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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97화 (293/729)

# 297

제297장 왕궁 특사(2)

“불공평해! 왕은 너무 불공평하다고!”

공서련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천제현은 뇌주를 구했어. 게다가 살린 백성이 만 명뿐이냐고? 중주의 난으로 수만 명의 사상자가 난 건 사실이지만 그건 세 가문에서 저지른 짓이잖아. 우린 목숨을 지키려고 반격했을 뿐인데 어떻게 이 일을 우리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어? 상을 안 주는 건 그렇다 쳐. 그런데 저렇게 재수없는 특사를 보내? 우릴 곤경에 빠뜨리겠다는 거 아니야?”

공화련이 답답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서련아, 목소리 낮춰. 특사가 듣겠어.”

“자네 일은 진즉에 들었네.”

신풍후가 천제현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일은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졌어. 내가 마침 왕성에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왕성의 적들이 연합하여 자네들을 사지로 내몰았을 게야!”

왕성 쪽 상황은 몹시 좋지 않았다.

안 봐도 뻔했다. 상관 가문에서 나섰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기적상회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세력이 나섰을 수도 있다.

“상관 가문이 나서는 걸 간신히 막았네. 그래서 남궁 가문 특사가 오게 되었지. 남궁적은 이번 일의 향배를 결정할 인물이네. 웬만하면 그가 요구하는 바를 최대한 들어주게.”

신풍후의 표정으로 보니 이번 일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자네들은 왕성에 아군이 없어. 그런데다 남궁 가문과도 사이가 틀어지면 앞으로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될 거야.”

천제현은 신풍후가 건넨 선의의 충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내가 언제 저런 하찮은 놈의 눈치를 본 적이 있나?’

방금 남궁적은 천제현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천제현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 후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려는 수작이었다.

‘웃기는군!’

천제현은 강하게 나올수록 굽히지 않는 사람이었다.

신풍후는 천제현의 속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

“그럼 잘 준비하고 오늘 저녁 연회에 참석하게. 남궁혜와 함께 오면 더 좋고. 어쨌든 기적상회에는 남궁 가문의 지분이 있지 않나.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입장이니 사정을 봐줄지도 모르지.”

천제현 역시 이 특사라는 자에게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남궁혜는 남궁 가문 사람이 특사로 왔다는 소리에 눈꼬리를 바짝 치켜떴다.

남궁혜는 가문에 별다른 애정이 없었다. 그녀는 가문에 대해 안 좋은 기억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줄곧 집안에서 홀대를 받았다. 남궁혜 역시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는 게 밝혀지자 질투와 견제에 시달렸다.

오래전 남궁의가 천남성 성주로 부임하자 나이 어린 남궁혜도 궁벽한 천남성으로 함께 오게 되었다.

천남성에는 수련에 필요한 자원이 없어서 수련 진도가 매우 느렸다. 그러나 중주에서 보낸 몇 년은 매우 유쾌했다. 설령 집안에서 키워준다고 해도 그녀는 답답한 천남성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천제현이 남궁혜를 위로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맞아요. 저도 있어요!”

공서련이 용감하게 소매를 걷고 눈처럼 흰 팔을 휘둘렀다.

“남궁 가문 놈이 언니를 괴롭히면 제가 가만 안 둘 거예요!”

공화련은 철없는 둘 때문에 애가 탔다.

“적당히 해. 남궁적은 남궁 가문의 선임장로야. 왕국 삼대 가문의 선임장로는 최소 진혼급 술사라고. 신풍후조차 한수 접어주는 거 못 봤어?”

공서련이 대답했다.

“진혼술사가 뭐 대수야? 이미 상대해 봤잖아! 세 가문의 태상장로는 모두 진혼술사였어!”

공화련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와 지금은 달라. 남궁적은 별거 아니지. 진짜 두려운 건 그자 뒤에 있는 남궁 가문과…… 남하왕이야!”

“생각이 너무 멀리 갔어요.”

천제현은 침착한 모습이었다.

“저와 함께 얌전히 연회에 가시죠. 가서 편하게 즐기세요. 나머지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그날 밤 천제현 일행은 성주 저택에 도착했다.

신풍후는 중주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성주 풍운룡을 부성주 자리로 밀어내고 자신이 직접 성주의 자리에 올랐다.

신풍후도 못난 동생들이 성주 자리를 맡을 능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생들이 통치한다면 중주는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다.

연회가 시작되었다.

남궁적은 남궁혜를 보자 눈빛이 이상해졌다.

“여기에서 남궁 가문의 후대를 만나게 될 줄이야. 남궁의는 잠재력이 있는 후손이야. 가문에서 그를 중주로 보낸 건 다 세상 경험을 시키기 위해서지. 그에 대해 별 불만은 없겠지?”

남궁혜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버지는 중주 생활에 이미 익숙해지셨어요.”

“그럼 됐다!”

남궁적이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의가 보는 눈이 있군 그래. 운도 좋고. 일찌감치 기적상회와 협력 관계를 맺고 기적상회의 회장과 부회장을 남궁 가문의 객경으로 맞이했지. 우리 가문에서도 여러분들에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소.”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남궁적이 갑자기 왜 이렇게 부드럽게 나오지?’

‘마음이 바뀌었나? 그건 분명 아닐 텐데!’

이건 당근과 채찍을 함께 구사하는 전략일 것이다. 기적상회를 압박했다가 달래주고 그 다음에는 대놓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 게 뻔했다.

“그렇지만 기적상회는 이번에 큰 난동을 일으켰소. 여러분이 남궁 가문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긴 하나 난 왕명을 받고 중주에 온 것이오. 왕국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사사로이 처리할 순 없소. 그러니 이해해주시오.”

남궁적은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굴었다.

“이해합니다.”

천제현이 담담하게 물었다.

“그럼 특사님의 뜻은 무엇입니까?”

“방금 중주의 난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살펴보았소. 이번에 세 가문은 제 무덤을 팠더군. 그러니 여러분들은 주된 책임자가 아니오. 허나…… 기적상회에서 멋대로 세 가문을 집어삼킨 것은 가문끼리의 이해관계를 해치고 남하왕의 금기를 건드린 처사요. 이것 때문에 왕성에서 불만이 많소. 경험이나 명성, 식견으로 볼 때 기적상회는 아직 한참 부족하오. 이런 기적상회가 중주에서 혼자 잘나가는 꼴을 다른 유서 깊은 가문에서 그냥 두고 보겠소? 남하왕께서 마음을 놓을 수 있겠소?”

여기에서 남궁적은 말을 잠시 끊었다.

“이제 살아남으려면 기적상회는 가문 밑으로 들어와야 하오! 남궁 가문의 이화후(離火候)께서 기적상회를 남궁 가문 휘하로 받아들이겠다고 하셨소. 그렇게 해야만 무사할 수 있소.”

공화련 일행의 안색이 완전히 달라졌다.

‘남궁 가문은 참 뻔뻔스럽군.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말 한 마디로 우리를 집어삼키려 하는 거야?’

천제현은 화를 내지도 놀라지도 않았다.

“기적상회를 잃게 되면 우린 뭘 먹고 삽니까?”

“그 점이라면 안심하게.”

남궁적이 대답했다.

“이화후께서 여러분의 신분을 객경에서 아경으로 올리라고 명하셨네. 선임장로와 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야. 10년 간 남궁 가문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면 여러분은 상경에 봉해지게 되겠지. 상경은 선임장로보다 훨씬 높은 자리네!”

“그렇군요.”

천제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니까 기적상회를 남궁 가문에 헌납하고 또 남궁 가문을 위해 10년을 노예처럼 일하라는 말이지요?”

신풍후의 표정 역시 매우 어두웠다.

‘남궁 가문의 욕심이 너무 과하군!’

기적상회의 공동출자자 중 천제현의 지분 비율은 7할이다. 그는 기적상회를 확실히 지배하는 위치에 있었다.

공씨 자매가 그 다음이고 남궁혜는 바로 그 다음이다. 지분 비율이 높지 않지만 남궁혜는 그룹의 매우 중요한 일원이었다.

상회 설립 당시 지분 참여를 했기 때문에 후발 주자들은 남궁혜의 지분을 따라갈 수 없었다.

기적상회가 나날이 성장하자 남궁혜의 몸값과 지위도 덩달아 높아졌다.

기적상회에 남궁 가문의 지분도 있기 때문에 신풍후는 남궁 가문 사람이 나서면 일이 훨씬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무엄하다! 감히 내게 그따위로 말을 하다니!”

남궁적은 몹시 화를 내며 상을 박차고 일어났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남궁 가문에 들어오려고 몰려드는지 아느냐? 아경의 지위만으로 감지덕지 할 일인 것을! 게다가 이화후께서 남궁 가문을 위해 10년 동안 힘쓴다면 상경의 대우를 받게 해준다고 친히 약속하셨다. 지금까지 남궁 가문의 상경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어! 그런데도 불만이란 말이냐?”

“아경, 상경?”

천제현이 싸늘하게 웃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일개 이화후의 약속이 뭐 대수라고요. 염양군의 작위를 준다고 해도 기적상회와는 안 바꿉니다!”

“간덩이가 부었구나!”

화염이 솟구치면서 남궁적의 몸을 감쌌다.

“감히 염양군을 능멸하다니 네놈을 불구로 만들어주마!”

“날 불구로 만들겠다고?”

천제현이 차갑게 명령했다.

“심 선생님, 제 대신 저자를 불구로 만들어주세요!”

남궁적이 진혼급 강자라고 해도 그의 수준은 혼성 7성에 불과했다.

상어해적단 오방주와 비슷한 실력으로 어디 심빙우의 상대가 되겠는가.

“잠깐!”

신풍후는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심빙우의 속도는 그의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심빙우의 손짓 한 번에 눈꽃이 날아들었다. 신풍후가 다급히 눈꽃 절반을 막았지만 나머지는 전부 남궁적의 몸에 떨어졌다.

“이런!”

남궁적이 비명을 질렀다. 부드러운 눈꽃이 몸에 떨어졌다. 눈꽃은 뼈를 에는 한기로 경맥을 얼린 다음 단숨에 폭발했다.

“크헉!”

남궁적이 피를 토했다. 피에는 얼음 파편이 가득했다. 겁에 질린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후회했다.

‘끝장이다! 이 여자가 경맥을 완전히 박살냈어. 마력을 쓸 수 없게 만들었다고!’

심빙우의 실력이 원래 강하긴 했지만 순조롭게 정체기를 돌파한 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강할 수는 없었다.

신풍후가 깜짝 놀라서 심빙우를 쳐다봤다. 신풍후는 심빙우에게서 신비로운 기운을 느끼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말 돌파했구나!’

심빙우의 현재 실력은 혼성 9성이다.

이제 남하팔후 이상의 인물 외에 그녀를 누를 강자는 없을 것이다. 심빙우는 남하팔후 이상을 제외하고 최강의 전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세 가문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알아봐라. 너 같은 놈이 날 불구로 만들겠다고?”

천제현이 다가가 남궁적을 걷어차고 그의 얼굴에 술을 부었다.

“머저리, 이화후에게 전해. 감히 기적상회를 건드리면 네놈 같은 꼴이 된다고 말이야!”

남궁적이 소리를 질렀다.

“넌 남궁 가문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남궁 가문에 선전포고를 했다고?”

심빙우가 남궁적을 싸늘하게 쳐다봤다.

“네가 남궁 가문을 대표한다는 거냐?”

남궁적은 심빙우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몸서리를 쳤다.

“넌…… 넌 심빙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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