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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88화 (384/729)

# 388

제388장 견융족의 침공(2)

전선 요새에 주둔한 60만 대군은 갑절의 적군을 막을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왕역에는 또 빠르게 대응하는 질풍기병단이 주둔하고 있다. 만약 전선 요새에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무안군이 언제든지 질풍기병단을 끌고 지원해 줄 수 있다.

견융족이 창주를 공격한 것은 창주 성을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양식장을 없애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유인책을 사용한 것뿐이다.

남하국 전체에서 견융족이 가장 두려워하는 장수는 바로 무안군이다.

남하국 북방에 있는 기병부대는 총 50만 명이다. 장성 군단 10만 명, 창주 군단 20만 명, 그리고 나머지 20만 명은 왕성 군단이다. 이 50만 군단은 아주 빠르게 대응하기 때문에 어느 지역이 공격을 받든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다. 바로 견융족이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견융이 창주를 공격하면 무안군이 왕성에 있는 질풍기병단을 끌고 창주로 올 것이고, 창주의 기병단 20만 명과 함께 손잡고 견융 기병 40만 명을 섬멸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견융족은 바로 이 기병 40만 명을 미끼로 이용해 무안군과 남하국 기병부대 40만 명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신속한 지원이 가능한 2개 부대를 창주에 묶어두고, 남하국 최강 장수인 무안군도 빼놨으니, 견융족의 목적은 달성된 셈이다.

40만 기병이 창주 전투에 투입된 이상, 전선 요새를 바로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 견융족은 열흘 남짓 되는 기간 동안 전선 요새를 공격한 후 왕역을 평정할 계획이다.

견융족의 속셈을 알아차린 동방전의 불길한 예감은 더욱 강해졌다. 동방전이 견융족과 대치한 지도 50년이다. 이 작전은 머리가 단순하고 기강이 해이한 견융족에게서 나올 수 있는 전술이 아니었다.

이런 이상 징후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견융초원에 대체 무슨 변화가 생긴 걸까. 견융족 10개 부족의 총 규모는 400~500만 명 이상이긴 해도, 내부 알력 싸움이 빈번해 정예 군사들이 죽어나가는 마당에, 어떻게 100만 대군을 모았을까?

견융족은 전체가 군인으로 이루어진 부족이다. 하지만 그래도 남하국을 공격하려면 정예 군사를 선별해야지, 일반 병사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한 마을에서 100만 대군이 나올 리 없다. 아니, 설사 가능하다 해도, 일개 마을이 이 정도 규모의 전쟁을 도모할 리가 없다.

유일한 가능성은 바로 연합군이다. 견융 10개 부락이 다시 연맹을 맺은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직전까지 서로를 죽이려 혈안이 되어 있던 견융 부락들이 하룻밤 사이에 연합을 했다.

그것도 남하국이 채 준비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견융족의 자신감은 어디서 온 것인가.

이들은 더 이상 과거의 대융국이 아니다. 설마 정말 70~80만 규모의 군단으로 전선 요새를 함락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남하국의 전선 요새에 주둔한 군사만 60만 명이다. 장비, 기계, 군대 수준, 사령관 능력, 물자 비축에 이르기까지 견융족과는 비교가 안 된다. 게다가 이 웅대한 철성 성벽이 있는 한, 난공불락의 요새다.

견융족은 각개 전투에 강하고, 죽음도 불사하는 용맹스러운 병사들인 것도 다 사실이다. 하지만 남하국 갑절 규모의 정예 병사를 끌고 오지 않는 한, 제대로 공격할 수 없다. 아니, 실제로 두 배 규모의 군대가 온다 해도, 견융족이 남하국의 이 강력한 장벽을 넘어뜨릴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오합지졸 7,80만 명이 모여 있는 이 연합군단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견융족이 어떤 꿍꿍이인지, 견융족이 어떤 패를 숨기고 있는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현재 눈앞에는 백 년 만에 볼까 말까한 대전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하국이 알아채지 못한 어떤 변화가 견융초원에서 생겼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하국도 이젠 예전의 남하국이 아니다. 전선 요새에는 남하국 최정예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이 부대의 전투력만으로도 견융족을 막아낼 수 있다.

동방전은 직접 망루에 올라 전쟁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전군 준비!”

남하국 장수들이 활시위를 당겼다. 화살대에는 모두 부적이 묶여 있었다. 궁수가 활을 당기면 부적이 활성화되어 부적술 공격 능력을 가진 화살이 날아간다. 이때 서리, 화염, 천둥 번개 등 각종 힘이 교차되며 공격의 향연이 펼쳐진다.

견융족은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 그런데 사정거리 안에 이르렀을 때, 견융족 대군이 갑자기 멈추더니 남하국 전선 요새 앞에 마주 섰다.

‘어찌 된 일이지?’

공화련은 이해할 수 없었다.

‘견융족이 왜 저 무서운 기세를 몰아 바로 공격에 나서지 않는 거지?’

실제로 견융족 대군은 멀리서 소리만 지를 뿐, 전혀 공격할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천제현은 견융족 군대를 집중해서 살폈다.

여전히 오합지졸들이다. 대부분 기병으로, 각자 다른 탈 것들을 끌고 왔다. 대형 탈것으로는 코끼리, 코뿔소가 있었고, 중형으로는 사자, 호랑이, 전마 등이 있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늑대나 도마뱀을 타고 오기도 했다. 무기도 낡아 빠져서 모양만 크고, 아주 해이한 군대라는 느낌만 줄 뿐이다.

다만 군사 숫자만 너무 많았다.

사람들이 초원을 빼곡히 매우고 있으니 앞뒤좌우 어느 곳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각양각색의 깃발이 휘날리는 가운데 북소리, 나팔소리, 고함소리들이 이리저리 시끄럽게 들려왔다. 하늘 끝까지 닿을 것 같은 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그 군단 가운데서도, 거대한 몸집을 가진 대형 괴수에 이목이 집중됐다.

고릴라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더 흉악하게 생겼다. 온몸의 피부가 회백색 암석 느낌이고, 동그란 얼굴에 몸은 우락부락해서 키가 10장은 되는 듯했다.

머리와 가슴은 몇 겹은 되는 두꺼운 장갑을 두르고, 온몸에 수십 개의 쇠사슬을 칭칭 두르고 있었다. 등에 매고 있는 큰 대바구니 안에는 견융족 병사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공성 기계도 없는 견융족이 어떻게 15장 높이의 성루를 공격하겠는가.

바로 이 거대한 괴물이 견융족의 공성 병기인 것이다.

일반 활 공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대형 노포로도 그 겉가죽에 상처만 낼 뿐이었다. 이 괴수는 몇 십 톤이나 되는 돌덩이를 던져 성을 파괴함은 물론 견융족 병사들을 바구니에 담아 그대로 성 안에 집어넣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남하왕은 별것 아닌 듯 냉소만 지을 뿐이다.

“100년이 지나도 견융족은 발전이라는 게 없구나! 이런 오합지졸을 데리고 와서는, 수가 갑절로 많은들 무슨 소용이냐. 겨우 그 정도로 이 남하국을 함락시키려 해? 말도 안 되는 소리! 견융초원에 있는 군사들을 모조리 끌고 온 게 틀림없다. 이번에 이놈들을 완전히 무너뜨리면 견융은 큰 타격을 입을 거다. 이제 남하국의 군대가 견융을 완전히 짓밟아 버리는 거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견융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마수령의 특징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쟁을 일으켜 미친 듯이 질주하면 아무리 오합지졸이라 해도 무시할 수가 없다. 견융족에는 고수들도 많았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하찮은 마수령도 혼성 8성, 9성의 정점에 이른 고수이기 때문에, 이 무리를 대할 때 절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공화련이 물었다.

“왜 공격하지 않는 거죠?”

고천추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제 생각엔 공중 지원을 기다리는 듯합니다.”

‘공중 지원?’

공화련이 속으로 궁금해하는 순간 갑자기 하늘로부터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산 채로 찢겨지는 것 같은 무서운 소리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열 척은 넘는 길이의 거대한 비행 마수 몇 십 마리의 소리였다.

수천 개의 마수를 끌고 요새로 하강하는 모습이 마치 유성이 요새 위로 쏟아지는 것 같았다.

그 비행 마수는 거조라고 불리는 거대한 괴수로, 견융족 고수들을 최소 600~700명 정도 실을 수 있어서, 과거에는 병력 수송 도구로만 사용됐다. 하지만 지금은 전략적인 운용을 하고 있었다.

견융족의 대규모 공중 기병이 가지각색의 기이한 비행 마수를 타고 거조 수십 마리를 보호하고 있었다.

‘저게 바로 공중 지원이란 말이야?

견융족도 공중 부대가 있다고?‘

높은 성벽으로 견고한 전선 요새는 대형 괴수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근접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우선 공중 마수를 이용해 정예 결사대를 투입한 것이다.

요새의 문을 바로 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남하 대군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군이 밀고 들어오면 성공 확률은 더 커진다.

전술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오랜 기간 남하국과 싸워온 이상 견융족도 어떻게 해야 성을 공격할 수 있는지 그 비결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봐도, 이번 견융족의 공격은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 둔 게 틀림없었다. 용맹스러운 일반 병사가 수십 만 명이요, 최소 2만 명 이상의 공수 부대가 준비되어 있다.

동방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활을 쏴라!”

견융족의 공중 부대가 습격을 하려는 찰나였다.

요새와 성벽으로부터 빽빽한 화살비가 쏟아졌다.

쉬이이이이익!

모든 화살은 마력의 빛에 싸여 있어 빠르고 정확하게 하늘에 쏘아 올려졌다. 강력한 힘을 가진 활이 거대한 새의 몸을 찔렀다. 마수의 방어로는 이런 다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일부 화살이 단단한 깃털과 피부를 찌르자 화살대에 묶여 있던 부적들이 모두 활성화 되었다.

펑펑펑!

요새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장관이었다.

마수들의 몸이 순식간에 다 터져 나갔다. 쏟아지는 피, 흩어지는 깃털, 찢어진 몸이 마치 비처럼 끊임없이 쏟아졌다. 귀를 찌르는 듯한 울부짖음이 이어지며 하늘을 가득 메웠다.

동방전은 깃발을 높이 휘두르며 외쳤다.

“계속해서 활을 쏴라!”

이때, 견융족 공중 부대는 이미 요새에 가까이 와 있었다. 견융족 지휘관 중 하나가 검은 매의 등에서 일어나니 정령이 터져 나와 6개의 영체 늑대병으로 변했다. 이들은 탈 것 위로 쏟아지는 화살비를 막아주었다. 곧 견융족 지휘관이 손에 칼을 들고 고함을 질렀다.

“죽여라!”

“인간을 다 죽여라!”

“견융을 위해!”

천제현은 그를 보자마자 놀라고 말았다.

“낙라?”

공화련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네가 어떻게 알아?”

천제현이 설명해 주었다.

“붉은 늪에서 만난 견융족 강자예요. 혼성 9성 정점에 도달한 인물이죠. 엄청난 실력자에요!”

공화련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혼성 9성 정점의 강자가 결사대에 합류했다. 견융족이 이번에 얼마나 큰 결심을 하고 나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요새의 맹렬한 저지에도 불구하고 견융족은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이미 착륙에 성공해서 빠르게 요새 위로 향하는 부대도 있었다.

그렇다고 성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철성의 구조는 폐쇄적이다. 성벽 통로가 위쪽에 있긴 하지만 몇 겹으로 이루어진 강철망으로 잘 덮여 있고, 표면에는 날카로운 침으로 가득하다. 철성 요새의 궁수는 대부분 사격창이나 사격복도에 배치되어 있었다.

중요한 요새인 만큼 어찌 공중 방어를 소홀히 생각했겠는가.

견융족의 공중 수송은 적잖은 문제가 있어, 철성 요새를 완전히 함락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남하군의 끊임없는 화살 공격으로 수많은 대형 매와 거조가 활에 맞아서 견융족이 비처럼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통로 위로 떨어진 사람들은 날카로운 침이 가득한 철망 위로 떨어져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겼다. 결국 다 썩어 버린 살점들이 너덜너덜하게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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