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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80화 (376/729)

# 380

제380장 비상 상황

방금의 기관총은 평범한 마력 돌격기관총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 기관총은 특수 제작한 탄창과 마력으로 실탄을 발사한다. 총구는 막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10여 개의 작은 구멍이 있었다. 그리고 그 총구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혈음강시침이 나간다.

그 혈침은 혼성술사의 호신마력을 직접 뚫을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부상을 입힐 수 있었다.

혈침은 모두 천제현이 직접 가공했다. 그래서 몹시 날카로울 뿐만 아니라 사갈수 왕에게 채취한 독약을 발라서 순식간에 상대를 마비시켜 제압할 수 있다.

“그만하게!”

무안군이 손을 휘둘렀다.

선홍빛 거대한 검이 하늘에서 내려와 왕천룡 주위에 꽂혔다.

주변의 강시들이 어떤 힘에 떠밀리듯 전부 10여 장 밖으로 밀려났다. 아무리 강시들이 기를 써도 다시 다가갈 수 없었다.

“천제현 승리!”

천제현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패배를 인정하시지요. 영무후…… 아니지, 약속대로 이제 작위를 반납해야 하니 왕 장군이라 불러야겠지요. 살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왕천룡은 화가 나서 기절할 지경이었다.

“하하하!”

남궁혜가 웃으며 소리쳤다.

“당신들의 장군이 직접 약속하고 삼군과 전하께서 증인이시니 왕씨 가문에서는 약속을 저 버리지 않겠지요?”

왕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흙빛이 되었다.

제후에 봉해진 당일에 다시 제후 자리를 박탈당했다. 영무후라는 작위를 받은 지 반나절도 안 되어서 다시 빼앗기다니 이는 남하국의 웃음거리가 되기 충분한 일이었다. 왕천룡 개인에게도 왕씨 가문에게도 매우 치욕적인 일이다.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치욕인 것이다.

남하왕의 안색도 좋지 않았다. 왕천룡을 영무후로 봉하여 천제현의 기세를 눌러 날뛰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영무후는 하루도 안 돼서 무너져 버렸다.

영무후를 꺾은 천제현은 더욱 유명해질 텐데 이제 어떻게 그의 기세를 누를 수 있단 말인가?

천제현은 오만하고 제멋대로라서 남하왕이 통제하기 힘들었다. 앞으로 세력이 커지면 왕권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게 아닌가.

문성군이 남하왕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다.

“영무후는 실력이 모자라서 패한 게 아닙니다. 적을 얕봤을 뿐이지요. 천제현은 실력으로 이긴 게 아닙니다. 외부의 도움으로 승리한 것이지요. 영무후는 혁혁한 공을 세웠고 왕씨 가문은 남하국의 명문 귀족입니다. 곧바로 작위를 박탈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우선 작위를 내린다는 교지를 거둬들이시고 영무후에게 반성할 시간을 주십시오. 그리고 한 달 후에 다시 제후에 봉하는 게 어떻습니까?”

“짐도 같은 생각이오.”

남하왕이 엄숙한 말투로 꾸짖었다.

“왕 장군은 반성하시오. 전장의 장수로서 어찌 이리 경솔하게 행동한단 말이오?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으시오!”

왕천룡이 급히 무릎을 꿇었다.

“명심하겠나이다!”

천제현 일행은 언짢은 기색이었다.

‘저놈이 분명 지 스스로 작위를 내려놓겠다고 약속해놓고 왜 말을 바꾸는 거야?’

그러나 무안군뿐만 아니라 염양군, 대학자까지 그러나 남하왕의 의견에 동의하는 눈치였다.

제후 작위를 내리는 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하루 아참에 작위를 내렸다가 박탈한단 말인가. 만약 그렇게 한다면 조정이 크게 동요할 것이다.

왕씨 가문은 왕성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원래 옛 왕족의 후예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최근 10년 동안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내기에서 한 번 졌다고 왕씨 가문의 공로를 부인한다면 백성들이 남하왕을 매정한 군주라고 욕하지 않겠는가?

지금 당장 작위를 박탈할 수는 없으니 우선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에 다시 작위를 내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리 하는 게 그나마 기적상회와 천제현의 체면을 살려주는 방법이다.

“오늘의 결투는 아주 놀라웠소. 천 학사는 역시 기적의 청년이오. 혼기 열 개와 성약 열 알, 황금 만 냥을 상으로 내리겠소!”

천제현의 의견과 상관없이 남하왕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남하왕은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테니 못마땅해도 받아들여야 했다. 삼군은 남하왕의 결정에 모두 동의했다. 이번 일은 이렇게 끝낼 수밖에 없었다.

결투의 흥분이 아직 가라앉기도 전이었다.

하늘에서 긴 울음소리와 함께 그리핀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거대한 그리핀의 등에서 기사 하나가 뛰어내렸다. 그는 몹시 초조한 얼굴로 남하왕 앞에 다가와서 거칠게 한 쪽 무릎을 꿇었다.

“보고 드립니다. 군에 비상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남하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말해 보아라!”

그리핀 기사가 두 손으로 상소를 올렸다.

“전선의 정찰병이 보낸 정보이옵니다. 견융족이 대규모로 군사들을 소집하여 창주 변경으로 움직인 흔적이 있습니다. 몹시 수상한 상황이니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남하왕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경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문성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견융족의 행적을 보니 창주성을 직접 공격할 모양입니다. 창주성의 방비를 강화해야 합니다. 창주성이 함락되면 왕성은 북방에 고립되어 여러 제약을 받을 것입니다.”

“소신의 생각은 다릅니다. 창주성은 높고 견고한데다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견융족이 힘을 하나로 모으지 않으면 창주성을 점령할 수는 없습니다. 정찰병이 가져온 정보로 봤을 때 대규모 경기병 부대인 듯합니다. 예전에 침입했을 때보다 규모가 크긴 하지만 공성부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무안군이 한참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소신이 보기에 창주성은 눈속임이고 진짜 목표는 창주 사육장인 것 같습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 모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창주 사육장은 남하국에게 있어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남하국 수십만 기병의 전투마수가 전부 이곳에서 길러진다. 사육장이 견융족에 의해 파괴되면 남하국의 전투마수 생산량은 급전직하할 것이다. 기병의 수가 줄어들면 결국 대초원에서 견융족과 겨루기 힘들어진다.

이는 기반을 무력화시키려는 아주 독한 수다.

남하왕이 노여워하며 말했다.

“전선의 군대를 축소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견융족이 움직임을 보이는군! 움직임 아주 빨라!”

“이번 일은 심상치 않습니다.”

무안군이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견융초원에서는 오랫동안 남하국에 전략적인 군사적 행동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략적인 군사적 행동이라는 것은 사전에 계획한 침략을 뜻한다.

최근 10여 년 동안 견융족은 여러 차례 침략을 감행했으나 모두 소규모 약탈에 불과했다. 이번의 대규모 침략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견융족의 공격 목표가 사육장이든 창주성이든 이번에는 남하국의 중요한 보급지를 완전히 박살 내겠다는 의도였다.

왕성은 남하국의 심장이라서 함락시키기 극히 어렵다.

삼군과 남하왕이 버티고 있는데다 전국 3분의 1 이상의 기병과 보병, 이름을 날리는 최고의 정예군단이 모두 왕성에 주둔 중이다. 남하국 전체 전력의 8할이 왕성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왕국이 10여 년간 힘을 기른 결과였다.

왕성을 공격하는 게 먹히지 않는다면 옆의 창주부터 건드리는 수밖에 없다.

남하국과 달리 견융족은 마지막 왕인 송곳니 왕이 죽고 나서 10여 년을 내전으로 보냈다. 부족끼리 서로 배척하며 싸우는 바람에 대융국 시기보다 힘이 크게 약해졌다.

갈기갈기 찢어진 견융족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견융초원의 현재 힘으로는 단시일 내에 왕성을 넘볼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장기적인 전략으로 창주를 집어삼켜서 왕성을 고립시킨 후에 다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니 창주를 공격하는 것은 전략의 첫걸음이다.

물론 남하왕과 삼군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 전략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몹시 어렵기 때문이다. 재해가 자주 발생하기는 하지만 남하국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였다. 견융족처럼 부족으로 이루어진 미개한 사회 구조는 장기간의 혼란을 야기하게 마련이다. 이따금 통일이 된다고 해도 잠시잠깐에 불과하다.

이런 장기적인 전략은 정국이 혼란스러운 세력에는 적합하지 않다.

견융족 기병이 공격에 성공한다고 해도 남하국의 인마와 북진하는 길에 잠깐의 타격을 입힐 뿐 근본적인 타격을 주지 못한다. 나라가 위기에 빠질 리는 더더욱 없다.

“잘 왔다!”

남하왕이 빠르게 생각을 마친 후 눈앞의 난간을 내리쳤다.

“짐이 여러 장군들을 불러들인 것은 바로 견융을 공격하기 위해서였소. 견융족은 모두 유목부족이오. 문성군의 정보가 있다고 해도 드넓은 초원에서 그들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소. 이번에 자진하여 대규모의 기병을 이끌고 우리의 영토로 넘어왔소.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으니 받아야지!”

“전하!”

남하왕의 말이 끝나자 왕천룡이 곧장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전룡군단이 출전하겠사옵니다!”

“장군은 부상을 입었으니 쉬는 게 좋겠소. 게다가 군단의 주력은 전선에 있으니 당분간은 움직일 수 없소. 장군이 창주로 출정한다고 해도 데려갈 병사가 없단 말이오!”

왕천룡이 대답했다.

“그 점은 별문제가 안 됩니다. 일반 전투부대의 지원을 받는다면 데리고 온 전룡군단 소수 정예병들이 남하국에 침입한 견융 기병을 쓸어 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입은 부상은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하하! 공을 세우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하오. 남하대군의 북벌이 코앞이니 앞으로 공을 세울 기회는 많이 있소!”

남하왕은 왕천룡의 출전을 계속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 전쟁을 반드시 이겨서 우리 남하왕국의 위엄을 드높여야 하오. 그래야만 계속 북벌 계획을 추진할 수 있소. 그러니 이번 전쟁은 안정적으로 가야 하오. 무안군이 친히 군을 이끌고 출정하는 게 좋겠소!”

왕천룡은 본래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러나 남하왕이 무안군에게 친히 출정하라고 명령을 내리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남하국 영토 내에서 누가 무안군의 권위에 도전하겠는가? 게다가 무안군은 진령급 강자로 마력으로는 남하국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며 적수가 거의 없었다.

그가 친히 군대를 이끌고 출전한다면 전투를 벌이기도 전에 오합지졸인 견융족은 놀라 도망칠 수도 있다.

“삼군은 짐과 함께 궁으로 갑시다. 전략을 세워야 하오.”

남하왕이 나머지 사람들에게 명했다.

“모두 물러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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