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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19화 (315/729)

# 319

제319장 악행의 증거를 찾아라(2)

한 중년 남성도 행복한 얼굴을 한 채 말을 이었다.

“학비는 모두 기적상회에서 대주니 버는 족족 다 우리 재산이 되는 지라 형편이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앞으로 아들이 학업을 마치면 기적상회에서 일하게 할 겁니다! 가문을 빛내는 것이지요!”

“영감님, 저희는 이제 일을 좀 해야겠습니다. 별다른 일 없다면 저희 좀 지나가겠습니다!”

“맞아요! 기적상회가 월급도 많이 주는 데 저희가 열심히 일해서 보답해야지요.”

고천추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 인부들의 눈빛과 표정에서 진심이 묻어나왔다.

이는 고천추가 생각했던 상황과 정반대였다.

중주의 난으로 수만 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했고, 삼대 가문이 무너져 세력의 균형이 와해되었다.

이는 중주성을 공황상태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게다가 이쯤 되면 귀족들도 서로를 배척하거나 삼키려고 혈안이 되었을 게 분명했다.

더욱이 천제현은 해적까지 끌어들이지 않았는가.

이 해적들은 오랜 시간 사주호를 점거하고 살인과 약탈을 일삼으며 온갖 악행을 저질러왔다.

‘그런 자들이 사람들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았다고?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중주성이 전란의 화마에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전보다 더 번성하고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사람들도 별다른 동요 없이 오히려 예전보다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해 가고 있었다.

‘이건 입수한 정보가 실제 상황과 너무 다르지 않은가?’

어쨌거나 천제현이 해적을 동원하여 중주성을 공격하고 일대 혼란을 야기했다. 게다가 삼대 가문을 무너뜨리고 왕성의 특사를 중상에 빠뜨린 것 역시 틀림없는 사실이니 이 죄명만으로도 백번 죽어 마땅했다.

게다가 천제현은 고천추의 제자뿐만 아니라 고천추 본인조차 모욕했으니 이는 대학자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어쨌든 그놈을 먼저 잡아야 한다! 조표도 행동을 취했으니 곧 천제현을 잡을 수 있을 것이고, 사방후도 곧 중주성에 도착할 테니 난 증거나 열심히 수집하는 게 좋겠군!’

성 외곽을 살피던 고천추는 중주성 안으로 들어가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해질녘이 되자 중주성에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이상하군. 어째서 길가에 수정등이 보이지 않지?’

고천추는 길목 곳곳을 슥 훑어보았다. 원래 본성은 수정 조명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지금은 전부 철거된 채 이상하게 생긴 탑 모양의 물체가 그것을 대신하고 있었다.

탑 모양의 건축물은 1장 높이에 맨 꼭대기에는 커다란 유리구가 걸려 있었다.

‘중주성에 등이 없나? 흥! 그럼 그렇지. 천제현이 등도 죄다 떼어냈군. 사람들이 야간에 활동하기 불편하겠구먼! 그놈에게 사람들의 생활과 안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거겠지. 적자! 적어 놔야지!’

사실 도시의 공공시설 부족 문제는 천제현과 큰 관련이 없었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성주의 책임이었다. 하지만 고천추는 천제현이 중주성을 들쑤신 바람에 공공시설이 파괴되었으니 그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고천추가 이를 적기도 전에 불현듯 주변이 환해졌다. 마치 삽시간에 중주성 전체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거리마다 밝게 빛났다. 거리는 마치 한낮처럼 밝았다.

고천추가 놀라 뒷걸음질 쳤다.

“이건 뭐지?!”

“하하! 어디 시골에서 왔나 봐요?”

한 성인 남자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어린 소녀가 고천추의 놀란 모습을 보고는 우습다는 듯 말했다.

“마력등도 모르다니, 정말 창피하게!”

그 남자의 얼굴에도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말로는 짐짓 겸양을 떨었다.

“이 녀석! 어쩜 이렇게 예의가 없는 것이냐? 노인을 공경해야지! 이 마력등은 어디에나 있는 물건이 아니란다.”

고천추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마력등이라는 게 뭐요?”

“이것은 기적상회의 발명품으로 값이 아주 저렴합니다. 천남성 다음으로 중주성에 가장 많이 있지요.”

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기적상회는 사람들의 생활수준 개선을 위해 마력등탑 5천 개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랍니다. 이 마력등은 빈민굴에도 있지요. 어쨌든 생활이 훨씬 더 편리해졌지요.”

이들은 시골뜨기 노인네와 더는 대화하기 싫은 듯 자기 갈 길을 가버렸다.

고천추는 당황한 채로 앞만 보고 서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등불이 도시 전체를 환하게 비추었다.

탑 모양의 건축물 맨 꼭대기에 걸려 있던 유리구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빛은 수정등보다 훨씬 밝았고 조명 효과도 우수했다.

‘마력등이라는 것이 전자동 조명기구를 말하는 것인가?’

누군가가 따로 마력등이라는 것을 조종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어두워지면 자동으로 켜지는 것이 분명했다.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중주성에 이토록 재미있는 물건들이 언제부터 생겨난 거지? 하지만 이것도 결국 수정등을 대체한 것뿐이니 별거 아니다!’

고천추는 계속해서 천제현의 악행을 증명할 증거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중주성 어디에도 그의 악행을 증명할 무언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천제현의 죄가 이렇게 큰데, 어찌 증거 하나 찾을 수 없는 것인가? 말도 안 돼! 분명 어딘가 있을 거야!’

***

중주성에서 일어난 엄청난 변화를 왕성에서 조금도 감지하지 못했다. 아무리 이 시대 정보 전달이 녹록지 않다고는 하지만 낌새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고천추는 누군가 일부러 정보를 통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품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매우 짧은 시간동안 일어난 것이라 왕성과 고천추도 제때에 알 방법이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중주성의 거리는 마치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길가 양옆으로 가로수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점포의 간판과 진열대조차 모두 반짝거려 눈을 어지럽혔다.

“싸게 팝니다!”

“싸게 팔아요!”

“기적연맹 산하 남운상회가 최근에 출시한 석갑부입니다요! 마력 소모량이 적고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요! 게다가 움직이는 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고강도 물리공격과 충격을 막아내고, 마력 피해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항산화 효과가 있어서 사용하기 좋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모험을 떠나실 때 반드시 챙겨야 할 필수품이에요! 기적연맹이 야심차게 내놓은 최고급 필수품입니다! 이제 몇 개 안 남았어요!”

“…….”

부적상점 앞에 있는 커다란 확성기에서 같은 말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어조, 속도, 말투 모두 완전히 똑같았다.

이는 절대 한 사람이 계속 말하는 게 아니었다. 어떤 방법으로 음성을 저장하여 반복적으로 내보내 손님을 유치하는 것이 분명했다.

‘저 확성기는 어떻게 자동으로 음성을 내보낼 수 있을까?’

고천추는 확성기를 분해하여 연구하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꾹 참았다. 지금은 이런 자잘한 일로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서둘러 천제현의 죄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수집해야 했다.

고천추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화려하게 꾸며진 큰 주점을 발견했다.

건물 전체가 반짝거렸고 커다란 간판에 적힌 기적대주점이라는 글씨는 금빛으로 번쩍거려 사람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주점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기 좋은 장소인 데다 고천추 역시 좀 쉴 곳이 필요했다.

“이상하군. 사람이 어찌 이리도 많을까?”

주점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손님들이 거리까지 줄을 섰고 이들 중 대부분은 수련자였다.

그는 별 수 없이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다른 주점으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종업원이 친절하게 손님을 맞았다.

“별실이 필요하십니까? 아니면 바로 대청으로 가시겠습니까?”

“별실을 주시오.”

“알겠습니다. 주문은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종업원은 고천추를 별실로 안내하면서 음식을 추천했다.

“저희 주점은 기적상회의 고기 통조림을 판매하는데,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라 손님께서 만족해하실 것입니다.”

“또 기적상회요?”

“어르신께서 여기 처음 오셨나 봅니다. 이왕 오셨으니 한 번 맛보시는 게 어떨까요? 기적상회의 고기 통조림은 중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귀족만 겨우 맛볼 수 있을 정도고, 중주성의 수많은 음식점도 없어서 못 팔 정도입니다. 흔치 않은 기회지요.”

“그렇다면 몇 개 가져와 보시오!”

종업원이 또 물었다.

“본 주점은 방송 설비를 개설하였습니다. 어르신께서 식사하시면서 방송을 듣고 싶으시면 약간의 비용만 추가로 지급하시면 됩니다.”

“방송은 또 무엇이오?”

“정말 외지 분이셨군요. 기적상회는 중주성에서 남하국 최초로, 아니 전 대륙 최초로 방송 설비를 구축하였습니다. 성 안의 모든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관심 있는 내용을 청취할 수 있지요.”

“그런 신통한 물건이 정말 있단 말이오?”

고천추는 못 믿겠다는 듯 반문했다.

“그렇다면 이 늙은이도 한 번 경험해 봐야겠소!”

종업원이 궤짝 위에 있는 대형 수정통신기를 켜자 간드러진 음악이 울려 퍼졌고 곧이어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적 방송을 청취해주시는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해볼 텐데요. 그는 음유시인이 외국에서 데려온…….”

매력적인 여성의 목소리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었고, 은은하게 퍼지는 음악소리와 우여곡절이 담긴 사연들은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체험을 선사했다.

곧 100세가 되는 고천추가 사랑 얘기 따위에 마음을 빼앗길 리는 없지만, 이 음성의 전달력 만큼은 그 역시 혀를 내두를 만큼 신기했다.

“이건 어떻게는 하는 건가?”

종업원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르신, 이것은 기적 방송국에서 내보내는 방송 중 하나입니다. 지금 방송국 안에서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분은 신풍후 마마의 여식이자 중주성에서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풍채향 아가씨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별로시면 직접 채널을 선택하셔도 됩니다. 신문, 오락, 음악,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방송을 들을 수 있어요. 물론 공용 채널만 청취할 수 있고, 일부 채널은 유료 채널이라 청취할 수 없답니다.”

‘방송, 확성기? 기적 방송국?’

고천추는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이 기술들의 원리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마력등과 비행선은 기존의 것을 더 좋게 만든 것이라면 방송 설비 같은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대발명이나 다름이 없었다.

방송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면 지금처럼 정보 교류에 애를 먹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닌가.

전체 대륙에 보급되면 엘프의 나라에서 발생하는 일조차 손바닥 보듯 훤히 알 수 있을 것 아니겠는가.

이는 정서 활동을 보다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채널에 암호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군사 및 기밀에 활용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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