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328화 (324/729)

# 328

제328장 남주군단의 침공(3)

대규모 전투가 시작되었다. 전투가 시작된 이상, 물러설 수는 없다.

중주성에서는 절대 천제현을 내놓을 생각이 없었다. 귀족 가문부터 가난한 백성에 이르기까지 천제현과 관계가 없는 자는 없었다.

기적상회가 무너지면 중주도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이제 겨우 중주의 질서가 바로 잡히고 있는 마당에 그렇게 되도록 사람들이 손 놓고 있겠는가?

“화살부대, 적군 중, 후방 부대 조준!”

염무기가 성루에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발사!”

중주성에서 날아간 화살들은 먹구름처럼 하늘을 새까맣게 가리며 성벽 밖으로 빽빽하게 떨어졌다. 바로 남주 군단의 중앙 및 후방부대 쪽이었다.

“전력을 다해 공격하라!”

“물러서는 자에게는 죽음만이 기다린다!”

남주군은 방패로 화살을 막아내면서 동시에 적군에게 화살 공격을 퍼부었다. 양측 모두 사상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선봉의 야만족 중기갑병들이 성문 앞에 다다랐다. 야만족 중기갑병 수백만 명이 거대한 공성퇴로 중주성 문을 들이받았다.

쾅!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문을 막고 있던 중주 병사들이 다 날아가 버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충격이었다. 날아간 병사들은 모두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며 땅에 쓰러졌다. 절대 뚫을 수 없을 것 같던 성문도 깊이 패여 버렸다.

“계속해라!”

남주군 선봉대 지휘관이 소리쳤다.

“성문을 파괴해라!”

중주군은 목숨을 걸고 저항했다.

날아간 병사들을 대신해 또 다른 병사들이 나섰다.

남주군의 공격으로 중주성이 받을 타격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전쟁의 불길에 휩싸이면 화려하던 중주성의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질 것이다. 허나 중주성이 천제현 한 명을 보호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할 줄은 남하왕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이때, 그리핀 기사단이 급강하 하며 조표가 맨 앞으로 나섰다.

그리핀은 거대한 발톱으로 남주군 선봉대 지휘관을 잡아채려 했다. 그러나 남주군 선봉대 지휘관도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리핀이 낚아채려던 찰나 지휘관은 바로 검을 휘둘렀다.

“죽어라!”

하지만 조표가 한발 더 빨랐다. 지휘관이 검을 휘두른 순간 1장에 달하는 조표의 은빛 창이 지휘관의 몸을 관통했다.

다른 그리핀 기사들도 연이어 아래로 내려와 중기갑병에게 돌진했다. 그리핀의 발톱에 채이거나 왕궁기사들의 창에 뚫려 나가는 등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빌어먹을 왕궁기사들!”

사방후가 분노로 소리쳤다.

“앞으로 나가라! 성문을 여는 자에게는 금화 백만 냥을 주겠다!”

중기갑병은 밀물처럼 계속 밀려 들어왔다. 그리핀은 날개를 퍼덕이며 바람의 칼날을 날렸다. 창을 쉴 새 없이 휘두르는 조표도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남주 병사가 너무 많아 아무리 죽여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진혼급 강자라 해도 마력에는 한계가 있다. 설령 정예 중의 정예인 그리핀기사라 해도 모든 남주 병사를 상대하기는 불가능했다.

이호가 소리쳤다.

“대장님, 안되겠습니다!”

“제길, 사방후는 미친 것인가?”

조표가 분노를 토해냈다.

“진정 중주성을 다 무너뜨리고자 함인가!”

공화련 자매들도 모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런 무서운 전쟁은 난생 처음이었다.

“남주군의 전력이 너무 강하군.”

운천학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더 이상 버티긴 어려울 걸세. 성벽이 무너지면 백병전을 벌여도 중주 군사만으로는 남주군을 당해낼 수가 없어!”

“그럼 성벽을 지키면 되죠!”

천제현이 코웃을을 치며 말했다.

“새끼 여우야,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줘라!”

새끼 여우는 나무 인형을 하나 꺼내더니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나무 인형이 화염으로 불타는 소형 지옥 화염으로 변했다. 새끼 여우가 그것을 힘껏 던지자 나무 인형은 하늘을 향해 녹색 빛을 쏘아 올렸다. 녹색 빛은 곧 거대한 운석으로 변해 성문 입구로 떨어졌다. 그 무시무시한 위력으로 인해 공성퇴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 물론 주변에 있던 남주 중기갑병 수십 명의 목숨도 함께 사라졌다.

“으어어어!”

키가 2장은 되는 거인이 천천히 일어났다. 암석으로 만들어진 몸에서 녹색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몸 안에서 흘러나오는 광폭한 힘은 다시 화염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곧 지옥 화염이 내뿜는 화염들로 인해 순식간에 남주 군사들이 쓰러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수많은 소악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 저것은!”

사방후는 지옥 화염을 보며 경악했다.

‘저것은 뇌주에 나타났던 그 악마가 아닌가? 아…… 아니다. 그보다는 많이 약해 보인다.’

실제로 뇌주에 있었던 원래 지옥 화염의 십분의 일정도의 힘밖에 가지지 못했지만, 그렇다 해도 팔후들의 실력에 비견할 만한 힘이었다.

지옥 화염은 원소 악마라, 일반 생명과는 달리 약점이 별로 없었다. 활로 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게다가 화염을 뿜어내니 근거리 공격도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본 적 없는 괴물의 출현에 남주 군사들이 두려워하면서 사기가 떨어졌다는 데 있었다.

지옥 화염이 계속해서 불을 뿜어내 중주성 앞에 거대한 불길을 만들었다. 바로 심연의 화염이었다. 그로인해 남주 병사들은 감히 문 근처에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제후님, 저 괴물이 너무 강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이런 쓸모없는 것들!”

사방후가 호통을 쳤다.

“겨우 악마 하나에 벌벌 떨어? 남주 군단이 저놈 하나 못 당할 리가 없다. 없애 버려라!”

결국 사방후가 직접 나섰다. 그가 손 안의 거대한 붓을 하늘에 휘두르자 저주의 인장이 나타나 지옥 화염에게 들러붙었다. 공격을 받은 지옥 화염이 몇 걸음 주춤하면서 몸의 화염이 얼마간 소멸되었다.

사기가 오른 남주 군사들은 바로 공격을 가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위험한 순간에, 사주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지!’

그 순간.

시야를 가리는 물안개 속에서 갑자기 남주군에 버금가는 규모의 함대가 나타났다.

“아!”

“뇌주 군단이다!”

“뇌주 군단이 어떻게 중주에 왔지?”

남하팔주는 각기 특색을 가진다. 그중 거대한 병영을 가지고 있는 뇌주는 해마다 북방 지역에 대규모 정예부대를 파견한다. 뇌주군의 실력 역시 남주군에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났다.

“뇌주는 천제현에게 큰 은혜를 입었소. 중주가 위험에 처한 이때, 그 은혜를 갚고자 이 몸, 강웅이 왔소이다!”

가장 커다란 함선 위에 강웅이 용맹스럽게 서 있었다.

“우리 뇌주군은 은혜를 갚으러 왔다!”

“죽여라, 다 죽여라!”

뇌주군단의 우렁찬 함성에 천지가 흔들렸다.

‘뇌주군이 나를 돕기 위해 왔다고?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천제현도 어리둥절했다.

참으로 생각지 못한 지원군이 아닌가.

‘신풍후가 왕성에 가서 금전후에게 알려준 것인가?’

고천추도 어안이 벙벙했다.

‘뇌주에서도 중주를 위해 군대를 보내주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제후의 신분인 금전후가 왕명도 없이 중주에 군대를 끌고 온 것은 큰 금기를 범한 것이다.

오로지 천제현 한 명을 위해서, 왕성과 척을 지는 것도 감수한 것이다.

금전후는 천제현을 절대 상관가문의 손에 넘겨줄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남하국 최고의 인재를 잃는데서 그칠 일이 아니었다. 천제현이 상관 가문에게 넘어가면, 상관가문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남하팔후는 크게 두 파로 나뉜다. 하나는 이화후, 사방후 등으로 구성된 귀족 제후들로, 삼대 가문의 분파이거나 왕성 최고 명문가문 출신들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금전후, 청목후 등으로 구성된 한미한 출신의 제후들이다.

신풍후는 원래 명문 출신이었으나 가세가 기울어 한미한 출신들 중 하나로 구분되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나 그렇듯 한미한 출신과 귀족 출신 간에는 늘 갈등이 있었다.

귀족 출신들은 어떤 경쟁이든 간에 늘 우위에 있었고, 어떤 경쟁에서든 유리했다. 하지만 그래서 출신들은 서로 협력해야만 귀족 출신들로부터 자신들의 이익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니 한미한 출신이라 할 수 있는 천제현이 힘을 기르는 과정에서 귀족 계층의 이익과 충돌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마침 금전후를 포함한 한미한 출신 대표들은 왕성의 삼군과 대치할 만한 인물이 필요했다.

‘그걸 할 수 있는 자는 천제현 뿐이다!’

이 고비만 넘기면 천제현은 자신의 능력과 재능으로 금방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방후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반역이다, 이 반역자들!”

사실, 상관홍이 남주 군단을 이끌고 온 것은 단순히 위협용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그도 전투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 상관홍도 알고 있었다.

무고하게 중주성을 공격하는 것이 자신에게 무슨 이득이 되겠는가? 아니, 도리어 수많은 문책이 이어지리라.

그가 원하는 것은 천제현과 기적상회뿐이었다. 그런데 본디 자신을 도와야 마땅한 고천추는 자신을 배신하고 천제현의 편을 들었다. 그러다보니 상관홍은 홧김에 공격을 하게 된 것이다.

성을 공격하는 것이 하책이라 해도, 상관홍은 남주 군사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뇌주에서 지원군을 보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사방후, 어서 투항하시오!”

금전후가 소리쳤다.

“남주군은 들어라. 중주성 공격은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은 것이다! 여기서 돌이키지 않는다면 우리도 중주와 함께 전투에 나서 남주 반란군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고천추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금전후, 잘 오셨습니다! 중주를 구하시면 이 늙은이 반드시 폐하께 공로를 아뢰겠습니다!”

금전후와 뇌주군은 대학자의 목소리를 듣자 더욱 힘이 났다. 이들의 걱정은 오직 하나, 국왕의 처벌이었다. 그런데 왕국에서 지위가 높은 대학자가 같은 편에 서준다니, 두려울 것이 무엇인가?

허나 남주군단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큰일이다!’

앞에는 대학자, 뒤에는 금전후. 게다가 중주는 철옹성처럼 아무리 공격해도 무너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 당장 이 성을 차지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신경 쓰지 마라!”

사방후가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

“죽여라! 다 같이 죽기 밖에 더하겠는가! 왕성에서 누가 옳은지 보게 될 것이다!”

“사방후 네 이놈, 감히 내란을 일으키다니!”

금전후는 냉랭하게 코웃음을 쳤다.

“뇌주군은 들어라, 나를 따라 상륙해 반란을 평정해라!”

신속하게 상륙한 뇌주군은 밀물처럼 남주 군단을 에워쌌다. 앞에는 단시간 내 무너질 리 없는 중주성이, 뒤에는 강력한 전력의 뇌주군이 몰려오자 남주군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고천추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핀 기사여, 중주를 보호하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