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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10화 (306/729)

# 310

제310장 백신 조제와 자원 투기

‘이 신통한 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런 감정은 추 선생이 평생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신통하구나, 신통해!’

그의 눈앞에 있는 이 젊은 이방인은 끝없이 이어진 대해나 광활한 하늘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추 선생은 젊은 시절, 20년 동안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다 강력한 고대 제국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있었다.

그 제국의 대학자와 현자들은 방대한 지식으로 그의 경탄을 자아냈고, 그 경험은 그의 뇌리에 깊게 각인되었다.

그러나 제국의 학자들도 지금과 같은 느낌을 주진 못했다.

이 자는 청주를 위기에서 구해 주는 대신 5억을 요구했다.

탐욕인가? 아니다! 백신으로 독을 제압하는 개념과 방법의 가치는 족히 그 열 배는 될 것이다.

이 젊은이가 준 마력진을 제대로 연구만 한다면 수많은 독수와 독물들을 제압할 백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한 수익이 얼마나 되겠는가? 독물들로 고난을 겪고 있는 수많은 지역들도 이 방법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세상을 구할 천재라는 수식어가 조금도 아깝지 않은 인재였다.

‘이 자는 대체 어느 나라에서 온 걸까?’

추 선생은 천제현을 떠봤으나, 천제현은 못 들은 척할 뿐이었다. 그것이 몇 번 반복되자 추 선생도 상대가 말하기 싫어한다는 걸 깨닫고 정체를 알아내려는 생각을 포기했다. 지금 추 선생이 제일 관심을 갖고 있는 건 독소 백신 연구였으니까.

천제현은 직접 그를 도왔다. 먼저 핏빛 도마뱀의 혈청을 채취한 후 제약진으로 사갈수 독에 저항 능력을 가진 항체 성분을 뽑아냈다. 물론 이것을 그대로 사람에게 썼다간 살아남을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천제현은 그 항체에 항거부 반응을 보이는 흔한 약재를 추가한 후 다시 제약진을 사용해 조제했다. 이 과정을 통해 마지막에 담황색 주사약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생체 실험을 해 봅시다!”

그러자 고천추가 중독된 병사 한 명을 데려와 백신을 주사했다. 그러자 5분도 채 안 되어 숨이 넘어가던 병사가 의식을 되찾았다. 부작용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고천추는 그의 혈액을 채취해 검사를 했다.

“사갈독 농도 0!”

“성공했구려!”

“성공했습니다!”

지난 세 달간 청주성을 위협했던 난제가 반나절 만에 해결된 것이다.

사갈수 자체는 강한 마수가 아니었다. 독만 해결할 수 있으면 놈들을 처치하는 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성주부에서는 즉각 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해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화통한 성격인 목헌은 자발적으로 금화 5억 냥을 내놓았다.

어쨌든 추 선생은 청주와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 아닌가. 청주가 위험에 빠졌다는 소문을 듣고 의협심에서 찾아온 사람한테 돈까지 내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금화카드 한 무더기를 어깨에 메고 돌아온 천제현은 심빙우를 보며 득의양양하게 눈을 빛냈다.

“이제 저를 좀 믿겠어요?”

심빙우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하여튼 돈 버는 재주 하나는 타고 났다니까!’

천제현이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백신 효과가 알려지기 전에 빨리 이 5억 냥을 다 써야 해요!”

***

청령은 자원이 풍부하기로 이름난 곳이다.

팔주의 자원량이 10이라고 하면 청주가 5를 차지할 정도였으며, 그 청주의 자원 중 8할이 청령에 매장되어 있었다.

그런 청령의 요지인 청룡경이 3개월간 폐쇄되는 바람에 수많은 자원집약형 상회들이 자원을 운송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때 물건을 보내 주지 못해 배상금만도 어마어마했는데,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고 가문 사람들의 수련비용도 대야하며, 공장 운영과 유지 보수에도 돈이 필요했다. 이로 인해 지난 세 달간 그들이 입은 손해는 엄청났다.

천제현은 딱히 결점이랄 게 없는 사람이었으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면 그냥 못 넘어가는 버릇만은 고치질 못하고 있었다.

봉급조차 받지 못한 청주의 수많은 노동자들과 하루하루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회들을 본 그는 움직일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

‘신원 그 뚱보가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됐군.’

이것이 바로 천제현이 그를 잡아놓은 이유였다.

“나와!”

오방주가 맞아서 얼굴이 푸르뎅뎅하게 변한 뚱보를 끌고 나오며 말했다.

“너를 왜 살려 줬는지 아느냐? 회장님께서 네게 기회를 주고 싶어 하셨기 때문이다!”

뚱보는 놀라는 한편 두려웠다.

‘이 자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도둑 두목처럼 생긴 저 오방주조차 진혼급 실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반항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렇게 개죽음당할 순 없지 않은가.

상자 한 가득 가지런히 놓인 금화 수정조각이 그의 눈앞에 들이밀어졌다.

“이, 이것은…….”

그렇게 많은 돈을 난생 처음 본 뚱보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나으리, 제가 뭘 어쩌면 되겠습니까요?”

“말 돌리지 마시오.”

천제현은 다리를 꼬고 앉으며 말했다.

“요즘 많은 청주 상회들이 저가에 광산이며 임야들을 팔아넘기고 있다 들었소. 이 5억 냥은 구매자금이오.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소?”

뚱보도 바보는 아닌지라 천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아챘다.

“하지만…….”

오방주가 흉악한 얼굴로 말을 잘랐다.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냐!”

“청령의 자원이 풍부하다고는 하지만 대다수가 청주 세력가들의 손안에 있습니다. 생산량이 급감했어도 팔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어쨌든 그들은 청주에 오랫동안 살았으니까요…….”

청주의 세도가들은 모두 청주에 터를 잡은 지 오래된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다른 도시로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당장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조상 대대로 내려온 가업을 팔아치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모두가 뚱보처럼 쉽게 장사를 접고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게다가 금화 5억 냥으로 광산을 사봤자 몇 개나 산단 말인가?

너무 많은 자원 생산장을 사들이면 청목후의 주의를 끌게 될 게 분명했다. 청주의 자원이 대량으로 타지인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청목후가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천제현이 다시 말했다.

“사흘의 시간을 주겠소. 각 자원 생산장의 총책임자와 연락을 해보시오. 광산이든 임야든 약초밭이든 다 상관없소. 괜찮은 자원만 나온다면 전부 사겠소! 판매하지 않겠다면 지분이라도 사겠다고 하시오. 최소 2할 이상의 지분을 살 것이오. 무슨 뜻인지 알겠소?”

‘지분만 사되, 지배권은 휘두르지 않겠다고?’

그렇다면 얘기가 쉽게 진행될 수 있었다.

옆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심빙우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천제현은 역시 사기꾼 기질이 농후하다니까!’

금화 5억 냥으로 상회 인수가 아닌 지분만 사겠다?

사실 현재 천제현이 소유하고 있는 몇 개의 광산은 인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자원 생산장을 구매해 봤자 관리조차 힘들 게 뻔했다.

그렇다면 아예 상회 인수가 아닌 투자를 하는 게 나았다. 관리권은 현지 가문에 주되 기적상회는 지분만 갖는 것이다.

물론 이는 청주의 위기를 십분 이용한 행동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투자 자체가 불가능했을 테니까.

설령 가능하다 할지라도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청주의 상회와 가문들이 심각한 손해를 입어 자금 부족 현상을 겪고 있었다.

천제현이 제시하는 금액이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테니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리라.

청령의 주요 광산과 자원 생산장에 천제현의 자금이 들어가면 기적상회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고, 자원 생산장들은 앞으로 기적상회에 우선적으로 자원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견고한 자원 공급 루트를 확보해 놓으면 기적상회의 약점을 크게 보완할 수 있었다.

“이번 일은 누님한테 부탁할게요.”

천제현이 심빙우를 보며 말했다.

“일단은 생산장 인수를 원한다고 말하겠지만, 최종 목적은 지분 보유예요. 굳이 지배권까지는 갖지 않아도 돼요. 청령에서의 영향력만 높일 수 있으면 되니까요!”

“알았어!”

심빙우는 그의 명령에 따라 일을 처리하기 위해 떠났다.

심빙우는 꽤 명성이 있는 데다 현지인인 신원이 옆에서 그녀를 도와 줄 테니 천제현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천제현은 제후부에서 백신 개발을 도울 생각이었다.

추 선생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었다.

그는 수시로 갖가지 질문들을 천제현에게 쏟아냈으며, 천제현 역시 성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고작 사흘이라는 시간 동안 추 선생은 자신의 인생관이 완전히 뒤집히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백신과 관련된 궁금증들을 묻다가 약초에 대한 질문으로 번져나갔고, 나중에는 제약학, 심지어 진법학과 다른 분야의 문제들까지 여태까지 궁금했던 것들을 모두 묻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본인이 몇 년 동안 연구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난제들까지 가져왔다. 놀랍고 절망스러웠던 것은 천제현이 그 난제들을 모두 식은 죽 먹기처럼 순식간에 풀어냈다는 점이었다.

‘엄청나구나!’

배우지 않고도 스스로 깨닫는 천재가 정말 있단 말인가.

사흘이라는 시간은 아주 빨리 지나갔다. 그것은 추 선생의 일생 중에 가장 행복했던 사흘이었다.

지난 십여 년간 줄곧 그를 괴롭혀왔던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었다. 여태까지 무슨 짓을 해도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순식간에 풀리다니.

그에게 이 사흘의 시간은 십 년간의 공부나 연구와 맞먹는 시간이었다.

그 사흘은 천제현으로서도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 심빙우가 연이어 희소식들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임야와 약초밭, 광산 등 다양한 자원 생산장의 지분을 하나하나 염가에 사들인 것이다.

청령에 있는 100개 이상의 자원 생산장에도 천제현의 자금이 들어갔다. 평소라면 웃돈을 붙여 줘야 하는 우수한 자원의 지분을 반값도 안 되는 금액에 구매할 수 있다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다.

게다가 뚱보는 확실히 타고난 사기꾼이었다.

뚱보를 그냥 뒀다간 얼마 못 가 여기저기 원한을 사고 쫓기게 될 거라 생각한 천제현은 아예 그에게 청주 지역의 자원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겼다.

어쨌든 청주의 현지인이니 여러 방면에서 더 능숙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이제 큰일을 다 성사시켰으니 슬슬 떠날 때가 되었다.

천제현은 시간을 황금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 귀중한 시간을 계속 청주에서 낭비할 수는 없었다. 그는 목헌에게 마수를 소탕하러 가자고 요청했다.

“안 될 말씀이오! 지금 제작된 백신은 1500개에 불과하지 않소!”

목헌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정도 백신으로는 병사 천여 명만 무장할 수 있을 뿐이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대적으로 사갈수를 치러 간단 말이오?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에도 한계가 있어서 다른 지역에서 구매해오게 시켰소. 아버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리면 최소 한 달은 걸릴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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