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331화 (327/729)

# 331

331장 무안군의 방문(2)

“이곳이 바로 기적상회 본사입니다.”

신풍후는 무안군을 기적상회 본사 앞으로 안내한 후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기적상회 사람들은 모두 신풍후를 알고 있었기에 통과시켜 주었다.

“천제현은 어디 있는가?

“제후님께 아룁니다. 회장님은 실험실에서 신형 무기를 실험하고 계십니다.”

무안군과 신풍후의 눈빛이 반짝였다. 신풍후가 다급하게 물었다.

“우리도 들어갈 수 있는가?”

“그게…….”

기적상회 사람이 신풍후 곁의 무안군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신풍후님이시라면 문제될 것이 없으나, 그래도 보고를 드려야 해서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기적상회 직원은 금방 돌아왔다.

“제후님, 들어가시지요!”

기적상회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은 현재 사격장에 계십니다. 2층 세 번째 방입니다!”

무안군은 신풍후를 보며 말했다.

“중주군의 제후나 되는 사람이, 상회 회장 한 명 만나는 데도 사전에 보고를 해야 하는군.”

“누구냐에 따라 다르지요!”

신풍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들어가시지요.”

실험실에 들어선 두 사람이 사격장에 이르기도 전에 연이어 소리가 들렸다.

탕!

탕!

날카로운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쇠갈퀴가 부서지는 소리, 금속 과녁이 마력 탄알에 완전히 박살나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려왔다.

천제현, 운천학, 고천추, 공화련, 공서련. 안에는 이 다섯 사람이 있었다. 공서련이 사격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지켜보고 있었다.

“총신의 내열성을 높인 후 연속 10회 사격이 가능해졌고 용해 현상도 나타나지 않아요.”

“최고 사정거리는 70장 이내입니다. 70장을 넘어서면 마력 탄알은 증발해요. 만약 150장 이내의 목표를 명중시키려면 마력 강도를 절반으로 낮춰야 합니다! 그러면 탄알의 유지거리가 더 길어질 것입니다. 물론 위력은 조금 떨어지겠지만요.”

“마력 탄창의 특수 전지는 최적화를 몇 번 진행했습니다. 현재 수정의 눈물 제련기술 수준이 충분하지 않고, 채굴된 수정의 눈물 품질도 부족해요. 마력 지원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탄창 하나의 사격 가능 횟수는 8회입니다!”

“…….”

공화련은 수치를 빠짐없이 다 기록했다.

마력 무기 발명 후 1차 성능개선까지 보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제 실용 단계에서 필요한 조건을 구비하고 있을 정도니 높은 효율성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요 며칠 간 고천추는 천제현에게 남긴 나쁜 인상을 만회하기 위해 불평 없이 천제현의 모든 일을 거들었다. 물 뜨고 차를 나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였다.

천제현이 맡긴 작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완벽을 기했다.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이었다.

그렇게 천제현 곁에서 일을 거든 덕분에, 마력 권총의 최적화 과정을 직접 보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참으로 많은 영감과 감격을 맛보는 순간이었다.

고천추는 오늘에 이르러야 깨달았다.

‘지난 100년 인생을 참으로 헛되이 보냈다!;

20년에 걸친 유학기간 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던가. 대국의 학자를 스승으로 모시기 위해 눈보라가 몰아쳐도 삼일 밤낮을 문 앞에 무릎을 꿇고 기다렸다. 서적 하나를 얻기 위해 동학들에게 얼마나 업신여김을 당했던가. 그러나 고천추는 그 모든 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20년 유학에서 얻은 경험은 이후 인생에 견고한 기반이 되었고, 모욕을 참고 견딘 경험은 고천추의 놀라운 명성과 영예의 초석이 되어주었다.

고천추는 오랜 기간 스스로 남하국에서 최고의 학문을 지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대국의 대가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고, 남하국 거의 모든 학자들이 그의 은택을 입었다.

그런데 지금은?

고천추는 무덤에 있는 그놈들을 다 끌고 와 뺨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천제현이 오만방자하다고는 하나, 그는 자신을 학자로 대접했다. 고천추가 배움을 구했던 그 학자들은 별것 아닌 것도 제 것이라면 손에서 놓을 줄 몰랐고, 진짜 중요한 것은 가르쳐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인, 노예 취급에 심지어 약제를 시험하기 위한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사람들은 천제현을 건방지다고 하지만, 고천추가 보기에 천제현은 겉으로만 그런 것뿐이다.

천제현으로부터 존중받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를 존중하면 된다. 대학자든 기적상회의 보통 직원이든, 천제현 눈에는 모두 동일했다. 얼마 되지도 않는 학문을 가지고 안하무인 태도로 타인을 하찮게 보는 이들에 비하면 훨씬 훌륭한 인물이다.

‘이 사람이 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희대의 기재로구나!’

고천추는 100세의 늙은이가 되어서 처음의 열정과 지식탐구의 욕망, 그리고 진취적인 생각이 다시 강렬하게 불타오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는 남은 생을 모두 운문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끝까지 천제현을 도울 생각이다.

천제현은 고천추의 태도가 매우 만족스러운데다가 협력관계인 점을 고려해, 비록 연맹을 이룬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그를 높은 자리에 발탁하기로 했다. 이제 그는 정식으로 운문 최고 연구원이 되어 운천학과 비슷한 위치가 되었다.

고천추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학자로서 자신의 지식과 노력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없었다.

비록 고천추의 지혜는 한정적이지만, 미약한 힘이라도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에 보탬이 된다면, 역사에 이름을 남겨 대대로 학자들에게 칭송을 받을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영예로운 일인가.

몇 번의 실험이 끝났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천제현은 만족하지 못한 듯 몇 가지 수정 의견을 냈다. 하지만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으니 우선 내부용을 만들어보죠.”

마력 총기류의 부품 생산은 아주 쉬웠고, 마력 전지 생산 비용도 저렴했다. 유일한 단점은 마력 권총에 300여 개의 주문을 새겨야 한다는 점이다.

이 시대는 아직 주문 자동 인쇄기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진법사를 대규모로 불러 수동으로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이는 인건비를 조금 더 지출하면 되는 부분이었다.

천제현이 물었다.

“하루 생산 가능한 권총은 몇 개죠?”

“무기 공장이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효율은 높지 않을 거야. 마력 권총의 부품 자체는 복잡하지 않아서 일반 제조 공장에서 생산이 가능해. 특수 마력 탄창은 정련 과정이 좀 힘들긴 하지만 수요량이 많지 않아서 어렵진 않을 거야.”

공화련은 여기까지 말한 뒤 한숨을 쉬었다.

“주문을 새기는 게 문제야. 마력 무기의 기밀 때문에 작업자를 신중하게 골라야 해. 그리고 작업량도 많아서 연구소 인력만으로는 많아도 하루에 50개밖에 생산할 수 없을 거야.”

“하루에 겨우 50개요?”

이대로라면 한 개 부대를 무장하는 데도 한 세월이 걸릴 것이다.

“너무 느려요!”

천제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자구요.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무기 생산을 빠르게 진행해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총기 천 개를 생산해야 해요! 중주성을 또다시 공격받게 할 수는 없어요!”

기술 유출? 그게 무슨 걱정거리라도 되는가! 마력 권총은 가장 낮은 수준의 마력 무기다. 천제현은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게다가 조립이 다 되어 있어도, 주문이 부족하거나 적합한 마력 전지가 없으면 마력 권총을 만들 수 없다.

마력 권총 설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미 놀라운 효과를 입증했다. 천 명 규모 부대에 지급된다면, 남하국 최정예 질풍기병단을 만난다 해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과학의 힘이다.

그리고 마력 무기의 힘이다.

대륙 최초의 마력 무기를 가진 군대가 천제현의 손 안에 있다면, 누가 감히 기적상회를 공격하려 들겠는가.

삼군, 아니 국왕이라 해도, 천제현의 비위를 맞춰야 할 것이다.

공화련은 천제현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최대한 속도를 내볼게!”

“말도 안 되는 소리! 생산에만 신경 쓰느라 이렇게 중요한 물건의 기밀유지를 소홀히 하려 하다니! 만약 기술이 유출되었다가는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텐데, 그 뒷감당을 할 수 있겠는가? 천제현, 정말 실망스럽군!”

사람들의 귓가에 우레와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망토를 입고 있는 낯선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날카로운 검 같이 짙은 눈썹은 하늘로 치솟을 것 같았다.

“정말 참을 수 없군! 어찌 그리도 일을 크게 벌이는지!”

그를 보자마자 고천추와 운천학의 안색이 변했다.

‘이 사람이 직접 중주에 올 줄이야.’

“네놈은 누구냐!”

자신의 근거지에서, 자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난데없이 혼쭐이 난 셈이다. 천제현은 깎인 체면에 바로 소리 질렀다.

“이 몸이 하는 일에 어디 이래라 저래라 말이 많으냐?”

“천제현!”

신풍후가는 옆에서 놀라 황망히 외쳤다.

“무안군 앞에서 무례를 범치 말게!”

참으로 죽음이 두렵지 않은 놈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천제현 목숨을 단번에 앗아갈 수 있는 인물인 것을 모른단 말인가.

천제현은 잠시 얼이 빠졌다.

‘무안군이라고!’

무안군은 코웃음을 쳤다.

순식간에 밀려들어온 살벌한 기운에 사람들의 영혼과 정신마저 흔들릴 정도였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위압감에 신풍후와 고천추같은 강자들도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얼굴은 더더욱 새파랗게 질렸다. 마치 누군가가 목을 조르기라도 하듯 숨쉬기도 힘들었다.

무안군은 손도 대지 않고 기운만으로 모든 사람을 압도했다.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정신이 무너졌을 것이다.

“강하다!”

공화련의 등줄기가 식은땀으로 다 젖었다. 지금껏 이렇게 강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신풍후보다 몇 배는 강력했다.

‘이것이 바로 삼군의 힘이란 말인가? 큰일이다!’

무안군이 들어오자마자 호통을 친데다, 전에 대학자에게 천제현을 처리하라고 시킨 것을 생각할 때, 좋은 의도로 온 것은 아닐 터였다.

신풍후는 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천제현, 어찌 무안군을 직접 오라고 청했는가.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여도 나갈 땐 아니란 말이다! 이런 압도적인 실력을 보고도 정말 동등한 자격으로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무안군은 천제현을 다치게 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천제현에게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 보인 후, 순조롭게 협상을 이어가려고 한 것이다.

그렇지만 뭔가 이상했다. 무안군의 위압적인 기세는 신풍후도 정면으로 저항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천제현의 태연자약한 모습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눈앞의 어린 녀석은 상상보다 더 어렸고, 상상보다 더 뛰어났다.

‘관두자!’

어쨌든 실력은 보여주었다.

만약 천제현이 똑똑한 놈이라면, 분명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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