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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06화 (302/729)

# 306

제306장 싼 데는 싼 이유가 있는 법

시커먼 독안개가 거대한 해일처럼 천천히 기병들을 향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퇴각해라! 빨리 퇴각해!”

기병 대장은 대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그가 말고삐를 돌리자 나머지 기병들도 하나 둘씩 퇴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갑자기 거센 바람이 몰아닥쳐 독안개가 빠르게 퍼지면서 순식간에 기병 300~400명이 안개에 먹혀 버렸다.

그들로서는 그 지독한 독안개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극소량의 독이라도 피부의 모공을 통해 체내로 들어오면 온몸을 마비시킬 수 있다.

“으악!”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기병들은 하나 둘씩 바닥으로 쓰러졌다. 사람이고 말이고 할 것 없이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때, 잔인한 사갈수들이 다가왔다. 놈들은 무시무시한 집게발로 기병들의 몸을 갈기갈기 찢은 후 그들의 몸뚱이를 먹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공포스러운 점은 독안개로 인해 몸은 마비됐지만 의식은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사갈수에게 잡힌 기병들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산 채로 몸이 찢겨 잡아먹히고 있었다.

그 처참한 비명 소리에 살아남은 기병들까지 간담이 서늘해졌다.

“잔인한 마수놈들 같으니라고!”

울부짖는 동료들을 본 기병대장의 두 눈이 분노로 시뻘게졌다.

“죽여라! 죽여! 죽여! 저놈들을 모두 죽여 버려!”

기병들이 다시 한 번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기병들의 공격이 오히려 오랜만에 배를 채우면서 여유를 즐기려던 사갈수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놈들은 들고 있던 사냥감을 내팽개치고 다시 한 번 기병들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사갈수는 군집생활을 하는 동물로, 공격할 때도 확실한 전략을 세운다. 좁은 청룡경을 벗어난 놈들은 즉각 무리 몇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방향에서 공격을 개시했다.

어두운 밤은 놈들이 위장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원체 온몸이 새까만데다 흑록색 안개에 싸여 육안으로는 형체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병들은 공격을 하려 했지만, 사갈수 무리 둘에게 양 옆을 내어주고 말았다.

“으악! 나 중독됐어!”

“살려 줘! 왼쪽에 괴물들이 있다!”

“안 돼! 오른쪽에도 마수들이 있어!”

기병들이 하나씩 말에서 떨어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살아남은 기병들도 공황에 빠져 방향감각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들은 미쳐 날뛰다 사갈수의 먹이로 전락하곤 했다. 기병대장마저도 그 재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도망가자!”

“빨리 도망쳐!”

지원 온 수천 기병 중에서 남은 건 700~800명뿐이었다.

나머지 기병들은 전부 사갈수의 극독에 당해 놈들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사갈수들은 기병과 말의 시체를 전부 협곡으로 밀어 넣고 독안개와 함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장소에는 핏자국과 화살, 병사들의 유품인 갑옷과 무기들만 남았다.

심빙우와 천제현은 산비탈에 서서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지만, 도울 방법이 없었다.

‘엄청난 놈들이구나!’

청령에 자리 잡은 사갈수 무리 때문에 사람들은 채굴 활동을 진행할 수 없었다. 그 망할 뚱보가 이 많은 자원들을 헐값에 팔아넘긴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심빙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중주에 돌아가서 지원군을 데려오는 게 낫지 않을까?”

“방금 그 참상을 보셨잖아요! 기적상회의 전투 인력은 아주 중요하다고요. 그들을 이런 사지에 밀어 넣을 수는 없어요.”

천제현은 한숨을 내쉬며 답답한 듯 말했다.

“이번에는 쉽게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이야!”

“어쩌지?”

“누님 체내의 독도 아직 완전히 해독이 안 됐잖아요.”

천제현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성에 한 번 갔다 와야겠어요.”

심빙우는 방금 본 일을 잊은 듯 무표정하게 물었다.

“본성에 간다고?”

“청룡경의 상황을 보건대, 사갈수가 청령에 나타난 게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면 청주성이 우리보다 더 급할 테니 그들을 한 번 도와주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의 말이 맞았다.

지금 청주성은 그 누구보다도 조급한 상태였다.

청령에 수만 마리의 사갈수들이 득시글거리고 있지 않은가.

사갈수들은 원래 인간의 활동 반경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사갈수 수천 마리가 청룡경을 점거해 버렸다.

청주의 동서를 연결하는 청령, 그 청령을 관통하는 청룡경은 매우 중요한 교통의 요지였다. 그런 곳이 막히면서 청주는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급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청주성은 몇 번이나 군대를 소집해 청룡경을 수복하고자 했으나, 그때마다 실패로 돌아갔다.

사갈수들을 소탕하지 못한 건 물론이고 오히려 놈들에게 잔칫상을 차려준 셈이었다. 그로 인해 청주성 병사들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정예병들만도 4~5만 명은 되었다.

상황이 이랬기 때문에 뇌주성에 악마가 나타났을 때 청주성이 돕지 못한 것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중주, 남주, 청주에서 모두 지원병을 보내야 옳았으나, 무안군은 애당초 청주를 제외한 남주와 중주에만 지원을 요청했었다.

왕성에서도 청주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청주가 어떻게 뇌주를 돕는단 말인가?

천제현이 청주성에 도착했을 때, 청주성의 분위기는 낙담 그 자체였다.

지난밤의 처참한 패전으로 청주의 정예병 2천이 또 목숨을 잃었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활기가 있을 리 없었다.

청주 동부인 동청주와는 2개월간 소식이 두절된 상태였다.

동청주는 남하국의 다른 지역과 접경이 맞닿은 곳이 없어 오직 청룡경을 통해서만 화물과 인적 수송이 가능했다.

그 청룡경이 끊겼으니 물자 공급조차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러니 현재 동청주가 어떤 상황일지 상상이 갈 것이다.

뿐만 아니다. 청주에서 생산된 자원들도 청주 밖으로 나가질 못해 썩어가고 있었다. 광산은 채굴이 중단되었고, 공장은 문을 닫았으며, 일꾼들은 소득이 사라져 청주의 경제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었다.

당장 먹을 것도 없는 상황에서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그때, 오방주가 급히 뛰어 들어왔다.

“회장님! 조사를 마쳤습니다.”

“그래요?”

천제현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그럼 가보죠!”

십여 분 후, 천제현은 한 거부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그 저택 안에서는 거친 상어해적단의 해적들이 미친 듯이 싸우고 있었다. 저택의 호위병들은 거의 다 쓰러져 있고, 시녀들은 한쪽에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땅에 주저앉아 있었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

“꺼져.”

대방주가 돼지처럼 뚱뚱한 한 사내를 걷어차며 문을 부숴 놓았다. 대방주는 허리춤에서 눈처럼 새하얗고 투명한 장도를 꺼내 뚱보의 목에 겨누며 말했다.

“천 회장, 이놈이 혼자 패물을 챙겨 도망치려고 했다오. 이런 놈을 용서해야겠소?”

‘이 사람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감히 우리 가문의 저택을 습격하다니. 우리 신씨 가문은 청주의 명문가인데!‘

뚱보 신원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너희는 대체 누구냐! 백주대낮에 감히 본성에 들어와 강도짓을 하다니!”

신원은 푸르뎅뎅하게 변한 얼굴을 들어 올려서 새로 들어온 두 명을 쳐다봤다.

“너, 너, 너는…… 안 죽은 거냐!”

천제현이 냉소를 띠며 말했다.

“물론이지. 난 멀쩡하다. 왜? 실망했느냐?”

“오해, 오해다!”

뚱보는 이제야 침입자들의 목적을 깨달았다.

“어젯밤 일은 사고였다고! 내 부하도 열 명 넘게 죽었어!”

천제현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셔?”

“그 마수들은 식사시간이 불규칙하단 말이야! 어떨 때는 3~5일 동안 나타나지 않기도 해.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하필이면 광산을 보고 있을 때 떼로 나타나다니!”

“흥!”

천제현이 그의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넌 청룡경이 마수 소굴로 변해 버린 걸 뻔히 알면서도 나한테 이야기하지 않았어. 그건 어떻게 해명할 거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마수들이 없다면 광산을 그렇게 싸게 팔아넘길 일도 없는데! 싼값에 샀으면 위험을 감수해야지.’

뚱보가 계면쩍게 웃으며 말했다.

“여 형, 일단 화를 가라앉히시오! 청룡경의 길이 잠시 끊겼다고는 하나 이건 알아야 할 거요. 청주가 청룡경을 그렇게 버릴 리가 없지 않겠소? 남하국도 마찬가지고. 청룡경 수복은 시간문제요. 그때가 되면 그 광산으로 큰돈을 벌 수 있을 거요! 채굴을 안 하고 바로 환매한다고 해도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을걸!”

“아무리 그래도 네놈이 입 한 번 벙긋하지 않은 덕에 우리가 목숨을 잃을 뻔하지 않았느냐! 이 망할 놈아!”

상어해적들이 다시 그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잠깐만! 잠깐만!”

뚱보가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그럼 사과의 뜻으로 여 형에게 금화 3천만 냥 더 싸게 드리겠소!”

최저가 3억 6천만 냥인 광산을 1억 5천만 냥에 산다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게다가 뚱보 말처럼 청룡경이 언제까지나 막혀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청주성의 자원 비축량은 8주 중에 으뜸이었다. 그런 청주의 자원이 끊긴다면 남하국 전체의 국력이 크게 떨어지리라.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된다.

천제현은 짜증이 나는 듯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이 돼지 놈은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구나! 이놈을 끌고 가서 가두거라!”

“살려 주시오! 살려 주시오!”

오방주는 공포로 울부짖는 뚱보를 끌고 갔다.

심빙우가 언짢은 듯 말했다.

“왜 이렇게 쉽게 용서해 주는 거야?”

“저놈은 그냥 비열한 소인배에 불과해요. 우리를 어떻게 해볼 생각은 아니었을 거예요.”

천제현은 여기까지 말하고 잠깐 말은 멈췄다.

“그리고 저한테 계획이 하나 있거든요. 곧 저 돼지가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무슨 계획인데?”

“청룡경이 폐쇄된 지 3개월이나 됐다고 들었어요. 지금까지도 다시 개통될 조짐이 없고요. 청령의 마수들은 이제 도시 전체의 골칫거리가 된 셈이죠. 청주의 자원 생산량이 크게 떨어지고 광산이며 임야 가격도 바닥을 치고 있대요. 제 생각에는 이 뚱보처럼 가산을 팔아 치우고 몸을 빼내려는 상인들이 꽤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기회에 자원을 좀 사두자는 거야?”

“역시 똑똑하다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돈이 별로 없잖아.”

“없으면 벌면 되죠!”

천제현이 헤헤 웃으며 말했다.

“가요! 같이 제후부에 갔다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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