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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98화 (294/729)

# 298

제298장 총기 발명

심빙우는 검은 복면에 얼굴을 가리고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또 천제현 곁에 호위무사처럼 붙어 있었기 때문에 남궁적은 그녀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서야 심빙우를 알아본 것이다.

사실 심빙우는 남궁 가문과 인연이 깊다.

심빙우는 10여 세의 나이에 남궁 가문의 문객이 되었다가 후에 객경, 아경으로 지위가 올라갔다. 그녀는 남궁 가문에서 꽤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정체기에 걸려 마력이 올라가지 않자 극복할 방법을 찾고자 심빙우는 남궁 가문을 떠나겠다고 요청했다.

당시에 염양군이 직접 그녀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염양군은 심빙우의 재능을 대견하게 여겼다. 그는 심빙우가 앞으로 자신에 버금갈 실력을 지니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남궁 가문의 수련 방식은 심빙우에게 적합하지 않았다. 염양군은 그녀를 남궁 가문에 계속 붙잡아둔다면 오히려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염양군은 천재의 재능을 썩히고 싶지 않았다.

심빙우는 남궁 가문에서 나온 후 몇 년을 꼬박 수련에 힘썼으나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마력은 조금도 향상되지 않았다.

중주에서 신풍후와 만났을 때 그녀는 이미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심빙우는 신풍후와 교분이 있던 터라 그의 요청에 따라 중주학당의 부원장 자리를 수락했다.

심빙우는 남궁 가문과 관계가 돈독했다. 자진하여 남궁 가문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아마도 상경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임장로 남궁적보다 지위가 훨씬 높았을 것이다.

방금 전 공격으로 보니 심빙우는 확실히 정체기를 돌파했다. 모든 분야에서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이렇게 도도한 여자가 천제현의 수하로 전락하다니!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남궁적이 분노에 차 크게 외쳤다.

“심빙우, 남궁 가문에서 섭섭지 않게 대우해 줬거늘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그러더니 이번에는 남궁혜를 보며 외쳤다.

“남궁혜, 넌 남궁 가문의 일원이면서 외부인과 손을 잡고 가족을 공격했다. 이건 가문을 배신하는 짓거리야!”

“닥쳐! 짜증나니까 헛소리 하지 마!”

천제현이 손짓했다.

“이놈을 호되게 팬 다음 밖에 버려라!”

기적상회 사람들이 그를 에워쌌고 호되게 구타한 후 피투성이가 된 남궁적을 성주 저택 밖에 버렸다.

“후회하게 될 것이다!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남궁적의 비명 소리가 어둠에 묻히자 연회장은 조용해졌다.

공서련은 통쾌하다는 얼굴이었다. 신풍후가 없었다면 그녀는 천제현을 한껏 칭찬했을 것이다.

“너무 충동적이야!”

신풍후가 난처해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자의 요구가 과하긴 했지만 만신창이로 만들 것까진 없잖나. 이건 너무 극단적이야. 돌이킬 방도가 없어!”

공화련 역시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남궁적은 남궁 가문의 선임장로잖아. 이러면 염양군과 남궁 가문의 제후를 건드리는 꼴이야!”

그랬다.

이화후는 남궁 가문 출신의 제후이다. 남궁적은 이화후의 수하인 게 분명했다. 이화후를 건드리는 건 별일이 아니다.

제아무리 제후일지라도 지금의 기적상회를 어쩌지는 못한다. 그러나 남궁 가문에는 염양군이 버티고 있었다.

염양군이 무안군과 손을 잡으면 남하팔후는 반드시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삼군을 건드리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염양군은 둘째 치고 남궁적은 왕의 특사 신분으로 중주성에 왔다. 그는 남하왕의 명을 받고 중주의 난을 조사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남하왕이 멀고 먼 중주에 보낸 특사가 도착한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천제현에 의해 불구가 되었다.

이 일이 왕성에 알려지게 된다면 남하왕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는가.

왕은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건 삼군은 물론 남하왕까지 건드린 처사였다. 중주성이 남하왕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 마세요!”

천제현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왕성 쪽에 절 도와줄 사람을 찾을 겁니다.”

신풍후가 얼굴을 찡그렸다.

“자네는 상관 가문에다 남궁 가문까지 건드렸네. 세 가문 중에 두 가문을 건드렸으니 남은 것은 동방 가문뿐이야. 동방 가문 사람은 중주와 아무 이해관계도 없으니 도움을 청하기 어려울 게야. 게다가 최소한 마음대로 왕을 알현할 수 있는 중량급 인사를 찾아야 하니 쉽지 않을 걸세.”

“이해관계가 없으니 동방 가문이 적합하지요. 그중 누구를 골라야 할까요…….”

천제현이 일부로 말을 끊었다. 사람들이 짜증을 내자 그제야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무안군이 나선다면 어떨까요?”

‘뭐라고? 무안군이라니!’

‘천제현이 미친 건 아니겠지!’

“물론 동방 가문은 세 가문 중 제일이지. 무안군은 남하국에서 가장 권력이 강한 대신일세. 무안군이 돕는다면 남궁 가문의 선임장로가 아니라 이화후를 만신창이로 만든다 해도 만회할 여지가 있을 걸세.”

신풍후가 말을 끊었다.

“허나 무안군 같은 사람이 어째서 기적상회를 돕는단 말인가? 자네가 뇌주에서 큰 공을 세우긴 했지만 그 대가로 중주의 난을 눈감아주기로 하지 않았나.”

“무안군께 선물을 보낼까 합니다.”

천제현이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이 선물을 받으면 무안군은 반드시 제 편에 설 것입니다. 어쩌면 기적상회가 왕성에 자리를 잡게끔 길을 열어줄지도 몰라요. 아예 기적상회를 왕성으로 초청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가?”

“선물은 운문연구소에 있습니다. 못 믿겠으면 저와 함께 가서 보시죠.”

천제현은 건방지긴 하지만 실없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신풍후는 이점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황당한 소리라도 천제현이 뱉은 말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신풍후는 몹시 궁금했다. 무안군 정도 되는 사람이 무슨 보물인들 못 봤겠는가? 대체 어떤 물건이기에 무안군 같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일까.

‘일단 가서 보자. 정말 놀랄만한 게 있을지도 몰라!’

천제현이 모두를 이끌고 운문연구소의 한 비밀연구실에 도착했다. 연구실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홀로 뭔가를 연구하고 있었다.

“신풍후 마마, 천 회장,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천제현이 운천학에게 물었다.

“어르신,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아직 잘 모르겠네.”

운천학은 뭔가 이상한 물건을 연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네가 개발한 이 마력 무기는 대체 어떻게 사용하는 건가?”

‘무기? 마력 무기라니! 천제현이 무안군에게 보내려는 선물이 신형 무기란 말인가?’

공화련은 뭔가 알 것 같았다.

“잘 모르겠으면 연구에서 손 떼시지요.”

천제현이 옆에 있는 신풍후를 가리켰다.

“신풍후 마마께서 무기를 보고 싶어 하시니 꺼내서 보여드리세요.”

운천학이 수정 상자에서 이상하게 생긴 무기 하나를 꺼내어 공손하게 건넸다.

공화련과 공서련, 남궁혜는 이런 무기를 본 적이 없었다. 새로운 무기는 모양이 이상한 게 전혀 무기처럼 보이지 않았다.

천제현이 무기를 집었다.

“이건 총이라고 해요.”

“총?”

“창 아니야?”

“창이 이렇게 생겼다고?”

남궁혜가 얼굴을 찌푸렸다.

“거짓말 하지 마!”

창은 긴 손잡이가 달린 찌르는 무기 아닌가? 그러나 이것은 창이 아니라 총이었다.

총은 손바닥만 한 크기여서 한손으로 쥘 수 있었다. 안에는 특수 마력전지가 손잡이의 움푹 파인 칸에 장착되어 있었다.

지금 이 총은 실험용이어서 그런지 외형이 다소 조잡했다.

공화련은 이상한 모양의 무기를 보자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뭔가가 서서히 기억났다.

“고대에 땅의 엘프가 수정석을 발사하는 무기를 개발한 적이 있어. 수정촉을 발사하는 파괴력이 아주 강력한 무기지. 이 총이 그런 유형의 무기인가?”

신풍후와 운천학은 놀란 눈으로 공화련을 쳐다봤다.

그러나 천제현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했다. 공화련은 지식을 증폭시켜주는 매우 특수한 유형의 정령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하여 고대의 기억과 지식을 종종 떠올릴 수 있었다.

“완전히 같은 건 아니에요.”

천제현이 대답했다.

“땅의 엘프가 만든 수정촉 발사기는 마력으로 탄창 안의 수정촉을 발사합니다. 수정촉 위에 새긴 파괴 유형의 진법으로 엄청난 살상력과 관통력을 지니게 되지요. 이런 무기는 아주 훌륭하지만 제작하려면 너무 번거로워요. 가공하기도 어렵고 재료도 구하기 힘들지요. 따라서 비용이 많이 들어요. 게다가 수정석 무기는 안정성이 떨어져서 충격이나 고온, 다른 요소로 인해 폭발할 수도 있어요. 사용하는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죠.”

신풍후가 급히 물었다.

“이 총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나?”

단순해 보이는 총이지만 사실 구조가 무척 복잡하다.

특수 제작한 마력전지부터 총구와 총신, 손잡이까지 최소 300여 개의 주문을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다섯 부분은 마력진으로 구동한다. 평범한 학자라면 평생을 연구해도 만들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총은 완전히 마력전지의 힘만을 이용합니다. 마력의 제한을 받지 않고 다른 특수한 재료를 소모시키지도 않아요. 그러니 전자동 마력 무기라고 할 수 있지요. 만들기 쉽고 성능이 우수하며 효과도 훌륭합니다.”

천제현이 마력권총을 거둬들였다.

“여기까지 설명하죠. 더 말씀드려도 모르실 겁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실험실에서 권총의 위력을 직접 보시죠!”

운문의 널찍한 비밀 실험실에는 합금 주철로 제작된 금속 과녁이 놓여 있었다.

합금 주철은 융해점이 일반 강철보다 훨씬 높은 3천 도에 달하며, 경도도 일반 강철의 4배나 되어 병사들의 갑옷 재료로 사용되곤 했다.

게다가 이 금속 과녁의 두께는 3치로, 갑옷 여섯 겹에 해당했다.

이 정도 과녁이라면 일반적인 혼성 3성 술사의 방어력보다도 강하리라.

천제현은 신식 무기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과녁을 제작했다. 마력권총이 이 금속 과녁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면 그의 무기가 병사들을 초토화시키고 심지어 혼성 3성의 술사에게도 부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게 증명되는 셈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발명이 될 것이다.

“다칠 수도 있으니 모두 물러서세요.”

천제현은 보호 장갑을 끼고 성광불멸체를 시전했다.

방금 제조한 실험용 권총인데다 그는 무기 제조에 조예가 깊지 않기 때문이었다.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은 권총이 폭발한다면 두 손을 잃게 될 테니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했다.

“잘 보세요!”

마력권총을 들고 금속 과녁을 조준한 천제현이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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