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4
304장 헐값에 광산 인수
지금 신원이 파는 광산들은 쉽게 살 수 없는 우수한 품질의 자원이 매장된 광산이다. 구매하려 들어도 산정된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값을 부를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 뚱보는 가격을 올리기는커녕 절반으로 해준다고 하는 중이었다. 매우 수상했다.
‘수상해! 너무 수상해!’
게다가 누가 재산을 팔기 위해 성 정부에 공증까지 받아서 들고 다닌단 말인가? 정말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흘러넘치는 재산을 감당 못한 나머지 얼른 팔아 버리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새 아닌가.
“제 목숨도 걸 수 있습니다!”
천제현이 미간을 찌푸리자 뚱보는 절대 걱정하지 말라는 듯 강조하며 한 마디 덧붙였다.
“다 합법적인 광산입니다. 매장량과 품질 모두 절대 거짓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래하지요!”
얼굴 앞에 고기를 들이밀어 주는데 먹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계약서를 쓰고 공증을 받은 후에 우선 삼분의 일을 선금으로 지불하겠습니다. 내일 광산을 직접 살펴본 후, 문제가 없으면 다시 삼분의 일을 드리지요. 마지막 삼분의 일은 우리 쪽 사람이 상회를 인수받으면 그때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두 사람은 계약서에 사인했다.
신원은 계약서에 합법적인 광산이며, 매장량과 품질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확실하게 썼다. 만약 일말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10배의 금액을 배상하겠다고도 명기했다.
계약이 완료되면 정식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지금부터 양 측은 반드시 계약에 입각해 결제하고 거래를 진행해야 하며, 마음대로 계약을 어길 시 몇 배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줘야 한다.
뚱보는 무거운 짐을 던 듯 큰 한숨을 내쉬더니 허허 웃으며 천제현에게 말했다.
“여 회장님, 이렇게 많은 광산을 손에 넣으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나도 이제 자질구레한 일들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게 되었습니다. 내 호위들에게 여 회장님을 청룡경의 광산으로 안내하라고 분부해 두지요.”
“같이 안 가시나요?”
“저는…… 다른 거래를 진행해야 해서 말입니다.”
뚱보의 웃음이 뭔가 좀 어색했다.
“광산까지 동행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여섯 개의 광산을 팔았으니 이제 뚱보는 평생 흥청망청 돈을 쓰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는 뭔가 무거운 짐을 던 것 같은 모습이었다.
“속인 건 아니겠지?”
심빙우가 천제현에게 말했다.
“넌 지금 외국 상인 신분이잖아.”
“속이다니요, 그럴 엄두도 못 낼 겁니다.”
천제현은 턱을 어루만지며 몇 분 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 광산들 자체는 문제가 없어요. 뭔가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아마 채굴작업이 순조롭지 못해 골칫거리였을 거예요. 여섯 개 광산에서 정상적인 생산이 안 되면, 광산부터 시작해 제련공장, 상단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운영이 안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엄청난 돈을 낭비하게 되겠죠. 그러니 이렇게 서둘러 팔려고 했을 거예요.”
“그걸 알면서 왜 산 거야?”
“광산 자체만 문제가 없으면 다른 건 문제 될 게 없지요!”
천제현은 다른 여섯 개 광산은 몰라도 초음파 수정석 광산은 반드시 살 생각이었다.
초음파 수정석 생산 관련 문제는 어차피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그 김에 다른 광산에 투자할 기회가 생긴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광산이 정상적으로 가동만 된다면, 그 가치는 몇 배로 뛸 것이다.
신원의 일처리는 매우 빨랐다.
신원이 부른 열 몇 명의 호위와 마수차가 천제현을 태우고 청령으로 향했다.
천제현은 멀리 청령을 바라보았다. 구름까지 뚫어 버릴 정도로 높이 솟은 무수한 산봉우리들은 장벽처럼 우뚝 서 있었다. 쭉 뻗어 내린 산등성이, 굽이굽이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은 과연 남하국에서 가장 험준한 산령이라 할 만 했다.
특히 양쪽이 가파른 낭떠러지인 청룡경에 들어서자, 빛줄기조차 희미해져 심연에 빠진 것처럼 어둠의 압박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청룡경이 6개 길 중 가장 넓다고 하니, 나머지 5개의 길은 대관절 어떤 모습인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천제현은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청룡경 곳곳에 수많은 임업장과 광산이 위치해 있는데도 어찌 이토록 고요할까. 모든 광산이 운행을 멈추고, 몇 개 정도만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이건 너무 이상한데!’
천제현은 청주 사람은 아니지만, 청령 자원이 청주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남하국 자원의 절반이 청주에서 나온다면, 청주 자원의 8할은 청령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청주 자원지역은 청주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자원 수출이 바로 청주 경제의 원천인데, 만약 청령 자원지역 업자들이 다 파업을 해버리면, 청주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청령경의 냉랭한 분위기로 볼 때, 파업이 시작된 지 꽤 된 것 같았다.
천제현은 자꾸만 수상쩍은 느낌이 들었다. 호위들로부터 뭔가 정보를 캐내보려고 했지만, 호위들은 자꾸만 피하며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다.
“광구에 도착했습니다!”
호위들은 밖에서 지키고 있고, 천제현과 심빙우가 안으로 들어가 자세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 발견된 광석의 품질은 생각보다 더 우수했다. 절반 가격은 어림없고, 오히려 원가보다 두 배의 가격이었어도 이득이었을 것이다.
갱을 몇 개 더 살펴보았으나, 결과는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 광구 안팎으로 어떤 문제도 없군. 채굴 설비도 이미 다 구비되어 있어.”
천제현은 답답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사람만 있으면 채굴 작업은 당장에라도 시작할 수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 싸게 팔아넘긴 거지? 이건 너무 말이 안 되는데!”
심빙우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컁컁!
새끼 여우가 갑자기 일어나 경계하는 소리를 냈다.
천제현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너, 뭔가를 느꼈구나?”
새끼 여우가 답을 하기도 전에, 놀라 허둥대는 호위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큰일이다!”
“마수의 습격이야!”
“어서! 어서 도망 가!”
호위들은 허겁지겁 뛰어가 마수차를 몰고 달아났다. 다른 광구 간수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키고 있던 자리를 비워두고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빠르게 달아났다.
이미 해질 무렵이 다 되었다.
청룡경 산골짜기는 좁고 길게 늘어져 있기 때문에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태양이 아직 산 위에 걸려 있었지만 밤이 된 것처럼 어두웠다.
깊은 협곡으로 검푸른 짙은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안개는 파도처럼 세차게 밀려들어왔다.
천제현은 몇 초간 어리둥절한 채 있었다.
‘이것은…… 마수 떼가 아닌가? 설마 마수들이 몰려오는 건가?’
마수 재해도 천재지변 중 하나였다. 마수들이 떼로 몰려들어 인간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는 파괴적인 재해다.
심각한 마수 재해는 도시를 넘어 한 국가를 뒤흔들 정도로 위험하다.
협곡에 피어오르는 짙은 안개와 함께 위험한 기운이 다가오자 심빙우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는 뛰어난 감각으로 짙은 안개 속에 숨어 있는 마수들을 발견했다. 그런데 모두 처음 보는 마수들이었다.
1장 정도 되는 길이에 무게는 300~500근 정도는 되어 보인다. 온몸은 칠흑처럼 검은 껍질로 싸여 있는데, 길고 가는 것이 딱 뱀의 형상이다.
혀를 날름거리는 머리와 함께 몸 앞쪽은 꼿꼿이 세우고, 뒤는 바닥에 딱 붙여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몸에 달린 6개의 팔 중 맨 앞의 두 팔은 날카로운 대형 집게였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수가 몰려들고 있었다. 적어도 2천 마리는 되어 보였다.
본디 그리 넓지 않은 청룡경이다. 그런 이곳에 마치 홍수가 밀려오듯 수많은 마수가 동시에 나타났다. 낮고 음산하게 들려오는 스스거리는 소리와 함께 빼곡하게 들어찬 붉은 눈빛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갈수(蛇蝎獸)다!”
천제현의 안색이 변했다.
“고위험군인 군집형 1급 마수야!”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저 멀리 땅이 맹렬하게 갈라지더니, 칠흑색의 괴물 몇 마리가 땅에서 튀어나왔다.
긴 꼬리를 세우고 있었는데, 꼬리 끝에 전갈 꼬리침 같은 것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짙은 안개를 뿜어내고 있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 주변이 안개로 가득 찼다.
“흥!”
심빙우는 반사적으로 두 손을 펼쳐 멀리 일격을 날렸다. 그녀의 무시무시한 공격에 괴물들은 꽁꽁 얼어 버리더니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1급 마수들도 단번에 쓰러져 버릴 정도의 공격이었다.
심빙우가 공격에 집중하고 있을 때, 사갈수 몇 마리가 땅속에서 올라오는 안개와 함께 땅을 뚫고 올라오고 있었다.
“조심해요!”
천제현이 괴물들의 위험성을 알아채고 외쳤다.
“안개를 피해요!”
한발 늦었다.
심빙우가 그만 안개를 들이마시고 만 것이다. 매캐한 기운이 폐부에 가득차자 몸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이런…… 안개에 독이 있어!’
심빙우는 분노의 일격을 날려 사갈수 세 마리를 단박에 해치웠지만, 시야는 흐려지고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독이 온몸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1급 마수가 이토록 맹렬한 독을 뿜어낼 줄은 심빙우도 예상치 못했다. 심후한 마력이 아니었다면 지금 그녀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심빙우는 천제현의 경고를 듣고 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러나 누가 그 짧은 순간에 중독 될 거라고 예상이나 했으랴.
펑!
바로 이때, 땅이 다시 갈라지면서 길고 긴 꼬리가 튀어나왔다. 이 녀석은 다른 사갈수와는 좀 달랐다.
짙은 금색에 장대한 몸집을 한 이 마수는 심빙우의 등을 향해 날카로운 전갈 침을 쏘았다.
이런 기습공격에 쉽게 당할 심빙우가 아니었으나, 사갈수의 독에 중독된 것이 화근이었다.
강한 마력으로 버티어도 전처럼 재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어려웠다. 등 뒤에서 밀려오는 찌르는 듯한 통증에 심빙우의 눈앞이 흐려졌다. 정말 큰일이 난 것 같다.
‘설마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사방으로 독안개가 둘러싸자 심빙우는 도망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난 신경 쓰지 마! 어서 가!”
“여우야, 날 보호해!”
강시의 독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새끼 여우였다. 사갈수가 아무리 맹독을 뿜어낸다 한들, 강시에 비하면 별것 아니었다.
새끼 여우가 배를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자 심빙우 주변에 있던 독안개가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꼬리 침으로 심빙우를 습격한 짙은 금색의 괴물은 사갈수 대왕임이 틀림없다.
사갈수 대왕은 2급 마수로, 그 독성은 일반 사갈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심빙우의 마력으로도 순식간에 전투력을 상실할 정도니, 그 파괴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빨리 해독하지 않으면, 심빙우의 생명이 위험하다! 우선은 여기서 탈출하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