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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30화 (326/729)

# 330

제330장 무안군의 방문

고천추는 그 자리에서 맹세했다.

“만약 털끝 하나라도 나쁜 마음이 있다면 천벌을 받아 마땅하지요!”

“좋아요!”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자님의 성품을 믿습니다. 오늘부터 대학자님도 운문의 일원이 되셨어요. 운 어르신, 대학자님을 데리고 운문 연구소를 구경시켜 주세요!”

운천학은 감격스러웠다.

중주성 백성들은 더욱 감격스러워했다.

대학자처럼 명망 있는 인물이 중주 운문에 들어오다니, 게다가 천제현 밑으로 들어오다니.

대학자의 지원은 다른 어떤 제후들보다 천제현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자가 강력히 지원해 주는 한 천제현이 쓰러질 일은 없을 것이다.

“대학자님, 이리 오시지요.”

“네, 네!”

운천학은 흥분한 얼굴의 고천추에게 연구소를 구경시켜 주었다.

천제현은 금전후에게 와서 공수하며 인사했다.

“금전후께서 친히 지원군을 보내주시니 어찌나 감사한지, 이 은혜 반드시 잊지 않겠습니다.”

“뇌주의 천만 백성을 살리신 선생은 이미 뇌주와 이 몸의 대은인이오. 은인이 위험에 처했는데, 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소?”

금전후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축하드리오. 대학자는 참으로 귀한 인물이오. 그런 분이 선생과 함께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복이 많으시구려!”

“아닙니다. 뇌주 군사가 먼 곳에서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습니다.”

천제현이 말을 이었다.

“신풍후께서 중주에 안 계시니 기적상회가 중주를 대표해 대접하겠습니다.”

“기적상회 음식이 일품이라 들었는데, 우리 군사들은 먹을 복이 많구려!”

“오늘 기적상회의 식당들은 모두 뇌주 병사만 초대할 터이니 맘껏 드시지요!”

“좋소!”

뇌주 병사들은 모두 흥분한 기색이었다. 기적상회의 통조림은 이미 뇌주까지 진출했지만, 희귀한 상품이라 극소수만 맛보았을 뿐이다. 중주에 온 김에 아주 기분 좋은 한 끼를 누리게 되었다.

천제현이 뇌주 병사들을 위해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다. 신풍후가 무안군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천제현은 위험해진다. 그때는 금전후, 신풍후, 대학자 이 셋과 손을 잡는 차선책을 택해야 한다.

연구소를 다 둘러 본 마친 고천추는 백 살 가까이 되는 노인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흥분에 휩싸였다.

운문 연구소의 모든 것이 고천추에게는 새로운 지식이었다. 마치 백 년 가까이 살아온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지금 운천학이 너무 부러웠다. 운천학은 이렇게 기적을 만들어내는 연구 집단을 이끄는데, 자신은 옆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어야 하다니.

‘반드시 함께해야겠다! 꼭 이곳에 들어가야 해!’

일반 연구 정도로는 대학자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고천추는 반드시 직접 한두 개의 과제를 맡고 싶었다. 난이도가 높을수록 좋았다.

‘예를 들면 마력행렬 컴퓨터 개발처럼!’

천제현은 비밀리에 금전후와 대학자에게도 마력 무기를 보여주었다.

이런 획기적인 무기는 당연히 두 사람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둘은 마력 무기를 보며 이번에 왕명에 저항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더욱 실감했다.

천제현은 두 사람에게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실 저는 본래 무안군과 함께 마력공장을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안군이 나쁜 마음을 먹고 저를 해하려 할 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이런 상태에서 협력은 안하느니만 못합니다. 제 생각에는 두 분과 신풍후와 손을 잡는 게 어떨까 하는데, 두 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두 명의 제후와 한 명의 태사. 비록 무안군에 비할 순 없지만 힘을 합치면 천제현의 보호막이 되어주기엔 충분했다.

지방에서 제후의 권한은 상당하다.

고천추도 남하국 태사로 왕성에서 높은 발언권을 갖고 있다.

지방과 중앙의 연맹은 기적상회의 안전한 운영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기회를 금전후와 대학자가 거절할 리 없었다. 곧 세 사람은 의견을 같이했다.

천제현은 기술과 장소를 제공해 중주성에서 최초의 마력 무기 공장을 만든다. 그리고 대학자와 금전후, 신풍후는 발전을 돕고 보호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고천추가 의견을 냈다.

“더 확실한 안전을 위해 청주 청목후도 끌어들이는 게 어떨까요? 천 회장님이 청목후를 도와주기도 했거니와 청목후도 이 좋은 일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소!”

금전후가 과감하게 찬성했다.

“청주, 뇌주, 중주 이 세 주가 손을 잡고, 대학자님의 보호까지 더해진다면, 이 공장은 난공불락의 철옹성이 될 것이오. 언강생심 삼대 가문이 끼어들 틈도 없을 것이오!”

천제현도 동의했다.

청목후의 됨됨이는 잘 모르지만, 청주가 중요한 지역임은 틀림이 없다. 전국 자원의 생산 요충지와 연맹을 맺게 되면 기적상회의 일처리는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합의가 이루어졌다.

기적상회가 중주 무기 공장의 고정 지분 절반을 갖고, 나머지는 삼후, 대학자를 비롯한 다른 협력자들이 나눠 갖는다.

물론 가장 기뻐하는 것은 금전후와 대학자였다.

중주를 구하러 왔다가 수확을 얻었으니, 금전후로서는 매우 기쁜 일이었다.

고천추는 더했다. 여 선생이 천제현이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만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인물을 기적처럼 다시 만났다. 처음에는 오해가 있었으나 다 풀렸고, 정식으로 운문의 일원이 되는 행운도 얻었다.

“합의를 보았으니 이 몸은 우선 물러가겠소! 뇌주에서 공장의 좋은 소식들을 기다리고 있겠소! 이후에 도울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하시오!”

금전후는 왕에게 알리지도 않고 군사를 이끌고 중주에 들어온 상황이라,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없었다.

그는 다음 날 바로 군대를 데리고 뇌주로 돌아갔다. 이미 연합 세력을 구축한 천제현은 더 이상 신풍후가 왕성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바로 공장 준비와 무기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사방후가 군대를 몰고 성을 공격하러 온 사건은 천제현에게 심각한 위기감을 안겨주었다.

만약 뇌주가 제시간에 지원군을 보내지 않았다면, 중주성이 버텼다 하더라도 피해는 심각했을 것이다. 쇠 동아줄을 쥐고 있어도 끊어져 버리면 다 소용없는 법이다. 천제현은 서둘러 군대를 정비해야 했다. 세상에 가장 믿을만한 동아줄은 바로 자기 자신 뿐이다.

***

며칠 후.

붉은 매 무리가 산을 넘어 중주에 도착했다.

핏빛의 붉은 갑옷 무장을 하고 숨 막힐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들은 바로 붉은 군장을 한 동방 가문의 장군들이었다. 오랫동안 전장을 뛰어다닌 동방 가문의 장로들이자, 모두 진혼급의 실력자들이었다.

진혼급 강자로 이루어진 무리. 이런 진영은 왕국 내 삼대 가문에서만 볼 수 있었다.

거대한 그리핀 등에 서 있는 두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한 명은 푸른 도포에 기품 있어 보이는 중년 남자요, 다른 한 명은 온몸을 망토로 가린 채 신비하고 강력한 기운이 가득했다.

무안군 동방건.

삼군 중 한 명인 무안군이 직접 중주에 온 것이다.

남하국 전체를 뒤흔들 소식이었다. 만약 무안군이 왕성에 없다는 사실을 마수령에서 알게 된다면 바로 남쪽으로 내려와 공격할 것이다.

무안군은 남하국에서 손꼽히는 강자이자 남하국에서 군신이라 불리는 자였다. 남하국 사람들은 무안군이 있는 한 왕성이 절대 함락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뇌주의 재해에도 직접 나타나지 않았던 이가 천제현 하나 때문에 중주성에 나타난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신풍후는 중주성에서 전투의 흔적을 발견했다.

“설마 사방후가 공격한 것일까요?”

신풍후가 눈썹을 찌푸렸다.

무안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사방후가 실패한 모양이군. 내려가 보지.”

“네!”

무안군과 붉은 군장의 장군들이 그리핀과 붉은 매를 타고 중주성으로 내려오자 중주성 사람들의 관심이 한데 쏠렸다. 그리핀을 타는 사람이라면 필시 왕성에서 온 인물이다. 지금 중주 사람들이 왕성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리 없다.

천제현이 뇌주에서 큰 공을 세운 것에 상을 내리지는 못할망정 중주의 난을 핑계로 아무런 죄도 없는 쳔제현에게 중벌을 내렸다.

심지어 기적상회를 손에 넣으려 했다. 어디 그뿐인가. 사방후 상관홍을 보내 중주를 전쟁터로 만들었다. 이렇게 우매한 남하왕에 대해 사람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중주성은 이미 이익 공동체가 되었다.

가문의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 천제현의 말을 따랐으며, 천제현의 성패가 곧 그들의 성패였다. 평민들도 모두 기적상회의 덕을 보았기 때문에 중주에서는 기적상회를 떠받드는 분위기였다. 그러니 왕국에서 기적상회를 분열시켜 사대 가문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을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신풍후?”

“신풍후셨구나!”

그리핀에서 신풍후가 내려오는 모습을 본 성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신풍후는 천제현의 지지자다. 신풍후가 중주성에 있었다면 사방후 같은 놈들이 이토록 방자하게 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신풍후가 다급하게 물었다.

“이틀 동안 중주성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사방후가 남주 군단을 몰고 와서 중주성을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천제현이 다 물리치고 전군을 포로로 잡아들였습니다!”

“뭐라고?”

신풍후와 무안군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중주에 일이 터졌을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 천제현을 잡으라고 보낸 사방후가 성을 공격하다니,

‘대체 그놈 머릿속은 뭐가 들어 있는 것이지?’

사방후가 군대를 이끌고 성을 공격했다는 건 그렇다 치자.

남주군은 남하국에서도 유명한 군대다.

사방후가 직접 남주군을 이끌고 중주성을 공격했는데, 중주성을 함락하지 못함은 물론이거니와 전 군대가 포로로 잡히고 제후라는 사람마저 끌려가다니.

‘남하국에서 아주 새로운 역사를 쓰는구나!’

신풍후는 난처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재미있군!”

무안군은 전혀 화난 것 같지 않았다. 천제현이 사고를 일으킨 게 한두 번도 아니니 말이다.

“그 녀석을 보러 가지!”

무안군은 신풍후와 함께 중주성 거리로 나섰다. 대학자 고천추가 처음 중주성을 구경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안군 역시 성 안에 각양각색의 희귀한 발명품에 눈길을 빼앗겼다.

이 유용한 물건들이 모두 천제현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무안군은 천제현을 더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천제현이 마력무기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과연 희대의 기재라 불릴 만한 인물이다. 충분한 지원과 보호, 시간적인 여유가 주어진다면 남하국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잔잔한 호수 같던 무안군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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