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3
제353장 왕성 도착
남궁혜와 심빙우는 천제현을 적소진으로 데리고 갔다.
천제현은 꼬박 사흘 밤낮을 정신을 잃고 있다가 천천히 깨어났다.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도 아직 살아 있네.”
“대장, 드디어 일어났구나. 그때는 정말 대단했어!”
남궁혜가 존경하는 눈빛으로 천제현을 쳐다봤다.
“네가 우리 목숨을 구했어! 정말 고마워!”
“뭘로 보답하실래요?”
천제현이 힘없이 그녀를 훑어봤다.
“설마 저에게 몸과 마음을 바치려는 건가요?”
남궁혜가 가슴을 치며 말했다.
“네가 상관없다면 나도 괜찮아. 어쨌든 시집은 가야하잖아. 너를 남에게 보내느니 내가 갖는 게 낫지!”
“컥컥!”
천제현이 기침을 하며 손을 저었다.
“됐고, 배가 고프니 먹을 것 좀 줘요.”
천제현은 공화련이 가져다준 2급 통조림을 먹어치우자 체력이 빠르게 회복됐다.
비록 머리가 계속 아프기는 했지만 며칠 지나면 몸은 별문제 없을 것 같았다. 힘을 몇 초밖에 쓰지 않았는데 기절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직 너무 약해!’
남궁혜와 심빙우는 천제현이 원치 않는 기색을 보이자 그 힘에 대해 더 묻지 않았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비밀이 있기 마련이다. 실력이 강한 대부분의 술사들은 모두 자신만의 비기가 있다. 이런 일은 꼬치꼬치 캐묻는 게 아니다.
“천마교 일로 꼬박 7일을 지체했어.”
남궁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남하왕이 이 일로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까?”
“교지에는 빨리 왕성으로 오라고만 쓰여 있어요. 구체적인 시간은 명기하지 않았죠. 저도 걱정 안하는데 두 분이 왜 걱정이세요?”
배를 가득 채우고 기운을 더 회복한 천제현이 곁에 있던 여우를 가리켰다.
“성배를 어서 내놔.”
여우가 몹시 못마땅해 하며 성배를 토해냈다.
성배는 무척 귀한 불멸 혼기이다. 적혈수존이 죽었으니 선혈성배의 각인도 당연히 사라졌다. 그러나 천제현이 손을 뻗어 성배를 만지자 안에서 힘이 솟구치며 손바닥을 피에 담군 것처럼 붉게 물들였다.
손에 강산(彈酸)을 뿌린 것처럼 화끈거렸다.
천제현이 인상을 썼다.
“역시 이걸 사용할 방법이 없군.”
남궁혜와 심빙우도 성배를 잡아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의 속성과 무공은 선혈성배와 완전히 달라서 이 불멸 혼기를 다룰 수 없었다.
“쓸모없다니, 그럼 헛고생한 거잖아!”
“쓸모가 없다니요!”
천제현이 장갑을 끼더니 선혈성배를 들고 옆방으로 건너갔다. 방 안에는 나무통 18개가 놓여 있었다. 강시가 며칠 동안 줄곧 나무통에서 몸을 정제시키는 중이었다.
천제현이 선혈성배 속 핏빛 액체를 나무통에 따랐다. 액체를 반쯤 따르자 강시의 몸에 온통 핏발이 서는 듯 주문이 퍼지면서 어떤 힘이 체내에서 급속도로 증가했다.
선혈성배는 진혈을 응집시킬 수 있다.
그리고 천제현은 이미 신혈 재료를 가지고 있었다.
이 두 재료를 합치면 강력한 신혈강시를 만들 수 있다.
선혈성배는 전투에 사용할 수 없지만 강시를 단련시키는 데는 안성맞춤인 도구였다.
세 사람은 적소진에서 5일을 더 머물렀다.
천제현이 강시가 들어 있는 나무통에 진혈을 계속 부었다. 신혈강시는 실력이 급증하여 모두 혼성 6성 정점에 다다랐다.
‘괜찮군! 만족스러운 속도야!’
천제현은 왕성에서 도착하면 다시 희귀한 신혈을 만들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열여덟 신혈강시를 단숨에 진혼급으로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진혼급 강시 호위무사 18명이 곁을 지킨다면 왕성에서 천제현과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힌다.
천제현 일행은 왕성을 향해 길을 떠났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 마침내 남하국에서 가장 중요하고 번화한 도시인 왕성에 도착했다.
공화련은 이미 한 달 반 전에 왕성에 도착했다.
그러나 막 도착한 천제현은 왕성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왕성에 들어서자 온 거리는 전등을 탑재한 등탑으로 가득했다. 길거리 곳곳에는 기적레스토랑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앞쪽 높은 건물 위쪽에 3장이 족히 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한 소녀가 통조림을 받쳐 들고 있는 사진에 여러 광고문구가 쓰인 현수막이었다.
“어라, 서련인가?”
남궁혜가 거대한 현수막을 바라봤다.
“이건 서련이 방식이 아닌데. 저렇게 높은 곳에 자신의 사진을 걸다니!”
왕성 길거리에는 확성기가 종종 보였다. 왕성은 이미 중주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천제현은 큰아가씨의 재빠른 일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이건 눈에 보이는 결과일 뿐인데도 천제현은 몹시 만족스러웠다.
세 사람이 길을 가로지를 때 주위의 행인들이 갑자기 환호하기 시작했다.
“왕씨 가문 사람이야!”
왕성 백성들이 잇달아 환호하며 몰려들었다. 앞쪽에 극도로 호화스러운 마수차 행렬이 넓은 길을 지나고 있었다. 마수차마다 보물 상자를 가득 실은 모습이 엄청난 권력자 같았다.
구경하던 행인이 궁금해 하며 물었다.
“어디 가는 거지?”
“그야 당연히 기적상회지!”
“오늘은 기적상회 공화련 부회장님의 생일이잖아!”
“정말이야? 화련 아가씨의 생일이라니!”
사람들은 공화련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고작 한 달 반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공화련은 왕성에서 유명해진 듯했다. 그러나 천제현은 조금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큰아가씨 생일을 저자들이 어떻게 알고 있지? 따라가 보자!’
기적상회의 왕성 본부는 대학자 고천추의 저택이었다.
이 저택은 남하왕이 대학자의 업적을 기리고자 특별히 하사한 것이었다. 저택의 규모는 삼군의 저택과 왕궁 다음으로, 중주의 본부보다도 훨씬 컸다.
고천추는 이렇게 큰 저택에 머무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공화련 자매가 왕성에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돕고자 저택을 통째로 비워 기적상회의 왕성 본부로 내주었다.
이런 까닭에 왕성 사람 대부분이 대학자와 기적상회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알고 있었다. 또 이런 까닭으로 기적상회가 왕성에 입성하여 실시한 여러 가지 대담한 조치들이 여러 세력의 이익을 침범했지만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기적상회 부회장은 대단했다. 두 달도 못 돼서 복잡하기 짝이 없는 왕성에서 입지를 다졌다. 대학자와의 관계가 돈독하긴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평범한 관리자라면 이 성과의 반에 반도 못 미쳤을 것이다.
이제 기적상회의 제품이 왕성에 가득했다. 기적상회의 영향력은 이미 상당했다.
공화련은 왕성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여신이 되었다.
절세의 미모를 지닌 젊은 여인이 엄청난 규모의 재산을 관리하며 출중한 능력을 보이고 있으니, 왕성에서 최고의 신부감은 단연 공화련이라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기적상회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다. 기적상회도 공서련처럼 조만간 왕성에서 가장 뛰어난 상회가 될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공화련의 생일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생일을 이용하여 공화련과 가까워지려고 잇달아 후한 선물을 보냈다.
왕성에 입성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화련도 이곳 토박이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공화련이 완전히 입지를 굳히고 난 후에는 이렇게 아부할 기회가 없을 것이다.
“큰아가씨가 아주 잘 하고 계시군!”
천제현은 기적상회에 도착하여 본부를 보고 흡족해했다.
“중주의 본부보다 화려하네. 궁전과 별 차이가 없어.”
본부는 문이 아홉 개인 궁전과 같은 건축물로 중주 본부보다 면적이 5할 가량 넓고 내부 공간은 몇 배나 컸다. 만 명이 들어간다고 해도 전혀 비좁지 않을 정도로 여유로웠다.
‘대형 상회로 발돋움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군!’
남궁혜가 약간 비꼬듯 말했다.
“공화련 언니는 머리도 좋지만 매우 부지런하지. 모든 일을 다 직접 하잖아. 만날 코빼기도 안 비치던 누구와는 다르지!”
“지금 대장인 날 비꼬는 거예요? 제대로 오해하고 계시네요.”
천제현이 낯 두껍게 둘러댔다.
“일부로 게으름을 피운 거죠. 그래야 여러분도 할 일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래야 상회에서 여러분의 지위도 올라가지 않겠어요? 이 대장의 고충도 알아주셔야죠. 여러분에게 무대를 마련해주기 위해서 욕먹는 것도 마다하지 않잖아요.”
남궁혜는 눈을 흘기며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여기 서서 뭐 하는 거야? 보름 넘게 오느라 고생했으니 제대로 한 끼 즐겨야지. 가자!”
“멈추시오!”
세 사람이 본부로 들어서려는데 호위병이 가로막았다.
“초대장이 있습니까?”
“뭐라고? 나한테 초대장을 달라니!”
천제현이 몇 걸음 앞으로 가서 자신의 얼굴을 툭툭 쳤다.
“눈 크게 뜨고 잘 봐. 이 얼굴이 바로 통행증이라고. 비켜!”
호위병들이 얼굴을 구기며 화를 냈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이야? 매를 버는군!”
기적상회의 외부 호위병들은 모두 왕성에서 모집했다. 주로 대학자와 무안군이 선발한 자들로 천제현을 본 적이 없었다. 남궁혜가 급히 앞으로 나와 허리춤에서 영패를 꺼냈다.
“이걸 알아보겠느냐?”
“아, 이건…….”
호위병들의 안색이 확 변했다.
남궁혜가 꺼낸 것은 기적상회 고위층의 영패였다. 공서련도 그걸 가지고 있었다. 즉, 영패를 가진 자는 공서련과 비슷한 지위라는 것이다.
호위병들이 서둘러 한쪽으로 물러나 세 사람을 공손하게 맞이했다.
천제현은 몹시 언짢았다.
‘뭐하는 짓이야, 여긴 내 영역이라고! 그렇지만 이 호위병들은 모두 강하고 범상치 않은 실력을 지닌 것 같군. 기적상회가 왕성에서 만만치 않은 힘을 확보했나 보군!’
기적상회 본부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상회 직원들은 하객을 접대하느라 분주했다. 연회가 시작되고 마력 요리사들이 갖가지 요리를 만들어 하객들에 날랐다.
“저기 봐!”
남궁혜가 눈을 돌리며 놀라서 외쳤다.
“저기 서련이랑 화련 언니 아니야?”
세 사람은 멀찌감치 연회장 가운데에 있는 공화련 자매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아주 격식 있는 차림으로 귀빈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 달 남짓 못 본 사이에 자매는 조금 마른 듯했다. 그러나 안색이 매우 좋은 게 마력이 크게 올라간 듯 보였다.
“천운상회에서 만년자수정 하나!”
“조씨 가문 가장, 특제 주안단 한 알!”
“…….”
수많은 선물이 연회장 가운데에 작은 산처럼 쌓였다. 천제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일잔치 한 번으로 이렇게 많이 벌다니!’
천제현은 자신도 생일잔치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