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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03화 (299/729)

# 303

제303장 자원의 보고, 청주

“무슨 고민이 있는 것 아닌가요?”

천제현은 심빙우의 눈빛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했다.

“누구나 약점은 있는 법이에요. 힘든 일이 있으면 제가 도와줄게요!”

심빙우가 그를 슬쩍 보고는 말했다.

“넌 날 도와줄 수 없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천제현은 기분이 나빠졌다.

“날 얕보는 건가요? 나 천제현이에요. 허풍이 아니라, 하늘의 별도 따다줄 수 있다고요!”

심빙우의 마음이 살짝 움직였다.

이젠 세월이 너무 흘러 그녀 자신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천제현의 말 한마디에 마음 속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그녀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 사람이라면……나의 복수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

심빙우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됐어.”

“뭐가 됐어요?”

“더 이상 묻지 말아줘. 말하고 싶지 않아!”

“좋아요. 하지만 이건 알아둬요. 우리와 함께하는 이상, 저는 누님 편이에요.”

천제현은 심빙우에게 뭔가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천제현은 다시 술을 따르며 말했다.

“기적상회는 누님의 집이나 마찬가지에요. 그러니 무슨 일이 있다면,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마세요.”

옥 술잔에 담긴 황금빛 액체 위로 심빙우의 복잡한 눈빛이 비쳤다.

천제현의 갑작스러운 관심에 그녀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어려서부터 늘 혼자였던 내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오방주가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회장님, 부두에 도착했습니다!”

청주(靑州).

대부분 숲으로 뒤덮여 이름 그대로 청색이 가득한 땅이다. 복잡한 지형에 숲이 빽빽하게 차 있는 청주는 남하팔주 중에서도 자원 보유량이 가장 많다.

자원이 풍부해 다양한 품목을 수출하다보니 청주 항구는 늘 인산인해였다. 팔주 상선을 비롯해 외국 상선도 끊이지 않았다.

일주일 전, 상어해적단은 비밀리에 청주로 사람을 보내 창고, 부두를 건조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청주에 초음파 수정석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우선 이 사람들을 중주로 돌려보냈다.

“연락은 됐나요?”

“안심하십시오, 회장님. 연락이 왔는데, 저녁쯤 도착한다고 합니다!”

“우선 지도를 가져오세요.”

청주 지도를 통해 청주 지형을 아주 상세하게 볼 수 있었다.

청주는 중주와는 다르다. 중주는 평원과 언덕이 많았지만, 청주는 산맥으로 이루어졌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청룡령(靑龍岺)으로 보통 청령(靑岺)이라고 불렸다.

5,300킬로미터에 달하는 청령은 청주 전체를 관통하는 남하국 제1산맥이었다.

청주 지도에서도 청령의 드높은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청령은 마치 거대한 와룡 십여 마리가 땅을 휘감은 것처럼 청주를 반으로 가르고 있었다. 청주의 청(靑)자도 이 산에서 따온 것으로, 청령의 광물 자원이 청주 자원의 8할을 차지하고 있었다.

청령은 청주를 서청주와 동청주로 가르는 천연 요새의 역할을 했다.

이토록 험준한 산을 넘어 동서 두 지역이 어떻게 왕래할 수 있을까?

물론 방법이 있다.

청주 사람들은 오랜 기간의 탐색 끝에 청령에서 6개의 길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청령육경(靑岺六景)이다.

6개 중 5개는 마수차 하나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길이 협소하고 구불구불했다.

위험한 지역과 마수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단 청룡경이라 불리는 길만은 넓고 평탄해서 청주 관용 도로로 사용되었다. 자원 운송, 군대 출입 등 모든 것이 다 이 길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청룡경이 서청주와 동청주를 연결하고 있다. 또한 청룡경 좌우로 많은 광물과 삼림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이 길을 통하면 채굴과 운송이 한결 편리했다.

천제현은 수정 광산도 이 청룡경 안에 있는지 알고 싶었다.

“청주는 팔주 중에서도 가장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더니, 그 소문이 사실이었군.”

천제현은 지도를 살펴보며 감탄했다.

“청령 한 곳에서만 수백여 종의 광석과 수천 종의 진귀한 약재가 나오는데다, 진귀한 동물들도 매우 많다고 하니 참으로 좋은 땅이군. 지리적 환경 때문에 개발이 더디어 발달이 덜 된 것일 뿐, 이런 곳이 우리에겐 더 좋을 수 있겠어.”

천제현이 상회를 발전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자신의 세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자원을 확보하고자 함이 아니던가.

지금까지 탐지된 양이 청주 전체 자원의 절반도 안 된다고 하니, 만약 기적상회가 이곳까지 세력을 확장하게 되면 청주는 거대한 자원보유고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상어해적단 세력까지 더해지면 기적상회는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도착했습니다.”

“여장가 회장님이십니까?”

피둥피둥 살이 찐 뚱보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천제현을 보자마자 손을 잡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뵙게 되어 참으로 영광이올시다. 소인 신원, 여회장님을 뵙습니다!”

잡고 있던 손을 풀면서 천제현을 살피던 뚱보는 놀란 기색이었다.

“이렇게 젊은 분이 외국의 상회를 이끄실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참으로 놀랍군요.”

이 뚱보의 태도가 좀 이상하다.

“신 회장님, 과찬이십니다.”

천제현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저는 말 돌리는 건 질색입니다. 저희가 온 연유를 잘 아실 텐데, 물건은 가져오셨습니까?

“당연하지요, 잊지 않고 가져왔지요!”

뚱보는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광석 견본을 어서 가져와!”

두 사람이 큰 상자를 들고 와서 중앙에 놓았다. 상자를 열자 반짝이는 빛이 퍼져 나왔다. 맑고 투명한 수정석이 일렬로 놓여 있었다.

천제현은 그중 하나를 집어 찬찬히 살펴보았다.

초음파 수정석의 성질은 특수해서, 매우 강력한 방사성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분간할 수 있었다.

천제현은 단박에 자신이 원하는 물건임을 알아챘다.

‘됐어, 드디어 찾아냈군!’

초음파 수정석의 가격은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이 시대 사람들이 이 재료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취급을 받지 못하는 재료 중 하나였다.

이런 재료일수록 천제현과 기적상회에게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천제현이 알기로는 초음파 수정석은 매우 희귀한 재료라, 남하국에서 발견된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 만약 청주 광산을 놓치고 지나쳤다면, 단기간 내 새로운 광산을 찾지는 못했을 테고, 결국은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간과 비용 모두 낭비할 뻔 했다.

이 광산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내가 찾던 바로 그 광석이군요.”

천제현은 광석을 확인한 후 잘 모르는 척 뚱보에게 물었다.

“신 회장님께서는 얼마에 파실 생각이신지?”

‘이상하다, 이상해.’

이 수정석 비축량이 많았지만, 정작 생산물은 너무 적어 사려는 자가 없었다,

‘그런데 이 외국 상인이 왜 이런 것에 관심을 보이지?’

뚱보는 작은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요. 선물로 드릴 수는 있지만 팔 수는 없습니다!”

선물은 해도 팔지는 않는다? 이 무슨 소리인가.

“우리 집안은 사대 째 대대로 장사를 해온 집안입니다. 그러다보니 좋은 광산들을 꽤 갖고 있지요.”

뚱보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여봐라, 견본들을 모두 갖고 와서 여 회장님께 보여드려라.”

작은 상자들이 한 무더기 앞에 놓여졌다.

신원의 호위들이 상자를 하나씩 열자 그 속에 각양각색의 수정 광물이 놓여 있었다. 천제현이 쭉 훑어보니 상당히 좋은 수정 광물들이었다.

몇 가지는 남하국에서도 희귀한 재료로, 기적상회에도 큰 사용가치가 있었다.

‘답답하군. 초음파 수정석 광산을 사려고 왔는데, 이 뚱보는 왜 이런 물건들을 늘어놓고 있지?’

“사실 이렇습니다!”

뚱보가 실처럼 작은 눈을 껌벅거리며 말했다.

“이 재산들은 다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물려주신 것인데, 아버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저는 장사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집안의 사업을 다 정리할 생각입니다. 청령에 있는 광산은 총 일곱 개로, 만약 두 개 이상을 사신다면 원하시는 이 광산을 그냥 무료로 드리겠습니다!”

‘팔지 않고 선물로 준다는 게 이런 뜻이었군. 이 뚱보 녀석이 끼워 팔기를 하네!’

초음파 수정석 광산은 매장량이 많기 하지만, 수정석 가격 자체가 워낙 싸고 판로도 좁다보니, 가격을 아무리 높게 불러봐야 금화 천만 냥 정도였다. 그렇지만 다른 여섯 개의 광산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두 개 이상을 사시면 이 광산을 그냥 드린다니까요.”

뚱보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세 개를 사시면 1할, 네 개를 사시면 2할을 빼드리지요. 다섯 개를 사시면 3할, 모두 사시면 4할을 싸게 드리겠습니다! 많이 살수록 이득 아닙니까, 이런 기회는 흔치 않지요!”

‘집안 말아먹는 놈일세!’

뚱보의 아버지가 이 일을 아신다면, 분명 무덤에서 뛰어 나와 혼쭐을 내셨을 것이다.

천제현은 웃으며 말했다.

“모두 다해서 5할은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지요!”

신원으로서는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그럼, 여섯 개 광산을 절반 가격에 드리고, 이 광산은 덤으로 드리지요!”

‘이렇게 쉽게? 집안을 이렇게 쉽게 말아먹을 리가 없을 텐데!’

천제현은 견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광석은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분명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여봐라, 증서를 가져 오너라!”

뚱보는 기뻐하는 속내를 살짝 비쳤다가 바로 표정을 감추었다. 그는 천제현이 혹 마음을 돌릴까 두려워, 호위에게 재빨리 증서들을 가져오라 분부했다.

“이것들은 광산 조사 수치, 비축량, 품질 등과 관련된 증서입니다. 모든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제3자 감정기구에서 나온 것이고, 청주성 관인이 찍혀 있습니다. 모두 사실임을 내 보장합니다. 여 회장께서 직접 살펴보시지요!”

‘이것이 7개 광산의 검사와 조사 보고서로군.’

보고서마다 청주성 관인이 크게 찍혀 있었다.

이런 인장은 마력진을 사용해 위조를 방지한다. 천제현의 눈에는 별것 아니어 보여도, 이 시대에는 고급 위조방지 기술이 있기 때문에, 언감생심 관인을 위조할 수도 없고 위조할 엄두도 못 낸다.

청주 현지인인 신원이 목숨을 내놓지 않고서야 성 관인을 감히 위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증을 봐서는 가짜일 수 없는데!’

어쨌든 사업인 이상, 천제현도 실제 상황이 어떤지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한다.

“보고서를 보면 가치평가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뚱보가 입을 열어 셈하기 시작했다.

“광산 총 가치는 금화 3억 6천만 냥 정도인데, 이걸 절반으로 깎으면 1억 8천만 냥 정도가 되니 이 가격은 어떻습니까?”

‘이 뚱보 보게, 이토록 좋은 자원을 저렇게 싼 값에 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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