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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48화 (344/729)

# 348

제348장 어부지리를 취하는 천제현(2)

혈랑제물술(血狼祭物術)을 시전한 후 소환된 혈랑은 자신을 다치게 한 사람을 가장 먼저 공격한다.

‘빠르다!’

심빙우는 눈앞이 아찔했다.

혈랑이 끓어오르는 붉은 화염을 뿜어냈다.

심빙우가 재빠르게 얼음벽으로 가로 맞았으나 화염이 내뿜는 고온이 얼음벽을 순식간에 녹인 후에 심빙우를 바로 공격했고, 이에 심빙우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몸을 가다듬을 시간도 없이 혈랑이 물어뜯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혈랑의 공격이 막 적중하려 할 때 새끼 여우가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타나 남은 한쪽 눈을 찌르려 했다.

혈랑은 순간 분노하여 새끼 여우를 잡으려 했으나, 여우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러고는 다시 혈랑의 뒤에 나타나 약 올리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혈랑에게는 이성이란 게 없었기에 즉각적으로 물어뜯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천제현이 이때를 틈타 소리쳤다.

“어서 들어오세요!”

천제현이 먼저 적혈령을 손에 들고 번쩍임과 함께 결계 안으로 들어갔고, 심빙우와 멀리 있던 남궁혜도 즉각 영패를 꺼내 결계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여우야! 됐어!”

새끼 여우는 혈랑의 오른쪽을 스쳐 지나가더니 그의 몸에 있던 영패를 물고는 결계로 돌진했다. 빛이 번쩍이더니 새끼 여우도 결계 안으로 들어왔다.

분노한 혈랑이 결계에 들어가려고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혔지만 적혈령이 없어 들어올 수 없었다.

남궁혜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런 멍텅구리 같으니! 잡아먹어 봐봐!”

혈랑이 계속해서 부딪히더니 결국 온몸이 터지고 말았다. 바닥은 혈랑의 피와 살점으로 얼룩졌다.

“저들이 곧 올 지도 몰라요.”

천제현이 혈랑의 참담한 모습을 더는 보기 싫은 듯 말을 이어 나갔다.

“여기서 낭비할 시간이 없어요. 빨리 들어가시죠.”

세 사람과 여우 한 마리는 신속하게 신전 안으로 들어갔고, 궁전 내부를 본 순간 세 사람은 아예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곳은 도서관과 약방을 합친 모습이었다.

왼쪽 진열대에는 각종 서적이, 오른쪽 진열대에는 각종 약병이 즐비해 있었다.

서적에는 천마교의 마공이 기록되어 있을 것이고, 약병에는 천마교가 남긴 단약들이 있을 것이다.

천제현 일행은 2층도 훑어보았다. 크기 자체는 1층보다 작았지만 사방이 금은보화로 가득했고, 진열대는 각종 무기들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천제현이 보물상자를 열자 매우 특이해 보이는 수정석이 일정한 간격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남궁혜가 궁금한 듯 물었다.

“이 상자에는 어째서 작은 수정석들만 있는 거야?”

“그것도 몰라요?! 이건 마석이잖아요. 마석!”

천제현이 남궁혜를 흘겨보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대륙에서 쓰는 상용 화폐예요!”

‘이게 마석이였어?’

남궁혜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이곳에 이렇게 많은 마석이 있을 줄이야! 그럼 굳이 돈 벌려고 고생하지 않아도 되겠어!”

이것들은 적혈 총타가 멸망하기 직전 급하게 옮겨 놓은 진귀한 자원으로 천마교 재건을 위해 미리 비축해둔 것이었다.

남궁혜는 앞에 있는 궁전의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한 층이 더 있어!”

1층은 대량의 단약과 무공 서적 있었고, 2층에는 무기, 재화, 재료가 있었다.

‘그렇다면 3층에는 무엇이 있으려나?’

어쨌든 한 층만 따져도 가치가 수백억에 이르니 이번 여정에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것만은 확실했다.

1층은 단약과 무공, 2층은 장비, 재료, 재화가 있으니, 3층은 분명 적혈전의 핵심 구역일 것이다.

적혈수존이 잠들어 있는 곳이니만큼 절대로 3층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적혈수존이 깨어나면 세 사람이 이것들을 가져갈 시간과 기회는 사라지고 만다.

“우리 이제 1층으로 돌아가요!”

수많은 단약병과 산처럼 쌓인 비급 등을 바라보며 세 사람은 상기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번에는 정말 엄청난 수확을 거두어들인 것이다.

남궁혜는 커다란 포대자루를 가져와 약병을 한꺼번에 쓸어 담으려 했다.

“뭐하는 거예요? 이것들은 모두 회복단약, 보조단약들이에요. 우리가 천신만고 끝에 겨우 들어왔는데, 이런 단약들만 들고 나가면 정말 밑지는 장사에요!”

천제현은 남궁혜를 살짝 꾸짖었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어 두라고 했잖아요. 책을 안 읽으니 이렇게 중요한 때에 도둑질도 제대로 못 하잖아요!”

남궁혜는 답답해하며 말했다.

“대장, 돌아가서 혼내면 안 돼? 지금은 시간이 없다고!”

천제현은 단약 진열대 몇 군데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저기, 그리고 저기, 모두 영단급 단약이고, 이 중 성단급 단약도 조금 있어요. 전부 다 마력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고요. 서두르세요. 담을 수 있는 만큼만 담고 담을 수 없는 건 그냥 먹어요.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돈 버는 거니까!”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

남궁혜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껏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이 없었어! 오늘 제일 재미있게 놀 수 있겠어!”

새끼 여우는 천제현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단약 진열대로 뛰어가 옥병까지 통째로 뱃속에 털어 넣었다. 한 줄에 있던 수백 개 단약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큰일 나겠군!’

천제현이 어찌 이 빌어먹을 여우한테 질 수 있겠나.

천제현은 무극 조롱박을 짊어지고는 진귀한 단약들을 쓸어 담기 시작하자 수십 초 만에 진열대 몇 줄이 텅텅 비게 되었다.

이것을 본 남궁혜, 심빙우는 천제현이 너무 부러웠다. 저 정도의 공간 저장 능력이 있는 물건은 남하국에서 굉장히 희소한 보물이었다.

삼군과 국왕도 겨우 한 두 개 정도밖에는 소지하지 못했기에 그녀들은 감히 갖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미 가져온 포대자루 몇 개가 꽉 차 버렸는데 어쩐담? 어쩔 수 없지! 먹자!’

천제현은 단약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에 있는 것들은 만년옥수로 조제한 반성급 단약이에요. 만년옥수의 주요 효능은 기초 체력을 개선하고 체질을 키워주죠. 내재된 힘 자체가 대단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부드럽게 먹을 수 있을 테니 안심하고 드세요!”

천제현이 몸소 시범이라도 보이려는 듯 단약 한 병을 들고 백옥으로 만든 것처럼 흰 단환 5알을 꺼냈다. 단환에서는 매우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천제현은 얼른 입속으로 몽땅 털어 넣었다.

백옥수환 5알이 목구멍을 지나 복부로 바로 흘러갔다. 곧바로 전신으로 퍼져 뼈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남궁혜와 심빙우도 서둘러 병들을 열더니 전부 입속에 털어 넣었다.

천제현이 또 다른 단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은 3급 영단이에요. 저와 남궁혜 아가씨는 감당하지 못할 테지만, 빙우 누님은 충분히 복용할 수 있어요. 경지를 뛰어넘을 때 크게 도움이 될 거예요.”

‘3급 영단이라!’

이는 3급 영약으로 조제한 것으로, 제약사 본인도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했다.

이런 단약은 남하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으로 천마전국 정도는 되어야 대량으로 구비할 수 있었다.

심빙우가 몇 병을 열어 그 안에 있던 어두운 황금색 단환을 꺼냈다. 부적 문양이 정교하게 그려진 단환에는 거대한 힘이 느껴졌다.

‘엄청난 힘의 파동이다!’

3급 영단의 품질은 감히 성단만 못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든 양을 합치면 성단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심빙우가 이 많은 3급 영단을 한꺼번에 복용하면 전신이 화염에 휩싸인 듯한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영기가 맹렬하게 충돌하는 상황에서 견고했던 난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력이 높을수록 실력 향상에 어려움이 따랐는데, 오늘 이렇게 경지를 뛰어넘을 조짐이 보이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심빙우는 혼성 9성의 마력을 지니고 있는 상태라, 만약 여기서 실력이 더 오르면 남하팔후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막강한 존재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남궁혜도 한꺼번에 많은 단약을 복용했다.

이 가운데는 반성급, 심지어 성급 단약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정말 안 되겠어. 배 터져 죽을 것 같단 말이야. 더는 못 먹어!”

천제현도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이 시대에 단약 조제 기술이 조악한 편이라고 해도 이렇듯 많은 양의 단약을 한꺼번에 뱃속에 밀어 넣으니 그 효과는 꽤 쏠쏠했다. 천제현은 며칠 내에 혼성 5성 정점을 뛰어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참, 새끼 여우는?’

새끼 여우는 벌써 3분의 1에 달하는 단약을 먹어치웠다.

지금도 놀라운 속도로 폭풍 흡입 중이었다.

‘정말 무서운 식성이군. 저놈 뱃속에 대체 끝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건지 모르겠어!’

어쨌든 이 또한 괜찮았다. 새끼 여우가 체내에 대량으로 저장한 단약은 금방 다 소화시킬 수 없으니, 왕성에 도착해 잘 구슬려 일부라도 토해내도록 하면 되니까 말이다.

“가자!”

“2층으로 가자!”

세 사람은 뱃가죽이 찢어질도록 먹은 후 2층으로 향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재료 앞에서 이들은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천제현의 조롱박도 공간이 부족했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성신석 아냐?!”

천제현인 커다란 성신석을 발견했다.

“성광불멸체를 수련하기 좋은 재료는 당연히 챙겨가야지. 차지하는 공간도 적으니 더할 나위 없네요!”

천제현이 작은 보물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금속덩어리로 가득했다.

“아! 혈음강이네요!”

색깔은 괴이한 선홍색을 띠고 있었고, 표면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문양 사이로 사악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남궁혜가 물었다.

“혈음강은 어떤 물건이야?”

“새끼 여우가 가지고 있는 침 알고 있죠?”

“당연하지. 그 침은 호신 마력도 뚫을 수 있잖아!”

남궁혜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마 이것들이 모두…….”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끼 여우의 혈음침은 2급 혈음강으로 제조한 거예요. 이 금속 덩어리 역시 2급 혈음강이죠. 그런데 여기에 이렇게 많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남궁혜가 놀라워하며 물었다.

“그럼 상대 방어를 뚫을 수 있는 침을 수백, 수천 개를 만들 수 있다는 거야?”

천제현이 똑같은 모양의 보물상자를 열었더니 그곳에도 2급 혈음강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번에는 천제현도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무기 하나를 만들고도 남겠는데요!”

마력 방어를 뚫을 수 있는 무기라니, 상상만 해도 굉장했다.

물론, 혈음강 자체가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다. 혈음강이 뚫을 수 있는 건 마력에 제한되어 있었고, 혈음강 자체 강도도 2급 재료 중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따라서 상대가 갑옷을 착용하고 있다면, 호신마력을 뚫을 수 있다고 해도 갑옷을 파괴할 수는 없었다.

이때 천제현이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이 혈음강을 특수 탄알로 만들면 효과가 괜찮을 것 같은데?’

먼저 실탄을 발사할 수 있는 신형 총기류를 설계하고, 마력을 통해 혈음강 탄알을 발사하는 것이다. 탄알에 갑옷을 뚫을 수 있는 주문을 새겨 넣으면, 아무리 장비를 착용하고 있어도 공격이 먹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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