벽 위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견융부대 중앙에 떨어졌다.

쾅!

눈부신 불빛이 번쩍이더니 버섯구름이 형성되었다.

수백 마리 명의 견융 병사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대융국 제 1선봉대는 공격다운 공격도 못 해본 채 그 자리에서 와해되었고, 남하국 병사의 사기도 단숨에 올라갔다.

“활을 가져와라!”

남하국이 투하한 폭탄의 위력은 무척 강력하여 대융군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고, 견융족 고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남하국이 다시금 마력포탄을 발사할 때였다.

견융족 고수가 떨어지는 포탄을 겨냥해 활시위를 당겼다.

쾅!

폭탄이 공중에서 터졌다.

성벽에 있던 남하국 병사들이 그 충격에 부상을 당했다. 마력폭탄이 폭발하는 순간 수많은 파편들이 폭죽 터지듯 사방으로 흩어져 떨어졌고, 뒤이어 파편이 떨어진 자리에 폭발이 발생하여 견융족들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이건 대체 뭐지?’

견융족들은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심안!”

왕천룡이 신식으로 전방을 관찰한 결과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왕성 전방에 가공할 마력이 담긴 정체불명의 물체가 땅속에 묻혀 있었고, 바로 이것이 대융국의 거대마수를 산산조각 내버린 것이다.

“흥!”

송곳니 왕 역시 이를 발견하고는 덤덤하게 철추을 꺼내들었다.

“전방을 향해 발사!”

견융 석궁부대가 즉시 활시위를 당기자 화살들이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직 폭발하지 않은 마력폭탄은 대부분 화살에 맞아 그 자리에서 폭발해 버렸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땅에 묻어둔 지뢰가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놓였다.

준비 시간이 너무 짧아 기적상회는 마력폭탄을 충분히 제조하지 못했다. 대융국 부대는 죽음이 두렵지 않은 듯 전방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남하국 사람들은 성벽에 도착한 대융국 부대를 보고 지리멸렬한 전투가 벌어질 것을 예감했다.

***

전장의 북소리가 마치 우레처럼 천지를 진동했다. 견융부대는 압도적인 기세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남하국 궁수의 사정거리에 진입하자 하늘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많은 화살이 거대한 먹구름처럼 하늘을 뒤덮고 쏟아져 내려왔다.

얼음, 화염, 폭발 등의 부적을 붙인 화살은 놀라운 살상력으로 견융족 부대에 엄청난 손실을 안겼다.

“활을 쏴라! 반격하라!”

견융족 족장이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 돌격했다.

“저들에게 우리 대융국의 무서움을 보여줘라!”

견융대군은 괴성을 지르며 적진으로 돌격했고, 하늘 높은 곳을 향해 화살을 쏟아댔다. 저들은 수많은 화살을 성벽에 쏘아 남하국 수비군을 제압하고자 했다.

문성군이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진법 가동!”

상관 가문 사람들이 부적이 빼곡하게 붙은 깃발을 들고 성벽에 꽂힌 것처럼 일렬로 서자 부적에서 마력이 활성화 되어 서로 교차하며 곧바로 성벽 위에 보호막을 형성했다. 견융족이 쏘아올린 화살은 보호막에 닿자마자 폭발하고 말았다.

견융족이 성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하국은 성벽에 대량의 진법 함정을 만들어 놓은 상태라 함정을 건드린 견융족은 즉시 불타거나 동사 혹은 폭발해 버렸다. 견융부대가 성벽에 오르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남하국 군대는 왕성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라 여겨 수비에만 집중했다. 무안군이 창주에서 돌아올 때까지만 버티면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될 것이다. 송곳니 왕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광폭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다.

송곳니 왕은 냉혹한 눈으로 격렬한 전투가 이루어지는 전장을 응시했다.

“독응 공수기병 출동!”

구름 사이로 수많은 검은 점들이 나타났다. 독응수를 탄 견융족 공군이 방위선을 뚫고 왕성 중앙 상공에 집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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