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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47화 (343/729)

# 347

제347장 어부지리를 취하는 천제현

“빌어먹을!”

서심노자가 손을 쓰려던 찰나, 낙라가 그를 막아섰고, 이때 용석수가 또다시 공격하러 달려들었다. 이 바람에 서심노자는 쫓아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왕도가 말했다.

“아, 그물에 걸린 물고기 두 마리 같군!”

“저들한테 신경 쓰지 마십시오.”

좌연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저 천마교 잔당이 상황이 불리해진 것을 보고 별 볼일 없는 제자를 보내 수존을 깨우려는 것입니다. 그 견융족이 쫓아갔으니 그놈 실력으로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겁니다.”

지금 남하의 고수든 견융의 고수든 암묵적 금기사항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적혈수존을 절대로 깨워선 안 된다는 것!

서심노자에게 더는 사람이 없으니 그 볼품없는 제자를 보낸 것이 아니겠는가.

견융족은 본래 추격에 능한데다 혼성 9성의 마력을 지닌 견융족 고수가 쫓아갔다면 겨우 혼성 5성인 놈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낙라만 제거할 수만 있다면 도망간 견융족은 중요치 않다.

“오늘 천마교와 견융족 고수에게 한 수 가르쳐 주마!”

좌연은 유화교에 앉아 강력한 마력을 내뿜자 마력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뒤이어 어마어마한 크기의 운석 네댓 개가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운석 정령?’

좌연의 능력은 남궁의와 상당히 비슷했다.

남궁의의 화산 정령은 동급 정령의 파괴력을 능가했으나 마력 소모가 컸고 공격 속도도 느린 편이었다. 좌연의 정령은 남궁혜와 유사한 운석으로 파괴력은 훨씬 강했으나 방어력이 매우 취약했다.

그러나 좌연에게는 혼성 술사가 절대로 파괴할 수 없는 유화교가 있었다. 이렇듯 방어에서도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그는 낙라, 서심노자 등 고수를 상대로 자신 있게 일전을 벌이려는 거였다.

이때 왕도도 활강하면서 공격을 했다.

쌍익독룡의 실력은 혼성 9성에 가깝고 왕도 역시 혼성 9성의 실력자였기에 이 둘이 합치면 빈틈없이 완벽한 공격을 할 수 있었다. 혼성 9성의 정점 고수라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기량이었다.

익룡상장이라는 별호가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쾅!

쾅!

고수들의 격렬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

새끼 여우가 천제현 어깨에 올라탄 후에 팔짱을 끼고는 득의양양한 태도로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자기가 세운 공을 인정해 달라는 눈치였다.

저 세 강자가 마주치게 된 것은 모두 새끼 여우의 기지 덕분이었다.

“걱정 마!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천제현이 새끼 여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적혈신전에 들어가면 배불리 먹도록 해줄게!”

새끼 여우가 흡족한 듯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래야 이렇게 고생한 보람이 있지!

천제현은 세 고수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틈을 타 먼저 적혈신전에 들어가 이득이 될 만한 것들을 챙기려고 했다.

천제현이 안으로 들어갈수록 적혈신전의 결계와 가까워졌다. 적혈신전은 거대한 원형 결계로 뒤덮여 있었다. 공중에서 굽어보면 거대한 기포 안에 있는 장난감 모형처럼 보일 것이다.

주변에 있는 진흙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그곳에 나 있는 흔적은 최근의 것으로 추정되었다. 천제현은 이 거대한 기포 모양의 결계가 늪지 안에 침몰해 있다가 최근 들어서야 떠올랐을 것으로 판단했다. 적혈신전을 늪지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수년 동안 아무도 신전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천제현은 감탄했다. 이것은 인류의 기술로도 완성하기 어려운 설계였다. 천마교의 비밀 총타는 전국시기에 발굴한 유적을 천마교가 독점하여 사용했을 것이다.

물론 천제현은 고고학을 연구하려는 것이 아니었기에 내력이야 어쨌든 우선 손에 넣은 다음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앞에 입구가 있었다.

천제현이 영패를 꺼내 힘껏 내달리는 순간, 새끼 여우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털을 곤두세우며 울어대기 시작했다.

“으악!”

깜짝 놀란 천제현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급히 옆으로 피했다. 뒤쪽에서 날아온 빛 한 줄기가 아슬아슬하게 천제현을 스쳐지나가 저 멀리 적혈신전 결계에 떨어졌다.

잔잔한 호수에 물 한 방울 떨어진 것처럼 수많은 물결을 자아냈으나 적혈신전 결계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기습이다!’

천제현이 급히 몸을 돌리며 지금껏 사용하지 않았던 마력 기관총을 꺼내 들었다. 이 견융족 강자는 일전에 만났던 적혈 분타주와는 달랐다.

그 당시 적혈 분타주들을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중상을 입은 데다, 천제현이 만든 맹독에 중독되어 마력이 크게 손상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처럼 만만한 상황이 아니다.

기관총에서 마력 탄알 7~8개가 동시에 발사되었다. 견융 강자도 난생 처음 보는 공격에 당황한 눈치였으나 반사적으로 방어를 강화시켰다.

탕탕탕!

마력 탄알들이 동시에 견융족을 공격했다. 마력 탄알이 상대에게 박힌 순간 고온을 발산했지만, 상대의 호신마력에 차단되었다.

이 공격 방법은 특별하기는 하나 위력이 대단하지는 않았다.

‘흥! 그럼 그렇지!’

견융족 고수는 더는 망설이지 않고 도끼를 크게 휘둘러 천제현을 일격에 반 토막 내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는 빛의 탄알 뒤에 장착된 가느다란 암홍색 침을 발견하지 못한 탓에 한 쪽 눈을 찔리고 말았다.

“으악!”

견융족 고수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천제현은 출렁이는 마력 파동에 맞아 마대 자루처럼 높이 솟았다가 뒤에 있던 결계에 부딪쳐 바닥으로 떨어졌다. 온몸을 감싸던 불멸체가 빛을 잃으면서 그의 몸에 큰 충격이 가해졌다.

‘빌어먹을! 혼성 9성 고수는 역시 대단하구나! 조금만 늦었더라도 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겠군!’

견융족 고수는 눈을 감싸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손가락 사이로 선혈이 뿜어져 나왔고, 공격당한 눈은 아무래도 실명한 것 같았다.

견융족 고수가 노기등등한 표정으로 암홍색 침을 생으로 뽑아 손가락 사이에 끼우더니 그대로 부러뜨렸다.

새끼 여우가 화를 내며 크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그건 이 여우님의 보물이란 말이야! 어이없게 저딴 놈 손에 망가져 버리다니!

새끼 여우가 씩씩 대며 바닥에 쓰러진 천제현 앞으로 펄쩍 뛰어 올라 그의 옷자락을 세차게 당겼다.

빨리 일어나서 저놈 좀 혼내줘!

천제현이 입가의 피를 닦고는 새끼 여우를 흘겨보며 말했다.

“정신 사납게 좀 굴지 마! 지금 네 주인이 아파 죽으려고 하는 거 안 보여?”

견융족 고수의 남은 한 쪽 눈이 극도의 분노로 번뜩였다. 그가 마수령족 언어를 사용하여 몇 마디 욕지거리를 해댔다.

“보잘것없는 인간이 할 줄 아는 거라곤 비겁하게 기습 공격이나 해대는 거겠지.”

하지만 보잘것없는 놈이 자신의 한쪽 눈을 멀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에게 엄청난 수치를 안겨준 저놈을 조각내버려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잠깐!”

천제현이 일어나 외쳤다. 뜻밖에도 견융족 고수가 흠칫 놀라며 멈춰 섰다. 그가 놀란 이유는 천제현이 사용한 언어가 바로 마수령 언어였기 때문이다. 천제현이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날 죽이기 전에 한 마디만 하게 해줘?”

견융족의 얼굴색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유언이라도 남기려고?”

“아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천제현이 손가락 하나를 펴더니 견융족 고수 쪽을 가리켰다. 견융족 고수는 지금 이 상황이 어리둥절했다.

이 인간이 지금 날 놀리는 건가 의심하던 찰나, 천제현이 한 글자 한 글자씩 끊어 가며 말을 하였다.

“네 뒤에 누군가 있어!”

“빌어먹을! 그딴 수작에 속을 것 같으냐!”

견융족 고수는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죽어라!”

견융족 고수가 도끼를 들어 상대를 베려고 할 때 살을 에듯 매서운 한기가 등 뒤에서 느껴졌다. 이윽고 무시무시한 마력의 파동이 돌진해왔다.

‘뭐야? 진짜 누군가 있었어!’

견융족 고수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몸은 돌렸으나 이미 너무 늦고 말았다.

눈꽃으로 응결한 수정 수십 개가 마치 탄알처럼 견융족 고수의 가슴에 박혔다. 무서운 한기가 체내에 침투할 때 그는 혈관에 흐르는 피가 모두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검은 옷을 입은 인간족 여인이 차디찬 얼음의 힘을 온몸에 휘감고선 순식간에 견융족 고수 앞으로 돌진했다. 견융족 고수는 그녀의 기세로 보아 자기와 비슷한 실력자일 거라고 예상했다.

“크악!”

견융족 고수가 포효하자 몸에 박힌 투명한 얼음 수정이 모두 가루가 되어 버렸다.

그가 거대한 도끼를 들어 힘을 응축한 후 공기를 가로지르며 상대방에게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도끼가 상대에게 닿기도 전에 심빙우의 일격이 견융족 고수의 가슴에 내리꽂혔다.

견융족 고수는 이미 체내의 혈액과 내장이 모두 얼어붙었고, 자기 보호 능력도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다시 한 번 엄청난 공격을 받게 되자 오장육부가 거의 다 파괴되었다.

치명타를 입어 살아날 가능성은 전무한 것으로 봐야 했다.

천제현이 바닥에 쓰러진 견융족 강자를 보며 탄식하듯 말했다.

“내가 말해 줬잖아. 왜 날 믿지 않은 거야?”

“어리석은 인간! 네놈이 이겼다고 생각하나 보지? 늑대의 신이시여! 저의 제물을 받아주소서!”

견융족 고수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는 온몸의 힘을 쏟아내 전신의 털과 가죽을 벗었다. 순간, 그의 몸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빠르게 팽창하기 시작해 형태까지 바뀌어 마침내 온몸에 피칠갑을 한 거대 늑대로 변했다.

이는 대단히 극단적인 변신술이었다. 견융족 고수는 자신의 생명력과 마력을 전부 소진하여 절대적인 힘을 가진 혈랑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한번 변신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더불어 이성마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오로지 적과 동귀어진하기 위한 필살기인 것이다.

변신한 혈랑은 견융 고수보다 강해져 혼성 9성 정점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천제현의 낯빛이 살짝 변했다.

“조심하세요!”

혈랑에게 더는 이성이라는 게 없었다. 오로지 분노와 원한, 살생 욕망만이 남아 적이든 아군이든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그의 전투력은 가공할 위력을 자랑했다.

혈랑은 분명 심빙우에게 달려들 것이다. 그녀의 실력이 가장 강했고, 또한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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