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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26화 (322/729)

# 326

제326장 남주군단의 침공(2)

적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지만 중주는 아무 준비도 하지 못했다. 전면전을 펼친다고 해도 중주의 군대는 모든 분야에서 남주의 군대에 밀렸다.

중주는 주위가 안전한 까닭에 주둔군도 별로 없고 실전 경험도 부족했다.

그러나 남주군단은 달랐다. 남주군은 남하국 최남단에서 국경을 지키는 중임을 맡고 있다. 군대의 역량이나 전투 경험으로 중주군은 남주군과 상대도 안 되었다. 전투가 벌어진다면 승산은 희박했다.

바로 이때였다.

수염이 하얀 노인이 그리핀을 타고 중주성에서 빠른 속도로 남하군 진영으로 날아갔다. 노인이 큰소리로 외쳤다.

“군대를 이끌고 있는 사람이 사방후 상관홍이시오?

“그렇소!”

사방후는 거대한 남만 전투코뿔소를 타고 온몸에 두꺼운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는 그리핀에 탄 사람이 고천추임을 알아차리고 큰소리로 웃었다.

“대학자셨군요. 저보다 먼저 도착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오셨으니 역적 천제현을 함께 체포합시다!”

고천추가 몸을 날려 수십 장 높이의 허공에서 곧바로 착지했다. 그 위엄 넘치는 모습에 주위의 남주 기병은 깜짝 놀라서 우왕좌왕했다.

“사방후께서는 남주에 주둔하고 있는 정예병을 반도 넘게 데리고 오셨구려. 이건 너무 과하지 않소? 중주군은 왕국의 영토요. 대군을 이끌고 중주에 난입하여 내전을 벌이는 것은 왕국의 국법을 어기는 일이오!”

“그 말씀은 틀렸습니다. 남주에서 혼란에 빠진 중주를 구하러 온 겁니다. 그런데 내전이라니요”

사방후가 중주성 방향을 바라보며 품에서 번쩍거리는 영패를 꺼냈다.

“게다가 저는 전하와 문성군의 명을 받고 역적 천제현을 체포하러 왔습니다. 왕명이 있는데 누가 감히 절 막겠습니까!”

고천추의 얼굴이 한층 더 일그러졌다.

“아무리 왕명이라고 해도 어찌 대군을 움직인단 말입니까?”

“천제현은 오만방자하게 날뛰고 있습니다. 저번에 놈이 왕성 특사를 불구로 만들었지요. 이렇게 사악한 놈이 순순히 잡힐 리 없습니다. 역적 놈의 세력이 막강하니 이 정도의 대군이 아니면 제압하기 힘들 겁니다.”

사방후가 정의의 사도처럼 말했다.

“천제현이 제멋대로 중주 세 가문을 집어삼켰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놈의 세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놈이 완강하게 저항한다면 군을 이끌고 공격할 수밖에 없지요!”

사방후는 책밖에 모르는 서생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천제현이 왕성 특사를 공격했다. 이는 반역이다! 전군 전진하라!”

웅웅!

남주군 역시 호각을 불었다.

병사들이 몇 줄로 나눠져 평원을 뒤덮었다. 공성 무기가 잇달아 배치되면서 언제라도 중주성을 공격할 태세를 갖추었다. 강력한 위압감이 퍼지면서 중주성을 짓눌렀다.

중주성의 백성들은 모두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남주군단의 위력은 남하국의 여덟 주에 이름이 자자했다. 남주는 남쪽 야만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남주군단은 오랜 시간 야만족과 교전을 벌인 까닭에 전투 경험이 풍부했다.

게다가 많은 야만족 부족을 병사로 받아들였다. 성 앞에 진을 친 건 남하국 여덟 주에서 유일한 야만족 보병단이었다.

남쪽의 야만족은 인간족의 또 다른 계파이다.

야만족은 기골이 장대하며 평균 키가 7척 가까이 된다. 야만족은 피부가 까맣고 근육이 우람하며 골격이 단단하고 성격이 난폭했다.

야만족 전사는 수련을 하지 않아도 완력으로 연체 5성의 마력을 지닌 왕국의 병사를 이길 수 있었다. 제대로 양성하고 수련을 거치면 야만족 전사의 전투력은 가공할 수준이 된다. 따라서 야만족으로 가장 강력한 중무장 공성 부대를 만들 수 있었다.

사방후는 야만족 군단까지 데리고 온 것이다. 성을 공격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것이다.

사방후는 오랫동안 이 기회를 기다려왔다. 사방후의 세자인 상관비진은 천제현에게 당해 불구가 되었다.

사방후는 이 일로 몹시 분노했다. 뇌주에서 그는 천제현을 없애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천제현은 심원의 악마를 처치하고 뇌주 백성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거기에 한미한 가문 출신의 신풍후와 금전후까지 천제현 편에 서는 바람에 사방후는 손을 쓸 수 없었다.

그런 천제현이 제 무덤을 팠다.

왕성에서 보낸 특사를 불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문성군은 이 틈을 타 사방후에게 기회를 주었다. 사방후는 문성군의 뜻을 알아차렸다. 그는 사방후에게 복수할 기회를 준 것이다.

대군을 이끌고 중주에 온 까닭은 천제현의 세력을 뿌리 뽑고 기회를 틈타 기적상회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남하왕이 보잘것없는 천제현 따위가 죽는다고 눈 하나 깜빡하겠는가?

사방후는 실수 혹은 완강히 반항한다는 이유로 천제현을 해치우고 마음속 원한을 풀려고 했다.

“중주성의 모든 백성들은 듣거라!”

사방후가 남만코뿔소를 타고 위풍당당하게 중주성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손에 쥔 거대한 철필로 중주성을 가리키며 외쳤다.

“나는 남주의 제후 상관홍이다. 오늘 남주군을 이끌고 이곳에 온 것은 역적 천제현을 토벌하기 위해서이다! 중주성의 백성과 병사들은 무고하니 성문을 열고 나오면 큰 상을 내리겠다!”

여기까지 말을 마친 사방후가 목소릴 바꾸고 매섭게 외치기 시작했다.

“반항하는 자는 역적 천제현과 같은 죄로 다스릴 것이다. 중주의 병사들 모두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된다. 죄가 가벼운 자는 유배를 보낼 것이고 무거운 자는 참할 것이다. 중주의 백성들도 벌을 받게 될 것이다!”

고천추의 안색이 급변했다.

‘대단하구만. 성을 공격하기도 전에 먼저 백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놓다니!’

사방후는 교서와 영패를 쥐고 있다. 명분이 있는 출병인 셈이다.

남주의 10만 정예병만으로도 중주의 평범한 백성들은 공포에 떨 것이다. 중주 수비군은 애당초 남주군단의 적수가 아니었다.

사방후가 던진 말에 중주군과 백성이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성을 공격하지 않아도 중주는 자중지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아무도 왕명을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도 애꿎게 화를 당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10만 대군이 기세를 몰아 소리를 지르며 힘을 과시했다!

“역적 천제현은 죽어라!”

“역적 천제현은 죽어라!”

“역적 천제현은 죽어라!”

병사들이 외치는 소리는 마치 몰아치는 천둥처럼 중주성의 하늘을 뒤흔들었다.

상관홍은 다 이겼다는 듯이 흡족해하기 시작했다.

사방후는 왕명을 받고 출정했다. 중주성 촌뜨기들이 이런 장관을 본 적이나 있겠는가? 사방후는 남하팔후 중 하나로 남쪽 국경을 수호하며 널리 이름을 떨쳤다. 은거하며 지내온 신풍후보다 훨씬 유명했다.

그는 천제현을 압박하고 중주성 백성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자 대군을 이끌고 성 앞에서 소리를 질렀다. 중주성의 백성들은 공연히 화를 입게 될까 두려워 천제현을 순순히 내놓을 것이다.

“시간을 3분 주지! 3분 안에 성문을 열지 않으면 성을 공격할 것이다. 죽어도 내 원망은 말아라! 전투가 끝나면 너희 모두를 엄히 처벌할 것이니 잘 생각해라!”

상관홍이 위협 수위를 높였다.

“가족을 생각해야지. 역적 하나를 위해 온 가족을 죽음으로 몰 생각이냐?”

그러나 3분이 지나도 성문은 열리지 않았다.

“성문을 안 열겠다는 것인가! 화살이 준비되면 중주성을 함락시키고 네놈들을 모조리 죽여주마!”

이 세상은 강한 자의 것이다. 중주에 대규모의 사상자가 난다고 해도 상관홍은 멀쩡할 것이다. 상관홍은 여덟 제후 중 하나인데다 문성군이 뒤를 봐주고 있다. 게다가 왕명을 받고 출병했으니 명분도 갖췄기 때문이다.

마음껏 살육을 벌인다고 해도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몇 분 동안 침묵에 싸여 있던 중주성에서 함성소리가 밀물처럼 터져 나왔다.

“천제현은 죄가 없다!”

“천제현은 죄가 없다!”

“천제현은 죄가 없다!”

중주성에서 울려 퍼진 남주의 10만 대군을 압도하는 엄청난 포효는 거센 파도처럼 남주군의 기세를 덮어 버렸다.

중주성의 수백 만 백성이 일제히 함성을 지른 것이었다.

남주군 10만 명이 뭐 대수인가.

수백 만 명의 중주성 백성에 비하면 한줌에 불과했다.

“이럴 수가…….”

사방후와 남주군은 몹시 놀랐다. 중주성은 남주군의 무시무시한 위세에도 동요하기는커녕 전의를 불태웠다!

“중주를 사수하자!”

“중주를 사수하자!”

“남주군 놈들아! 중주에서 썩 꺼져!”

격양된 중주성 백성들의 함성소리가 갈수록 높아졌다. 아예 확성기를 들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천지를 뒤흔들 것 같은 기세에 오히려 남주군이 압도당했다.

조금이라도 머리가 돌아가는 장수는 알 수 있었다.

군사와 백성이 하나가 된 성은 쉽게 함락되지 않는다.

격전이 벌어진다면 남주군이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게 바로 민심이구나!”

고천추는 이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고 감격하여 말했다.

“사방후, 군사를 물리시오!”

하지만 사방후는 고천추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역적 주제에 이렇게 민심을 사다니 대단하구나. 허나 이건 더욱 명백한 반역의 증거일 뿐이다!”

사방후가 이를 갈았다.

“네놈의 세력이 커지는 걸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전군, 공격 준비!”

“기세 한 번 대단하시군!”

청년 하나가 천천히 성루에 올라 확성기를 들고 빽빽이 들어찬 남주군을 향해 외쳤다.

“저 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대군이 출동하다니 영광입니다.”

“천제현, 배짱 한 번 좋구나!”

사방후가 곁에 있는 고천추를 다그쳤다.

“대학자, 천제현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왜 이러고 계십니까? 어서 왕궁기사를 보내 놈을 잡아들여야지요!”

증주성은 한 주의 본성이다.

그리 쉽사리 함락되지 않는다.

그러나 왕궁기사가 돕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핀기사는 공수부대로 막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어서 중주성의 성문을 충분히 열 수 있었다.

“대학자, 어째서 가만히 계십니까?”

사방후 상관홍이 분통을 터트렸다.

“역적 놈을 살려두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역적을 비호하는 겁니까?”

“고얀 놈!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고천추가 소리쳤다.

“머리가 텅텅 빈 어리석은 놈! 철군하지 않으면 나도 가만있지 않겠다! 난 문성군이 두렵지 않다!”

중주군과 남주군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대학자가 10만 남주군단 앞에서 사방후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을 퍼붓다니. 이런 장면은 그 누구도, 심지어 천제현의 일행조차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남하팔후는 남하국 여덟 주의 주춧돌 같은 존재이며, 고천추는 남하국 학자들의 우상이다.

남하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둘은 가능한 정면충돌을 피해야 했다. 그런데 대학자가 제후의 체면조차 세워 주지 않고 사방후를 어리석은 놈이라고 꾸짖은 것 아닌가.

이 일로 한동안 남하국이 시끄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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