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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41화 (337/729)

# 341

제341장 천마교의 재림 계획(3)

천제현은 머리 없는 시체를 툭 걷어찼다.

“너 같은 멍청이가 감히 이 몸을 노려? 다음에는 좀 똘똘하게 태어나든가.”

다른 분타주 한 명도 저쪽에서 심빙우의 맹렬한 공격에 맥을 못 추는 중이었다.

천제현이 마력 총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곧이어 빛의 탄알이 목표물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탄알 일고여덟 발이 연속으로 천마교 분타주에게 명중했다.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당황하기에는 충분했고, 그 틈을 노린 심빙우가 일장을 날려 상대를 때려눕혔다. 그녀가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 손을 높이 들어 올린 찰나였다.

천제현이 외쳤다.

“멈춰요!”

공포로 새파랗게 질린 천마교 분타주가 천제현의 손에 들린 무기를 보며 말했다.

“네놈…… 대체 그게 무엇이냐!”

특제 마력기관총은 무려 성급 금속으로 제작된 물건, 원가만 어마어마한 게 아니라 위력 역시 최강이었다. 현혼급 쯤이야 가볍게 처리 가능한 것은 물론이요 진혼급을 상대할 때도 꽤 유용한 무기였다.

“지금 이걸 궁금해 할 때가 아닐 텐데.”

천마교 분타주 바로 앞까지 걸어간 천제현이 벌겋게 달아오른 총구를 상대의 머리에 겨눴다.

“질문에 순순히 답해야 할 거다. 입을 닫거나 대충 얼버무리려 들면 머리통이 날아갈 테니!”

“어차피 죽을 목숨 날릴 테면 날려 봐라!”

“고분고분 대답만 잘 한다면.”

천제현이 느긋하게 말했다.

“내가 널 죽일 일은 없을 거다!”

분타주가 의심스럽다는 투로 받아쳤다.

“널 어떻게 믿지?”

탕탕!

총알 두 발이 분타주의 허벅지를 파고들자 끔찍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네놈 목숨이 내 손아귀에 있는 이상 믿는 수밖에 없을 텐데!”

“크윽…….”

“목적지가 어디냐?”

“…….”

탕!

이번에는 총알이 분타주의 오른쪽 어깨를 뚫고 지나갔다.

“크악!”

“대답 할 생각이 없다면…….”

분타주는 어깨를 부여잡고 고민하는 듯하더니 결국 실토하기 시작했다.

“……당주님과 합류해 적혈총타로 가서 적혈파 수존 어르신을 깨울 계획이었다. 수존께서 우리 힘을 되돌려주시면 천마교를 다시 일으킬 수 있으니까!”

“수존이라는 자가 힘을 회복시켜준다고?”

“적혈파의 선혈성배가 총타에 있다. 힘을 빠르게 회복시켜주는 물건이지.”

“왜 적혈수존 스스로 네놈들을 찾아오진 않고?”

“우리 천마교의 금지된 무공 황천일몽은 인체를 가사 상태로 만들지. 마력이 강할수록 휴면 기간도 길어진다. 우리는 두세 달 전 깨어났고 당주님은 최근에야 눈을 뜨셨다. 수존께서는 아직 휴면 중, 우리가 가서 깨워드려야 한다.”

천제현이 바닥에 뒹구는 마교술사의 시체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놈들은 또 뭐지? 같이 잠들었다가 부활한 건 아닐 테고!”

“천마교 궤멸 전 각지로 흩어졌던 자들이 있다. 이자들은 그 후예일 뿐, 사실 정식 교도는 아니야.”

천마교처럼 거대한 종문에 계파가 하나뿐일 리 만무한 일. 적혈파 역시 수많은 계파 중 하나로, 인간의 정혈을 흡수해 무공에 이용하는 적혈대법을 주로 수련하는 자들이었다.

두 분타주의 기운이 흑풍채와 흡사했던 건 그들이 하나의 뿌리에서 나와 같은 무공을 수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적혈총타에 잠들어 있다는 수존이라는 자가 바로 적혈파의 우두머리이리라.

분타주의 실력이 이 정도라면 당주의 마력은 훨씬 막강할 것이다.

그렇다면 수존은?

정점을 찍었던 당시에는 삼군을 넘어설 실력이었던 존재가 바로 적혈수존이었다.

“날 해치지 않는다면 수존 어르신을 만나게 해주마. 우리 천마성교에 중히 쓰이도록 해주실 거다.”

천제현의 입가에 서늘한 웃음기가 걸렸다.

심빙우가 분타주 앞에 섰다.

강렬한 살기를 감지한 천마교 분타주가 기겁해서는 소리쳤다.

“살려준다고 약속했잖아!”

“마교술사라는 자가 남을 그렇게 쉽게 믿어서야?”

천제현이 낮게 웃음을 흘렸다.

“내가 죽이지 않겠다고 했지, 다른 사람이 널 죽이는 걸 막아준다고 한 적은 없는데.”

살려달라고 빌 틈조차 없었다.

심빙우의 일장이 곧장 분타주의 맥을 끊어놨으므로.

“그거야!”

남궁혜가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잘했어! 속이 다 후련하네!”

창주와 왕성 접경부근을 넘나들며 수많은 백성을 해친 자들이었다. 이렇게 편히 죽게 해주기는 아까울 지경! 아마 남궁혜의 손에 걸렸다면 꽤나 쓴맛을 보다가 갔으리라.

천제현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정보가 될 만한 물건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새끼 여우가 기다렸다는 듯이 시체 중 하나의 옷섶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천제현이 재빨리 꼬리를 잡아 들어 올린 통에 금세 끌려나오고 말았다. 새끼 여우의 주둥이에는 옥 재질의 작은 병이 물려 있었다. 병 입구로부터 숨 막히는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천제현이 새끼 여우를 향해 손을 내밀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리 내놔!”

새끼 여우는 새카만 눈망울을 요리조리 굴리며 몇 번 킁킁대는가 싶더니 곧 주둥이를 벌렸다. 뱉어낸 옥병을 두 앞발로 공손이 받쳐 천제현에게 건네는 모습이 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놀란 남궁혜가 물었다.

“언제부터 저렇게 얌전해졌어?”

“배 채울 만한 물건이 못 되는 탓이겠죠.”

천제현이 새끼 여우를 모르겠는가. 진짜 보배다 싶었다면 진즉에 슬쩍했을 녀석이었다.

‘내놓기는 무슨 어림도 없는 소리를?’

새끼 여우 역시 천제현을 잘 알았다.

기껏해야 엉덩이 한 대 얻어맞는 게 고작일 일이었다.

천제현이 병마개를 열자 코를 찌르는 비린내가 사방에 진동했다.

“대체 뭐길래 냄새가 이렇게 역겨워, 속이 다 안 좋네!”

남궁혜가 토하는 시늉을 했다.

“정혈을 농축시킨 혈단이에요. 흑풍채의 천마교 분타에서도 비슷한 물건이 나왔었죠. 마공을 수련하는 놈들이라 힘을 회복하는 데 인간의 정혈이 필요한 거예요. 분타주 두 놈도 같은 이유로 이런 걸 모으고 있었겠죠.”

“우리한테도 쓸모가 있을까?”

“사악한 기운이 너무 강해서 우리한텐 직접적인 소용이 없겠지만.”

천제현이 혈단을 조롱박 안에 넣으며 말했다.

“강시 제조에는 도움이 많이 되죠. 마침 필요하던 재료에요.”

그때 남궁혜가 소리쳤다.

“이리 와 봐! 두루마리를 찾았어!”

남궁혜가 찾아낸 양피 두루마리는 천마교 적혈총타의 지도였다. 적혈총타와 분타, 비밀제단의 위치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적혈총타는 붉은 늪에 있었군!”

남궁혜가 지도상 총타의 위치에 표시를 해뒀다.

“붉은 늪은 남하국 최대의 늪지대야. 독충이며 위험한 파충류에 야수들도 득실거리지!”

심빙우가 아무 말 없이 책자 하나를 건넸다. 천마교 분타주에게서 찾아낸 책자였다.

“도감 같네요.”

책자를 몇 장 넘겨보던 천제현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오, 흥미롭군요.”

“나도 보여줘!”

천제현의 어깨에 아무렇지도 않게 팔을 두른 남궁혜가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이 괴상망측한 부호는 다 뭐람!”

천제현이 대답했다.

“일종의 연락용 암호에요.”

“연락암호?”

남궁혜가 뭔가 생각난 듯 재빨리 말했다.

“천마교 놈들이 이 암호로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말이지? 그럼 우리도 이걸 써서 천마교 잔당들과 접촉할 수 있다는 말이잖아. 당주인지 뭔지랑 연락도 가능하고?”

“맞아요!”

“이 뒤쪽은 또 뭐야?”

천제현이 넘긴 책장에는 기이한 천마교 비술 몇 가지 외에도 그림이 첨부된 자료가 잔뜩이었다. 천마교의 성물을 정리해둔 부분인 듯했다.

그중에는 고풍스러운 성배도 있었다.

[선혈성배: 적혈타 최고의 성물, 만물의 신선한 피를 모아 진혈을 만들어내거나 무궁무진한 힘으로 변환한다. 성배를 가진 적혈파는 무한한 마력으로 부상마저 순식간에 치유되며, 대폭 강화된 공력 덕에 천하에 적수가 없다.]

“이게 바로 놈들이 말하던 선혈성배인가?”

“그럴 거예요!”

진혈은 극히 진귀한 물질이었다.

선혈성배가 자동으로 만물의 피를 모아 정련해주는 물건이라면 적혈파 마교술사들은 그 진귀한 수련재료를 무한대로 쓸 수 있다는 얘기였다. 감히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인 셈이었다.

천제현의 실력을 직접적으로 향상시켜 줄 수는 없을지라도 재료 확보 측면에서 보면 아주 유용한 도구였다.

신의 피는 막강한 신혈강시를 탄생시켜주지만, 신혈강시의 경우 체내에 존재하는 피의 기운이 미약한 탓에 많은 신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단점이었다.

선혈성배만 손에 넣는다면 재료 걱정은 끝일 테니 강시를 강화하는 일도 한층 수월해지리라.

“붉은 늪에 있는 총타에 들어가려면 적혈령이 필요해요.”

천제현이 두 여인에게 말했다.

“분타주 둘 다 적혈령을 갖고 있었을 겁니다. 찾아보세요.”

“찾았어!”

흑풍채에서 얻은 것과 똑같은 모양의 영패였다. 이제 일행 셋 다 영패를 가진 것이다. 지도에 출입증까지 손에 넣었는데 안 가볼 수가 있겠는가?

일행은 한 번 더 천마교 일당의 소지품을 확인했다.

교도 한 명의 몸에서 일지가 나왔다.

수련 과정과 개인사가 주된 내용이었다. 그 마교술사는 창주성 출신으로, 집안 대대로 마공을 수련해왔다. 물론 주변인들은 그들과 천마교 사이의 관계를 까맣게 몰랐다.

적혈파의 소식을 들은 청년은 곧장 합류를 결심했다. 천마교가 다시 부흥한다면 남하국 따위야 별거겠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선택한 건 애초에 틀려먹은 길이었으니.

최전성기에도 결국 몰락하고 말았던 천마교가 이제 와서 무슨 세력을 구축할 수 있겠는가.

“오래 머물 곳이 못 됩니다. 출발하죠!”

천제현이 물건을 조롱박 안에 챙겨 넣으며 말했다.

“우회해서 붉은 늪으로 갑시다!”

이동 중에 틈틈이 분타주의 수첩과 마교술사가 남긴 일지를 훑어본 결과 천제현은 적혈파에 관해 상당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한때는 전국(戰國)이었던 천마교. 그에 걸맞게 분파에 불과한 적혈파조차도 입이 떡 벌어질 세력을 자랑했다.

적혈파 전성기의 교도 수는 무려 육십만 명에 달했다. 분타주는 교도 이만 명당 한 명씩, 당주는 삼십만 명당 한 명씩 뒀으므로 도합 분타주 서른과 당주 둘이 있었던 셈이었다. 그 위로는 적혈수존이 버티고 있었다.

실로 위협적인 규모가 아닌가.

당시 일반 분타주도 남하팔후를 근소하게 앞서는 실력이었으니 당주는 삼군 수준이었을 것이다. 정점 시기 적혈수존의 실력은 확실히 남하삼군보다 한수 위, 남하삼군을 압도적으로 넘어섰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 정도면 뇌주에 나타났던 지옥 화염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충격적이었다. 최소한 심빙우와 남궁혜에게 만큼은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적혈파는 천마교의 수많은 계파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꼭 최강의 계파라는 보장도 없건만, 이미 남하국을 압도하는 힘을 갖고 있다니. 당시 천마전국은 도대체 얼마나 거대한 왕국이었던 것인가? 그런 나라가 어쩌다가 멸망했는지도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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