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367화 (363/729)

# 367

제367장 승승장구

며칠 후.

네 개의 영화관은 매일 같이 관객으로 미어터졌다. 관객들은 모두 이 곡절 많고, 감동적이며, 자극적인 이야기에 푹 빠졌고, 기적상회의 영화는 뜨거운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기적상회의 영화, <적혈전쟁>의 인기가 점점 커짐에 따라 극중 주인공의 모델인 천제현 역시 왕성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다.

특히 천제현이 쌍교 중 한 명인 동방호연을 쓰러뜨렸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왕성 전체가 후끈 달아올랐다.

천제현의 이름과 함께 그가 중주에서 한 일들까지 알려지면서 수많은 왕성 사람들의 경탄과 감동을 자아냈다.

이제 천제현은 의심할 나위 없는 왕성 최고의 유명인이 된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천제현을 우상처럼 여기며 숭배하게 되었다.

공서련 역시 왕성 사람들에게 ‘국민 공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백성들의 눈에 비친 그녀는 그야말로 공주의 화신이었다. 젊고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착한 이미지의 그녀는 열화와 같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영화가 가져온 파급효과는 이게 다가 아니었다. <적혈전쟁>이 방영된 후 왕성에서는 일련의 재미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궁 가문에서 위풍당당한 위엄을 자랑하던 상경, 좌연이 날로 추락하는 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제 발로 왕성을 떠나 다른 도시로 피난 간 것이다.

왕씨 가문도 무사한 건 아니었다.

왕씨 가문의 저택은 수시로 백성들의 오물이며 달걀 세례를 받게 되었으며, 제대로 외출조차 못할 지경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유 없이 습격을 받는가 하면, 모르는 사람이 달려들어 머리칼을 잡아채고 때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왕씨 가문이 불과 며칠 새에 온 세상의 적이 된 것이다.

경호원들을 고용해도 소용이 없었다.

길 가는 사람들의 경멸 어린 따가운 시선에 뒤통수가 따끔따끔한데, 그런 것까지 경호원들이 어떻게 해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폐하! 부디 저희 가문을 살려 주소서!”

참다못한 왕도는 비참한 얼굴로 남하왕 앞에 꿇어앉아 읍소했다.

“소신에게 허물이 있다고는 하나, 소신의 가문은 무고합니다. 지난 수백 년간 쌓아 올린 명예가 천제현 그놈의 영화 한 편 때문에 산산조각 났습니다! 왕씨 가문의 전룡군단은 전선에서 수많은 피를 흘리며 혁혁한 공을 세웠사온데, 다른 곳도 아닌 조국 땅에서 이런 멸시와 모욕을 받다니요! 군사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간절히 바라옵건대 왕성의 영화관을 폐쇄하고 기적상회를 문책해 주시옵소서!”

그러나 왕도가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남하왕이 비밀리에 천제현과 함께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일은 이미 준비 단계에 진입해 있었으므로 왕도의 부탁은 들어줄 수 없는 일이었다.

“확실히 영화의 파급력이 상상을 뛰어넘긴 하더군. 허나 영화가 이미 온 성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으니 그 이유로 영화관을 폐쇄한다면 원성이 자자할 것이오. 그렇게 되면 왕씨 가문의 누명을 벗는 것은 고사하고 짐까지 욕을 먹지 않겠소?”

그러자 왕도는 비분강개한 목소리로 고했다.

“영화관이 생기면서 나라의 기강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백성들이 그 허구의 이야기에 취한다면 북방의 전란에 대해서도 경계를 풀게 되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남하국의 무를 숭상하는 기풍이 영향을 받을 것이온데 그런 상황에서 어찌 견융족을 막아낸단 말씀입니까?”

“장군, 너무 많이 나간 것 같소.”

남하왕은 진작에 대비를 해둔 양 담담하게 대답했다.

“허나 천제현이라는 자가 갑자기 너무 눈에 띄는 것 같긴 하더군. 해서, 짐도 한 번 교훈을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소. 그래야 젊은 패기에 잘못된 길로 빠지는 일이 없지 않겠소?”

그 말을 들은 왕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과연 영명하십니다!”

사실 남하왕은 왕도가 입궁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기적상회에서 나올 때부터 미리 대책을 세워 놓고 있었던 것이다. 천제현에게 원망을 듣지 않으면서 그의 기세를 꺾고 견제를 할 방법을 말이다.

남하왕은 즉시 교지를 쓴 후 옥새를 찍어 왕도에게 주었다.

“가져가시오!”

슬쩍 교지의 내용을 본 왕도는 끓는 피를 주체 못하고 즉시 바닥에 엎드렸다. 그는 화색이 만연한 얼굴을 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 일은 밖에 알려져서는 안 될 것이오. 속히 행동에 옮기도록 하시오!”

“명을 따르겠나이다!”

왕도는 신이 나서 왕궁을 떠났다.

그가 떠난 후, 남하왕은 기괴한 웃음을 지었다. 몇 초간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시종을 불러 말했다.

“명을 전하라. 연말이 다가오고 있으며, 남하국의 국력은 날로 강해지고 있다. 짐은 성대한 연회를 열어 이를 경축하고자 한다. 모든 신하들과 각 가문의 영수들에게 참가하라 전하라. 서둘러 연회를 준비해야 할 것이야.”

시종들은 두말 않고 물러가 연회 준비를 시작했다.

***

영화의 혜성 같은 등장, 여기에 열광하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기적연맹은 왕성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상회로 떠올랐다.

기적상회는 사업적으로 한 단계 성장한 데 그치지 않고 구성원들의 실력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뤄냈다.

그중에서도 제일 놀랄 만한 성과는 심빙우에게서 나왔다.

‘심빙우가 이렇게 이른 시일 안에 다음 단계를 달성할 줄이야,’

천제현조차도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는 천제현에게 남하팔후에 필적하는 실력의 경호원이 생겼다는 의미였다. 거기에 신혈강시 열여덟까지 더하면 감히 그에게 덤빌 상대는 이제 많아 봐야 열을 넘지 않을 것이다.

소식을 들은 천제현은 직접 축하인사를 전하겠다며 심빙우를 만나러 갔다.

한편 공화련은 이때도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창가에 앉은 백의의 미녀.

단정하게 손질한 머리의 그녀는 흠이라고는 찾아볼 데 없는 미모의 소유자였다. 옷차림과 행동거지 하나하나에서 고풍스러운 우아함이 물씬 풍겼다. 작정하고 트집을 잡으려 해도 어디 하나 부족한 곳이 없는 자태였다.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이 있다면 바로 이러하리라.

상회의 실질적인 관리자인 공화련에게는 천제현처럼 여유를 부릴 겨를이 없었다. 재무제표와 최근 성장지표 정리를 마친 그녀는 이어서 향후 사업전략과 지시사항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근래 들어 지출규모가 적지 않게 불어났다. 극장 체인 건설에 각종 방면의 투자까지, 최소 2~3억 냥은 쏟아 부은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상회가 보유한 자금량은 여전히 넉넉한 수준이었다.

부적, 단약, 식품, 공산품, 모든 사업영역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기적방송국과 기린무도관의 수입도 배로 늘어났다.

일시적 적자 상태인 극장만 제외하면 기적상회의 나머지 부문의 성장률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기적상회의 초고속 확장을 뒷받침해온 요소 중 하나가 이처럼 매월 예상치를 훌쩍 웃도는 성과였다.

공화련은 천성이 치밀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기적상회가 여태까지 축적한 부에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 현재 비축 중인 자금 수억 냥은 앞으로의 발전을 위한 종자돈에 불과했다. 이걸 현명하게 굴려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일이야말로 공화련의 본분이자 목표였다.

천제현처럼 엄청난 상사를 뒀으니 실력을 증명해내지 못해서야 무슨 수로 부회장 자리를 보전하겠는가?

공화련은 언제나 천제현에게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가 없었더라면 오늘날 누리는 이 모두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천남성에서 계속 발을 붙이고 살아갈 수 있었을지조차 미지수였다.

자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천제현을 위해 공화련이 할 수 있는 보답은 열심히 일하는 것뿐이었다.

책상 앞에서 골똘한 생각에 빠져 있던 공화련이 다시 붓을 들어 일필휘지로 사업계획서를 적어 내려갔다. 자금 비축분을 셋으로 나눠 운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첫 덩어리는 연구소에 투자해 기적상회의 기술력을 한층 더 높일 것이다.

두 번째 자금은 사업 확장용이었다. 영화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재야의 능력자들을 대대적으로 끌어 모아 연맹 휘하의 문객 집단인 ‘천문’을 육성할 것이다. 기적상회에 필요한 인재와 고수들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세 번째 자금은 내부 구성원들의 실력 향상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공화련은 이미 기적상회의 광범위한 인맥을 동원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진귀한 수련재료를 모아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별의 힘이 담긴 재료는 기적상회 핵심 인물들의 불멸체 수련에 꼭 필요했다.

세부사항까지 꼼꼼히 검토를 마친 공화련이 즉각 지시사항을 하달했다.

이어서 손에 든 자료는 각 부문에서 올라온 현황 보고서였다. 공화련이 직접 관리하는 기적방송국의 광고수입이 곱절로 뛰었고, 공서련이 활약 중인 식품사업부도 훌륭한 실적을 냈다. 공화련을 가장 놀라게 한 건 남궁혜가 맡은 기린무도관에서 최근에 벌어진 일이었다.

‘왕자가 정식으로 기린무도관에 입관을?’

동방호연이라는 자, 그야말로 그릇이 큰 자였다. 고작 며칠 전에 피투성이가 되고도 복수는커녕 오히려 무도관에서 가르침을 구할 생각을 하다니. 명문세가 후계자 중에 동방호연 같은 인물은 흔치 않았다.

‘이건 기회다!’

공화련은 왕자를 제대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동방호연 같은 고위층이 기린무도관에 합류한다면 기적연맹이 세력을 굳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린무도관을 중간 단계로 이용해 왕자를 아예 상회에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했다.

과연 기린무도관에 동방호연을 잡아둘 만한 매력이 있을까. 사실 그건 전혀 걱정할 필요 없는 문제였다.

기린무도관에서 전수하는 지식 대부분은 천제현이 직접 정리한 것이었다. 동방호연처럼 무공수련에 욕심이 많은 자에게 기린무도관은 마약이나 마찬가지이리라. 한번 발을 들이는 순간 헤어나고 싶어도 헤어날 수 없는 처지가 될 게 뻔했다. 과거 심빙우 역시 그러하지 않았던가?

동방호연이 기린무도관에 합류했다는 소식으로 시작해 곧장 왕가와 공동으로 진행할 영화제작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그러면 왕가와 기적상회의 관계를 추측하는 목소리들로 왕성 전체가 떠들썩해질 것이다.

기적상회에 더없이 좋은 국면이다.

국왕과의 영화제작 협력안이라면 이미 공서련이 책임지고 진행 중이었다. 제작비는 국고에서 충당하기로 했으니 기적상회로서는 손해날 리 없는 장사였다.

하지만 공화련이 여기에 만족할 리 없었다.

바로 이때, 문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화염 장미 상회의 한 회장이 왔습니다!”

‘드디어인가?’

공화련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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