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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81화 (377/729)

# 381

제381장 비상 상황(2)

남하왕과 삼군이 자리를 뜨자 천제현도 일행을 데리고 상회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모두 우울한 모습이라 답답한 천제현이 물었다.

“무슨 생각들이세요? 그놈은 제대로 혼쭐이 났잖아요. 야심만만한 남하왕은 온통 북벌 준비에 정신이 팔려 있어요. 아무리 멍청해도 이런 시기에 작위를 박탈하여 장군의 심기를 건드리지는 않겠죠!”

“그 생각 하는 게 아니야.”

공서련이 두 눈을 반짝이며 천제현을 쳐다봤다.

“남하국에 곧 전쟁이 일어나잖아!”

“그게 뭐 어때서요?”

남궁혜가 끼어들었다.

“걱정 안 돼? 적은 몇백 년 동안 숨도 못 쉬게 우릴 괴롭힌 견융족이라고!”

전쟁은 영원히 무거운 주제일 수밖에 없다. 야심가가 아니고서야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게다가 적은 무척 강하다. 견융족은 줄곧 남하왕국의 천적이었다.

천제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왕성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아서 거리도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왕성에 도시가 몇 개인지 왕성 북쪽 세계가 어떤지는 더더욱 몰랐다.

견융족 부족이 몇 개인지, 인구는 얼마나 되는지, 실력이 어떤지, 무기와 장비는 어떤지, 문명 수준은 어떤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니 천제현은 전쟁이 일어나는 게 좋은 일인지 아니면 나쁜 일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군요.”

천제현이 모두를 위로했다.

“남하왕과 삼군은 만만한 인물이 아니에요. 이들은 견융초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죠. 이번에 별다른 이견이 없는 걸 보니 전쟁은 무난히 끝날 것 같아요.”

남하국은 10여 년 동안 힘을 키워 이제 충분한 전력을 갖췄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남하국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남하국에서는 마력무기 공장을 짓고 있으니 곧 시대를 초월하는 무기를 손에 넣게 된다. 이 무기를 군대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한다면 지금의 대융국은 물론이고 전성기 시절의 대융국이라 해도 적수가 되지 못한다.

공화련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은 재난이자 기회야. 우리가 필요할 테니 남하왕도 도를 넘는 일을 벌이지는 못할 거야. 이 틈을 이용해 더 크게 성장해야 해!”

공서련이 갑자기 천제현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네가 전쟁에 나가지는 않겠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천제현이 몹시 답답해했다.

“저는 병법도 모르고 이 시대의 무기도 잘 몰라요. 게다가 남하국 군대 편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죠. 그런 제가 군사들을 이끌고 출정할 수 있겠어요? 제가 천하제일의 천재인 것은 맞지만 전지전능하다고는 할 수 없죠!”

“전쟁할 능력이 없다면 그렇다고 하지 왜 핑계를 대고 그래?”

공서련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제 안심이 되네!”

***

견융족이 대규모로 쳐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이 다시 한 번 사실로 밝혀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대략 40만 견융 기병이 보란 듯이 초원에 결집했다. 견융족은 거센 홍수처럼 창주의 경계로 밀려들었다.

이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견융족은 창주 평원을 공격하려는 것이다.

40만 견융 기병은 가공할 만한 숫자다.

견융초원은 매우 광활하고 그곳의 마수령은 번식력이 무척 강하다. 그러나 견융족 인구는 대략 남하국의 3분의 1 정도로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로는 과학적인 능력이 낮기 때문이었다. 견융족은 주로 수렵으로 식량을 구하는데다가, 역병 등의 재난이 발생하면 대량의 인구가 죽게 된다.

둘째로는 생존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다. 마수령은 태어나자마자 잔인한 생존 법칙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부에서는 자원을 쟁탈하느라 피 튀기게 싸우고 외부에서는 난폭한 마수를 사냥해야 한다. 견융족 아이 열 명 중 하나만이 살아남아서 성인이 될 정도다.

셋째는 빈번한 전쟁으로 내부적인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남기만 하면 모두 용맹한 전사가 된다. 그래서 남하국의 평범한 군대는 견융족의 철기 앞에 어린아이처럼 약한 존재이다. 최고의 정예 기병만이 견융족과 싸울 자격을 갖는다.

그런 견융족 40만이 집결했다는 것은 사실상 엄청난 전력이 모였다는 것이다.

이번에 견융족 지휘관은 꽤 영리하다. 강한 곳은 피하고 약한 곳을 공략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이치는 알고 있기에 왕성 근처의 요새가 아닌 창주 변방을 선택한 것이다.

창주성은 이런 전력을 당해낼 수 없기 때문에 40만 견융 기병이 창주를 공격할 것이 분명했다. 왕성에서 급히 지원군을 보낸다고 해도 왕성에서 정예군과 부딪치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남하왕은 백성들에게 이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견융 군대의 규모와 동향을 확실히 파악한 후 곧바로 전국에 이 사실을 공표했다.

전국은 혼란에 휩싸였다.

40만 기병은 견융족에게도 엄청난 규모였다.

견융족은 농사와 식량 저장에 서툰데다 수십 년 동안 전란에 시달려서 대규모 군대의 장기 원정을 감당하기 힘들다.

그런데 40만 기병이라니.

군량미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척박한 견융초원에서 40만 대군을 동원해 남하국을 기습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반면 왕성의 사람들은 대체로 평온했다.

‘견융족의 족장들이 모두 미친 건가? 굶어죽기 직전인데 남하국을 공격하다니?.’

왕성 사람들은 아는 게 많기도 하고 견융족의 공격에 익숙하기도 했다. 이번에 규모가 상당하긴 하나 왕성 사람들은 잠깐 놀라기만 하고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삼군이 버티고 있으니 왕성은 반석 같이 탄탄했다. 창주 또한 약하지 않다. 창주군단은 여덟 주에서 최고인데다 왕성에서 지원군을 파병하여 양쪽에서 협공한다면 견융 대군은 어떤 목적도 이루지 못하고 후퇴할 게 뻔했다.

남하국은 군량미도 충분한데다 본토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니 보급도 매우 편리하다. 유목민족인 견융족의 기병을 두려워 할 까닭이 있겠는가?

남하왕이 세 번 연속 교지를 내렸다.

-며칠 전에 철수한 최정예 군단은 모두 다시 전선의 요새로 돌아가 전투 상태로 돌입하라. 견융족이 불시에 왕성을 공격할 수도 있으니 이에 대비하라.

-무안군이 친히 20만 질풍기병을 이끌고 창주로 가서 견융을 공격하라. 창주의 20만 졍예 군단과 협력하여 이번에 침입한 견융족을 섬멸하라.

-전국은 즉시 전쟁 준비를 하고 식량과 금속, 가죽, 무기와 장비 등을 대량 구입하라. 거금을 들여 용병단을 고용하고 남군을 북으로 이동시켜 긴급 상황에 대비하라.

세 개의 교지가 내려오자 백성들의 혼란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남하왕의 반응이 무척 빠르네. 만반의 준비를 갖춘 듯하니 견융족이 아무것도 못 건지겠어.’

‘이제 무안군이 창주를 침범한 견융 기병에게 본때를 보여줄 일만 남았군.’

이날 대군이 출정하자 왕성의 수백 만 백성이 나와서 송별했다.

성 밖에서 수많은 기병들이 행장을 꾸리고 대기하고 있었다. 들판을 빽빽이 채운 병사들의 규모는 두려울 정도로 컸다.

기병들은 모두 동일한 청색 갑옷을 걸치고 청색 질풍마 고삐를 쥐고 있었다. 모두 초원과 하나가 된 것처럼 서슬 퍼런 빛을 뿜는 예리한 창을 높이 쥔 모습이 서로 먼저 자라려고 다투는 야생초 같았다. 기병들은 산이 무너질 듯한 기세로 외쳤다.

“필승!”

“필승!”

“필승!”

질풍마군단은 남하국의 주력 기병 부대이다.

모든 주에 질풍마군단이 주둔하고 있지만 병사 수는 보통 3,000기를 넘지 않았다. 천제현 일행은 뇌주에서 이미 질풍기병의 전투력을 본 적이 있다. 십만이 넘는 질풍기병이 돌격한다면 창주 평원에 돌풍이 몰아칠 것이다. 이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고 강력한 적들도 순식간에 박살 날 것이다.

남하왕도 친히 병사들을 송별하러 나왔다.

남하국에서는 오랫동안 이런 광경을 볼 수 없었다.

이번 전쟁의 총사령관은 남하국 백성들 마음속의 수호신이자 남하삼군의 우두머리인 무안군이다.

무안군은 전쟁에서 이기지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가 남하국을 지킨 수십 년 동안 견융족의 약탈 부대는 단 한 번도 왕성 변방 지역을 함락시킨 적이 없다.

전국을 뒤져도 이번 전쟁을 통솔할 사령관으로 무안군만한 적임자는 없었다.

왕천룡과 이화후 등도 명장이긴 하나 전장에서의 진법에 밝을 뿐이었다. 이런 대규모 전장과 전투에는 더욱 노련하고 경험이 풍부하며 실력이 좋은 백전노장이 지휘를 맡아야 한다.

“이것은 남하국을 수호하는 왕검이오!”

남하왕이 위엄이 넘치는 보검을 높이 들었다.

“창주에서 이 검을 지닌 경은 나 남하왕을 대신하는 것이오. 아무것도 알릴 필요 없소.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불복하는 자는 창운 군후부터 장군, 병사까지 모두 알아서 처단하고 후에 보고하시오!”

왕검은 신급 무기일 뿐만 아니라 왕의 절대 권력을 상징한다. 남하왕은 왕검까지 무안군에게 건넸다. 이로써 남하왕이 이번 전쟁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무안군을 얼마나 믿는지 알 수 있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무안군이 두 손으로 왕검을 받아든 채 조각상처럼 우뚝 섰다.

“무안군, 경은 남하국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자 가장 뛰어난 사령관이오. 그대가 군을 이끌고 출정하니 고작 몇십 만도 안 되는 오합지졸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소!”

자신감이 충만한 듯 남하왕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개선한 후에 다시 천하를 논합시다. 견융초원을 수복하여 짐에게 대하의 아름다운 땅을 되찾게 해주시오!”

이 말에 사람들의 피가 끓었다. 남하국 백성은 모두 견융을 공격하여 견융족을 초원에서 완전히 몰아내고 대하국의 영토를 되찾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견융을 몰아내고자 하는 남하왕의 의지를 보고 누가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남하왕이 친히 술동이를 열고 높이 들었다.

“짐이 남하의 병사들을 환송하겠다!”

염양군과 문성군이 단의 양측에서 술잔을 들고 남하국의 기병들에게 예를 올렸다.

20만 병사들이 전부 감격하여 술을 단숨에 비운 후 술잔을 힘차게 던져서 깼다. 그 후 병사들은 창을 들고 말에 올랐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대하국은 강하다. 우리는 승리한다!”

남하왕이 목청을 높여 외쳤다.

“공을 세우고 신속히 개선하라!”

무안군이 황금 그리핀에 올라탔다. 황금 그리핀이 발을 굴러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순식간에 최고 속력으로 병사들의 머리 위를 활강했다. 그리핀은 믿기 힘든 속도로 순식간에 도열한 병사들의 맨 끝으로 날아갔다. 무안군의 묵직한 음성이 구름을 뚫고 울려 퍼졌다.

“전군, 출발!”

“필승!”

“필승!”

“무안군, 필승!”

왕성의 수백 만 백성이 목청 높여 외치기 시작했다.

마침내 무안군이 기병 대군을 이끌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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