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335화 (331/729)

# 335

제335장 왕성 진출 계획

단약을 받은 일행은 매우 기뻐했고 신풍후와 운천학도 적이 만족해했다. 합리적인 논공행상이었다.

“단약을 나눠 드렸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천제현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최근 기적상회는 제 뛰어난 지휘 하에 중주성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모두 뭘 그런 눈으로 절 보는 거죠? 저도 제 대단함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떠받들어 주실 필요는 없어요. 중주성은 아무 것도 아니니까요. 오늘 제가 할 얘기는 왕성 진입에 대한 것입니다.”

회의장에 모인 임원들은 이제 천제현의 자화자찬쯤은 자연스럽게 흘려듣고 있었다. 공화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왕성에서 연락이 온 것도 아닌데 사업 이전 전략을 세우는 건 너무 이른 것 아닐까?”

“걱정 마세요. 무안군 마마가 신경 써 주고 계시니 별일 없을 거예요. 그리고 아가씨가 잘못 생각하고 계신 게 있는데 우리 전략은 사업 이전이 아니라 확장이에요!”

천제현이 차분하게 말했다.

“중주성의 정세는 매우 평온해요. 지리적 위치도 좋고요. 왕성에 들어가겠다고 그동안 힘들게 다져놓은 기반을 버릴 순 없죠. 중주성은 기적상회의 주요 생산기지이자 통신기지 역할을 할 테니 왕성 지사와 업무 충돌이 일어나진 않을 거예요!”

중주성은 기적상회의 본진과 같은 곳이다.

즉, 기적상회의 발원지로서 기적상회가 얻고 있는 민심이나 영향력이 다른 지역과는 비교도 안 됐다. 또한, 지리적으로 왕국에 가까우며 남하국 곳곳으로 쉽게 통할 수 있는 요충지이다. 앞쪽에 왕성이 있기 때문에 견융족이 남침해도 당장 영향 범위 안에 들어갈 일도 없었다.

안정적이고 교통이 편리한 중주는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었다.

“먼저 고천추 어르신, 왕성에 돌아가 주셨으면 합니다.”

“뭐라고 했소? 왕성에 돌아가라고?”

고천추의 안색이 변했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갈 것 같소? 운문연구소에 이렇게 많은 연구가 아직 남아 있거늘, 할 일이 없어도 이곳에서 놀 것이오! 왕성에는 무안군이 있는데 이 늙은이가 가서 무엇을 한단 말이오? 내가 가도 도움이 될 것이 없소. 난 후방에서 연구 개발을 맡겠소!”

고천추는 상회의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가 원하는 건 오직 연구뿐이었다.

‘왕성에 돌아가라고? 어림도 없는 소리!’

운문에 온 이후 그는 운명의 땅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그 누가 와서 고삐를 잡아당기며 데려가려 해도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흥분하시긴 이릅니다! 아직 제 말이 끝나지 않았잖습니까?”

천제현은 살짝 짜증이 난 듯 입을 열었다.

“왕성으로 쫓아내려는 게 아닙니다. 선봉 역할을 맡아 주셨으면 하는 거지요!”

“선봉이라고 했소?”

“중주의 운문에는 운천학 어르신이 있으니 고 어르신까지 계실 필요는 없습니다. 왕성에 연구소를 하나 더 열 생각이거든요!”

고천추는 깜짝 놀랐다.

천제현이 계속 말을 이었다.

“대학자님이 앞에 나서 주시기만 하면 남하국의 학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거라 확신합니다. 그 인재들을 놀리는 건 너무 아깝지 않겠습니까? 왕성에서의 이점을 이용해서 연구소를 하나 더 개설하는 겁니다!”

“그 말은 운문 분원을 따로 설립하겠다는 거요?”

고천추는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보다 좋을 순 없을 것이오! 내 다른 건 몰라도 학자들 사이에서의 명성은 꽤 있는 편이오. 내가 부르기만 하면 남하국의 명망 있는 학자들 반은 달려올 거요. 왕성의 실험실과 자원은 중주보다 훨씬 규모가 클 것이니 처음부터 대형 연구소를 설립해도 무방하겠지!”

“바로 그거예요!”

천제현은 나머지 일행에게 말했다.

“여러분도 고 어르신과 함께 가서 연구소 설립을 도와주세요. 기적상회의 진출을 위한 발판도 닦아 놓으시고요. 고 어르신과 함께 간다면 왕성에서 서운한 대접은 받지 않을 겁니다. 제가 왕성에 갈 때까지 필요한 모든 일을 준비해 놓으시기 바랍니다.”

잠시 멍하니 있던 공서련이 몇 초 후에 입을 열었다.

“왕성에 가라고?”

“나쁘지 않지.”

공화련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천제현이 앞에 서서 진두지휘 했잖아. 이번에는 우리가 선봉에 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공화련 자매는 천제현이 가장 믿는 사람들이었다.

고천추는 천제현이 그 두 사람을 자신에게 맡기는 것을 보며 자신에 대한 신뢰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즉시 가슴팍을 때리며 약속했다.

“안심하시오. 왕성에서는 내 이름이 꽤나 잘 먹힐 것이오. 두 아가씨의 안전은 내 책임지고 보장하리다. 만에 하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 목을 내놓겠소!”

남하왕이나 문성군이 주로 경계하는 건 천제현이었다. 그러니 전망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가능한 왕성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그러니 공화련 자매가 먼저 왕성에 가는 게 더 좋으리라.

그 밖에 마력무기 공장 설립은 무안군이, 운문 분원 설립은 고천추가 도와줄 것이다.

공화련은 대형 계획을 진행할 만한 능력이 충분한 사람이었다. 여기에 두 거물까지 거든다면 자음탑과 자영탑을 건설하는 데 아무도 훼방을 놓지 못하리라. 게다가 공화련 자체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 않은가.

천제현은 그녀들이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럼 이 일은 이렇게 하기로 하지요. 다른 의견 있습니까?”

“있어!”

“있어요!”

미녀 세 명이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남궁혜와 풍채향, 운요였다.

천제현의 계획에서 남궁혜는 공화련 자매와 함께 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녀도 초기 동업자였으니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풍채향과 운요는 이번 왕성 진입 업무에 포함되지 않았다.

남궁혜는 왕성에 가고 싶지 않았고, 운요와 풍채향은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궁혜가 먼저 이유를 얘기했다.

“나는 남궁 가 사람이야. 내가 왕성에 가면 그 자들에게 빌미만 주는 꼴이라고. 남궁 가에서 가문 내부의 일이라고 말하면서 손을 쓰면 무안군도 어쩔 수 없을 테니까!”

일리가 있었다.

왕성에서 남궁혜는 특수한 신분을 지닌 사람이었다.

곧이어 운요와 풍채향이 공화련 자매와 함께 왕성에 가서 기반을 다지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그럼 계획을 다시 수정해야겠네요. 남궁혜 아가씨는 일단 안 가는 걸로 하죠.”

천제현은 다시 운요와 풍채향을 보며 말했다.

“두 사람도 걱정할 것 없어요. 중요한 임무를 맡기려고 뺀 거니까요.”

여기까지 말한 천제현은 탁자에 남하국 지도를 펼치며 말했다.

“두 사람은 초음파 수정탑과 관련된 일을 맡게 될 거예요. 주요 도시와 기적상회를 연결해 주는 정보망을 구축하는 거죠. 우리의 방송과 통신, 영상을 남하국 전체에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이건 대형 계획이자 중요한 전략적 사업이에요. 기적상회의 직원들 3천 명을 동원할 생각이죠. 신풍후 대인과 운 어르신이 도와주시고 채향, 운요 아가씨, 운소가 앞장서면 한두 달 안에 일을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의 말을 들은 임원들은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이 계획이 완성되면 기적상회의 영향력은 몇 배나 강해질 것이고, 사람들의 생활 역시 180도 바뀌게 될 것이다.

“대장, 제 능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걸 잘 알잖아요!”

운소가 괴성을 지르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 일은 누님한테 맡기는 게 좋겠어요!”

“이 멍청한 놈!”

운천학이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

“회장님이 널 믿고 일을 맡겼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한 번만 더 그런 망언을 지껄이면 내 직접 너의 마력을 폐할 것이야!”

이 중요한 업무를 순조롭게 끝마친다면 기적상회에 큰 공을 세우는 셈이 된다.

운소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젠장. 앞으로 한동안은 정신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녀야겠군. 눈코 뜰 새 없이 힘든 나날을 보내겠어.’

수정된 계획에 더 이상 이견이 없는 것을 본 천제현은 지체 없이 바로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날 밤, 공화련 자매는 고천추와 함께 광장으로 나갔다. 왕성의 기사들이 시간 맞춰 그리핀을 데리고 나와 있었다.

공서련은 공화련과 함께 위풍당당한 그리핀 등에 올랐다.

“천제현, 교지를 받으면 바로 왕성으로 출발해야 돼. 알겠지? 조금이라도 꾸물거리면 가만 안 둘 줄 알아!”

“무서워서 원!”

천제현은 일부러 겁먹은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알겠사옵니다, 마마!”

그 모습을 본 공서련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 이제 갈게. 나한테 또 할 말 있어?”

“없어요.”

“뭐라고?”

공서련의 아름다운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가며 희고 고운 얼굴에 분노의 빛이 서렸다.

“양심도 없지! 내가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 주는데! 이제 나도 너한테 신경 안 쓸 거야!”

“아이고, 알았어요, 알았어. 서련 아가씨, 제가 잘못했습니다요. 조심히 가세요!”

말을 마친 천제현은 큰 상자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이건 아가씨를 위해 특별히 만든 기관총이에요. 재료비만 해도 금화 천만 냥에 달하죠. 2급 성품 금속으로 만든 거라 녹지도 않고 위력도 엄청나요. 현혼급 고수도 쉽게 죽일 수 있는 무기예요. 왕성에서 누군가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이걸로 쏴버리세요. 아무 걱정 말고요. 제가 있잖아요!”

잔뜩 화가 났던 공서련의 표정이 즉시 밝아졌다.

“걱정 마. 누가 감히 날 괴롭히겠어?”

“서련이랑 계속 같이 다니더니만!”

옆에서 지켜보던 공화련이 살짝 화를 내면서 눈을 부릅떴다.

“애를 다 버려 놨네!”

“큰아가씨, 그거 질투하는 거 아니죠?”

공화련의 표정이 즉시 일그러졌다.

“흥,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큰아가씨에게 줄 총은 만들지도 않았어요. 큰아가씨 성품이면 쓸 일이 없을 것 같았거든요.”

여기에서 말을 끊은 천제현은 커다란 두루마리를 하나 꺼냈다.

“하지만 큰아가씨를 위해선 유용한 기술 자료들을 잔뜩 준비해 놨답니다. 왕성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공화련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네!’

“이제 다 된 건가?”

고천추가 다가오며 물었다.

“네, 출발하세요!”

“그럼 우린 이만 가보겠네.”

공서련은 아쉬운 듯 천제현을 한 번 쳐다보곤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기관총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천제현, 남궁 언니, 채향 언니, 운요 언니, 모두 몸조심하세요. 나중에 왕성에서 만나요!”

공서련이 말을 마치자 그리핀이 날아올랐고, 곧 시야 멀리 까만 점이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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