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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36화 (332/729)

# 336

제336장 왕성 진출 계획(2)

시간은 금이다. 이 말을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천제현은 모든 일을 직접 챙길 수 없었고,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넘길 수 있는 권한은 넘겨 그들의 업무 능력을 향상하도록 했다. 나중에 동료들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이렇게 생각한 천제현은 업무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는 전략을 세웠다.

첫 번째 전략은 고천추와 공화련 자매가 책임지며, 왕성에 들어가 기적상회의 진입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전략은 신풍후 부녀가 맡으며, 기적상회를 위한 전국 범위의 정보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세 번째 전략은 천제현과 운천학이 담당하며, 기적상회의 새로운 발명품, 특히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천제현은 무안군과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왕성의 무기 공장 규모를 중주 무기 공장보다 작게 만들 순 없었다. 또한, 중주 공장의 기술이 왕성의 공장을 너무 많이 앞서나가도 안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중주에서 제조하는 무기의 개수만큼 왕성에서도 만들어야 하며, 중주에서 신형 무기를 개발하면 왕성에서도 상응하는 신형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천제현으로서는 두 곳 다 놓칠 수 없었다.

왕성은 군수 전용 공장으로, 중주는 기적상회의 사적 무기 공장으로 이용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남하국 군대 측에 원활하게 마력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

무안군은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대비했다고 생각했으나, 천제현의 교활한 속셈은 한 수 위였다.

곧 중주에는 왕성의 마력 무기 공장에 뒤지지 않는 개인 지분의 무기 공장이 세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공장은 남하국 유일의 마력 탄창 생산지가 될 것이다. 이것은 왕성이 갖추지 못한 이점이었다.

중주에는 남하국 최대의 자원이 있다. 천남성 부근의 매장량만으로도 남하국 전체가 몇 년을 사용하고도 남을 수준이었다. 그래서 천남성은 기적상회의 최대 전지 제조 기지로 변모하고 있었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중주성에 마력 탄창 제조 기지를 구축하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옳은 선택이었다. 이보다 쉽게 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은 없을 테니까.

무안군이 이 사실을 눈치 챘다 해도 어쩔 방도가 없을 것이다.

마력 탄창이 없는 마력 권총은 고철과 다름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고철보다도 못했다. 천제현은 무안군에게 마력 무기 설계도를 제공하고 기술 개발과 개선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지만, 마력 무기 설계도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마력 탄창 제조기술은 그가 단단히 손에 쥐고 있었으니까.

이제 무안군은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천제현의 눈치를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이 그가 화끈하게 무안군의 제안을 수락한 이유였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천제현은 공장 설립과 관련된 일을 전부 운천학과 신풍후에게 맡기고 자신은 방 안에 틀어박혀 수련에 힘썼다.

왕성에는 걸출한 고수며 천재들이 즐비하다. 동방, 상관, 남궁 세 가문의 객경과 문객만도 수만 명에 이르며, 각 가문에 속한 제자들과 자손들의 수까지 합하면 10만 명이 넘는다. 그들 중에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자는 다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천성하가 강한가? 당연히 강하다.

천성하는 중주에서 십여 년 동안 배출된 천재 중 독보적인 존재였다.

남하 팔주로 눈을 돌려도 그의 실력은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다.

그러나 왕성은 달랐다. 풍부한 자원과 막강한 가문, 넘치는 부를 지닌 왕성에서라면 천성하 같은 천재가 어느 정도 나올 수 있었다.

그러니 중주에서 활개를 치고 다닌 천제현이라도 왕성에서 어찌될지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천제현은 숙적도 많고 벌여놓은 일들도 많지 않은가.

다른 사람의 질투와 원한도 살 만큼 산 천제현이다. 그러니 정식으로 왕성에 들어가기 전에 실력부터 키워놓는 게 좋았다.

현재 기적상회에는 자금이 넘쳐났으나 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영약은 하품 성약이었고, 중품 성약도 아주 가끔씩만 눈에 띌 뿐이었다.

물론 억 단위 이상의 높은 값을 자랑하는 이 성약들도 천제현의 마력 증진을 도와줄 수 있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게 문제였다.

시간이 없었던 천제현은 얼굴에 철판 깔고 최상품 성약을 손에 넣었고, 그것을 여섯 개로 나눠 상품 성단인 현황단을 만든 것이다.

“여우야, 엄호를 부탁해.”

천제현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현황단을 복용한 후 단약의 힘을 제련하기 시작했다.

현황단 약효가 체내에 퍼지자 단약의 영력에 의해 온몸의 경맥이 원활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력의 흐름이 급격히 빨라지더니 대해로 들어가는 강물들처럼 단전에 모이기 시작했다. 강력한 무언가가 껍질을 깨고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제현은 주 정령의 각성도가 더욱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강력한 힘이 영혼 안에서 쏟아져 나와 검은 안개 형태로 천제현의 주위를 뒤덮었다.

마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얼마 못 가 이 힘을 억누를 수 없게 되리라.

“지금은 때가 아니야!”

천제현은 꿈틀거리는 주 정령을 억누르며 말했다.

“조금만 더 잠들어 있어!”

쿠르릉!

영혼 깊은 곳에서 불만과 분노에 찬 거친 으르렁거림이 들렸다. 강력한 위압감을 가진 뭔가가 나오려 하고 있었다. 보는 이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힘이었다.

새끼 여우는 위협이라도 받은 것처럼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며 낮게 몇 번 으르렁거렸다.

이 기운은 뭐지? 주인이 있는 방에서 나오는 건가?

새끼 여우는 반짝이는 눈동자를 몇 번 굴린 후 다시 바닥에 엎드려 분홍색 혓바닥으로 발톱을 핥으며 생각했다.

주인의 정령이 더 강해졌군. 주인의 힘도 더 강해지겠지. 그런데 이상하단 말이야. 주 정령이 저렇게 강력한데 왜 저렇게 죽어라 억누르지? 가뜩이나 내세우기 좋아하는 놈이. 관두자. 나랑 뭔 상관이야? 잠이나 자자.

일주일 후.

폐관을 마치고 나온 천제현은 혼성 5성 술사가 되어 있었다. 그 정도 문턱쯤이야 그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 녀석아!”

“문을 지키라고 했더니 잠이나 자고 있는 거야?”

천제현은 여우의 말랑말랑한 뱃가죽을 툭툭 차며 말했다.

“며칠 동안 찾아온 사람 없었어?”

새끼 여우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한 후 고개를 저었다.

“무안군은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한 거야? 보름이 넘도록 교지가 안 오잖아!”

천제현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실험실에나 가보자!”

천제현의 개인 실험실에는 나무통 안에서 제련 중인 강시 열여덟 마리가 있었다.

중주탑에서 얻은 고대 신령의 기억 조각은 천제현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거기에는 신혈강시 제조법 등 고대 기공의 낱장을 포함한 특별한 지식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골치 아픈 것은 강시들을 한 번 제련할 때마다 이전의 몇 배에 해당하는 신혈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강시들의 위력이 그렇게 많이 향상한 것도 아니었다.

몇 번이고 이유를 생각하던 천제현은 강시 체내의 정혈이 모두 말라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신혈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처음 제련할 때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건 농축된 정혈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시를 제련하려면 정혈이 꼭 필요하구나! 그런데 그것을 어디에서 손에 넣지?’

언제까지고 마수들만 찾아다니며 있는 대로 죽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열여덟 강시를 버리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었지만, 남겨둔다고 딱히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니라 골치가 아팠다.

“일어나!”

천제현이 방울을 흔들며 명령하자 강시 열여덟 마리가 하나 둘씩 나무통 안에서 몸을 일으켰다. 예전보다 강해져 있었지만, 그래 봤자 혼성 4성 정점의 실력에 불과했고, 더 이상 성장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도 아직은 쓸 만하니까…….’

천제현은 투명한 수정 단자를 보았다. 수정 단자 안에는 옥처럼 하얀 신골(神骨) 하나가 들어 있었다. 중주탑에서 가져온 그 신골을 본 천제현의 얼굴에 다시 한 번 짜증이 떠올랐다.

‘너무 단단해서 무슨 짓을 해도 사용할 수가 없는 물건이다!’

세상에 둘도 없이 귀한 물건이 분명한데 사용할 수가 없다니.

‘왕성에 가져가 방법을 찾아보는 수밖에…….’

이후 천제현은 운문의 연구를 돕는 한편 상회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중주성 항구는 이미 준공이 되었고, 마력 무기 공장과 마력 탄창 공장도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춘 상태였다. 남궁혜조차도 무사히 폐관을 마치고 나왔다.

그런데 무안군과 헤어진 지 20여 일이 지나가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는 게 불안했다. 공화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니라면 소식이 왔어도 벌써 왔을 것이다.

‘무안군은 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하고 있길래!’

“대장!”

천제현이 이런저런 생각으로 심란해하고 있을 때, 남궁혜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녀는 천제현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밖으로 끌고 나갔다.

“빨리 나와 봐. 왕성에서 특사가 왔는데 맞이하지 않을 거야? 말해 두는데, 이번에는 문제 일으키면 안 돼! 그랬다간 평생 왕성에 발도 못 들여놓을 거라고!”

왕성에서 온 것은 토벌군이 아닌 특사였다.

이것만 봐도 무안군이 일을 잘 처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으로 봐서 생각보다 문제는 많았던 것 같지만.

천제현은 남궁혜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그의 눈에 그리핀 한 마리와 그 옆에 서 있는 신풍후가 들어왔다. 제후이자 성주인 신풍후가 직접 나와 특사를 맞이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천제현은 교지를 받들라!”

특사는 별다른 말없이 바로 교지를 읽기 시작했다.

“조사를 통해 중주의 난이 삼대 가문의 짓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천제현에게도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나, 뇌주와 청주에서 공을 세움으로써 왕국에 큰 기여를 한 점을 고려하여 특별히 그 죄를 사하는 바이다. 또한 천제현에게 ‘학사’의 칭호를 내리노니 천제현은 즉시 왕성으로 들어와 칭호를 받도록 하라!”

‘이렇게 일단락된 건가?’

교지 내용을 들은 신풍후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역시 무안군이군. 자네를 위해 학사 칭호를 얻어내다니.”

“학사 칭호요?”

천제현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있으면 뭐가 좋은데요?”

신풍후가 대답했다.

“학사는 학자의 칭호 중 하나라네. 남하국의 학사들을 총 더해 봤자 열 명 남짓밖에 안 되지. 운 어르신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경력을 지닌 학사시고.”

“그럼 대학자는요?”

“대학자는 대학사의 칭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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