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
제300장 비행선의 등장
마력권총 개조작업으로 연구소 업무량이 급증했다.
공화련은 운씨 가문 주요 책임자의 역할뿐 아니라 상회 전반적인 업무를 처리하느라 쉴 틈 없이 바빴다.
밤낮없이 일이 바빠 피곤한 언니를 보는 공서련의 마음도 힘들었다.
통조림 생산판매와 마력 식당 관련 일을 분담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은 도울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을 공서련 자신도 알고 있었다.
남궁혜와 운요 남매는 기린무도관 확장에 바빠 며칠간 보지 못했다.
‘채향 언니는 어디있지?’
사실 그녀도 별다르지 않았다.
천제현이 풍채향을 방송상회의 회장 겸 기적방송국 국장으로 임명했다. 풍채향은 아름다운 외모만큼 목소리도 감미로운 데다 다재다능해 중주에서 인지도가 매우 높았다.
그녀가 마이크를 잡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상승하면서 이제 중주성에서 그녀는 만인의 연인이 되었다.
공서련이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고 있을 때, 기적상회의 한 직원이 급히 그녀에게로 달려왔다.
“아가씨, 회장님이 부르십니다!”
‘나쁜 놈! 괘씸한 녀석!’
공서련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야 능력이 안 돼서 도움이 못 되지만, 그 녀석은? 똑똑하고 능력도 있으면서 정작 힘든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여우와 함께 이리저리 먹고 마시며 놀러 다니고 있다니. 정말 말도 안 된다!’
기적상회의 사람들 중 천제현을 나무라는 이는 없었다.
남궁혜와 풍채향은 다 천제현을 거의 숭배하다시피 했다. 운요와 공화련도 천제현을 매우 존경했고, 운천학은 천제현이 말하는 대로 따랐다.
‘이제 보니 아닌 건 아니라고 천제현에게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은 나밖에 없겠구나! 그래! 내가 언니를 돕기에는 역부족이어도, 천제현에게 따끔하게 한마디는 할 수 있지. 연구소를 도우라고 말하러 가야겠다!’
공화련과 운천학이 연구소에서 며칠씩 걸리는 문제들도 천제현은 몇 분이면 다 해결할 수 있다. 그러면 모두의 짐을 나눌 수 있으니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
공서련은 드디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발견했다.
“회장은 어디에 있지?”
“요 며칠간 계속 교외 마수 가죽 공장에 계십니다.”
“뭐? 뭐라고? 가죽 공장에 가서 뭘 하는 거지? 아, 우선 알겠어.”
공서련은 본사의 마수 우리에서 흰 코뿔소 마수차를 빼냈다.
천남성에서 얻은 이 마수차는 일반인들이 타기에는 매우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탈것이었다. 그러나 공서련의 현재 지위와 가문을 생각할 때,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천제현은 세 가문의 재산을 몰수하면서 화려한 마수차들을 적잖이 발견했다. 그중 낙씨 가문에서 나온 순금의 옥제 사슴 마수차를 공화련에게 주었다.
순금 옥제 사슴은 희귀등급 2급의 마수로, 위험 예지력을 갖고 있으며 보호 덮개를 펼쳐 주인을 보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여인들이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외관을 갖고 있는데, 그 가치가 엄청나다고 한다.
신중하고 예의 바른 공화련도 이 선물을 받고는 놀라워하며 매우 기뻐했다.
천제현은 천씨 가문에서 공화련 선물에 못지않은 마수차를 공서련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정작 공서련은 선물을 마수 우리에 넣어두고 잘 사용하지 않았다.
공서련은 옛정을 소중히 여겼다. 특히 처음으로 손에 넣은 마수차인 흰 코뿔소 마수차와 오랜 시간 함께해 이미 정이 많이 든 상태였다.
기적상회가 날로 흥하며 돈을 많이 벌었다지만, 그래도 사치를 부릴 수는 없다.
공서련은 새로 얻은 탈 것은 경매를 통해 팔아넘긴 후, 그 돈을 기적상회 통조림 공장을 마련하는 데 썼다. 상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함이었다.
성 근교 동쪽, 동쪽 산자락 숲 부근. 이곳에는 많은 공장이 세워졌다. 주로 광석, 목재, 약초, 가죽 공장들로, 천제현이 있는 가죽 공장은 부근에서도 규모가 가장 컸다.
매일 대량의 신선한 마수 가죽을 들여와 가공했기 때문에 늘 비린내가 진동했다.
“서련 아가씨, 여기예요!”
공서련이 막 흰 코뿔소 마수차를 묶어두고 있을 무렵, 천제현이 꼬질꼬질한 모습을 하고 그녀에게로 뛰어왔다.
수려한 얼굴은 온통 땟국 범벅이었다. 천제현은 공구를 든 채 두 손을 흔들며 공서련을 불렀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공서련은 한달음에 달려와 생각해둔 말을 퍼부으려 했다.
정의의 사도가 되어 엄중하게 천제현의 나태함을 비난할 생각이었다.
“너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
“잠깐만요!”
천제현은 공서련의 팔을 잡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제가 좋은 걸 만들어 냈어요. 깜짝 놀라실 걸요!”
공서련은 천제현의 팔에 이끌려 거대한 물체 앞에 섰다.
튼튼한 가죽으로 만들어진 타원형의 물건은 마치 커다란 풍선 같았고, 그 아래에는 큰 바구니가 있었다.
‘이 기이한 물건은 대체 뭐지?’
“질문은 접어두세요.”
천제현은 질문할 틈도 주지 않고 공서련을 잡아당겼다.
“어서 앉아요!”
타원형의 거대한 가죽 주머니 아래에 있는 대형 바구니에는 의자 2개와 서너 사람이 앉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한 크기의 탁자도 있었다.
때마침 흰 새끼 여우가 탁자에서 찻잔을 든 채 눈을 감고 차의 맑은 향을 음미하고 있었다.
“앉으세요! 자, 출발!”
“출발? 무슨 출발!”
공서련이 물어볼 틈도 없이 천제현은 곧바로 마력전지를 활성화했다.
그러자 타원형의 거대한 가죽공 안에서 마력진 몇 개가 터지면서 그 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거대한 기구는 몇 번 진동하더니 천천히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날아오른다, 날아올라!”
공서련이 흥분과 놀라움으로 탄성을 지르는 가운데, 두 사람을 태운 대형 기구는 천천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공중으로 떠올랐다.
천제현은 마력전지의 출력을 제어하면서 상승 속도와 고도를 조절했다. 모든 것이 수동으로 조절되었다.
거대한 타원형의 가죽 기구는 고도 200미터 쯤 되는 곳에서 멈췄다.
“정말 신기하다. 이런 물건으로 이렇게 높이 오를 수 있다니.”
공서련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와, 공장 사람들이 모두 개미처럼 작게 보여. 집은 성냥갑 같네!”
“거보세요!”
천제현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 소형 비행선 어떤가요?”
“이게 어떻게 날아오를 수 있는 거지!”
“사실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이 비행선은 아직 허술한 점이 많아요. 시간만 충분하면 하늘을 날고, 땅 위를 달리고, 물속을 헤엄치는 것들을 다 만들어낼 수 있어요!”
천제현이 의자를 열어젖히자 마술을 부린 것처럼 그 안에서 따끈따끈한 요리와 술이 담긴 옥주전자가 나왔다.
“그렇게 오랫동안 바쁘게 지냈으니, 이젠 즐길 때도 되었지요. 이건 모두 약재와 마수 고기로 만든 것이랍니다. 술은 제가 만년영밀과 생명수로 빚은 황금밀주예요. 감미롭고 깊은 맛을 낸답니다.”
천제현은 옥주전자를 들어 밝은 금빛의 술을 잔에 채운 후, 신사다운 풍모로 술잔을 건넸다.
“드세요.”
옆에서 꿀꺽 침을 삼키던 새끼 여우는 잔에 있는 차를 얼른 마셔 버리고는, 어서 따라달라는 얼굴로 잔을 내밀었다.
천재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네 몫은 없어!”
새끼 여우가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새끼 여우를 왜 괴롭히는 거야? 자, 이걸 마시렴!”
공서련이 잔에 담긴 밀주 절반을 새끼 여우에게 따라주었다. 살짝 맛을 보았을 뿐인데도, 몸 속 땀구멍이 모조리 열리는 것 같고, 오장 육부가 영기 속으로 빠져드는 듯 했다.
“정말 맛이 좋구나!”
새끼 여우도 한 입 마시더니 입맛을 계속 다시며 그 맛을 음미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이건 말이 안 된다.
반성급 재료인 만년영밀을 쓴 이상, 이 술 한잔 가격만 몇백 만 냥 될 것이다. 중주에서 돈 꽤나 있는 부자도 쉽사리 사기 어려울 정도로 비싼 가격이다.
“심 선생님은 왜 안 왔어?”
“수련광이세요. 혼성 9성을 막 돌파했는데, 이제는 9성 정점에 이르기 위해 두문불출하고 무공 연마에만 열중하고 계세요.”
“그렇구나. 심 선생님은 너무 열심히 수련하시는 것 같아.”
천제현이 일부러 심빙우와 함께 자리하지 않았음을 공서련이 짐작이나 했겠는가.
어렵게 시간을 내서 여자를 만나는 자리에 눈치도 없고 냉랭한 여인을 끼고 나올 수는 없다.
물론 심빙우도 미녀이긴 하지만, 미녀를 앞에 두고 다른 미녀를 꼬여 내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가요, 오늘은 중주를 한 바퀴 돌아봅시다!”
공서련은 천제현을 찾아온 애초의 목적을 완전히 잊어버린 채 천제현이 잡고 있는 조종키만 보고 있었다.
비행선은 측면에서 강력한 증기를 뿜으며 살짝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방향을 바꿔 속도를 냈다. 이제 중주성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중주성 하늘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비행물체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와!”
“저게 뭐야!”
중주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들어 그 물체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가죽기구의 겉 표면에는 기적상회라는 글자가 멋들어지게 빛나고 있었다.
“세상에, 기적상회가 또 새로운 걸작을 만들어냈군!”
“기적상회가 하늘을 나는 물건을 발명했어!”
“대단한데! 돈이 얼마가 들든 사야겠어! 사고 싶어!”
성의 상공을 그리며 날고 있는 비행선으로 백성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모두 동경해 마지않는 눈빛들이었다.
‘기적상회는 역시 기적상회야. 하루라도 기적을 일으키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 한 게지.’
“높은 곳에서 보는 중주성은 또 다르네!”
공서련의 두 뺨이 흥분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그런데 우리 너무 남의 이목을 끌고 있는 건 아닐까?”
“그게 어때서요?”
천제현은 두려울 것 없다는 모습이었다.
“몸을 낮춰야 할 때는 낮추고, 고개를 들어야 할 땐 바짝 들어야죠. 이렇게 당당하게 나설 수 있게 되었을 때 숨어 있을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일리 있는 말이다.
“진짜 제대로 남들 이목을 끌려면 이렇게 해야죠!”
천제현은 무극 조롱박에서 초대형 나팔을 꺼내 아래쪽 성을 향해 외쳤다.
“안녕하세요! 저는 천제현입니다!”
몰려든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기적상회가 처음으로 마력 비행선을 발명했습니다. 지금은 첫 비행이라 아직 이름이 없어요. <공서련호>라고 지으려는데 어떠세요!”
“좋아요!”
온 성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공서련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이렇게 이름을 짓는 법이 어디 있담!’
“여러분, 저 천재 맞죠!”
“그렇소!”
“저 잘생기지 않았나요!”
“잘생겼소!”
“공서련 아가씨 아름답지 않습니까!”
“아름답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