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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96화 (292/729)

# 296

제296장 왕궁 특사

여자아이는 낯설지만 황천용병단은 유명했다.

‘저건 기적상회 소속 용병단이잖아?’

‘저 여자아이는 기적상회 사람이야!’

임선과 임범은 입을 떡 벌렸다.

“당……당신은 공서련 아가씨죠!”

“맞아요!”

공서련이 가슴을 펴고 천진난만하면서도 친근한 미소를 지었다.

“언니가 여러분을 만나보라고 보냈어요.”

“공화련 부회장님이요?”

임선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공화련 부회장님이 우릴 알아요?”

“물론이죠. 사실 언니는 천남성에 있을 때부터 여러분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여러분이 몇 개월 동안 기적상회를 위해 애써주신 걸 잘 압니다. 언니는 여러분의 칭찬을 자주 했어요!”

‘여신처럼 저 높은 곳에 있는 공화련 회장이 이런 작은 조직에 관심을 가지고 칭찬까지 하다니!’

‘그게 정말이야?’

‘엄청난 세력을 지닌 기적상회에서 풀뿌리 같은 우리 조직에 관심을 갖다니!’

공서련은 흥분한 천맹 사람들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언니는 원래 시간을 내서 직접 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상회가 너무 바빠지는 바람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져서 못 왔답니다. 그래서 제가 여러분을 보러 왔지요.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임선 남매가 감격하여 말했다.

“부회장님이 관심을 가져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그런 말 말아요. 여러분은 아주 훌륭해요. 언니가 많이 기대하고 있으니 계속 분발해주세요.”

공서련이 말을 잠시 끊었다.

“목 오라버니, 한 오라버니, 어서 선물을 내오세요.”

임목과 방한이 다가왔다.

천맹 사람들은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다.

공서련이 거느린 두 호위병이 황천용병이라는 것을 알긴 했지만 단장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임목과 방한은 현혼급 고수야. 천제현이 키우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라고!’

공서련이 상자 하나를 열었다.

“이 상자에는 단약과 축음기 판이 들어 있어요. 밖에는 특대 한정판 수정통신기 한 대와 축음기 한 대, 또 휴대용 자음기 열 대가 있지요. 자음기에는 기린 무도관의 유료 채널이 장착되어 있고요. 유효기간은 3년입니다. 여러분의 수련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수정통신기와 축음기, 최신형 자음기는 모두 기적상회의 귀중한 제품이다!

“선물을 다 전해드렸으니 전 가볼게요. 여러분, 앞으로도 힘을 내주세요.”

공서련은 용병들이 상자를 다 옮기자마자 지체 없이 마수차를 타고 떠났다.

임범과 임선은 너무 기뻐서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러자 다른 회원들이 급히 상자를 열었다.

모두 수련에 도움이 되는 진귀한 단약들이었다. 연기단만도 수십 알이 넘었다.

그밖에 수련 기교에 관한 기린 무도관의 수업이 녹음 된 축음기 판 20여 장이 들어 있었다.

모두 이들에게 매우 유용한 것이었다.

“이게 자음기인가?”

“그럴 거야! 기적상회에서 막 개발에 성공했대!”

은백색의 장비가 상자에 담겨 있었다. 널빤지 크기에 검정색의 자음석 안테나와 단추 여러 개가 달려 있어서 직접 청취할 수도 있고 자음기를 작동시킬 수도 있었다.

천맹 사람들은 기적상회의 최신 상품에 대해 빠삭했다.

자음기는 기적상회에서 출시한 차세대 매체로 수정통신기와 축음기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자음기는 크기가 아주 작고 가벼워서 음질과 신호 수신 능력이 수정통신기나 축음기보다 떨어지지만 휴대할 수 있었다.

기적상회는 열흘 안에 중주성에 자음기 20만 대를 출시할 계획이었다.

자음기의 가격은 대략 금화 400냥 정도로 저렴했다. 다소 비싼 제품도 금화 1,000~2,000냥을 넘지 않았다.

중주성의 중산층이라면 충분히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기적상회가 신형 \자음기를 이렇게 싸게 판매하는 이유는 기계가 아닌 유료 채널에서 수익을 남기고자 하는 전략 때문이다.

일반 자음기나 수정통신기는 유료 채널을 수신할 수 없다.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비밀 신호 수신진을 설치해야지만 특정 채널을 수신할 수 있다.

그중 기린 무도관 채널은 가장 비쌌다.

매일 기초 수련 기교 과정을 수신하려면 매달 금화 1만 냥을 지불해야 한다.

천맹의 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뛰어난 스승이었다. 공서련이 공화련의 부탁을 받고 이 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선물했다.

천맹의 회원들은 이런 보잘것없는 조직에서 벌인 활동이 기적상회 임원급 인물의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상상조차 못했다. 모든 회원은 이 일을 몹시 자랑스러워했다.

***

“언니, 보고할게!”

공서련이 본부에 돌아왔다.

“언니의 뜻대로 선물을 전달했어. 모두 아주 기뻐했어!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어째서 단약과 자음기로 수련만 돕고 경제적인 지원은 안 하는 거야? 생활이 어려워 보이는데.”

공화련이 고개를 저었다.

“서련아, 모든 일에는 과유불급이란게 있단다.”

공서련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사람을 도우려면 제대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적상회의 현재 재산과 규모라면 금화 2~3백만 냥 정도는 가볍게 내어줄 수 있었다.

공화련이 제대로 설명을 하려던 때였다.

“화련 언니!”

풍채향이 급히 달려왔다.

“소식이 왔어요. 아버지가 왕성 특사와 함께 돌아오신대요. 아마 왕성에서 중주의 난을 조사할 것 같아요!”

‘뭐라고?’

‘왕성에서 사람이 오다니!’

자매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왕성 특사는 어떤 신분인가요?”

“저도 잘 몰라요.”

공화련은 왕성 특사가 상관 가문 사람일까 봐 두려웠다.

천제현은 상관 가문을 제대로 건드렸다. 상관 가문의 장로 하나를 불구로 만들었다면 크게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천제현은 뇌주에서 사방후의 후계자에게 중상을 입혔다. 사방후는 상관 가문의 매우 중요한 분파였다.

‘제발 상관 가문 사람이 아니어야 할 텐데!’

상관 가문 사람이라면 일이 어떻게 꼬일지 몰랐다.

중요한 사안이라 공화련은 급히 공서련에게 운문으로 가서 천제현을 데리고 오라고 시켰다.

천제현도 왕성 특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 중주는 기적상회의 천하였다. 기적상회는 중주의 민심을 사로잡았다. 왕성에서 기적상회를 강제로 쫓아내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신풍후 마마께서 오셨습니다!”

“왕성 특사 남궁적 대인께서 오셨습니다!”

푸른 도포를 걸친 기품 있는 중년 사내와 적색 갑옷을 걸친 중년 사내가 들어왔다.

‘남궁 가문의 특사라고?’

풍채향의 얼굴에 희색이 비쳤다.

천제현과 공화련, 공서련은 모두 남궁 가문의 객경이다.

게다가 남궁혜는 남궁 가문 출신의 천재이다. 남궁 가문 사람이라면 말이 통할 것이다.

그러나 천제현과 공화련의 안색은 어두웠다. 두 사람은 남궁 가문이 절대적인 아군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남궁 가문은 천부적인 자질과 능력을 지닌 남궁의를 키우지 않았다. 키워주는 건 고사하고 남궁의 부녀를 변방인 천남성으로 보내버렸다.

이는 남궁의 부녀가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남궁 가문에서는 비주류라는 뜻이다.

남궁 가문의 객경이라는 신분 역시 남궁의가 장로가 된 후 천거하여 얻은 것이다. 하지만 객경은 무게감이 없는 자리라서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었다.

“누가 천제현이냐?”

남궁적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썩 일어나!”

매우 비우호적인 태도였다.

천제현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남궁 가문 사람의 심기를 건드릴 수는 없었다.

천제현은 손을 모으며 공손하게 굴었다.

“제가 천제현입니다. 특사님을 뵙습니다!”

“무엄하다!”

남궁적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네놈은 중주의 난을 선동하고 세 가문을 몰락시켜 수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온 성을 피바다로 만들고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어. 가장 괘씸한 것은 성주 저택을 에워싸고 성주가 없다는 듯이 제멋대로 굴었다는 점이다. 이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천제현이 싸늘하게 웃었다.

“그러면 왕궁에서는 제게 어떤 처분을 내릴 생각입니까?”

남궁적이 콧방귀를 뀌었다.

“교지를 가져오너라!”

관리 하나가 매우 조심스럽게 자금색 함을 열고 안에서 번쩍번쩍 빛나는 두루마리를 꺼냈다. 두루마리는 무안군의 군서보다 훨씬 화려했다.

남궁적이 큰소리로 외쳤다.

“교서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고 뭣 하느냐?”

그러나 천제현은 그 자리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무슨 헛소리야. 난 신마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았어. 그런데 일개 남하국의 왕 앞에 무릎을 꿇으라고?’

무안군은 삼족을 멸할 수 있는 권력자이다.

그런데 이건 무안군보다 더 높은 왕의 교지였다. 왕의 권위에 도전했다가는 더 비참한 꼴이 될 게 뻔했다.

“남궁 특사.”

신풍후는 천제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천제현은 중주의 유명한 학자요. 학문으로 치면 운천학보다 더 뛰어나오. 국법에 따르면 유명한 학자는 왕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되오.”

“학자라고요? 웃기는 소리군요. 저놈이 학자라니요!”

남궁적이 껄껄 웃기 시작했다.

“좋다. 신풍후께서 널 두둔하시니 왕의 권위를 무시한 죄는 면하게 해주마!”

남궁적은 천제현을 철저히 무시했다.

“교지를 읽겠다!”

- 중주의 난으로 수만 명의 사상자가 났으며 성이 피바다가 되고 남하국 전체가 공포에 떨었다. 이는 몹시 드문 전란이다.

중주의 천제현은 사주호의 해적을 이끌고 입성하여 가문 간의 다툼에 가담하고 중주성 성주를 연금하였다.

질풍기병을 함부로 동원하였으며 왕실과 조정에 고하지도 않고 불법으로 유서 깊은 천씨와 낙씨, 양씨 가문의 가산을 집어삼켰다.

이 모두 남하국의 국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처사로 중벌을 내려야 마땅하다.

공화련 자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분명 누군가가 왕성에 가서 고자질을 한 거야. 게다가 중요한 사실은 쏙 뺐어.’

‘발생하게 된 이유는 빼먹고 과정과 결과만 보고했네. 천제현을 사지로 내몰려는 사악한 계략임이 틀림없어.’

- 그러나 천제현은 뇌주에서 성 밖의 악마를 소탕하고 만 명이 넘는 백성을 구했다. 이는 대단한 공이다. 그러니 공과는 잠시 접어두고 특사 남궁적을 중주로 파견하여 진상을 조사한 후 상벌을 논하겠다. 중주는 조사에 반드시 협력하라!

교지는 여기까지였다.

중주에서 난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왕성에 전해졌을 때 신풍후와 금전후는 마침 왕성에 있었다.

이 둘이 최선을 다해 천제현을 도왔기 때문에 국왕은 상도 벌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교지의 내용으로 보니 조사 결과가 무척 중요했다.

상을 받을지 벌을 받을지는 모두 왕성 특사 남궁적의 손에 달려 있었다.

신풍후가 남궁적에게 말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소. 내 고생한 특사를 위해 연회를 준비하겠소. 조사가 당장 급한 일은 아니잖소.”

“그럼 신풍후의 말씀에 따르지요!”

남궁적은 말을 마치자 으스대는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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