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2
제322장 사진기의 등장(2)
“좋네, 좋아!”
천제현은 운천학에게 말했다.
“이게 바로 제가 원하던 사진이에요. 이 사진은 앞으로 천년만년 길이길이 남겨도 좋을 거라고요. 이걸 보는 사람마다 미녀들 사이에 파묻힌 절 부러워하겠죠? 하하하!”
공화련은 언짢은 듯 눈을 흘겼다.
“그런데 정말 완전히 똑같네!”
공서련은 얇은 수정필름에 찍힌 사진에 정신이 팔려 천제현에게 화를 내는 것도 잊고 있었다. 그녀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데 너무 작다. 크기가 좀 더 크면 좋겠는데.”
“모르시는 말씀이에요.”
천제현이 대답했다.
“이 장영석 필름은 원판이 된다고요. 이를 사진기 안에 넣은 후 마력진을 통해 수정석의 마력을 방출시키는 거죠. 렌즈에 있는 화면을 포착하여 그 위에다가 인쇄하는 원리예요. 우린 이 작은 원판을 얻은 다음 이걸 가지고 사진으로 만들 수 있어요.”
천제현인 원판을 운천학에게 건네자 운천학이 그걸 들고는 바로 나갔다.
약 10분 후 운천학이 어떤 물건을 가지고 돌아왔다.
“크기를 서로 다르게 해서 10장정도 뽑아 왔네. 보기에 어떤가?”
네 명이 다시 우르르 몰려들었다.
제일 큰 사진은 1척 정도로 네 명의 모습이 그 안에 잘 담겨 있었다.
“와!”
공서련이 감탄스럽다는 듯 말했다.
“잘 보인다! 거울을 보는 것 같아! 이렇게 늘려 놨는데 어쩜 이토록 정확하게 보이는 걸까?”
남궁혜도 칭찬 세례에 한몫 거들었다.
“진짜 신기하네!”
“사진의 선명도는 장영석의 밀도와 관련이 있는데, 원판의 장영석 밀도가 가장 높다고 보시면 돼요. 보존할 수 있는 빛의 밀도가 높을수록 사진도 더욱 선명해져요. 이 사진은 1척까지 늘려도 흐릿해지거나 하지 않죠.”
공화련이 윤기가 흐르는 옥제 사진을 만지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옥석을 매개물로 하면 비용이 만만찮을 텐데. 보급하기 어려울 지도 몰라.”
“부회장, 그건 걱정 말게나.”
운천학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매개물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네. 장영석 결정의 표면 한 층만 사용해서 형상화하면 되는 거라서 말일세. 장영석 층을 옥석에 도금할 수 있고 수정에 도금할 수도 있지. 마찬가지로 유리, 마수가죽, 심지어 종이에도 완전히 같은 모양으로 찍어낼 수 있어.”
공화련이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어떤 재료든 거기에 인쇄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대부분의 재료는 다 가능할 걸세!”
공화련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이렇다면 머지않아 중주성 신문과 서적은 물론이고 길목마다 실제 모습과 완전히 똑같은 또렷한 사진이 쫙 깔릴 것이다.
천제현은 볼수록 만족스럽다는 듯 사진을 높이 치켜들었다. 이것은 그냥 단순한 사진이 아니다.
‘이건 바로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고!’
수많은 영웅들은 세월의 강에 떠내려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천제현은 역사의 한 쪽을 장식했으니 이게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정말이지 획기적인 발명이 아닐 수 없었다.
마력 사진기만 있다면, 사람들은 어디를 가던 그곳의 화면을 담아낼 수 있다. 아름다운 이 세상의 풍경들도 굳이 그곳에 가지 않고도 사진을 통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거 정말 재미있다!”
공서련이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나 또 찍을래! 또 찍을 거야!”
남궁혜도 한 마디 했다.
“너희 셋, 너무 친하게 구는 거 아냐? 나만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잖아!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천제현, 우리끼리 사진 한 장 찍자!”
“그러죠!”
남궁혜가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모양으로 천제현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는 함께 사진을 찍었다.
“서련, 우리도 같이 사진 찍자!”
“그래!”
두 자매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끼익, 끼익!
새끼 여우도 한 장 찍고 싶다는 듯 덩실덩실 춤을 추자 천제현이 새끼 여우도 찍어 주었다.
공서련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우리끼리만 찍으니까 재미없다 다 같이 찍어야 재밌지!”
“맞아!”
남궁혜도 동의했다.
“내가 가서 운요, 채향, 심 선생님, 그리고 아무튼 다 불러올게!”
곧이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각자 다양한 자세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작은 사진기 하나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내부 시험을 거치고 보니 사진기 기술에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천제현이 계획을 설명했다.
“내일은 중주성 전체를 대상으로 시험해 보기로 하죠. 사람들도 이 신기한 체험에 동참하도록 하고요. 광고도 같이할 수 있도록 제가 홍보사진을 만들게요. 먼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야 하니까요!”
“홍보사진?”
공서련이 궁금한 듯 물었다.
“홍보사진이 뭐야?”
천제현이 사진기를 들고는 말했다.
“이리 오세요. 제가 사진 한 장 찍어드릴게요!”
천제현은 공서련에게 통조림을 들라고 한 후 사진 몇 장을 연속으로 찍었다.
천제현이 공서련에게 말했다.
“이 사진을 인쇄해서 1척에 달하는 대형 사진으로 만드는 거예요. 여기에 광고 문구를 넣어 성 각지에 붙이는 거죠. 장담하건대, 며칠 안에 통조림 판매량이 몇 배로 뛸 거예요!”
“정말?”
“그럼요! 신문이든 방송이든 광고의 사각지대가 있게 마련이거든요. 저희가 번화한 곳을 중심으로 이 사진을 붙이면 사람들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거예요. 분명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될 거고, 그렇게 되면 서련 아가씨의 인기도 크게 치솟을 걸요!”
이것은 새로운 광고수단이었다. 이런 방식의 광고를 이 시대의 사람들은 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필시 광고 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이렇게만 광고해도 반드시 눈에 띌 것이다. 만약 기적상회가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홍보사진을 각지에 붙이고 방송을 한다면 그 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한참 웃고 떠들다 보니 시간이 한참이나 흘러 있었다.
사진관 개점 준비를 위해 천제현은 날이 밝기 전 아무 문제가 없는지 마지막으로 돌아볼 참이었다. 그리하여 천제현이 먼저 본사를 나선 후 기적상회의 사진관을 향해 걸어갔다.
“잠깐만!”
천제현이 후미진 곳으로 들어갈 때 즈음, 심빙우가 그를 불렀다.
“누가 우릴 미행하고 있어!”
천제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미행? 누가? 세 가문의 잔당? 그럴 리 없어!’
지금 중주에서는 아무도 천제현을 건드리지 못한다. 천제현과 맞설 사람은 더더욱 없다.
마음에 불이 번쩍이며 신식이 스쳐지나갔다.
천제현을 미행하는 자들은 수십 명도 넘었다.
그들은 기운을 감쪽같이 숨기고 있었다.
그런 자들을 상대로 티도 안 내고 적들의 상황을 알아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실력도 매우 강했다. 대부분 혼성 5~6성 정도에 우두머리는 혼성 7성 정점의 실력자였다. 이 정도면 세 가문의 태상장로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중주에서는 최고수에 속하는 실력이었다.
천씨, 낙씨, 양씨 세 가문의 태상장로를 처치된 후 중주의 다른 가문에는 이런 실력을 지닌 자가 없었다.
‘저자들은 왕성에서 온 게 분명해. 신풍후가 아직 무안군을 설득하지 못한 걸까?’
천제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적이 강해서가 아니라 이런 고수들이 중주성에 잠입했는데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런데 어떻게 마음을 놓겠어?’
천제현은 기습이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 특히 공서련과 공화련이 당할까봐 걱정이었다.
자신이 제때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적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공서련과 공화련을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할 수 있다. 그러면 천제현은 속수무책이 되는 것이다.
‘안 되겠어! 반드시 처치해야 해.’
심빙우가 조용히 물었다.
“처치할까?”
“잠깐만요. 저들 중에 진혼급 고수가 있어요.”
천제현은 심빙우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심빙우가 아무리 대단해도 놈들을 일망타진할 수는 없었다.
“잘못 건드렸다가 오히려 놈들이 더 깊이 숨어 버리게 되면 다시 찾기 힘들어요..”
“네 말은…….”
“놈들은 우릴 훤히 꿰뚫고 있으니 매우 불리해요. 반드시 놈들의 본거지를 일망타진해야 해요.”
천제현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계략에는 계략으로 맞서야지요. 제가 놈들에게 잡힐게요. 놈들의 본거지로 가면서 흔적을 남길 테니 심 선생님은 가서 운천학 어르신과 대방주를 데리고 따라오세요. 놈들을 일거에 소탕해 버리죠.”
심빙우는 너무 위험한 계략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암살이라도 당하면…….”
이때 복슬복슬한 새끼 여우가 고개를 내밀고 까만 눈동자로 심빙우를 쳐다봤다. 여우는 마치 ‘내 존재를 잊은 거야?’라고 하는 것 같았다.
심빙우는 여우를 보자마자 천제현이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를 깨달았다.
‘맞아. 잊고 있었네. 천제현에게는 숨겨진 호위무사가 있었지!’
여우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매우 영리했다. 게다가 지옥 화염의 영혼 나무 인형까지 봉인하고 있었다. 여우가 혼돈요괴족의 불멸 소환술을 사용한다면 적어도 지옥 화염을 한두 번 소환할 수 있을 것이다.
지옥 화염은 살아 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혼성 9성 정점의 힘을 가지고 있다. 천제현을 노리는 자 중에 제후가 있다고 해도 무사히 몸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알았어.”
심빙우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한편 조표는 왕궁기사 50명을 데리고 입성해있었다. 나머지 50명은 성 밖에 매복해두었다.
50명이면 천제현을 잡고도 남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적상회 본부의 방어가 너무 견고했다. 게다가 진혼급 강자도 적지 않아서 본부를 직접 공격하기가 어려웠다. 그리하여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천제현이 모처럼 기적상회 본부 밖으로 나왔는데 하필이면 저런 무시무시한 고수를 달고 나오다니!’
왕궁기사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심빙우와 함께 있는 천제현을 납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공한다고 해도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게 뻔했다. 조표는 성급히 손을 쓰지 않고 은밀히 뒤를 밟으며 지켜봤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천제현이 돌연 뭔가가 생각 난 듯 몸을 돌려 심빙우에게 몇 마디 하자 심빙우는 바로 자리를 떴다.
“이상하군. 속임수인가?”
조표가 미간을 찌푸렸다.
“일단 저놈을 계속 미행해라. 경거망동하지 말고. 이호, 넌 저 여자가 얼마나 멀리 갔는지 확인해!”
날렵한 사내가 심빙우의 뒤를 밟다가 몇 분 후 급히 복귀했다.
“대장, 여자는 돌아간 게 확실합니다!”
“좋다. 모두 준비해라. 조용하고 빠르게 놈을 납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