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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08화 (304/729)

# 308

제308장 대현자를 알아본 현자

추 선생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목헌을 쳐다봤다.

“정말 다시 봤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이렇게 놀라운 약재 지식과 통찰력을 지니고 계시다니요. 이건 청목후 마마의 홍복이자, 남하국의 복입니다! 인재를 몰라본 이 늙은이의 우둔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목헌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해시오. 난 약재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소!”

“그렇게까지 겸손해 하실 필요 없습니다!”

“겸손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소!”

그러나 추 선생은 목헌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지난 며칠간의 연구에 근거해 사갈독은 일반 독안개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갈독은 사갈수 체내의 미생물로 만들어진 일종의 ‘생명체 독소’로 일반적인 독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지요.”

‘그게 어쨌다는 건가?’

목헌은 무슨 소리인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생명체 독소는 일반적인 독소와는 다릅니다. 생명체는 그 아무리 진화가 덜 된 것이라도 위험을 피하고 이로운 것을 취하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단순한 해독약으로는 그 독소를 제대로 해독할 수 없지요. 그래서 저는 이독제독의 치료법을 생각해냈지만, 일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사갈수의 독은 해독약의 공격을 받는 즉시 비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이것 때문에 완전한 독소 제거가 되지 않았죠. 하지만 부독균을 넣으니…….”

목헌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게 부독균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이오?”

“당연히 관련이 있지요. 부독균은 원래 약간의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요 효능은 생명체를 자극해서 활성도를 최대한으로 높이는 것이지요. 사람이 부독균에 지나치게 많이 노출되면 미쳐서 죽게 됩니다. 그러나 소량만 해독제와 함께 사용한다면 해독제의 효과를 높여 비활성화된 사갈독까지 모두 제거할 수 있는 겁니다!”

추 선생은 점점 흥분하며 말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세상엔 수천만 가지의 약재가 있지만, 오직 이 부독균만이 조제 시 다른 약과 완전히 섞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약진을 수정하지 않고 조제가 가능한 것입니다.”

그는 격앙된 표정으로 목헌의 팔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감히 아뢰옵건대, 남하국을 통틀어도 이런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는 자는 채 셋이 안 될 것입니다. 세자 마마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태어나신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대성하실 겁니다. 그 통찰력 하나만으로도 뭇 학자들의 진땀을 빼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게…….”

이제 목헌도 그게 자기가 생각해낸 방법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내가 생각해낸 게 아니라오.”

“지나친 겸손은 오만입니다!”

추 선생은 조금 언짢은 듯 말했다.

“지난 며칠간 제 실험을 쭉 관찰해 오시지 않았습니까. 제 실험의 과정과 제약진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고요. 현재 상황에서 부독균을 생각해낼 수 있는 사람은 마마밖에 없습니다. 그 아무리 대단한 학자라도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지 않았다면 독약과 해독약조차도 구분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자가 그 어려운 걸 했단 말이지!”

“무슨 뜻입니까?”

“추 선생, 사실대로 말하겠소.”

목헌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까 사람을 시켜 약재를 구해오라 명할 때 한 정신 나간 젊은이를 만났소. 타지에서 온 상인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자가 약재 목록을 듣더니 그 말을 하지 않겠소? 난 그걸 전했을 뿐이오.”

“그게 사실입니까?”

추 선생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약재 목록만 듣고 배합법을 추측했다고요?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건 사갈독을 연구한 경험 여부와도 무관합니다. 정말 사갈독을 연구한 적이 있다 치더라도 재료만 듣고 제약 종류를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 게다가 제약진의 유형은 또 어떻게 알아내고요? 불가능합니다!”

“그 자가 상인 복장을 하고 있기에 아까는 나도 믿지 않았소…….”

목헌이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더 참을 수 없었던 건, 그자가 한없이 거만했다는 거요. 불손한 말도 서슴지 않고 하더이다!”

“무슨 말을 했습니까?”

“그게…….”

“괜찮으니 말씀하십시오.”

“추 선생 그대를 보고 바보 천치라고…….”

추 선생의 흰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게 분명했다.

“해독약 개발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아까운 시간만 버리고 있다고 했소!”

목헌은 추 선생의 안색을 살피면서 급히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언행이 하도 오만불손한지라 사람을 시켜 감옥에 가둬 놨소!”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고?’

추 선생은 목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 말고는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숲에서 벗어나야 숲이 보이는 것처럼, 지난 며칠간 옆에서 해독약과 사갈독의 종류, 제약 방법 등을 전부 지켜본 목헌이 순간 영감이 떠올라 문제를 해결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몹시 어려운 일이기는 했지만,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만약 조제 과정을 전혀 모르는 외부인이 약재 목록 일부만 보고 그 약재의 용도와 조제법, 심지어 문제점까지 발견해냈다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일 아닌가.

추 선생은 수많은 서적을 뒤졌으나 이 조제법에 대한 기록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지금까지 사갈독 해독약은 세상에 나오지 않은 게 맞았다.

‘설마 정말로 절세의 기재를 만난 건가?’

추 선생은 흥분에 차서 외쳤다.

“절 감옥으로 데려가 주십시오!”

두 사람은 감옥으로 내려갔다.

비단 도포에 상인 복장을 한 청년 한 명이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냉기가 흐르는 감옥 안에 앉아 있었다.

눈처럼 새하얀 새끼 여우 한 마리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의 어깨 위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을 쳐다봤다.

똘망똘망하고 새까만 눈동자에 조롱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그 옆에는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아름다운 몸매의 여인이 조각상처럼 말없이 서 있었다.

“4시간 32분.”

청년이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

“늦었군.”

그게 대체…….

목헌과 추 선생은 멀뚱멀뚱 서로를 바라봤다.

“당신이 추 선생이오?”

천제현은 목헌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별처럼 반짝이는 두 눈을 들어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묻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오. 질문하시오.”

강렬한 직감이 추 선생의 온몸을 뒤흔들었다.

‘이 자는 진짜다!’

순간 말문이 막힌 그는 몇 초 후에야 간신히 입을 열 수 있었다.

“소인이 어리석은 탓에 선생의 가르침을 듣고 나서야 사갈독의 해독약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생께서는 이 해독약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셨다 들었습니다. 이 약으로는 청주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입니까?”

“역시 바보 천치가 맞았군. 아직도 모르겠단 말이오?”

그 말은 들은 목헌이 크게 분노하며 외쳤다.

“무엄하구나! 네놈이 감히!”

추 선생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지금껏 남하국에서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말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저자가 합당한 이유를 내놓지 못한다면 절대 인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약에는 적어도 네 가지의 큰 문제가 있소! 그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단 말이오?”

추 선생은 화를 다스리며 말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고견을 들려주십시오.”

“첫째!”

천제현이 손가락 하나를 꼽으며 여유롭게 말했다.

“사갈독을 연구했으니 그것이 강력한 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오. 그렇지 않소?”

“맞습니다!”

“그렇게 강력한 독이기에 순간적으로 발작할 수 있는 것이오. 또한, 사갈독의 주요 효과는 마비요. 다시 말해, 이 독에 중독된 사람은 순간적으로 지각을 잃는다는 뜻이지. 내 말이 맞소?”

“그렇다면 생각해 보시구려. 병사들이 사갈수와 싸우다가 중독되어 쓰러졌다 칩시다. 해독제가 있다 한들 그것을 꺼내서 사용할 수 있겠소?”

“그건…….”

그렇다.

사갈독의 중독반응은 몹시 격렬했다.

중독된 후에 해독이 가능한가는 둘째 치고, 격렬한 전투 중에 어떻게 해독제를 꺼내 복용한단 말인가?

“둘째!”

천제현이 손가락을 하나 더 펴며 말했다.

“이독제독의 고급 해독법은 사갈독 치료에 맞지 않소. 그야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동이지!”

“제 방법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추 선생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알려 주십시오!”

“사갈독은 생명체 독소이기 때문에 체내에 유입되면 빠르게 번식하오. 그렇기 때문에 해독제 용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소. 너무 조금 복용하면 해독이 불가능할 것이고 너무 많이 복용하면 남은 용량이 독으로 작용하겠지. 인정하시오?”

추 선생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제야 천제현의 말을 이해한 것이다.

“배양용기 안에 있는 독소는 양이 고정되어 있소. 그대는 실험실에서 사갈독을 연구했으니 동일한 양의 독소에 대한 해독만 생각했겠지. 하지만 실제 상황은 어떻소? 극독을 가진 미생물이 체내에 들어가 번식하고 확산되는 속도와 과정은 매우 복잡하여 계산이 불가능할 것인데.”

천제현은 냉정하게 일격을 가했다.

“해독 효과만 생각하고 실제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으니 실패할 것이 분명하지. 이런 걸 돌팔이라고 하는 것 아니겠소?”

추 선생의 얼굴에 자책의 빛이 떠올랐다.

“셋째!”

천제현이 세 번째 손가락을 꼽으며 말을 이었다.

“사갈독은 지속적인 공격성을 가졌소. 독안개와 접촉하는 한 시시각각 감염되오. 해독제로 독을 치료했다 칩시다. 어차피 전투를 하는 과정에서 다시 감염될 텐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소? 그러니 이 해독제는 근본적인 해결법이 될 수 없는 것이오. 인정하시오?”

추 선생은 아연실색한 표정이었다.

“넷째!”

천제현이 추 선생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추 선생께서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게 아닌 것 같소. 아마도 줄곧 명문세가에서 생활하셨을 것이오.”

“말도 안 되는 소리!”

줄곧 천제현이 못마땅했던 목헌은 이제야 기회를 잡았다는 양 즉각 반박했다.

“추 선생은 떠돌이 학자시다.”

“목헌!”

추 선생이 낮게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위엄에 목헌은 전율을 느꼈다.

추 선생이 순간적으로 내비친 기운은 그의 부친인 청목후와 비견해도 뒤지지 않는 것이었다.

‘설마 이 떠돌이 학자가 신분을 숨긴 걸까? 사실은 대국에서 온 대학자 같은 인물인 걸까?’

“아무래도 내 추측이 맞는 것 같군.”

천제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당연한 것 아니겠소? 추 선생이 조제한 약 말이오.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그 재료값만 얼마요? 일반 시장에서는 대규모 구매가 불가능할 것이오. 어떻게든 몇 백 개, 몇 천 개 만들었다고 칩시다. 그래 봤자 병사들 모두를 살리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 아니오? 이 네 가지 이유로 그 해독제가 쓸모없다 말하는 것이오. 이제 인정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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