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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301화 (297/729)

# 301

제301장 천남성 나들이

천제현,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녀석이다. 비행선을 타고 중주성 상공을 한 바퀴 돈 것도 모자라 이제는 성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다니. 공서련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성 사람들은 천제현의 장난에 장단을 맞춰주며 즐거워했다.

천제현은 중주 일인자지만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호감을 샀다. 얼굴이 좀 많이 두껍긴 하지만, 그래도 백성들과 스스럼없이 지내지 않는가.

“사귀어라!”

“사귀어라!”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공서련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행복하고 감동스럽기도 하고 기쁜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창피함이 가장 컸다.

‘더 이상은 못 참겠어.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이젠 나까지 끌어들이다니. 안 되겠군!’

공서련은 천제현의 나팔을 뺏어 들었다.

“여러분, 이런 허튼 소리 듣지 마세요!”

당황한 기색이 가득한 공서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녕하세요, 저는 공서련입니다. 저희는 지금 시험 비행중이에요. 기적상회에서 새로 발명한 비행선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신선하고 재밌기도 했다.

그동안 하늘을 통해 운송하는 일이 없지는 않았다. 비행마수를 사용하면 가능했지만, 비행마수 자체가 너무 비싸 일반인은 이용할 엄두를 못 냈다. 그런데 이 비행선은 가격도 그리 비싸 보이지 않는 것이 실용적인 물건임이 틀림없다.

“이제 여기는 다 돌았으니 더 멀리 날아가 보죠.”

천제현이 공서련에게 말했다.

“큰 아가씨께도 인사를 드려요.”

“좋아!”

공서련은 나팔 음량을 최대로 올렸다.

“언니, 잠깐 나갔다 올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공화련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비행선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감돌았다.

“이거 정말 재밌다!”

공서련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나 이 공서련호 비행선을 조종해 볼래!”

“할 수 있겠어요?”

“흥, 쓸데없는 소리, 당연하지!”

공서련은 조종키를 차지하며 말했다.

“공서련호 비행선이잖아. 내 이름까지 갖다 썼으면 내가 직접 조작해야지! 저리 비켜!”

공서련이 조종키를 과감하게 한 바퀴 돌리자, 비행선이 흔들거렸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천제현의 황금밀주를 몰래 마시던 새끼 여우가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순간이동을 써서 얼른 큰바구니 안으로 돌아온 새끼 여우는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몰래 마시던 술은 이미 다 엎어진 후였다.

비행선이 하늘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요동치고 있었다.

“아,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공서련은 어찌할 바를 몰라 소리쳤다.

“왜 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거야!”

“당황하지 마요!”

천제현이 두 팔을 뻗어 공서련의 몸을 감쌌다.

그는 공서련의 작고 하얀 손을 붙들어 조종키를 제어했다.

“움직임이 너무 커요. 조금씩 조절해야죠. 이렇게!”

공서련의 자그마한 손 위로 천제현의 큰 손이 포개졌다.

마치 천제현이 공서련을 뒤에서 안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이 녀석이 또!’

공서련의 귀가 빨개졌다. 그런데 심란하고 불안하면서도 반항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자!’

품 안에서 얼굴이 붉게 물든 여인을 바라보자니 천제현은 속으로 씩 웃음이 나왔다.

‘정말 어린아이 같은 여자군. 보기 드물게 순수한 사람이야.’

천제현과 함께 성장하면 그녀도 오래오래 살 수 있다.

앞으로 백 년이든 천 년이든 그녀의 순수함이 쭉 이어진다면, 천제현은 계속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출발!”

이제 안정을 찾은 공서련호 비행선이 찬란한 태양빛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제현의 어깨는 넓지는 않았지만 따스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공서련은 조금씩 그 품이 익숙해져 그다지 부끄럽지 않았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야?”

“마음 가는 데로죠!”

“좋아!”

성을 벗어난 비행선은 우선 성 주변 공장을 맴돌았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거대한 공업지대가 눈에 들어왔다.

“통조림 공장이 보여!”

공서련이 놀라워하며 아래쪽을 가리켰다. 그것은 공서련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통조림 공장이었다.

중주성 통조림 공장은 대부분 가동 중이었다. 부근의 양식장과 구매기지에서 마차를 이용해 대량의 신선한 식재료를 통조림 공장으로 들여오면, 수천 명의 직원들이 바쁘게 작업을 시작했다.

대량생산된 통조림은 기적상회의 통조림 창고 안에 모두 보관된다. 지금은 창고들 대부분이 가득 찰 정도다. 통조림 판매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 이런 물품 비축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공서련은 여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통조림은 그녀가 기적상회에 가장 크게 공헌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공서련은 통조림이 전국, 아니 각 국가의 사람에게로 널리 판매되기를 기대했다.

비행선은 계속 운항을 이어갔다. 많은 공장들이 연이어 지나갔다. 일부는 기적상회에서 직접 세운 것이고, 어떤 공장은 기적상회와 여러 가문들의 합작품이었다.

따지고 보면 현재 중주성 자원 절반이 대부분 기적상회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삼십 만에서 오십 만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기적상회를 위해 일하게 될 것이다.

기적상회는 수익성이 좋아 직원 대우 수준도 높다. 기적상회가 생긴 덕분에 중주성 전체 경제 수준도 몇 배 이상으로 뛸 것이다.

‘기적상회가 이렇게까지 발전하다니, 꿈만 같은 일이야!’

기적상회 비행선이 항구에 이르렀다. 부두는 선원 수천만 명이 화물을 운송하느라 시끌벅적했다. 대량의 신선한 목재가 운송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기적상회가 부두를 보수하면서 전용 선거(船渠)와 화물 조차장을 건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푸른 호수를 가로지르며 놓인 대형선박 몇 십 척이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모형처럼 보였다.

상어해적단 깃발이 꽂혀 있던 배들은 모두 기적상회 선박으로 탈바꿈되고 있었다.

투자와 대규모 자원의 도움 덕분에 상어해적단은 빠르게 성장했다. 이제는 여러 주에 전용부두와 선거를 설치하여 수상 항로를 확장하고 있었다.

“겨우 몇 달 만에 천남성의 작은 상회가 중주에서 가장 많은 자원을 가진 최고의 상회가 되다니!”

공서련은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이제 중주는 우리 차지야!”

“고작 이걸로 만족하는 건가요?”

천제현은 공서련의 작은 배포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중주도 남하도 너무 작아요. 아니…… 이 대륙 자체가 너무 작아요. 이제부터가 시작이죠!”

그렇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천남성을 돌아보는 건 어때요?”

천제현이 의견을 냈다.

“천남성에서 초음파 수정석 광산이 발견되었다고 하던데, 함께 가보시죠.”

“좋아! 좋아!”

공서련은 어미닭 앞의 병아리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가보고 싶었어!”

말이 떨어지자마자 두 사람은 바로 비행선을 천남성으로 돌렸다.

비행선은 점차 인적이 드믄 지역으로 들어섰다.

푸르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들판은 마치 에메랄드가 반짝이듯이 아름다웠다.

그 가운데 흐르고 있는 강줄기는 은색 띠가 되어 초록 들판을 두르고 있었다. 수천 마리 들소가 초원을 내달리고, 마수들은 무리지어 땅 위에서 뛰놀고 있었다.

“진짜 높다! 더 높이, 더 높이!”

공서련은 아이처럼 소리 질렀다.

비행선은 계속해서 더 높이 올라갔다.

“구름 위까지 올라왔어요!”

“구름이 솜처럼 잔뜩 떠 있어!”

괴이하게 생긴 금수 무리가 가까이 다가오자 공서련은 경계하면서도 처음 보는 거대한 금수들을 살펴보았다. 공서련에게는 모두 새로운 경험이었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어?”

“지금은 안 돼요.”

천제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최고로 높이 올라왔어요. 더 올라가면 강풍을 만나게 되는데, 이 비행선은 아직 허술하기 때문에 바람을 당해내지 못하고 다 찢어지고 말거예요.”

“알겠어, 재미있다고 다 해볼 수는 없지.”

공서련도 그리 낙심하지는 않았다.

“다음에는 강철로 비행선을 만들어보는 게 어때. 몇 만 미터는 날 수 있게!”

‘이 여자, 생각 한번 과감하네.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로군!’

천제현은 웃으며 답했다.

“좋아요. 다음엔 강철 비행선을 만들어요!”

천남성을 왕복하는 데는 보통 이틀은 걸린다. 하지만 비행선을 타면 그 속도가 말을 탄 것보다 빨라진다. 두 사람은 반나절 만에 천남성에 도착했다.

천남성은 몇 달 만에 크게 달라졌다.

기적상회의 탄생지이자 가장 처음으로 기적상회의 혜택을 받은 천남성은 이제는 화려한 조명이 가득한 도시로 변했다.

점포마다 전등이 걸려 있었고, 기적상회의 여러 가지 상품이 거리에 가득했다. 어딜 가든지 기적상회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예전에 살던 곳이다!”

공서련이 가리키는 방향에 과거 남운상회 저택이자 공서련이 십여 년을 살던 곳이 보였다. 양씨 가문의 공격에 무너졌으나 공화련이 다시 사람을 불러 원래의 모습 그대로 복원시켰다.

후원을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감개무량해졌다.

노예시장에서 사온 천제현을 이 집에 몰래 데려왔을 때만 해도, 천제현이 자신의 운명을 완전히 뒤바꿔 놓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공씨 집안 저택은 사람이 살지 않았지만, 천남성에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가 되었다.

비행선이 천남성 광장으로 천천히 하강하자, 천남성 사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천제현은 천남성 사람들의 삶을 바꾼 인물이자 천남성의 자랑이었다.

기적상회가 중주성 최고 세력이 되었으니, 천남성 사람들이 어찌 자랑스러워하지 않겠는가?

“모두들 오랜만이에요!”

천남성을 거니는 공서련의 눈에도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았다.

“여러분, 기적상회가 이제 중주 최대 상회가 되었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빨리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천남성 주민들이 도와주신 덕분이에요. 오늘 특별한 발표를 하겠습니다. 금화 삼천만 냥을 투자해 천남성 주민들을 위한 복지기금을 세우겠어요. 천남성의 기반시설을 개선하고, 가난한 주민들을 도와서 천남성의 생활 수준도 향상시키겠습니다!”

‘금화 삼천만 냥! 진짜 제멋대로군!’

천제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생각지도 못한 거금을 투자하게 되었다.

기적상회에게 금화 삼천만 냥은 그리 큰돈은 아니다. 그러나 천남성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곳은 아주 평범한 도시다. 도씨 가문과 같은 지방 유지들 가문의 재산을 다 합쳐봐야 금화 몇 백만 냥에 불과했다.

그런데 기적상회가 덜컥 삼천 만냥을 내놓는다고 하니 그야말로 기절초풍할 만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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