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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73화 (369/729)

# 373

제373장 봉황의 현신

‘뭐? 한 방이라고! 지금 농담해?’

남궁검의 실력을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으나, 천제현은 그가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닐 거라 예상했다.

염마변을 시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궁검을 이길 거라 장담할 수도, 염마변을 시전한다고 해도 두, 세 초식 내에 싸움을 끝낼 수 있으리라 확신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남궁혜가 한 초식 내에 끝낼 수 있다며 호언장담을 하다니.

‘남궁 아가씨가 언제부터 나보다 더 허세가 늘었지?’

이 말은 들은 사람들의 얼굴빛이 저마다 해괴하게 변했다. 특히 남궁 가문 사람들은 이제는 마냥 우스울 뿐 더는 화도 나지 않았다.

남궁혜는 자신감이 지나쳤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서 진정한 천재의 무서움을 모르는 것인가?’

남궁검의 재능은 천성하와 엇비슷했다. 천성하와 같은 고대 검술 비법은 아니지만, 고대 술사에 버금가는 가문의 비법을 전수 받았다.

남궁 가문은 본래 고대의 술사 집안으로 몇 세대를 거치면서 많은 비급이 소실되긴 했으나, 그럼에도 진귀한 비급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었다.

남궁혜가 수련한 분천공은 남궁 가문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련해야 할 필수 무공이면서 흔한 무공이었다.

남궁 가문에는 직계 자손에게만 전수하는 비밀 무공이 있었고, 이 비밀 무공이 사실상 진정한 남궁 가문의 절학이라 할 수 있다.

남궁검은 아홉 살에 가문에서 축출된 남궁혜와는 다르게 가문의 고대 수련법을 전수 받았고, 가문의 비법은 거의 다 익혔다. 그와 같은 나이때의 동방호연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

“허튼소리 그만하거라!”

이화후가 차갑게 말했다.

“시작해.”

남궁검이 잔뜩 가라앉은 얼굴로 돌연 키득대더니 붉은 머리카락이 날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뜨거운 기운이 하늘로 솟아올라 어마어마한 몸집을 자랑하는 화염 거인을 형성했다. 이는 남궁검의 정령이었다.

“대분천장(大焚天掌)!”

거대한 손바닥이 위에서 아래로 거칠게 내리눌렀으나 남궁혜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흥!”

그녀가 콧방귀를 뀌자 온몸에서 찬란한 성광이 방출되었다. 남궁혜는 숨지도, 피하지도 않은 채 정면으로 부딪쳤다.

장내 사람들 모두 경악했다.

“남궁혜가 미쳤나?”

거대한 손바닥이 남궁혜의 성광에 닿자마자 튕겨 나가 산산이 부서졌고, 이 공중분해 된 조각들은 화염에 휩싸인 채 별똥별 쏟아지듯 하늘에서 떨어졌다.

조용히 지켜보던 염양군과 이화후의 낯빛이 크게 바뀌었다.

남궁검은 남궁혜를 죽일 마음이 없었기에 전력을 쏟지 않았다. 그저 남궁혜를 굴복시킬 요량으로 중상 정도만 입힐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방금 그 일격의 위력은 진혼급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남궁혜는 머리카락 한 올조차 다치지 않았다니!’

삼군과 남하왕은 특히 더 놀라웠다.

‘자신보다 더 높은 실력자의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불세출의 방어 무공이 아닌가!’

그들 모두 남궁혜의 무공이 정점에 이른 것이 아님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전가능성이 큰 무공이로군!’

지금이 이 정도라면, 정점까지 수련했을 때 얼마나 가공할 방어력으로 거듭나겠는가.

남궁혜는 깔깔대며 웃었다.

“별거 아니잖아! 이 정도 가지고 대장이 전수해 준 성광불멸체를 깨겠다고? 꿈 깨시지!”

‘저 엄청난 방어 무공이 바로 성광불멸체였군.’

장내에 있는 사람 중 대부분은 기적상회에 대해 미리 조사한 터라 성광불멸체를 알고 있었다. 기적상회의 간부들은 모두 이 무공을 수련했을 정도니 딱히 기밀이랄 것도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막강한 무공이군!’

‘이 무공만으로 충분히 문파나 일가를 이룰 수 있겠어!’

남궁검이 부끄러움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애초에 남궁검은 적당히 봐가며 그녀를 상대할 생각이었다.

그녀의 육감적이고 아름다운 몸매 정도는 감상용으로 지켜 줄까 했는데, 이런 능력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감히 내 일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다니! 그렇다면 남궁 가문의 진정한 절학을 보여주지!’

남궁검이 양손을 들어 결인을 만들자 순식간에 온몸에서 마력이 분출되었고, 그는 화산이 내뿜는 열기를 타고 오르는 것처럼 하늘로 솟아올랐다.

남궁검의 주변으로 복잡하고 오묘한 주문이 맴돌았고, 여기에는 굽이치는 용암처럼 치명적인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

“남궁 가문의 분천신화주(焚天神火朱)?”

남하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 초식은 남궁 가문의 비기로, 직계 자손일지라도 지극히 소수만이 배울 수 있었다.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분천공과 함께 시전하면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초주검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수련하기 어려운 무공이라 기본적으로 분천공이 입신 경지에 올라야만 배울 수 있었다.

남궁 가문의 선조가 남겨준 분천공은 동방 가문의 호기결, 상관 가문의 생사판보다 무공이 더 복잡했다.

어떤 가문이든 무공이 입신의 경지에 오른 술사를 배출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만큼 드물었다. 그런데 남궁검은 고작 스무 살 정도인 나이에 입신 경지에 오른 것이다.

“구천신화여, 명하노니, 온세상을 불태워라!”

주문이 굽이쳐 흐르는 강물처럼 남궁검의 오른손 가운데로 모여들더니 강력한 마력의 공을 만들었다.

공화련은 이를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빙우 언니, 낌새가 이상하면 바로 공격하세요.”

심빙우가 한껏 어두워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 주변에 작은 눈꽃들이 응결되기 시작했다.

한편 천제현은 오로지 남궁혜만 응시하고 있을 뿐, 그의 까만 눈동자에서 어떠한 감정 변화도 읽어낼 수 없었다. 다만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놀란 듯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판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듯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남궁혜,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지!”

남궁검이 강력한 힘이 내재된 화염을 받쳐 들고는 포식자처럼 남궁혜를 바라보았다.

“내 노예가 되던가, 이 화염에 불타 한 줌의 재가 되던가! 네 선택에 달렸다!”

남궁혜가 눈을 감자 붉은색 불빛이 하늘로 치솟더니 봉황 한 마리가 날카롭게 울부짖었다. 뒤이어 남궁혜의 눈썹 사이로 오묘한 문양이 떠올랐다.

남궁혜는 남궁검의 말에 대답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남궁검이 잔뜩 인상을 쓴 채 소리쳤다.

“죽어라!”

불기둥으로 변한 화염은 강철도 순식간에 녹일 정도의 가공할 위력으로 남궁혜를 향해 뻗어 나갔다.

팍!

돌연 남궁혜가 눈을 뜨자 봉황이 불기둥을 향해 맹렬히 급강하했다.

“남궁혜가 죽으려고 환장했나!”

“남궁검의 공격은 혼성 8성 술사도 충분히 가루로 만들 수 있겠는데?”

불기둥이 남궁혜에게 닿자마자 남궁혜의 성광이 산산이 부서졌고, 전신은 화상을 입을 듯 붉게 달아올랐다.

‘안 되겠어! 불멸체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심빙우가 손을 쓰려고 하자 천제현이 그녀를 저지했다.

천제현의 눈빛이 이상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직요, 우선 지켜봐요!”

심빙우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제현을 바라보았다.

‘남궁검은 남궁혜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걸 천제현이 모르지 않을 텐데. 남궁혜가 감당할 수 없는 힘인데 말이야!’

그리고 그 순간, 화염이 남궁혜를 관통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탄식하며 그녀의 죽음을 확신했다.

‘저 엄청난 힘 앞에 당해낼 재간이 있겠어? 죽었을 거야. 아깝군, 천재가 이토록 허망하게 죽다니!’

“가루로 만들어 주지!”

남궁검은 여전히 광폭한 괴성을 내질렀다.

그때, 낭랑한 울음소리가 불기둥 중앙에서 울려 퍼지자, 곧게 뻗은 불기둥이 폭발하여 연기처럼 흩어졌다.

이윽고 화염이 빠른 속도로 엉겨 붙더니 거대한 봉황이 되었다.

남하왕과 삼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봉황 중심에 선 남궁혜가 보였다. 전신이 까맣게 탄 듯 했으나 곧바로 체내에서 금색 화염이 방출되었고, 그 화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응고되어 매끄러운 피부로 재생되었다.

그녀의 모습은 원소생명체와 흡사했다. 강철조차 녹이는 불기둥에 직격탄을 맞았으나 남궁혜의 몸 어느 곳에서도 작은 생채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염양군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봉…… 봉황의 현신!”

남궁 가문 사람들은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픈 충동에 휩싸였다.

‘봉황의 현신이라니!’

‘전설 속에만 존재하는 그 봉황의 현신?’

남궁혜는 화염에 면역이라도 된 것 같았다. 남궁혜를 공격하는 화염은 비록 강력한 파괴력을 지녔지만, 그녀의 머리카락 한 올도 해치지 못했고 오히려 그녀의 힘으로 흡수되어 버렸다.

남궁검은 너무 놀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남궁검이 지금껏 본적 없는 무공이었다.

“이제 내 차례야! 낙봉격!”

거대한 봉황이 남궁혜 쪽에서 날아올라 남궁검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이런!”

남궁 가문 사람들은 대경실색했다. 남궁혜의 일격에는 자신의 힘에 조금 전 남궁검이 내보낸 힘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즉, 이 공격은 혼성 8성 술사는 물론이고 혼성 9성의 실력자라도 정면으로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엄청난 속도다!”

봉황이 날개를 펴자마다 단숨에 다다랐다.

이화후가 미처 손쓸 틈도 없었다. 봉황이 남궁검을 집어 삼키려는 찰나, 거대한 그림자가 앞을 막았다.

염양군이 육중한 오른팔로 봉황의 목을 잡자 가공할 위력을 가진 봉황조차 꼼짝하지 못했다.

봉황이 불가항력적인 강력한 힘에 공중분해 되려는 순간, 하늘을 향해 크게 울부짖더니 입으로 뜨거운 화염을 분출하였다. 그 화염은 염양군을 지나 남궁검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으악!”

처절한 비명 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웠다.

남궁검은 마치 불에 탄 까마귀처럼 시꺼멓게 탄 채 아래로 곤두박질 쳤다.

“안 돼!”

이화후는 즉시 하늘로 내달려 남궁검을 안고선 물약을 먹였다.

남궁검의 맥박을 짚은 이화후는 그의 경맥이 거의 모두 끊어진 것을 확인하자 온몸이 얼어붙었다.

“이 요망한 것! 죽여 버리겠다!”

분노로 이성을 잃은 이화후가 공격하려는 순간 양쪽에서 두 개의 인영이 빠르게 달려들어 그를 막았다.

고천추와 심빙우였다.

이화후의 마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혼성 9성 정점의 고수 두 명을 한꺼번에 제칠 수는 없었다.

이때, 무안군은 더는 싸움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거대한 선홍빛 검이 구름을 가르고는 양측 사이에 맹렬히 내리꽂혔다.

“패배를 인정하시오.”

무안군이 차갑게 말했다.

“약자를 괴롭히다니, 제후로서 가당키나 하오!”

사람들은 허공에서 떨어진 거대한 검을 보고 아연실색했고, 대학자, 심빙우, 이화후도 보이지 않는 힘에 붙잡힌 듯 꼼짝할 수 없었다.

무안군의 압도적인 힘은 실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염양군도 손자의 복수를 하고 싶은 것이오?”

복수심에 휩싸인 염양군이 패배한 수사자처럼 흉흉한 눈빛으로 남궁혜를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 무슨 비술을 부린 것이냐?”

천제현이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건 비술이 아니라 무공이에요!”

남궁혜가 큰소리로 말했다.

“이것은 대장이 내게 전수해 준 초월 무공인 대열반경입니다. 전 그저 입문 단계일 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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