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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78화 (374/729)

# 378

제378장 강해진 신혈강시

천제현이 정신력을 방출하자마자 신혈강시 18구가 소생한 조각상처럼 순식간에 송곳 모양의 진열을 만들었다.

그러더니 뒤에 있는 강시가 앞에 있는 강시에게 힘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힘을 축적해 나간 후, 마지막 두 강시가 동시에 맨 앞에 있는 강시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쾅!

엄청난 힘이 땅을 가르며 뻗어나갔다.

견고한 결투장 바닥이 파도의 물결처럼 들고 일어났다. 물의 힘이 진동하더니 땅을 가르면서 사방에서 밀어 닥쳤다.

“이런 잔재주 따위!”

왕천룡은 있던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용식창을 가볍게 들어 올려 바닥에 내리 꽂았다.

그러자 뜨거운 용의 숨결이 순식간에 화염이 되어 주변을 집어삼켰다.

이때, 강시들의 힘이 완전히 뭉쳐지더니 맨 앞에 있는 강시가 온통 피투성이가 된 것처럼 적홍색으로 바뀌었다.

가공할 힘이 강시 안에서 팽창하여 곧 폭발할 것만 같았다.

‘강시 17구의 힘이 모두 강시 한 구로 모여든 것인가? 저건 또 어떻게 한 거지?!’

사람마다 마력이 다르기 때문에 대량의 마력을 동시에 한 사람에게 주입하면 내상을 입게 된다.

가령 강시의 힘이 완전히 같다고 하더라도 18구의 힘이 한 구에 쏠리면, 혼성 9성 정점의 강시라 하더라도 이내 견디지 못하고 온몸이 터져 버릴 것이다.

그러나 이 강시의 경우는 폭발한 조짐조차 보이지 않았다.

왕천룡이 오른손에 용식창을 꽉 쥐고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 역시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선홍색으로 변한 강시가 양손을 들어 올리자 선홍빛을 띤 힘이 응집되더니 순식간에 마력구를 형성했다. 마력구는 처음에 작았다가 차츰 커지더니 마치 핏빛의 태양처럼 이글거렸다.

이윽고 마력구가 다시 작아지면서 거대한 압력을 형성하자 주변의 널따란 지면이 그대로 푹 꺼져 버렸다.

모두 놀라 숨을 들이켰다.

그 마력구는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강렬한 시독을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공할 힘까지 내재되어 있었다. 강시 신혈에서 비롯된 힘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고 광활한 기운을 내뿜었다.

무안군은 강시에 응집된 힘을 느끼고는 깜짝 놀랐다.

“힘의 속성은 대단히 특별한 것 같소. 난생 처음 보는 군.”

문성군도 고개를 끄덕였다.

“천제현이라, 저자는 수수께끼 투성이외다!”

남하왕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강시의 힘은 혼성 7성 정점에 달해 그 자체로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강한 힘을 응집할 수 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강시의 힘이 자신을 위협할 수준으로 강해질 기미가 보이자 왕천룡도 더는 좌시할 수 없었다.

그가 용식창을 맹렬히 꺼내 들었다.

휙!

왕천룡이 용식창을 꺼내자마자 거대한 빛이 하늘을 찌를 듯 위로 솟구쳤고, 왕천룡이 그 빛을 타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곧이어 왕천룡이 30장 높이 상공에서 수직 강하하니 마치 거대 운석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했다.

“하압!”

더욱이 낙하하면서 왕천룡은 그의 정령을 소환했다. 그의 정령은 엄청난 크기의 창이었다.

용식창은 정령의 힘을 받아 순식간에 암금색으로 변했다. 용식창은 더는 사물이 아닌 왕천룡 손에 들린 교룡이었다.

강시는 힘을 고도로 압축한 마력구를 앞으로 던졌고, 왕천룡에게 곧바로 날아갔다.

“비켜라!”

왕천룡에게서 뿜어져 나온 용의 포효, 기운, 진동이 사람을 전율케 하였다.

이어서 용식창이 순식간에 뻗어나가며 뜨거운 용의 숨결을 방출했다.

용의 숨결이 자욱하게 깔리자 공기마저 타들어가는 것처럼 비틀린 채 요동쳤다. 강철조차도 순식간에 증발시켜 버릴 가공할 힘이었다.

이윽고 용식창이 뿜어낸 숨결이 거대한 송곳으로 변해 강시의 힘을 거세게 흐트러뜨리더니, 마력구를 뚫고 천제현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뻗어 나갔다.

폭발적인 힘이 굽이치고 경기장 지면이 순식간에 붕괴되었다.

마치 거대한 함선 두 척이 엄청난 속도로 부딪히는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고, 이는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도 남았다.

왕천룡은 용의 숨결이 모든 것을 불태웠으리라 확신했다. 용의 숨결은 어떤 속성의 힘이라도 한순간에 집어삼켜 한 줌의 재도 남기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인 위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강시들이 방출한 힘은 단순한 것이 아닌 듯 했다. 용의 숨결로도 완전히 태우지 못하는 힘이 있었다.

왕천룡은 반격하기도 전에 거대한 힘에 튕겨져 나갔다.

“젠장!”

왕천룡이 다시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전세를 가다듬었다.

그러나 천제현은 왕천룡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딸랑.

천제현이 어혼방울을 흔들자 다시 강시들이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내 강시가 내뿜은 선홍빛 힘이 거대한 주먹으로 변하더니 모든 것을 뒤엎을 기세로 하늘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그 주먹이 왕천룡을 내리치자 맹렬한 힘에 왕천룡은 땅속에 처박혔다.

엄청난 공격으로 주변 곳곳이 최소 3장 이상 움푹 파였고, 수십 장에 달하는 면적이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다.

다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 바빴다.

‘영무후가 일격에 땅속에 박혔다? 영무후는 혼성 9성 정점의 마력을 가졌는데!’

‘강시들을 이용하여 영무후에게 이 같은 타격을 안기다니! 천제현이 감히 도전한 이유가 있었군.’

18구 강시는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쾅!

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왕천룡이 땅을 박차고 나왔다.

지금 이 순간 왕천룡의 모습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상등품 보갑이 산산조각이 난 상태에서 그의 눈빛이 분노로 흉흉하게 빛났다.

땅에 처박히는 수모를 겪다니, 이는 왕천룡에게 용납할 수 없는 수치였다.

“교룡격!”

그가 용식창을 휘두르자 몇 개의 힘이 서로 교차되더니 교룡끼리 얽힌 채 천제현을 향해 질주했다.

그 공격을 정면으로 맞게 되면 천제현은 그 자리에서 가루가 될 것이다.

이때 18구 강시가 동시에 손을 올리더니 그물처럼 생긴 피의 방어막을 형성하여 순식간에 천제현 앞에 펼쳤다.

용식창의 힘은 방어막에 닿자마자 모종의 힘에 의해 튕겨 나갔다.

이를 본 왕천룡은 용식창을 든 채 극한의 속도로 위로 솟아오르더니 방어막으로 달려들었고, 이에 피의 방어막은 순식간에 깨져 버렸다.

‘역시 영무후라 이건가?’

그의 폭발력은 사람의 모골을 송연케 했다.

“죽어라!”

왕천룡은 방어막을 깨뜨린 후 곧장 천제현 쪽으로 내달렸다.

이때 강시 한 구가 뛰어오르더니 자신의 몸으로 공격을 막았고, 왕천룡은 창끝을 강시에 쑤셔 넣은 채 거칠게 바닥에 내리꽂았다.

왕천룡의 파괴력으로 봤을 때 강시는 완전히 조각났을 게 분명했다.

천제현의 강시는 위력이 대단했으나 18구가 모여야 완전체를 이룰 수 있다.

이중 하나라도 잃게 되면 실력은 크게 반감되니 기적상회로서는 대단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강시들이 차례로 달려들었고, 왕천룡의 창은 사나운 용처럼 빈틈없이 차례로 강시들을 공격해 나갔다.

왕씨 가문 사람들은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격앙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천제현이 왕도의 탈것을 죽여 버렸으니 왕천룡이 그의 강시들을 제거하는 것은 빚을 갚은 셈이 아니겠는가.

쿵쿵쿵!

왕천룡의 앞길을 막고 있는 강시들이 차례로 나가떨어졌다.

강시는 결국 강시일 뿐, 무공을 배울 수 없기에 전투 방식이 대단히 획일적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왕천룡과 같은 역대급 강자를 상대할 수 있겠는가?

“네놈의 강시도 별거 없구나!”

왕천룡이 마지막 한 구를 공격하려던 찰나에 그 강시가 돌연 피안개를 내뿜었고 이내 왕천룡을 에워쌌다.

왕천룡은 제때에 강시를 찌르지 못했으나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어떤 힘을 감지했다. 그가 순간 의식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건…….”

육안으로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가느다란 핏발이 마치 머리카락처럼 왕천룡의 전신을 완전히 휘감았다.

그 힘은 왕천룡의 내재된 힘을 압박하고 있었다.

왕천룡은 한 걸음 내디디려는 순간 땅바닥을 가득 메운 핏발이 복잡하고 오묘한 진법을 만드는 것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곧이어 그가 쓰러뜨린 강시들이 하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강시들은 몸에 하나같이 구멍이 나고 움푹 파여 있었다. 그러나 체내에서 신혈이 작용을 일으키더니 빠르게 상처가 회복되어 처음의 상처 하나 없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강시 몸체는 너무 견고했다.

일반 혼성 9성의 술사도 용식창의 일격을 받아내기 어렵다. 그런데 이 강시들은 용식창을 정면으로 맞고도 가루가 되기는커녕 생채기 하나 난 곳이 없이 자동으로 회복된 것이다.

‘이것들은 불사의 몸인가?’

사실 이는 신혈이 부여한 능력이었다. 신령은 불사불멸의 존재로서 신체가 가루가 되어도 곧바로 회복할 수 있었다.

이 강시들은 비록 약간의 신혈을 주입한 것에 불과하지만 가공할 회복력을 지니게 되었기에 완전히 가루가 되지 않고는 스스로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내 신혈 주문이 왕천룡 몸 구석구석에 포진하여 왕천룡의 힘을 일부 봉인했다.

왕천룡은 노기등등한 채 울부짖었다. 그가 봉인을 뚫고 나오려던 찰나, 18구 강시가 진영을 만들어 왕천룡 주변을 에워쌌다.

강시들은 기기묘묘한 신법으로 진법을 움직이더니 왕천룡을 환각에 빠뜨렸고, 이 순간 왕천룡은 무기력감을 느꼈다.

공화련, 공서련은 이 모습을 보자 화색이 돌았다.

‘강시가 진법을 만들기 시작했어!’

이 강시들은 각자가 지닌 실력 자체는 왕천룡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일단 진법을 발동하여 공격을 시작하면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았다.

왕천룡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 진법을 깨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왕천룡은 천제현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몇 번이나 크게 당했다. 열여덟 신혈강시는 너무나도 강했다.

개별적인 실력은 위협이 될 정도가 아니었지만 혼성 7성 정점의 신혈강시 열여덟 명을 합하니 혼성 9성 정점의 실력과 맞먹을 정도였다.

가장 힘든 점은 신혈로 강화시킨 후 강시의 신체가 몹시 강해졌다는 것이다.

왕천룡의 몰아치는 공격에 부상을 입긴 했지만 강시 같은 망령은 몸에 구멍이 몇 개 난다고 해서 죽지 않는다.

게다가 신혈에는 자체 회복 능력이 있어서 강시들을 완전히 소멸시키기 어려웠다.

딸랑딸랑!

천제현이 방울을 흔들며 정신능력을 계속 방출했다.

강시 열여덟 명의 미간에 주문이 나타나면서 강시들의 몸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쇠사슬처럼 강시들을 순식간에 하나로 묶어 합체시켰다.

“혈계계약(血界契約)!”

혈계계약은 천제현이 고대신의 기억 파편을 연구하고 신혈의 속성에 맞춰 개발한 주문 비법이었다.

신혈강시 열여덟 명은 체내 신혈을 이용하여 서로 합체가 되어 상대의 공격을 분산시켰다.

다시 말해 왕천룡이 전력을 다해 강시 하나를 공격해도 나머지 열일곱 명의 강시에게 타격이 분산되었다.

이러다 보니 강시 하나를 없애기에 충분한 공격도 아무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신혈강시의 몸은 원래 파괴하기 힘든데다 주문의 힘까지 더해지니 더욱 소멸시키기 어려워졌다.

용식창이 미친 듯이 춤추며 빛을 뿜어냈다.

공격을 당한 강시는 곧바로 핏줄이 엉킨 듯한 방어막을 가동시켰다. 수많은 핏줄이 주위에 퍼지면서 다른 강시들에게까지 연결되자 영무후의 공격은 아무 위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천제현이 비아냥댔다.

“이상하군요. 영무후 대인은 갈수록 힘이 빠지는 것 같네요. 고작 강시 몇 명을 이기지 못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정말 실망인데요.”

신혈강시의 공격으로 피의 저주가 발동했다. 왕천룡은 피의 저주를 받을수록 힘이 흡수되어 점점 궁지에 몰렸다.

사람들은 점차 왕천룡의 승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왕천룡이 정말 천제현이 조종하는 강시를 이길 수 없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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