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361화 (357/729)

# 361

제361장 대흥행

‘영화는 또 어떤 재미가 있을까!’

“큰일이야, 큰일이 났어!”

공서련이 햐안 두 뺨에 귀여운 홍조를 떠올리며 다급하게 본사로 뛰어들어왔다.

“왕궁에서 우리 극장 중 가장 큰 극장을 빌렸대!”

천제현은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된 거죠?”

“방금 왕궁에서 교지가 내려왔어.”

공서련은 천제현에게 교지를 보여주었다.

“남하왕이 직접 영화관에 오겠대. 원래 가격의 10배를 주고 극장을 빌리겠다는 거야. 그런데 우리 표는 이미 다 팔렸는걸!”

남궁혜의 목소리에 노기가 가득했다.

“남하왕 혼자 그 넓은 극장을 차지하겠다니, 정말 너무하잖아!”

“남하왕이 후궁들, 삼군, 그리고 각 가문의 핵심 인물들을 초청해서 함께 영화를 보려는 거야. 다 합쳐서 몇 백 명은 되는데, 그게 다 귀족 가문 거물들이야!”

‘10배 가격으로 극장을 빌려? 돈 좀 있다고 아주 제멋대로군!’

기적상회에서 가장 큰 규모의 극장 좌석은 800여 개다. 일반석은 한 좌석 당 금화 20냥이니 10배의 가격을 불러봤자 얼마란 말인가. 기적상회가 고작 그 정도 돈 때문에 쩔쩔매겠는가.

“골치아파할 필요 없어. 잘 된 일이야.”

공화련은 전혀 곤란해 하지 않고 도리어 기뻐했다.

“부자 귀족들의 허세 알잖아. 오늘은 내가, 내일은 당신이 이러면서 끊임없이 극장을 전세 내려고 할 거야. 하지만 한 나라의 왕이 극장을 빌려 모든 사람을 초대하면, 그런 악순환의 가능성이 완전히 끊어지는 셈이지. 우리도 이번 기회에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혁에 나서는 거야. 그리고 또 하나, 왕이 직접 우리를 지지한다는 사실은 아주 훌륭한 홍보가 되지!”

맞는 말이었다.

이것이 바로 유명인 효과인가.

‘왕마저 직접 보러 온다는데, 너희들이 안 오고 배기겠냐.’

영화가 남하왕의 마음에 들면, 기적상회 홍보효과는 더욱 커진다.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도 체제를 완비해야겠어요. 뻔뻔하게 10배로 극장을 빌린다구요? 앞으로 누가 극장을 빌리려고 하면 200배부터 시작합시다! 귀족들에게 남아도는 게 돈 아닙니까? 아주 펑펑 쓰게 만들겠어요!”

이 일로 소소한 소동이 일어나긴 했다. 표를 구입했지만 억지로 환불을 해야 하는 사람들로서는 원망의 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적상회가 보상금으로 몇 배를 지불하기도 했고, 상대가 남하왕이라니 사람들도 크게 별말은 하지 않았다.

첫 상영이 곧 시작된다.

기적상회는 대규모 호위를 파견해 관객들이 질서 있게 영화관에 출입하도록 했다.

이때, 남하왕이 무리를 이끌고 현장에 도착했다. 남하왕이 데리고 온 사람들은 모두 명망 있는 거물들이었는데, 왕성 귀족의 절반은 온 것 같았다.

이 인물들이 또 처자식을 데려오니 총 삼사백 명 정도가 극장의 절반을 채웠다. 하지만 천제현이 몇 번을 찾아봐도 왕씨 가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왕씨 가문의 영리한 선택이었다.

왕씨 가문 사람들도 영화에서 분명 그들을 넌지시 암시하는 내용이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현장에 왔으면 분명 불편한 상황이 생겼을 터, 괜히 굴욕을 자초할 필요가 있겠는가.

염양군 남궁염은 자리에 참석했다. 삼군 중 하나인데 어찌 먼저 뒤로 물러서겠는가? 염양군은 천제현이 어떤 농간을 부릴 지 살펴볼 생각이었다.

천제현이 기적상회 몇 명을 데리고 앞에 나와 인사를 했다.

남하왕은 천제현을 보자 평온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기적상회가 발명한 몇 가지 물건들은 이 왕국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실용적인 일에 더욱 힘 쓰기를 바라며, 지혜로운 재능을 이런 오락거리에 낭비하지 않도록 하라. 알겠는가.”

‘헛소리하고 있네. 오라고 한 적도 없거든. 오겠다고 나서놓고 어디서 훈계질이야!’

천제현은 그저 웃으며 답할 뿐이었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자리에 앉으시지요, 폐하!”

남하왕은 귀빈석에 앉았다.

무안군, 염양군, 문성군도 자리로 향했다.

영화관 상영은 천제현이 아니라 기적상회 본사의 자음탑과 자영탑에서 제어했다. 수정통신기와 같은 원리로, 음성 신호와 영상 신호가 영화관 내 상영관으로 보내지면 동시에 재생이 된다.

자리에 앉은 후 곧 영화가 시작되었다.

가로 20장, 세로 10장은 족히 되는 거대한 화면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영화가 정식으로 시작되자 사람들은 화려한 화면에 마음을 빼앗겼다.

군사 만 명이 나오는 전투장면은 너무 실제처럼 느껴져 사람들을 전율시켰다.

남하왕과 삼군도 모두 충격을 받았다.

‘이런 걸 어떻게 만들었지?’

‘이렇게 실제 같을 수 있다니, 상상도 못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짜릿한 느낌이었다.

이 작은 극장 안에서 기이한 풍경과 아름다운 경치, 광활한 장면이 한 눈에 들어왔다. 집에 가만히 앉아서도 불가사의한 모험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완전히 허구로 만들어진 공상의 세계를 말이다. 이야기의 자초지종이 눈앞에 펼쳐지자 사람들은 정신을 잃고 영화에 완전히 빠져들어 이야기 속 주인공의 운명을 걱정했다.

‘정말 위대한 발명이다!’

연극 같은 건 정말 별것도 아니었다. 이미 사람들은 연극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비교할 틈도 없이 모두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속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공서련과 백여 명의 작업단이 함께 제작한 이 영화는 세부 묘사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탐험과 전투, 사랑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뒤가 어떻게 될 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더불어 포악, 탐욕, 수치를 모르는 악당의 모습도 날카롭게 묘사했다.

남녀 주인공이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모습은 첫 사랑에 대한 추억을 불러 일으켰다.

여자 주인공이 악당에게 잡혀갈 때는 관중들도 심장에 칼을 맞은 것 같았다.

퍽퍽!

자리에서 분노로 잔을 내 던지는 소리도 들렸다.

다들 직접 화면 안으로 들어가 적혈수존을 박살 내고 싶을 정도로 이를 갈며 분노했다.

주인공의 짜릿한 모험과 스파이가 되는 과정에서는 관중 모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손에 땀을 쥐었다.

마지막 장면.

적혈교주가 죽기 직전 파멸의 함정을 발동시키는 바람에,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을 구해놓고도 정작 자신은 끝없는 늪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감성이 풍부한 여인들은 이 장면에서 펑펑 울었다.

모두가 주인공이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 몸에 지니고 있던 보물 덕분에 주인공이 탈출에 성공한다. 주인공과 공주가 함께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났다..

천제현이 보기에는 아주 진부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시대 사람들 눈에는 달랐다. 영화는 이야기를 상승 고조로 몰아가기를 반복하면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영화가 끝나자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남하왕도 감동을 느낄 정도였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 영화관도 흥하겠구나!’

천제현이 지금 당장 돈을 벌지 못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오락거리가 널리 퍼져서 모든 도시에 이런 영화관이 세워진다면, 본전은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대박이 날 것이다.

남하왕의 눈빛이 흔들렸다.

영화관이 가져올 영향력을 생각할 때, 남하왕의 머릿속에 반짝하고 영감이 떠올랐다.

***

영화관에 불이 켜졌는데도 사람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파란만장한 줄거리에 강렬한 시각 효과는 그들이 여태까지 봐 왔던 공연들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오감의 자극을 느낀 관객들은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직접 영화 속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놀라운 모험이라도 한 것처럼 평소 경험해 보지 못한 만족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들은 동시에 강렬한 아쉬움을 느꼈다.

충분히 즐겼다고 하기엔 아직 한참 부족했다.

“이게 끝이야?”

“이렇게 끝나면 어떡해!”

“그래서 용사와 공주는 결혼한 건가?”

“이게 영화라는 거야? 정말 끝내주네!”

“왕씨 가문 너무 못되지 않았어? 나 이제 왕씨 가문하고는 연을 끊을 거야!”

“맞아. 그리고 남궁…….”

“쉿! 조용히 해! 모가지 날아가고 싶어?”

“…….”

즐길 거리라는 게 극히 드문 이 세계의 사람들이 이런 여가활동을 생각이나 해봤겠는가?

그들에게 처음 접한 이 영화라는 신문물은 마약과도 같았다. 안 봤다면 모를까 한 번 본 이상 끊을 수 없는.

또한, 영화는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영화의 주인공은 천제현을 본떠 만든 강하고 책임감 있는 전사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천제현과 영화 속 주인공을 동일시했고, 그로 인해 그의 이미지도 훨씬 좋아졌다.

반면, 극중에서 마지막까지 악역은 아니었지만, 이기적이고 냉정한데다 몇 번이나 주인공을 죽이려 한 왕도와 좌연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했고, 심지어 욕설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렇게 영화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 재미있는 걸 앞으로 볼 수 없게 되면 어쩌지?’

영화는 제작비가 엄청난 데다가 단기적인 투자회수가 어려운 산업이라지 않는가.

그때, 만면에 미소를 띤 천제현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여러분, 영화가 막을 내렸습니다. 만족스러우셨나요?”

“천제현 멋져요!”

한 예쁘장한 귀족 소녀가 소리 질렀다.

“이제 당신은 제 우상이에요!”

귀공자 한 명도 질세라 소리쳤다.

“이 영화, 더 나오는 건가요? 더 보고 싶어요! 전 공주가 마음에 들었단 말이에요!”

“다음 편도 만들겠다면 투자를 하겠소!”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금화 천만 냥을 내지!”

“난 오백만 냥!”

“저도 투자하겠어요!”

관객들의 반응은 천제현의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고, 그건 천제현이 바라던 바였다. 그는 확성기를 들고 말했다.

“여러분, 조급해하실 것 없습니다. 기적상회는 책임감 있는 상회거든요. 시작을 했으니 마무리도 잘 지어야겠죠. 영화는 계속 제작될 겁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도 다양한 영화로 남하국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할 테니까요!”

“와아!”

“역시, 난 놈이야!”

천제현의 대답에 만족한 귀족들은 입이 마르도록 그를 칭찬했다. 그들은 남하왕에게 예를 올린 뒤 싱글벙글하며 하나 둘씩 영화관을 빠져나갔다.

관객들이 빠져나간 영화관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남하왕이 물었다.

“세 분은 어찌 보셨소?”

“이 산업은 돈줄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보아하니 한 번 상영에 금화 20냥을 받아도 보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겠군요. 하지만 한 가지, 모두가 간과한 문제가 있습니다. 야심으로 똘똘 뭉친 기적상회가 정말 왕성에서만 영화를 상영할까요? 만약 8주의 본성에 하나씩 영화관을 만든다면 수익 규모는 네다섯 배로 불어날 것입니다. 거기다 본성 아래의 도시에까지 진출한다면…….”

여기까지 말한 문성군은 눈앞에 놓인 마력식품을 흘깃 쳐다본 후 말을 이었다.

“거기에 영화관 내에서 부대수익도 창출할 테니 그 액수가 얼마나 될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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