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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05화 (301/729)

# 305

305장 사갈수 떼의 습격

청룡경 길목마다 사갈수가 신출귀몰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갈수들은 모습을 굳이 드러낼 필요도 없었다. 좁은 협곡 속으로 독안개를 뿜어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이 온통 독안개로 가득 차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살려줘!”

천제현의 호위와 자원지역을 지키는 간수들은 모두 사갈수의 독안개에 휩싸였다. 코와 입을 막아도 소용이 없었다.

강력한 독은 흡혈 개미처럼 어떻게든 몸을 파고 들어왔다. 독안개가 모공을 통해 들어와 몸을 마비시켜 사람들을 쓰러뜨리면, 그 위로 사갈수가 떼로 몰려들었다.

강철도 뜯어 버릴 것 같이 강력한 집게는 인간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조각난 몸은 마수들의 입으로 들어갔다. 피비린내 나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왜 청룡경의 광산 생산이 완전히 멈추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대규모의 마수 떼들에게 속절없이 당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대재앙이었다.

천제현은 재빨리 심빙우에게 달려가 그녀를 들어 안았다. 그러고는 다가오는 사갈수 하나를 발로 차서 떼어낸 후 도망치기 시작했다.

성광불멸체를 작동시킨 덕에 독안개가 체내에 침투할 수 없었다.

천제현은 심등을 켜서 칠흑 같은 어두움을 뚫고 방향을 찾을 수 있었고, 길에 숨어 공격하려던 사갈수를 재빨리 발견할 수 있었다.

중간 중간에 새끼 여우의 도움도 받아 순조롭게 청룡경에서 탈출했다.

뒤를 돌아보았을 때, 협곡은 완전히 검은색 독안개로 덮여 있었다. 탈출하지 못해 그곳에 남겨진 자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사갈수의 먹잇감이 되었으리라.

끔찍한 상황이었다.

하마터면 목숨이 날아갈 뻔 했다.

‘빌어먹을 뚱보 녀석, 가죽을 벗겨도 시원치 않을 놈 같으니!’

천제현은 의식을 잃은 심빙우를 땅에 눕히고 심빙우 등 뒤에 난 상처를 살펴봤다.

사갈수 대왕이 등을 공격했지만, 다행히 심빙우의 강력한 호신마력 덕분에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가벼운 찰과상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사갈수는 늘 독을 사용해 사람을 죽이기 때문에, 상처의 깊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독에 중독된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 지가 문제였다.

일반 사갈수의 독에 중독 되어도 몸이 마비되고 대량의 출혈이 발생하며 죽게 된다. 하물며 사갈수 대왕의 독은 일반 사갈수의 독보다 몇 배는 더 치명적이었다.

만약 일반 혼성술사라면 즉각 목숨을 잃었겠지만, 심빙우의 강력한 마력은 일시적으로 맹독도 이겨낼 수 있다. 다만 시간이 더 지체되어 독이 심장에까지 이른다면, 천제현도 방법이 없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다!’

지금 심빙우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은 검은 옷은 매력적인 몸매를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봉긋이 솟은 가슴, 길게 쭉 뻗은 다리, 풍만한 엉덩이.

그 강한 여인이 지금은 인사불성으로 쓰러져 있으니, 오히려 더 유혹적으로 다가왔다.

“날 탓하지 마세요. 다 누님을 구하려고 하는 거니까!”

천제현이 심빙우의 가슴 쪽 옷을 찢자 순백색의 피부가 드러났다. 다른 여인들과 달리 속옷을 입지 않고 배두렁이만 걸친 심빙우의 모습이 천제현의 눈에 그대로 들어왔다.

솟아오른 가슴 둔덕 사이로 가슴골이 깊이 패여 눈을 어지럽혔다.

‘나이가 몇인데, 어찌 속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거야?’

천제현은 심빙우를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몸에 제대로 맞지 않는 배두렁이를 매일 이렇게 가슴에 꽉 싸매고 있었다니, 숨 쉬다가 찢어지면 어쩌려고? 게다가 매일 이렇게 꽉 묶어두면 불편하지 않나? 차라리 입지 않는 게 낫겠네!’

천제현은 속으로 툴툴대면서도 손은 날렵하게 움직였다. 그는 심빙우의 정맥을 찾아 은침 몇 개를 꽂은 후 주요 정맥의 흐름을 막았다. 그리고 주변에 금강절맥지를 사용해 마력으로 심맥에 들어온 독을 조금씩 빼냈다.

과연 심빙우는 수련광이라 불릴 만했다.

이 매끈하고 유연한 몸매는 정말이지…… 천제현의 마음이 흐트러져 쓸데없는 생각에 빠질 참이었다.

푸흡!

심빙우가 피를 토하며 눈을 떴다. 그녀는 제대로 상황을 파악할 겨를이 없었다. 당장 가슴은 훤하게 드러나 있고, 누군가의 손이 그 위를 오가고 있었으니, 반사적으로 손이 먼저 나가는 것도 당연했다. 그녀가 손을 펼치자 강력한 백색 마력이 눈앞의 사람에게로 날아갔다.

“으…… 젠장!”

천제현은 황급히 불멸체를 사용했지만, 강력한 공격은 그를 몇 장 떨어진 큰 돌덩이 위로 날려 버렸다. 천제현이 떨어지자 돌덩이는 폭탄에라도 맞은 것처럼 완전히 부스러졌다.

심빙우는 벌떡 일어났다. 몸이 일순간 약해진 느낌이 들었다 서둘러 가슴 쪽을 가리다가 은침이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몇 초간 어리둥절한 채 있던 심빙우는 한쪽에서 남의 집 불구경에 신난 새끼 여우와 저 멀리 돌무더기에 쓰러져 있는 천제현을 발견했다.

‘천제현? 날 구하고 있었던 거야?’

의식을 잃기 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나자, 그녀의 얼굴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천제현은 쓰러진 곳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설마 한 방에 완전히 쓰러진 건 아닐 테지…….’

심빙우는 천제현이 계속 움직이지 않자 표정이 일그러지며 마음이 다급해졌다.

“괜찮은 거지!”

심빙우는 약해진 몸을 끌고 그를 살피러 갔다.

‘정말 죽은 건 아니겠지!’

천제현은 땅에 대자로 누워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부어오른 얼굴로 심빙우를 바라보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소리쳤다.

“감히 내 얼굴을 친 거예요! 목숨 같은 내 얼굴을!”

‘안 죽었네? 그럼 다행이다!’

심빙우는 이를 악 물고는 강인한 척 말했다.

“감히 나를 만지다니!”

“해독하고 있었잖아요!”

“그래도 날 만졌잖아!”

“나 참, 누님, 제가 정말 못된 생각을 했으면, 누님이 정신을 잃었을 때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나쁜 짓을 했을 거예요. 그러면 날 공격할 기회나 있었겠어요?”

“어쨌든 날 만졌어!”

천제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여자 진짜 말이 안 통하네.’

천제현은 두 손을 들고 항복했다.

“아, 알겠어요! 네, 제가 누님을 만졌어요. 절 어쩌실 셈이에요?”

심빙우는 흥 소리를 내며 말했다.

“지금까지 날 손끝 하나라도 건드린 남자는 살려두지 않았어!”

“하, 그럼 날 죽이시게요?”

“죽이지 않아.”

“그래요?”

천제현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럼 제가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요?

“괜찮아. 용서해 주지!”

‘용서를 해? 제기랄, 감히 날 용서한다고?’

천제현은 이를 악 물고 말했다.

“이거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요?”

심빙우는 가볍게 응이라고 말하며 인정하는 듯했다. 천제현은 이 말주변 없는 과묵한 여인이 새롭게 보였다.

‘지금까지 내 얼굴이 천하제일로 두꺼운 줄 알았는데, 진짜는 따로 있었군!’

사람들에게 길이길이 알려야 할 교훈이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과 심빙우의 가슴은 절대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하지만 호랑이 코털과 심빙우의 가슴보다 더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절세 미남인 이 천제현의 얼굴이지!’

이렇게 한 대맞고 그냥 넘어간다고?

그건 천제현의 방식이 아니다.

심빙우는 천제현이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기에 똑같이 되돌려줄 수는 없다. 허나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늦지 않는 법.

“좋아요, 좋아. 제가 누님 목숨을 구했는데, 누님은 저에게 한방 날리셨으니, 이렇게 끝내는 걸로 하죠!”

심빙우는 천제현이 비꼬고 있는 것도 모르는 채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천제현은 하마터면 망가질 뻔한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한 방에 불멸체를 망가뜨리다니! 한 방에 이 몸을 인사불성으로 만들어 놓다니.’

심빙우의 실력은 상상한 것보다 더 강했다. 심빙우의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나온 공격임을 감안할 때, 정상적인 상태에서 공격을 당한다면 천제현은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심빙우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안 일어나는 거야.”

“못 일어나겠어요. 온몸의 뼈가 다 분리된 것 같아요.”

천제현이 손을 내밀었다.

“저 좀 일으켜주세요.”

심빙우는 말없이 천제현을 바라보다가 어떤 소리를 감지했다.

“말발굽 소리가 들려!”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천제현은 바닥에서 손을 내민 채 떨떠름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새끼 여우는 남의 집 불구경에 아주 신이 났다.

“웃긴 뭘 웃어?”

천제현은 새끼 여우를 흘겨보며 말했다.

“아주 매를 버는구나!”

천제현도 미세한 땅의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말발굽 소리였다.

‘설마……청주의 정규군이 온 것인가!’

퉁퉁 부은 얼굴로 산기슭에 오른 천제현은 저 멀리서 도깨비불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았다. 기병들이 들고 있는 횃불이 분명했다. 그 숫자는 최소 수천 이상으로 보였다.

‘기병대인가? 이렇게 대놓고 쳐들어 왔다고? 어리석기는!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군!’

정예기병 수천 명이 청룡경 입구에 도달하자 마수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청주의 기병들은 사갈수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사갈수는 몹시 위험한 마수로, 특히 독안개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놈들이 인근 마을을 공격한다면 끔찍한 참사가 벌어지리라.

“전군은 들어라! 무슨 일이 있어도 저 마수를 여기에서 막아야 한다! 놈들이 흩어지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야!”

사갈수 한 마리의 독이면 소대 하나가 궤멸될 수 있다. 차라리 한데 모여 상대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놈들이 흩어져서 독안개가 사방을 뒤덮어 버리면 어떻게 빠져나온단 말인가. 게다가 지금은 육안으로 독안개 구분이 불가능한 어두운 밤이다.

“화살을 쏴라! 화살을 쏴!”

“300보 거리 밖에서 죽여라!”

청주의 기병들은 특유의 돌진 전술을 포기하고 45도 상공으로 화살을 쐈다. 하늘을 뒤덮을 듯 빽빽하게 날아간 화살들이 비처럼 사갈수에게 쏟아졌다.

휙휙!

사갈수 몇 마리가 화살에 맞았다.

잔뜩 약이 오른 놈들은 사냥감 쟁탈전을 멈추고 한꺼번에 기병들을 향해 몰려왔다.

청주 기병들은 침착하게 조금씩 후퇴하면서 화살을 날렸다. 다시 한 번 화살비가 쏟아졌으나 문제는 사갈수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는 데다가 피부는 또 얼마나 단단한지 화살이 제대로 박히지도 않았다. 또한, 독안개가 사갈수들을 뒤덮고 있어 화살의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그야말로 눈 감고 활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 화살 열 대 중 한 대가 맞을까 말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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