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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21화 (317/729)

# 321

제321장 사진기의 등장

사람들은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었다.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자영탑은 자음탑과 같은 원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단지 전송하는 신호 유형이 다를 뿐입니다. 전영경은 음성 신호를 받을 수 있어 어떤 의미에서는 수정통신기와 같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발명품으로 여러분은 좀 더 윤택한 생활을 영위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자영석판도 연구 제작 중입니다. 자음석판이 음성을 저장하고, 자영석판은 화면과 영상 모두 저장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화면을 녹화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수, 지형, 인물을 촬영하여 영구 저장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도서관에 두고 보존할 수도 있어요. 사람의 식견을 넓히는 데 일조하는 것은 물론, 후손이 우리의 교육, 문명 및 일상생활을 회고하는 데 획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공화련은 그녀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기품이 있으나 오만하지 않고 위엄이 있었지만 친절함을 잃지 않았다. 사람들은 전부 그런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사람들이 운소의 말을 떠올리고는 모두 뜨거운 피가 용솟음치는 것 같았다.

‘기적상회가 말한 것들이 정말 현실이 될 수도 있겠군!’

사람들은 중주성을 떠나지 않고도 외부 세계의 문명과 지형을 볼 수 있으며 굳이 강해지지 않아도 거룡 베헤모스의 풍채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위대한 인물이 아니어도 자기 모습을 보존할 수 있고, 그 모습을 자손들에게 남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 여러분께 소소한 정보 하나 알려드릴까 합니다.”

공화련이 말을 이었다.

“저희는 2차원 정지 화면을 포착하여 저장하는 기술도 개발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장면이나 화면을 완벽한 형태로 보존할 수 있어요. 여러분은 젊을 때 자기 모습을 영원히 남겨두고 싶지 않으신가요 특별한 순간을 영원히 기록해 두고 싶지 않나요 지금 기회가 왔습니다. 바로 내일 기적상회가 점포를 개점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저렴한 가격으로 영원한 기억을 가질 수 있게 될 겁니다. 많이들 오셔서 체험해 보세요!”

영상 송출이 여전히 불안정하여 공화련도 이제 특별한 발표회를 마치기로 했다. 무리했다가 오류라도 발생해 괜히 체면 상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엄마, 아빠! 나 갈래요! 나 갈래!”

“나도 젊을 때 모습을 남겨놓을래. 나중에 나이 들어도 지금 모습을 볼 수 있잖아.”

“여보, 우리도 가 봐요!”

“…….”

공화련이 사라지자 거울의 빛도 금세 사라져 평범한 거울로 되돌아왔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했으며 생각에 잠기거나 즐거워하는 등 저마다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거참, 안타깝군!”

고천추는 길게 한숨을 지었다.

“이 물건이 50년만 일찍 나왔어도 좋았을 텐데. 나도 그땐 풍채도 좋고 혈색도 좋은 미남이었는데 말이야. 안타깝군, 안타까워! 이제 더는 내 젊은 시절을 보지 못하겠지!”

고천추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가서 줄을 섰다.

‘어쨌든! 이런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 내가 제일 먼저 해봐야겠어!’

고천추는 자기가 무슨 이유로 중주성에 왔는지 잊어버린 것 같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청춘을 영원히 보존하고 싶을 것이다. 기적상회는 사람들에게 청춘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

기적상회는 또 바빠졌다.

“좋아요. 좋아요!”

“마력등을 가져가세요.”

“여기에 있는 거 다 가져가십시오.”

대전 안은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했다. 천제현은 중간에서 여기저기 바쁘게 지시를 내렸고 기적상회 직원들은 커다란 전등과 잡다한 자재를 들고 신속하게 대청에서 나갔다. 공화련은 이마에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금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사실 아가씨도 긴장했었구나!’

생방송으로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은 공화련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땀 닦으세요. 아가씨, 수고하셨어요!”

천제현이 걸어 들어와 흰색 손수건으로 공화련의 땀을 닦아주었다.

“칫! 손 치워!”

공화련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끄럽다는 생각에 약간 안절부절 못 했다.

“방금 괜찮았던 거야 소리나 영상 모두 분리돼서 송출된 거 맞아 문제는 없었고”

“큰아가씨, 절 못 믿으시는 거예요 저 상처 받았어요!”

공화련의 얼굴이 붉어졌다.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천제현은 피식 웃으며 수정처럼 매끄러운 거울을 옮겨왔다.

“두고 보라고요. 이 상품은 전국에, 아니 전 대륙에 뻗어 나갈 거예요.”

공화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매끄러운 거울을 매만졌다.

“정말 믿기지가 않아. 이 재료에 이런 특수한 기능이 있다니 어떻게 사람의 모습을 다른 곳으로 반사시킬 수 있지”

“믿지 못하시겠어요 장영석은 장음석과 동일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요.”

천제현이 웃으며 말했다.

“장음석은 음성을 포착하여 저장하지만 장영석은 빛을 포착하여 저장하죠. 정확한 유도 방법만 찾을 수 있다면 이 두 가지 재료는 저희에게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거예요.”

천제현이 거울을 뒤집으며 말했다.

“이 마력진 좀 보세요. 이것은 빛 속성을 가진 광영성상진(光影成像眞)이에요. 장음석도 빛을 모을 수 있지만 불안정한 데다 형상화할 수 없죠. 이 마력진은 형상화 하는 것을 돕는 기능이 있어요. 원리는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음성과 영상 전송기술을 완전히 파악한 후에 이 둘을 하나로 합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해요.”

공화련은 매우 기대되었다.

“천제현, 화련 언니!”

남궁혜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나랑 서련이는 다 준비됐어! 두 사람만 있으면 돼!”

공화련이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뭐 하는데”

“뭐긴 뭐야, 사진촬영이지!”

남궁혜는 잔뜩 상기된 채 말했다.

“기적상회 원로 조합원 4명이 다 모였어! 대륙의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여 한 장 찍어놔야지!”

***

텅 빈 실험실에 3명이 들어갔다. 실험실 중간에 있는 탁자에 이상한 기계가 놓여 있었다. 운천학이 기계 앞으로 가서 만지작거렸고, 공서련은 연구원 몇 명을 데리고 바쁘게 움직였다.

천제현이 실험실에 들어오자마자 물었다.

“서련 아가씨, 다 되었나요?”

공서련이 웃으며 대답하고는 문제없다는 손짓을 보냈다.

“알겠어요. 그럼 시작하죠.”

천제현이 촬영을 맡은 운천학에게 손짓했다.

“준비되었습니다. 우리 이제 사진 찍어요!”

그들이 준비 중인 것은 촬영기계였다.

촬영기계는 축음기와 완전히 달랐지만 원리는 대동소이했다. 천제현은 축음기와 구분 짓기 위해 사람들과 상의한 후, 이름을 사진기로 정했다. 사진기는 빛을 모아 순간적인 영상을 저장할 수 있는 기계였다.

공화련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사진기 구석구석을 훑어보았다.

사진기는 아직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비교적 조악한 외관이었으나 그 구조는 대단히 복잡했다. 삼각대에 사각형 모양의 검은 상자를 올려놓고 총처럼 생긴 물건을 빼내 정면을 바라보도록 했다.

천제현은 특별히 새 옷으로 갈아입고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머리모양을 하고는 새끼 여우를 데리고 나타났다.

“서련 아가씨, 화련 아기씨, 남궁 아가씨 다들 이리 오세요!”

세 여인은 천제현 쪽으로 모였다.

공화련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평소 천방지축인 남궁혜조차 이번에는 옷차림에 꽤나 신경 쓰고 나타났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육감적이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더욱 도드라졌다.

“저기, 너희 대체 왜…….”

“그건 나중에 말하고, 우선 사진이나 찍어요!”

“나 아무런 준비도 못했어.”

“큰아가씨는 준비되셨나요?”

천제현이 세 여인을 강제로 끌어당겼다. 공화련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공서련과 남궁혜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한다는 건 어쨌든 사람을 들뜨게 하게 마련이다.

“준비들 되었는가?”

운천학이 얇은 수정필름을 홈에 넣은 후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이제 찍겠네!”

공서련과 남궁혜는 순간 예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잠깐!”

천제현이 갑자기 촬영을 중지시켰다.

“한껏 예쁜 척은 다 했는데!”

천제현이 의견을 제시했다.

“생각해 보세요. 이건 세계 최초의 사진이 될 거라고요. 아마 천 년, 만년이 지난 후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고요. 이건 정말 기념비적인 의미가 있는 거예요.”

“할 말 있으면 빙빙 돌리지 말고 빨리 말해!”

공서련인 천제현을 째려보며 말했다.

“음, 그러니까 제 뜻은요. 이 역사적인 사진을 찍는데, 우리 넷이 목석처럼 꼿꼿하게 서 있으면 너무 재미없지 않나요?”

천제현의 말은 제법 그럴싸하게 들렸다.

“만년 후에 후손들이 책에서 우릴 접하게 될 수도 있죠. 저는 후손들에게 고지식한 조상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요!”

세 여인은 모두 박장대소했다.

“하긴 일리 있는 말이긴 해.”

“그럼 우리가 어떤 자세를 취하면 될까?”

“이렇게 하죠. 기적상회가 가족처럼 화목하다는 걸 나타내는 거죠. 제 한 몸 희생해서 이 잘생긴 뺨을 내어줄 테니 여러분이 제 볼에다 입맞춤하는 거예요.”

“무슨 소리야!”

“미쳤어!”

“죽을라고!”

세 사람은 뺨을 붉히며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알았어요. 알았어! 그럼 알아서들 자세 잡으시고, 찍읍시다.”

천제현과 공화련을 중심으로 공서련은 천제현 왼쪽에, 남궁혜는 공화련 오른쪽에 자리 잡고 섰다.

“하나, 둘, 셋!”

운천학이 사진기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천제현은 두 팔을 뻗어 한 팔로 공서련의 목을 껴안고 다른 한 팔로 공화련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찰칵!

마력진 몇 개가 반짝 빛나더니 약한 빛이 네 사람 쪽을 향해 터졌다.

공서련은 씩씩거리며 화를 냈다.

“이 나쁜 놈아! 감히 기습공격을 해?”

공화련도 긴다리로 천제현을 걷어찼다.

“미안해요! 미안! 순간적으로 참을 수가 없었다고요!”

천제현이 민첩하게 피하더니 방실거리며 옆쪽으로 숨었다.

“운 어르신, 사진은 어떤가요?”

“잘 나왔네!”

운천학이 얇은 수정필름을 꺼내 천제현에게 건네주었다.

흥분한 새끼 여우가 필름을 냉큼 빼앗더니 보면서 즐거워했다.

네 사람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수정필름에 고스란히 담겼다. 실제모습과 완전히 똑같아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 새끼 여우가 사진 속 자신을 보고 발톱으로 자신을 계속 가리키더니 깡충깡충 뛰며 매우 즐거워했다.

“나도 좀 보자!”

공서련과 남궁혜가 다가와 보았고, 공서련은 화를 내며 코를 실룩거렸다. 사진 속에서 공서련은 천제현에게 어깨를 잡힌 채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래도 매우 귀여워 보였다.

공화련도 화가 나 눈을 굴렸다. 천제현에게 허리를 잡힌 후 그녀의 미소 속에는 당혹스러움과 약간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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