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311화 (307/729)

# 311

제311장 사갈수 소탕 작전

‘한 달? 이 사람이 지금 장난하나!’

천제현은 하마터면 욕지거리를 내뱉을 뻔했다.

‘관두자. 한 번 돕기로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도와야지.’

천제현이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했다.

“정예병 천 명만 내 주시면 제가 사갈수를 소탕하고 오겠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요? 사갈수의 숫자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3천은 될 거요!”

목헌이 침까지 튀기며 말했다.

“백신으로 독을 해결할 수 있다고 쳐도 사갈수는 교활하기 이를 데 없는 놈들이오. 전투력도 연체 7~8성은 될 것이고. 군사 1천으로는 소탕이 불가능하오. 그 다섯 배의 병력이 모이기 전까지는 절대 출병하지 않을 것이오! 게다가 청주의 병력은 모두 아버님이 주관하시오. 아버님이 안 계신 새에 내가 어찌 함부로 행동할 수 있겠소?”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놈들의 뿌리를 뽑지 않으면 후환이 끊이지 않을 겁니다!”

추 선생도 천제현을 말렸다.

“최정예병인 질풍기병을 움직인다 하더라도 놈들을 일거에 섬멸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청룡경은 지세가 험준한 데다 놈들의 분포범위가 넓어 기병들의 기동성에 제한이 생기니까요. 그대로 싸운다면 사상자가 속출할 것입니다!”

‘이 멍청한 작자들 같으니! 답도 없군! 설마 내가 그 정도도 모를까 봐?’

천제현은 답답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세자께서는 이 점을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천제현이 목헌을 바라보며 물었다.

“현재 청목후 마마는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분입니다. 그런 분이 돌아와 마수들까지 소탕하면 여태까지의 모든 공이 청목후 마마께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세자 마마의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세자 마마께서는 혼자 큰 공을 세우고 싶지 않으신 겁니까?”

‘혼자 큰 공을 세울 수 있다고?’

그건 큰 유혹이었다.

“안심하십시오. 전 자신이 없는 일은 시작도 하지 않습니다.”

천제현이 다시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제게 방법이 있으니 제가 하자는 대로만 따라하시면 사갈수를 쉽게 해치울 수 있을 것입니다.”

“호오!”

추 선생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여 선생, 어떤 방법을 생각하신 겁니까?”

“어쨌든 사갈수는 지능이 낮은 하위 마수에 불과합니다. 그놈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올가미를 쳐놓고 기다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올가미라 함은?”

“제가 마수를 유인하는 진법을 하나 발명했습니다.”

천제현이 준비해온 마력진을 꺼내며 말했다.

“이건 특정한 기운이나 냄새, 울음소리를 모방할 수 있는 진법입니다. 이걸로 사갈수를 올가미 안에 들어가도록 유인하는 거죠.”

‘세상에 그런 마력진이 있었단 말인가?’

듣도 보도 못한 마력진을 접한 추 선생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이 마력진은 용병들에게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지금까지 용병들은 마수 사냥 시 자기 몸을 미끼로 삼아야 했으며, 그로 인해 수시로 위험천만한 상황에 노출되곤 했다. 그것을 마력진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하겠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마력진이 모든 마수가 아닌, 특정 마수에만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었다.

즉, 이 마력진을 사용하면 직접 마수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지므로 시간과 노력을 크게 아낄 수 있었다.

그러나 목헌은 여전히 불안한 듯 말했다.

“사갈수를 유인할 방법이 있다고 해도 병사 일천 명으로 어떻게 놈들을 소탕한단 말이오? 사람은 원래 마수보다 연약하지 않소. 세 배나 되는 마수를 어떻게 섬멸할 수 있겠소?”

“진법 하나로는 부족하겠지요!”

천제현 역시 거기까지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였다.

“최근 기상의 변화를 관측해 보니 대형 살육진을 치기에 좋을 것 같았습니다. 먼저 올가미 안에 진법을 시전해 놓고 마수 유인진으로 놈들을 유인하면 일거에 대부분의 사갈수를 죽일 수 있을 겁니다. 그 다음에 정예군이 투입되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요!”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추 선생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으나 목헌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탁!

“하실 건지 말 건지 빨리 결정하십시오!”

천제현이 탁자를 치며 말했다.

“하시기로 결정하신다면 이틀 안에 마수들을 섬멸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세자 마마는 청주의 영웅이 되겠지요! 안 하시겠다면 전 내일 배를 타고 청주를 떠날 테니 여러분은 청목후 마마가 돌아오시기를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한 달 뒤에 다시 사갈수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시면 됩니다!”

이미 삼 개월째였다.

백성들의 원성이 이미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 달이 지난다면 청주성의 손해는 눈덩이처럼 커지리라.

목헌의 마음을 더욱 동하게 하는 것은 이번 기회에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혼자 큰 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청주를 위기에서 구해낸다면 천하에 이름을 알릴 수 있으리라!

“추 선생의 뜻은 어떠합니까?”

“저는 여 선생을 믿습니다.”

“그럼 좋소!”

목헌이 주먹을 쥐며 탁자를 내려쳤다.

“병사를 소집하라! 출병이다!”

***

청룡경의 끄트머리는 작은 분지와 이어져 있었다. 그곳은 사갈수 땅굴이 없을뿐더러 어느 정도 공간 확보도 가능한 곳이어서 사냥에는 제격이었다.

목헌 휘하의 정예부대가 주변에 석궁 등 무기와 각종 함정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천제현을 돕기 위한 부수적인 조치에 불과했다.

“추 선생, 이게 진법 설계도라오.”

추 선생을 포함한 진법사 백여 명이 천제현을 따라 분지 가운데 공터에 섰다.

“작전이 성공하려면 하루 안에 반드시 진법을 완성해야 하오.”

두루마리를 펼쳐본 추 선생은 숨을 들이켰다.

‘맙소사!’

설계도의 정교함은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반경만 해도 무려 2정(町)에 달하는 거대 마력진.

추 선생은 과거에도 대국의 대형 마력진을 본 적이 있었다. 종문의 본산을 지키기 위해서 또는 주요 도시의 방어 용도가 대부분으로, 그 규모에 비례하는 위력만큼 가동에 드는 비용 역시 천문학적이었다.

도시 방어용 마력진의 경우 한 번 가동하는 데 상품 마석 수천 개가 드는 일이 다반사였다.

상품 마석 한 개 가격은 대략 금화 백만 냥 이상. 이 정도 규모의 마력진이라면 금화 십억 냥쯤은 가볍게 잡아먹을 것이요, 제작 과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만도 어마어마하리라.

‘청주가 무슨 수로 그걸 감당해낸단 말인가?’

남하국처럼 작은 나라에 마석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을까. 마석은 대형 마력진을 구성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마력 보존의 법칙만 떠올려도 알 수 있듯이 마력진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진법을 움직일 강력한 힘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신이 아니고서야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는 법.

추 선생의 식견으로도 진의 종류를 대번에 파악할 수는 없었으나 통으로 된 하나의 대형 진법이 아니라 수많은 소형 진이 모여 거대한 구조를 이룬 것임은 알 수 있었다.

‘이 시대의 기술보다 만 년은 족히 앞선 설계가 아닌가!’

운천학 같은 대가든 공서련 같은 생초보든 이 마력진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쯤은 한눈에 알 수 있으리라.

기존 법칙의 한계를 넘어서 예술의 경지에 이른 설계, 교과에서 등장하는 진법을 훌쩍 넘어서는 완벽함.

추 선생조차도 그 안에 담긴 오묘한 이치를 읽어내기란 역부족이었다. 그간 수많은 진법 대가들을 만나봤지만, 천제현은 독보적이었다.

만고의 기재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은 인물.

대형 마력진을 수백 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눈 것은 비용을 고려한 조치인 듯했다.

이렇게 되면 가동에 드는 힘이 훨씬 적어진다. 개별 요소에만 마력을 불어넣어 잘 돌아가게 해도 거대 진법의 위력이 문제없이 발휘되는 것이다.

진법 전체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고 해봐야 고작 금화 오천만 냥.

다른 대형 마력진의 수십 분의 일에 지나지 않는 규모다.

‘최저 비용으로 만들어낸 최고의 진법……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아닌가!’

추 선생을 더 소름 돋게 한 것은 진법이 이곳 지형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었다. 즉, 고대 서적이나 다른 출처가 있는 게 아니라 천제현이 이곳 상황에 맞춰 즉석에서 만들어낸 진법이라는 사실이었다.

벌써 몇 차례나 심장이 덜컥덜컥 내려앉는지.

보통 진법사라면 일 년을 줘도 이 안에 포함된 소형 진법 하나조차 설계해내지 못하리라. 이걸 하룻밤 사이에 밥에 물 말아먹듯 뚝딱 만들어내다니,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닌가.

“뭐 하고 있는 거요?”

하늘을 올려다본 천제현이 일순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합시다. 내일 해가 뜨기 전까지 진법을 완성한다면 그 설계도는 가져도 좋소.”

“알겠습니다! 그리 하지요!”

“반드시 완성하겠습니다!”

추 선생은 흥분으로 손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다.

‘이 설계도가 대체 얼마짜리인데!’

살 사람만 제대로 만나면 어마어마한 양의 마석과 맞바꿀 수 있으리라.

‘아니지. 천박하게 돈으로만 계산할 일이 아니야! 남은 생애 내내 연구해도 모자랄 지식이 이 안에 담겨 있거늘!’

추 선생에 대해 잘 모르는 천제현은 그가 그저 운천학보다 못하지는 않은 학자일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남하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학자가 진법사 백여 명과 함께 나섰으니, 천제현으로서야 걱정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드디어 시작된 미끼용 진 설치 작업.

무리를 지어 다니는 데다 조심성까지 많은 사갈수는 만만한 사냥감이 아니었다. 포획 작전이 성공하려면 미끼용 진의 역할이 관건이었다.

미끼용 진은 사실 지금으로부터 오천 년은 더 지나야 완성되는 기술이었다.

원리는 복잡하지 않았다. 마수의 습성에 맞춘 진으로 그들을 유인하는 게 전부였다.

구애 신호, 동료의 구조 요청, 우두머리가 부르는 소리 등을 만들어내는 진이 있는가 하면 천적을 가장해 마수를 혼란에 빠뜨리거나 사냥감이 있는 척 오인을 유도하는 종류도 있었다.

형태는 각양각색이나 목적은 오로지 하나였으니…… 바로 마물을 유인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방법이 모든 마수에게 통하는 건 아니었다.

지능이 높은 마수라면 함정임을 알아챌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갈수는 절대 그런 종이 아니었다.

천제현은 시간을 계산했다.

지난번 습격으로부터 꽤 시일이 지났으니 슬슬 배가 고플 시점이었다. 조만간 먹을 것을 찾아 기어 나올 게 확실했다. 그렇다면 푸짐한 먹잇감을 차려놓고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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