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3
제333장 협상(2)
천제현은 살짝 곁눈질만 하고는 무안군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공서련에게 손을 흔들었다.
“서련 아가씨, 이리 오세요!”
무안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자신의 명성도 쓸모없을 때가 있었다.
공서련은 조금 주춤거렸다. 무안군은 신풍후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다. 그가 화를 낸다면 정말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이다. 하지만 천제현이 함께해 준다면, 공서련도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곧 천제현 앞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천제현은 상자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이 무기를 꺼내 시험해 보세요.”
“새로운 무기가 또 있어?”
공서련은 놀라워하며 수정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더 복잡하게 생긴 모양의 마력총이 들어 있었다. 무기를 꺼내는 공서련은 놀라워하며 말했다.
“이 총은 뭔가 좀 다른데!”
다른 사람들도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왔다.
그 총은 권총보다 세 배나 컸다. 구조는 권총과 유사하나 탄창이 분리되어 용량은 더 많아 보였고 주문과 진법은 더 많이 그려져 있었다.
“속사형 총입니다.”
천제현은 공서련 앞으로 다가가 특수 마력 탄창을 장착했다.
“권총에 비해 두 배 정도 크고, 탄창이 분리되어 있어 마력 용량은 3배에 달합니다. 마력 탄알 한 발 한 발의 위력은 2할 정도 약하지만 사격 속도는 두세 배 빠릅니다. 탄창에는 약 30개 정도의 마력 탄알을 넣을 수 있어요.”
들을수록 놀라웠다.
이 총기는 권총보다 위력은 약하지만, 탄창이 늘어나고 사격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화력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특히나 전장에서 사용 시 권총보다 위력이 좀 떨어져도 매우 강력한 살상력을 보일 것이다. 사격속도와 마력 탄알 수량 측면에서는 더 우세하다.
무안군은 흥분한 기색으로 말했다.
“그럼 한번 시험해보게!”
공서련은 천제현을 바라보았다.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세요!”
“좋아!”
공서련은 총을 들고 사격장으로 가서 총을 들고 앞에 있는 과녁을 조준했다.
“비키세요, 쏩니다!”
공서련이 방아쇠를 당기자 마력 탄창에서 빛이 뻗어 나왔다. 순식간에 총신 전체가 움직이고 주문과 진법이 모두 활성화되었다.
탕탕탕탕!
마력 탄알이 연이어 빗방울처럼 뿜어져 나갔다. 탄알을 맞은 전방의 거대한 쇠갈퀴는 그 엄청난 위력에 종잇장 찢어지듯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
‘연속 사격이 가능하다니!’
빠른 사격 속도와 강력한 집중 공격. 보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정도의 강력한 위력을 가진 무기였다.
이런 무기는 많이 있을 필요도 없다. 만 명 규모의 부대에 100개만 있어도 충분하다. 적이 가까이 오기도 전에 연달아 쏴버리면 적군의 기세는 순식간에 꺾일 것이다.
마력 탄알의 힘이 좀 약해도 허혼급 술사의 호신마력을 뚫기에 충분하다. 사격속도가 대폭 올라가고 집중 공격력도 증가하면, 혼성급 술사라 해도 이 총의 공격을 완벽하게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격을 하는 공서련도 흥분해서 외쳤다.
“이 총 느낌이 아주 좋은데!”
탄창이 반 정도 남았을 때였다.
“이제 됐어요!”
점점 열이 올라와 총신이 곧 녹아내릴 것 같은 기미가 보이자 천제현이 소리쳤다.
“멈추세요!”
하지만 공서련은 재빨리 반응하지 못했다.
펑!
갑자기 총신이 폭발했다.
폭발의 위력에 공서련이 그대로 날아갔다.
공화련의 안색이 변했다.
“서련아, 괜찮니!”
“괜찮아요, 괜찮아. 성광불멸체가 보호하고 있어서 이 정도 마력에는 다치지 않아요!”
공서련은 재빠르게 일어났다. 옷이 좀 타긴 했지만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 총기는 모두 녹아내려 변형된 상태였다.
고온으로 인해 주문이 녹자 마력을 제어하지 못해 폭발한 것이다.
“어떻게 총이 타버릴 수가 있지!”
“진법 설계가 아직 부족해서 그래요. 마력이 너무 많이 몰리면 온도가 올라가거든요. 그리고 총기 재질도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라 더 저렴하고 고온에 강한 재료를 찾아야 합니다.”
실험은 실패했지만, 신형 마력총은 그 위력을 충분히 드러냈다.
공화련이 천제현에게 물었다.
“이 총의 살상력은 권총보다 더 대단한걸. 새로 이름을 지어야 하지 않을까?”
“여러분이 직접 만드시는 게 어때요!”
“내가 지을래!”
공서련이 타버린 권총을 흔들며 말했다.
“이 총은 권총보다 크지만 들고 다니기 편하고 사격 속도도 빠르지. 그렇다면 적진으로 돌격해서 공격하는 데 적합한 것 같아. 우리 이름을 ‘돌격 기관총’으로 하자!”
“돌격 기관총이요? 좋습니다. 그 이름으로 하죠!”
천제현은 이렇게 딱 맞는 이름을 지어내는 걸 보면서 공서련의 머리도 때로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큰 아가씨, 폐기물을 모아서 연구소에서 분석해 주세요. 마력 탄창에 남은 마력이 얼마인지, 몇 개째 마력 탄알이 발사될 때 녹은 것인지, 이런 수치를 되도록 빨리 수집해야 합니다.”
공화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천제현은 완전히 얼이 빠진 무안군 앞으로 다가갔다.
“무안군 마마!”
천제현이 부르는 소리에 무안군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무안군께서 보시기에 이 무기가 어떻습니까? 평가를 해주시죠.”
무안군은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좋군, 아주 좋아!”
“무안군께서 만족하셨다니 다행이군요.”
천제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협력에 대해서 이제 이야기해볼까요!”
현재 기적상회는 자금도, 인력도 부족하지 않았다. 거기에 금상첨화로 무안군의 지원까지 더해지자 협상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마력 무기는 역사에 남을 만한 위대한 발명이네. 이런 무기를 만든 자네의 이름은 청사에 길이 남을 걸세.”
천제현은 무안군의 반대편에 앉아 있었고 고천추와 신풍후, 공화련은 천제현의 양 옆에 서서 조용히 차만 마시고 있었다.
칭찬으로 말문을 연 무안군은 어조를 바꿔 다시 말했다.
“그러나 마력 무기는 그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국내외를 막론한 많은 집단과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밖에 없네. 자네들의 실력으로는 그 기술을 지킬 수 없을 거라고 판단되네만. 가장 좋은 방법은 무기 설계도를 왕국에 파는 것 아니겠나? 왕국의 힘으로 기술을 지키는 거지.”
그 말을 들은 신풍후와 공화련은 황당해서 말문이 막혔다. 지금 무안군은 마력 무기 기술을 독차지하려고 하고 있었다.
마력 무기의 설계도는 돈을 매길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 그 귀한 것을 팔아넘기라니, 천제현이 동의할 리가 없지 않은가?
고천추가 분노를 터뜨리며 말했다.
“하루 종일 뜸을 들이신 이유가 천제현의 연구를 빼앗아가기 위해서였군요!”
“대학자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천제현이 헤실거리며 말했다.
“합당한 값만 치러주신다면 당연히 팔고말고요!”
사실 무안군은 큰 기대 없이 천제현의 생각을 슬쩍 떠볼 심산이었다.
이 위대한 발명품을 손에 넣고 싶지 않은 자,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 예상과 달리 천제현이 단번에 동의하자 오히려 살짝 당황했다.
‘이놈은 상식의 잣대로 판단이 안 되는 인간이군!’
“하지만 그전에 먼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저희가 보유한 기술은 끊임없이 개선을 해야 합니다. 거액을 주고 구입하신 마력 권총 설계도가 며칠 후에는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더 뛰어난 성능과 공격력을 가진 권총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기관총처럼 특색 있는 신형 무기가 개발될 수도 있습니다. 설계도 한 장이야 얼마든지 구매하실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을 열 장, 백 장 계속 사실 수 있겠습니까?”
무안군은 미간을 찌푸렸다.
천제현의 말이 맞았다. 기적상회에서 마력 권총을 발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마력기관총이 새롭게 출시되지 않았는가. 심지어 아직 권총의 양산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데 말이다.
“게다가 이 설계도를 사려는 사람이 대륙에 무안군 마마 한 분뿐일까요? 원하는 자들에게 모두 팔면 기적상회에 돈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올 텐데 저희가 돈 걱정을 하겠습니까? 저희는 신형 설계도만 열심히 만들어내도 대륙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무안군 마마,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대륙에서 남하국의 국력은 어떻습니까?”
지금 천제현이 말하고자 하는 뜻은 분명했다.
‘사겠다고? 좋다! 그런데 당신에게 그 정도의 돈이 있을까?’
몇 초간 침묵을 지키던 무안군은 결국 탄식을 하며 말했다.
“그럼 자네의 뜻은 무엇인가?”
“마마, 신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나!”
“지난날 뇌주에서 일이 터졌을 때 무안군 마마께서는 중주에 군서를 하달하셨고, 소인은 성심을 다해 뇌주를 위기에서 구해냈습니다. 그런데 마마께서는 아직 군서에서 언급하신 약속을 지키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천제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것 때문에 적이 실망스럽습니다만.”
‘이놈이 이 기회에 뜯어낼 건 다 뜯어내자는 생각이구나!’
무안군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여봐라, 내 육엽현황지(六葉玄皇芝)를 가져오너라!”
이윽고 옥함 하나가 천제현의 눈앞에 놓였다. 옥함의 뚜껑이 열리자 순식간에 짙은 영력이 주변을 채웠다.
기운이나 형태로 봤을 때 최상품 성약이 분명했다. 이런 약초는 남하국 땅에서 자라지 않으니 다른 나라에서 구입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그 가치 또한 이루 헤아리기 힘들 것이다.
진혼급 강자라도 인연이 닿아야만 손에 넣을 수 있는 귀한 약초가 틀림없다.
“나머지 일행에게는 내 다른 상을 내리겠네.”
무안군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제 만족하는가!”
“최상품 성약 한 개쯤이야 저에겐 별거 아닙니다. 그냥 생각이 나서 말해 보았을 뿐이지요. 너무 언짢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천제현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바로 옥함을 챙겼다.
“마마께서 소인의 체면을 이렇게까지 세워 주시니 소인도 그에 합당한 마음을 보여드려야겠지요.”
선물을 받았으니 천제현으로서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왕성에 기적상회의 무기 공장을 짓겠습니다. 왕성의 세력구도는 중주보다 훨씬 복잡할 테지요? 무안군 마마께서 저희 공장의 동업자가 되신다면 일이 훨씬 쉬워질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그의 말뜻은 간단했다.
중주의 무기 공장은 그대로 둔 채로 왕성에 공장을 하나 더 설립하겠다는 것이었다.
“중주 공장은 기적상회 소유이니 그곳에서 생산되는 무기의 소유권도 기적상회가 갖게 됩니다. 그러나 왕성 공장은 군수 공급 전용 공장으로 운영할 수 있지요.”
천제현은 소매 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무안군에게 건넸다.
“그래도 불안하시다면 성의를 보여드리는 차원에서 이것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마력 권총의 설계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