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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79화 (375/729)

# 379

제379장 비겁한 천제현

왕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남하왕도 굳어진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천제현에 대한 정보는 이미 많이 수집하였지만, 강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천제현이 강시를 실전에 사용한 건 두 번이었다. 첫 번째는 천남성에서 천랑공자를 상대할 때이고 두 번째는 상관 가문의 특사를 상대할 때였다.

‘처음에 강시는 아주 약했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천제현 본인보다도 실력이 빨리 성장할 수 있지? 믿기 힘들 정도로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신혈강시는 특수한 능력이 많아서 혼성 9성 정점의 고수 대다수를 압도할 수 있다.

‘이렇게 가다간 불리하겠어!’

왕천룡이 소리를 내질렀다.

“하압!”

기합소리와 동시에 용식창이 한 줄기 빛으로 변해 강시에게 날아가다가 갑자기 다시 교룡으로 변하여 강시 주변에서 똬리를 틀었다.

교룡은 강시를 하나하나 스쳐 지나가더니 땅을 향해 돌진했다. 결투장 바닥에는 용이 파고 들어간 것 같은 모양의 모래언덕이 솟아났다.

‘강시를 피해 나를 직접 노리는 건가? 괜찮은 방법이군!’

그러나 천제현도 호락호락 당할 사람은 아니었다.

“염마변!”

천제현이 거대한 염마로 변하고, 곧바로 이글거리는 거대한 검을 바닥으로 날리자 교룡이 모래언덕 밑에서 세차게 솟아올랐다.

퍽!

교룡과 염마가 충돌했다.

그 충격으로 천제현의 온몸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강력한 충격에 의해 천제현의 몸을 덮고 있던 화염의 1/3이 벗겨졌다. 가공할 힘에 천제현은 몇 걸음 비틀거렸다. 몸을 감싼 성광체에도 금이 갔다.

‘대단하군. 공격 한 번에 이런 힘이 실리다니!’

천제현은 염마변을 시전한다고 해도 왕천룡과 정면으로 붙는다면 3합을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천제현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비술 염마변도 놀라웠다. 혼성 6성 밖에 안 되는 술사가 혼성 9성 중점에 달하는 공격을 받아낸 것은 무척 대단한 일이었다.

교룡은 공격이 먹히지 않자 후퇴하려고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천제현은 용석창이 되돌아가지 못하게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손으로 가늠해 보며 웃었다.

“좋은 무기군!”

용식창은 불멸 혼기에 버금갔다. 다만 무기의 혼기가 자아를 깨우치지 못했다는 점이 유일한 결점이었다. 그러나 자아가 없기 때문에 무기는 반항을 하거나 주인을 고르지 않았다. 그리하여 천제현은 무기를 바로 챙겼다.

사람들은 놀라서 눈이 빠질 듯 쳐다봤다.

영무후가 천제현을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반대로 창을 빼앗긴 꼴이 된 것이다.

‘용식창을 잃은 영무후가 강시 호위대 열여덟 명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

왕천룡은 분했지만 이성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품에서 두루마리를 꺼냈다.

“네놈에게 왕씨 가문의 비술을 보여주마!”

천제현의 신식을 시전하여 두루마리에 혈맥과 공간의 힘이 담겨 있다는 걸 알아냈다. 심상치 않은 물건임에 확실했다.

왕천룡이 손가락을 깨물어 두루마리에 피를 묻히자 두루마리가 발동하였다.

두루마리가 허공에 펴지면서 붙어 있던 부적이 단번에 발동되었다.

“얍!”

결투장에 마치 블랙홀과 같은 구멍이 생기더니 암홍색의 거대한 그림자가 구멍 안에서 튀어나왔다.

거대한 그림자는 땅을 세차게 구르며 천제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지룡인가?’

그 모습에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왕천룡이 비법을 써서 마수인 지룡을 소환한 것이다.

온몸이 암홍색인 지룡은 비늘 끄트머리가 어두운 금색으로 순도가 매우 높은 혈통으로, 혼성 9성 정점에 가까운 실력을 지녔다.

왕천룡 하나도 상대하기 버거운데 지룡까지 소환되었으니 천제현에게 위기가 닥친 셈이다.

천제현은 재빨리 강시를 조종 하여 모든 신혈강시의 손에 붉은 쇠사슬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강시들은 그 쇠사슬을 던져 지룡을 묶으려고 했다.

“어림없다!”

왕천룡은 마력을 응집시켜 기다란 용창을 만들어 쇠사슬을 향해 날렸다. 동시에 지룡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좌우를 막고 있는 강시들을 날려 버렸다.

거대한 몸집에 난폭한 지룡은 강시들로 막을 수 없었다. 지룡이 입에서 이글거리는 화염을 뿜어댔다. 화염이 천제현을 재로 만들어 버릴 듯한 기세로 곧장 날아왔다.

이때 거의 동시에 녹색 빛이 뿜어져 나와 지룡의 화염을 막았다.

거대한 녹색 그림자가 허공에 나타나서 지룡의 몸을 움켜쥐었다. 거대한 두 몸체가 공중에서 하나로 엉켰다.

녹색 그림자는 마치 도마뱀처럼 꼬리를 세워 지룡의 등짝을 후려쳤다. 이 공격은 마치 도끼로 내리찍는 것 같아서 지룡의 비늘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지룡의 반격도 거셌다.

“용석수!”

왕도가 뜬금없이 나타난 마수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저건 붉은 늪에 있던 그 마수 아닌가? 그때 분명히 죽었는데!’

왕천룡이 비법을 써서 지룡을 소환하자 천제현은 용석수를 소환한 것이다.

최상급의 마수 두 마리가 혈전을 벌였다. 두 마리 모두 우위를 점하기 힘들었다. 지룡과 실력이 막상막하인 용석수가 엉겨 붙으니 승부가 빨리 나지 않았다.

그새 신혈강시 열여덟 명이 다시 왕천룡을 에워쌌다.

천제현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영무후, 이제 밑천이 다 드러난 것 같군요. 제 진을 깰 수 없을 테니 항복해요!”

천제현의 예상과 달리 왕천룡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태연한 얼굴로 그저 천제현을 차갑게 노려봤다.

“이 강시들로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설마 궁극의 필살기가 또 있나요?”

“너 따위를 상대하는데 이것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네놈이 뛰어난 것 같으니 영광스럽게 패할 수 있게 해주겠다.”

“아이고, 무서워라!”

태연하게 말을 받았지만 천제현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대하왕족의 저력은 우습게 볼 것이 아니다. 왕천룡에게 정말 숨겨둔 필살기가 있다면 분명 대단할 것이다.

“네 방어력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느냐?”

왕천룡이 온몸에서 대량의 마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금빛 마력 네다섯 줄기가 교룡의 몸 근처에서 응집되더니 몇 마리의 교룡이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속도로 회전하며 금색의 공처럼 변했다.

“오늘 네놈에게 진정한 방어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

그걸 본 문성군이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대하왕족의 화룡호신공은 마력을 곧바로 교룡의 힘으로 바꾸는 것이지. 마력이 남아 있는 한 어떤 적도 뚫을 수 없는 그야말로 당시 남하국 최고의 방어 무공이었어!”

“대단하군!”

염양군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그 당시 남하왕족 대대로 내려온 무공이야. 왕천룡이 10년 넘게 견융초원을 누빌 수 있었던 것은 다 공수를 겸비한 저 방어 무공 때문이지.”

천제현은 왕천룡의 주 무공이 방어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왕천룡은 입신의 경지에까지 올라 있었다. 방어 강도는 거의 대성의 불멸체와 맞먹는 수준으로 금강체 단계인 천제현보다 훨씬 강했다.

그러나 그 무공은 불멸체와는 달랐다. 불멸체는 몸을 보호하는 별빛을 방출하여 공격이 오는 순간 상처 입는 것을 막아준다.

방어막인 불빛이 파괴되면 체내의 마력이 자동적으로 스며 나와 파괴된 곳을 보완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마력 소모가 보완 속도보다 빠르면 불멸체는 깨지고 만다.

하지만 왕천룡의 무공은 단숨에 체내의 마력 절반을 방출하여 방어막을 형성한다.

이런 방어막은 매우 강력한 마력으로 형성한 일회성 방어로 깨지면 보완해 줄 수 없다. 그러나 효과는 더욱 파괴적이고 방어 강도도 매우 높다.

왕천룡이 이 무공을 시전하면 진령급 이하의 술사는 깨뜨릴 수 없을 것이다.

이 무공의 진정한 위력은 방어력 증가에 있지 않다. 이 무공에는 강력한 공격력이 숨겨져 있다.

몸에 뭔가가 근접하면 교룡의 힘이 곧바로 이를 박살 내버리는 것이다.

물론 모든 무공에는 결함이 있듯이, 화룡호신공에도 큰 결함이 있었다. 바로 마력 소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방어력만으로 보면 불멸체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성광불멸체에 비해 마력 소모가 너무 크다. 그리고 불멸체는 방어 무공일 뿐만 아니라 체질을 개선시켜주는 무공이기도 하다.

불멸체는 술사의 기초 실력을 높여주고 체질을 개선시켜주기 때문에 단순한 방어 무공보다 가치가 훨씬 높다. 따라서 방어력의 강도만으로 이 무공을 불멸체와 비교할 수는 없었다.

“어디 한 번 해보자!”

천제현이 강시 네다섯을 조종하여 교룡을 에워쌌다. 그러나 공 모양으로 회전하는 교룡에게 닿기도 전에 바로 발톱에 맞고 수십 장 멀리 날아갔다.

‘엄청난 힘이다!’

혼성 9성이라도 한 번 맞으면 중상을 입고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대하왕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무공은 역시 막강한 파괴력을 지녔군!’

이 모습에 공서련은 조금 겁이 났다.

“저 무공은 우리의 현재 불멸체보다 대단한 것 같은데 이를 어쩌면 좋지? 저 방어를 뚫지 못하면 천제현이 질 게 뻔해!”

공화련과 남궁혜 역시 몹시 초초했다.

강시들은 대처를 하기도 전에 모두 튕겨져 나갔다. 강시들이 구축한 진은 이미 완전히 마비되어 버렸다.

왕천룡이 손에서 기다란 용창을 만들어 강시 셋을 날려 버린 후 완전히 노출된 천제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안 돼!’

여우가 소환한 용석수는 지룡과 엉겨붙어 있고 강시도 모두 당했으니 천제현이 이 일격을 어떻게 받아내겠는가?

양측의 거리는 열 장도 채 되지 않았다.

마지막 강시 하나가 막아보았지만 마찬가지로 단숨에 튕겨져 나갔다.

이제 거리는 왕천룡이 순식간에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좁혀졌다.

천제현이 무슨 수를 쓰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 이를 본 무안군이 나서려고 했다.

승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최소한 천제현의 목숨을 살려야 했다.

바로 이때였다.

천제현이 품에서 기괴한 모양의 돌격 기관총 두 자루를 거칠게 꺼냈다.

“맛 좀 봐라!”

다다다다!

마력 기관총에서 탄알이 발사되는 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기관총은 작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실탄을 발사했다. 납작하고 가느다란 암홍색 금속침이 폭풍우가 몰아치듯 쏟아져 나왔다.

왕천룡은 금속침의 속도나 힘이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며 싸늘하게 웃었다.

“이렇게 약한 공격으로 내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것…….”

말을 마치기도 전이었다.

하찮아 보이는 얇은 암홍색 침이 방어를 뚫고 왕천룡의 몸에 꽂혔다.

금속침 대부분은 갑옷에 튕겨나갔지만 일부는 갑옷 틈새와 목, 얼굴에 꽂혀 왕천룡을 고슴도치처럼 만들어 버렸다.

“으악!”

왕천룡이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무공이 순식간에 무너지며 온몸에 퍼진 저릿저릿 마비되는 통증으로 그는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천제현은 어느새 검을 들고 하늘로 날아올라 노염참을 시전하고 있었다.

번쩍이는 검광과 함께 왕천룡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갑옷은 검광에 두 동강이 났고, 왕천룡은 미처 땅에 내려오기도 전에 이미 강시 열여덟 명에게 둘러쌓였다.

왕천룡이 막아낼 틈이 있겠는가?

퍽퍽퍽!

수십 차례의 공격이 잇달았다,

강시 열여덟 명이 왕천룡을 에워싸고 짓밟았다. 하도 밟아대서 땅이 움푹 들어갈 정도였다. 왕천룡은 이미 반격할 힘을 잃었다. 이제 승부는 확실히 결정되었다.

천제현이 검을 칼집에 넣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작 그런 재주로 나와 겨루겠다고? 웃기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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