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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403화 (399/729)

# 403

제403장 전쟁 준비(2)

공화련은 자세한 말은 생략하고 요점만 신속하게 말했다.

“운씨 가문에서 연구 중인 마력폭탄은 완성되었나요?”

“초기 단계까지는 성공했네. 그렇지만 회장의 요구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네.”

공화련은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어르신, 그럼 전영경으로 관련 기술을 보내주세요. 이 기술이 왕성의 운명을 결정할 지도 몰라요. 서둘러 주세요!”

“알았네!”

운천학은 현재 왕성이 처한 상황을 알고 있었다.

“바로 보내겠네.”

“잠시만요, 또 있어요.”

“뭔가?”

“지금 당장 상어해적단 대방주께 전갈을 띄워주세요. 창주 항구로 북상하여 전투태세를 갖춰달라고요. 왕성에서 돌발 상황이 생기면 저희가 남쪽으로 후퇴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최악의 경우, 저희가 빠져나가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정예병은 보호해야 해요. 그래야 무안군을 도와 남하국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운천학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설마 왕성의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하단 말인가?’

공화련은 천제현과는 다르게 충동적이지 않았다. 매사에 신중한 그녀는 만약을 대비해 퇴로를 준비하려는 것이다. 혹여 왕성을 지키지 못하면 기적상회가 유일하게 살 길은 수로에 있었다.

견융족은 오랫동안 초원에서 생활하여 기병이 주를 이루었기에 수로를 통해 퇴각하면 그들도 쉽게 추격하진 못할 것이다.

“아, 그리고…….”

공화련은 가장 중요한 일도 잊지 않았다.

“기적상회의 모든 방송국을 동원하여 전국에 구매 공고를 내주세요.”

“무엇을 말인가?”

운천학은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말해 보시게.”

“2급 선약이 필요해요. 선천적인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는 2급 선약이요!”

“뭐라? 2급 선약이라니! 남하국에서 그걸 어찌 구할 수 있단 말인가! 설령 정말 있다고 해도 기적상회에서 무슨 수로 그걸 살 수 있겠나?”

“어렵다는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천제현의 생사가 달린 일이니 뭐라도 해봐야죠!”

“설마 회장님이…….”

운천학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잠시 뒤 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말게. 이 늙은이가 최선을 다해 보겠네!”

“기적상회의 존망이 걸린 일이에요. 어르신, 부탁 좀 드릴게요!”

공화련은 통신을 끊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게 다였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는 공화련도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공화련은 중주에서 보내온 마력폭탄 설계도를 고천추에게 건넸다.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이 무기가 대융국 침략에 맞서 수세에 몰린 형세를 역전시킬 물꼬가 되어줄지도 몰랐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에요!”

마력총을 동원하고 마력폭탄을 제조하는 것.

마력 무기는 최고 기밀에 속해 염양군, 문성군조차 거의 알지 못했다. 물론 두 제후의 눈을 피해 완벽하게 감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들은 천제현을 조사한 적도 있어 최소한 그가 중주에 무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단지 마력 무기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을 뿐이다.

현재 남하왕이 서거한 데다 무안군까지 부재한 상황에서, 생사의 기로에 놓인 남하국을 지키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힘을 바로 지금 쏟아 부어야 한다. 이에 고천추의 전폭적인 지지를 토대로 두 제후는 국왕의 금지령을 우회하여 마력 무기 공장을 강제 동원하기로 결정하였다.

공화련은 마력 무기 공장의 재고를 직접 점검하였다. 마력 권총이 1만 4천 개, 마력 기관총이 2천 개 이상이 있었고, 권총 탄창이 5만 개, 기관총 탄창은 1만 개에 달했다. 마력 탄창은 모두 중주에서 직접 공수해온 것으로 생산지가 왕역에 없다보니 현재 수량은 많지 않았다.

지금 공수해온다고 해도 이미 늦은 터였다.

하지만 이 탄창으로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마력 권총의 위력은 혼성 초급 술사 혹은 2급 하등 마수를 격살할 수 있으나 사격 속도가 느리고 화살과는 달리 사정거리도 짧은 편이었다. 마력 권총은 원거리 전투가 아닌 근거리 전투에만 적합했다.

문성군이 제안했다.

“전방에서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대융국 왕궁부대는 늑대기병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오. 특히 악마랑은 행동이 민첩하고 반응이 빨라 대규모 화살을 퍼부어도 명중시키기 힘들다고 하오. 그러니 이 마력 무기는 중근거리에서 늑대기병을 제압하는 데 사용하는 게 좋겠소.”

이어서 염양군이 말했다.

“남궁 가문의 광염군단은 남하국에서 손에 꼽히는 중장갑 보병군단이오. 남하국 야만족 부대보다 실력이 뛰어나 악마랑 기병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거요. 여기에 마력 권총을 공급하면 막강한 방어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오.”

“그거 괜찮군!”

두 제후는 마력 권총 만여 개를 모두 광염 중장갑 보병군단에 지원했다. 이 외에 별도로 기관총도 5백 개도 제공해 위력을 높이기로 했다. 이 보병군단은 염양군의 지휘 아래 근거리 전투에 최적화된 군대였다. 여기에 이런 무기까지 더해진다면 전투력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고천추가 말했다.

“나머지 마력 기관총 2천여 개는 그리핀 기사단에 제공하는 어떻겠습니까? 그리핀 기사단은 왕성을 비롯하여 남하국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입니다. 특히 공중전에 능하니, 막강한 화력을 지닌 기관총을 지원한다면 견융족에게 끔찍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게다가 그리핀 기사단은 마침 2천 명이었다.

이 기사단은 자체적으로 지닌 기량도 막강한데 여기에 가공할 무기까지 합세하면 전투력은 단숨에 몇 배나 향상될 것이다. 특히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 공중에서 적군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폐하께서 북벌에 자신감을 보인 이유가 있었군!”

염양군은 자신감을 얻었다.

“우리 남하국에 이토록 대단한 무기가 있었다니, 이것만 있으면 충분히 견융초원을 정벌할 수 있겠어!”

그러나 안타깝게도 견융족이 먼저 선수를 쳤다.

결국 이 원대한 계획은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무너지게 될 판이었다. 견융족이 한 달만 늦게 공격을 해왔더라도 마력 무기는 별 무리 없이 군대 전체에 보급했을 것이다. 남하국 군단이 마력 무기 10만 개를 보유했더라면, 견융족이 전방 방위선을 이토록 쉽게 무력화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세상에는 만약이라는 건 없다.

공화련은 여전히 불안했다. 대융국 군대의 전투력을 본 그녀는 이 마력 무기들로 남하국 전투력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상당히 제한적이라 대융국의 수십만 대군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거라고 여겼다.

‘마력 무기에만 의존할 수는 없어!’

공화련은 왕성에 있는 마력전지를 모두 긁어모아 비상 개조를 명령했다. 고천추는 수천 명의 학자를 동원해 각양각색의 마력전지를 조악하나마 마력폭탄으로 개조 및 양산토록 했다. 염양군, 문성군 역시 병력을 긴급 배치하고, 부적, 약재, 화살을 비롯한 전투 무기를 준비했다.

왕성의 수백 만 명이 동원되기 시작했다.

국난에 어느 누가 무사할 수 있겠는가. 평상시 서로 반목했던 가문들도 이때만큼은 외적의 침입에 대응하고자 일심으로 단결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력폭탄이 대량 생산되었다.

“이 폭탄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에요. 그러니 조심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다 자폭이라도 하게 되면 끔찍한 위험이 닥칠 거예요.”

공화련이 학자들을 지도하면서 폭탄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 폭탄은 많지 않으니 전장에서 긴요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건 그들이 방심하는 순간에 폭탄을 투하하는 거예요!”

공화련이 전투 준비로 한창 바쁠 무렵, 좋은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창주의 창운후를 제외한 일곱 제후가 모두 왕성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는 신풍후, 금전후, 사방후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제후들은 급히 오느라 친위대만 대동했기에 전부 합쳐도 3천여 명에 불과했지만, 이 3천 명 전원은 모두 막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다.

상황을 보고 받은 공화련은 그들을 만나기 위해 왕궁으로 향했다.

사방후는 공화련을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지고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기적상회가 자신에게 준 수치심은 평생 잊을 수 없으리라. 물론 천제현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공화련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공화련도 사방후가 자신을 보고 불쾌해 하는 것을 느꼈다. 사실 공화련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내부 분열이었다. 전방의 방위선이 붕괴한 결정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왕천룡의 배신에 있었다. 전방의 사령관이 지휘대를 버리고 떠났으니 동방전이 친히 나서서 난을 평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후방에서 발생한 돌발 상황에 미처 대응할 겨를도 없이 전방의 방위선이 빠르게 붕괴된 것이다.

“공화련, 사방후를 뵈옵니다.”

공화련은 머리를 숙였다.

“지난번 천제현이 사방후 대인께 지은 죄는 이번 사태가 일단락된 후에 직접 사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강적을 눈앞에 둔만큼 사방후께서도 최대한 힘을 보태주시기를 바랍니다.”

“상관홍, 어쨌든 자네는 폐하께서 책봉한 2품 군후가 아니오!”

문성군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그를 힐난했다.

“국난 앞에서 개인적인 은원을 입에 담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보오. 상관 가문이 망국의 죄명을 짊어지길 바라지 않소이다!”

염양군도 한 마디 거들었다.

“천제현은 이미 진국군으로 봉해져 품계로 따지면 전체 제후들 가운데 최고라 할 수 있소. 그러니 억울해할 필요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소. 지금은 견융족이라는 강적이 버티고 있는 만큼 우리가 반드시 힘을 합쳐야 하오!”

“알겠습니다!”

두 군의 지엄한 권고 앞에서 사방후가 어찌 나설 수 있겠는가? 그는 즉시 수긍하고 예를 갖추었다.

“소인 상관홍, 목숨이 다할 때까지 힘껏 싸우겠나이다!”

이를 본 공화련도 마음이 한결 놓였다. 그녀는 신풍후와 금전후를 보며 말했다.

“대인들은 어떻게 이리 빨리 오셨나요?”

신풍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폐하께서 얼마 전 칙서를 내리셔서 남쪽 지역에 전투태세를 갖추라 명하셨네. 남쪽 병력을 북벌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하셨어. 진작 왕성에 올 준비가 돼 있었던 터라 왕역의 변고를 알게 되자마자 즉각 오게 된 거지.”

“참으로 안타깝군!”

금전후가 탄식하며 말했다.

“군대를 대동하지 못했으니 말일세.”

비록 각 지방의 수비군은 모두 오지 못했지만, 군후들 모두 남하국 제일의 고수들인데다 전투 경험도 풍부하니 일당백의 실력을 발휘할 게 분명했다.

이들이 합세한다면 이번 전투에서 이길 확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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